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세태 리포트Ⅱ

“술 너무 마시고 인간미 메말랐다”

외국인 유학생 눈에 비친 ‘이상한 한국 대학생들’

“술 너무 마시고 인간미 메말랐다”

2/4

뒤풀이와 차(次)

유학생 신분에서는 마주치는 모든 것이 때론 기괴하고 신기하다. 그중 중국인의 눈으로 볼 때 가장 이상하게 느껴진 것은 뒤풀이였다.
신입생 환영회라는 학과 행사는 학교 게시판에 공고된다. 포스터는 “가볍게 몸만 오면 됩니다” “배를 비우고 오세요” 같은 기발한 문구로 넘친다. 이런 학과 행사는 학생들 간 인적 교류가 활발히 이뤄지고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자리여서 대다수 학생이 참가한다.
그러나 사실 학생들은 행사 자체엔 크게 관심이 없다. 가장 중요한 자리는 행사 후 진행되는 뒤풀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술이다. 한국인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술을 많이 마신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한국 대학생들이 ‘차(次)’라는 말을 사용하면서 뒤풀이 자리의 횟수를 거듭하는 것을 처음 접했을 땐 많이 놀랐다. 이 자리에선 받은 잔을 한 번에 다 비워야 했다. 나는 다음 날 동이 틀 무렵 해장국을 떠 먹으면서 비로소 이 문화 체험을 끝낼 수 있었다.
임방정·미디어학부  



언제 그랬냐는 듯

한국 대학생들은 “술자리가 부담스럽다”고 말하면서도, 나중엔 언제 그랬냐는 듯 죽을 것처럼 또 술을 마신다. 하기 싫은 일을 계속하는 게 이상하다. 가장 큰 문제는 선배가 주는 술을 거부하기 힘든 문화다. 대학생 과음의 많은 부분이 여기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주원쓰·미디어학부  



‘식권’과 침묵

한국 대학생들의 삶에 영향을 주는 특별한 문화는 선후배 관계일 것이다. 서열과 위계를 중시하는 전통으로 인해, 한국 대학생은 자신보다 나이가 많거나 높은 학번에 있는 선배를 존중한다. 나의 한 한국인 친구는 자신의 선배와의 관계를 이렇게 긍정적으로 설명한다. “선배가 나를 많이 아껴준다. 또 선배가 내게 밥을 자주 사준다. 이 관계는 졸업 후에도 지속된다.”
그러나 몇몇 장점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 살아본 많은 한국인은 이런 선후배 관계 맺는 것을 꽤 싫어한다. 실제로 많은 한국 대학생이 이 관계로 인해 갖가지 어려움을 겪는 것처럼 보인다.
내가 놀란 건, 저학년 학생이 선배에게 식사를 일상적으로 대접받는 점이다. 나도 학과의 한국인 선배로부터 밥을 얻어먹은 적이 있다. 이게 문화이므로 그녀에게 감사했지만 동시에 약간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선배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적지 않은 저학년 학생은 마치 선배를 ‘식권’으로 생각하는 듯했다. 
다른 문제는 선배들이 후배들을 상대로 자신들의 잠재적 권력을 쉽게 남용한다는 점이다.  나는 한국 대학에서 선배가 후배에게 폭음을 강요하는 것과 관련된 수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선배가 후배에게 화를 내거나 폭언을 하는 경우도 잦다고 한다. 선배는 수강 신청이나 교내 테니스코트 사용에서도 저학년보다 더 많은 권리를 누린다.
가장 큰 문제는, 선배가 틀리거나 옳지 않을 때 후배가 이를 지적하거나 바로잡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렇게 하려면 후배는 큰 용기를 내야 한다. 아니면 선배가 무슨 말을 하든 잠자코 있어야 한다. 이런 관행은 수업시간의 팀 프로젝트에서도 나타난다. 나의 한국인 친구는 팀 프로젝트 모임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한 팀원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채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것들을 장황하게 말하면서 시간을 낭비했다. 분위기가 어색해졌지만 그 모임의 다른 팀원들은 후배 학번이어서 아무 말도 못했다고 한다. 더 나은 학교가 되려면, 학생의 나이가 많든 어리든 동등하게 상호 존중받아야 한다.
다이아나 플로레스·국제학부





2/4

관련기사

목록 닫기

“술 너무 마시고 인간미 메말랐다”

댓글 창 닫기

2019/11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