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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 에어버스와 ‘천하삼분지계’ 착착

상전벽해! 중국 항공산업

  • 모종혁 | 중국 전문 칼럼니스트

보잉, 에어버스와 ‘천하삼분지계’ 착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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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조 투입해 항공 인프라 구축

보잉, 에어버스와 ‘천하삼분지계’ 착착

중국이 직접 설계한 기체와 엔진을 장착한 젠-8 생산 공장. [AVIC]

XAC는 본래 중국항공공업그룹(AVIC) 소속이다. AVIC는 코맥과 더불어 중국 항공산업의 양대 축이다. 두 회사는 사업 범위와 전개에서 큰 차이가 있다. AVIC는 항공기 설계에서부터 엔진과 부품 개발, 기체 조립 등을 모두 수행했다. 하지만 코맥은 여객기 엔진 개발과 최종 조립만 수행했다. 즉, 코맥 여객기의 각종 부품도 AVIC에서 제작했다는 얘기다. AVIC는 여객기뿐만 아니라 전투기, 훈련기, 수송기, 헬리콥터 등 중국 내 모든 항공기를 제작하는 초대형 국유기업이다.

지난해 하반기 중국 정부는 몸집이 너무 커진 AVIC의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지난 3월 AVIC 내 엔진 제조기업 중항동력(動力), 중항동공(動控), 중항중기(重機) 등과 코맥의 엔진 개발부서 등 40여 개 기업을 통폐합해 총자산이 1450억 위안(약 25조9960억 원)에 달하는 중국항공엔진그룹(AAEC)을 설립했다. AAEC는 항공기 엔진기업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그런데 세계 항공산업이 AAEC의 행보를 주목하는 건 규모 때문만이 아니다. 중국이 자체 엔진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는 데도 그 이유가 있다. 사실 ARJ21과 C919는 온전한 중국산이라고 하기 머쓱하다. C919은 부품 국산화율이 50%에 못 미친다.

더욱이 핵심 부품은 거의 미국과 유럽 업체에 의존한다. 가장 중요한 엔진은 제너럴일렉트릭(GE)과 프랑스 합작사 CFM인터내셔널에서 만든 터보제트 엔진이다. 운항통제 시스템, 비행기록시스템 등도 GE 제품이다. 통신·감시시스템은 록웰 콜린스 제품이다. 이처럼 17개 외국 업체가 핵심 부품을 공급한다. 당초 중국 정부는 이 기종에 자체 개발 엔진을 장착하려 했지만 기술력 한계를 실감하고 글로벌 협력체계로 돌아섰다.

엔진과 핵심 부품 국산화를 이뤄내지 못하면 지속적인 성장은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지난 1월 경제일간지 ‘21세기경제보도’는 “과거에는 한 기업이 기체 개발에 착수하면 그에 맞는 엔진 개발이 시작됐다”면서 “이 과정에서 기체 생산이 취소되면 엔진 개발 작업도 백지화하면서 기술력을 쌓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이런 문제점을 타개하기 위해 연구개발(R&D) 역량을 AAEC 한 곳에 집중시킴으로써 기술력을 끌어올리려 한다. 중국 정부는 향후 20년간 엔진, 재료, 부품, 시험장비 등의 R&D를 위해 600억 위안(약 10조7570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1월 민용항공국은 “올해 770억 위안(약 13조8600억 원)을 투자해 대대적인 항공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베이징, 청두, 칭다오(靑島), 샤먼(廈門), 다롄(大連) 등지에 11개 신공항을 건설하고, 52개 공항을 확장하겠다는 것. 이 가운데 베이징 제2공항은 2014년 12월 착공해 2019년 완공 예정이다. 106만㎡ 부지에 무려 840억 위안(약 15조5400억 원)의 공사비를 쏟아붓고 있다. 활주로가 7개나 돼 연인원 1억 명의 승객을 소화하게 된다. 베이징 제1공항인 서우두(首都)공항은 현재 연 8200만 명이 이용해 미국 하츠필드 잭슨 공항에 이어 세계 2위다.

중국 정부가 공항 투자에 관심을 두는 것은 허브 공항을 건설해 항공산업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다. 허브 공항이 많아야 항공사가 발전하고 여객기 수요가 늘어난다. 게다가 항공산업은 광범위한 전후방 연관 업종을 추동하는 종합제조업이다. 기체 설계, 부품 개발과 생산, 동체 제조와 조립, 항공기 판매와 정비, 공항 설립과 운영, 조종사와 승무원 교육, 구매 할부금융과 항공기 리스, 사고대비 보험 등 관련 업종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항공업은 조선해양업에 견줄 만큼 경제적 효과가 큰 산업이다.



항공업 사슬체계 만든다

보잉, 에어버스와 ‘천하삼분지계’ 착착

XAC가 제작한 여객기 신저우-60. 크고 작은 사고를 일으켰다. [황재원]

중국 항공업의 도약은 중산층의 팽창과도 맥이 닿는다. 지난 3월 말 민용항공국은 “지난해 중국 내에서 4억3564만 명의 승객이 여객기를 이용해 전년대비 이용객 수가 11.1%가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1991년 이래 여객기 이용객 증가율은 두 자릿수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국제 노선(홍콩, 마카오, 대만 노선 제외)은 지난해 4205만 명이 이용해 전년대비 33.3% 급증했다. 화물 운송에서도 207억t을 처리해 10.4% 늘어났다.

항공기 정비 부문도 주목된다. 중국은 이 업종에서 뛰어난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췄다. 항공산업에서 안전은 절대선이다. 동체와 부품을 사용 가능 상태가 유지되도록 끊임없이 수리, 개조, 검사해야 여객기와 화물기를 쉴 새 없이 운항할 수 있다. 중국은 2000년부터 아시아·태평양지역 항공기 정비업에서 2위를 이어가다 2010년 1위로 올라섰다. 그 이전 수십 년간 부동의 1위는 싱가포르였다. 이에 비해 한국은 국적기 정비도 벅찬 수준이다.

지난해 5월 중국 정부는 ‘중국제조업(中國制造) 2025’를 발표했다. 향후 20년간 3단계로 나눠 10대 산업의 구조를 고도화하겠다는 장기 프로젝트다. 그 하나가 항공·우주장비산업이다. 항공 분야에서는 △대형 항공기 개발과 생산 △중형 헬리콥터 생산 △중소형 항공기·헬리콥터·무인기 등의 상용화 △터보프롭 엔진과 고(高)바이패스비 터보팬 엔진 개발 △항공기 탑재장비 및 시스템 개발 등을 구체적인 목표로 내걸었다. 산업 사슬체계를 구축해 미국, 유럽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항공 강국으로 발돋움하려는 것이다.

산업 혁신의 흐름은 전 세계적 조류다. 독일 ‘Industry 4.0’, 미국 ‘Making in America’, 한국 ‘제조업 3.0’ 등 각국은 앞다퉈 청사진을 선보였다. 세계 최대 제조업 대국인 중국도 이 대열에 합류해 국가경제의 성장동력이 될 차세대 먹거리 산업을 선정했다. 중국이 꼽은 10대 산업에는 항공·우주장비산업 외에 △차세대 정보기술 △고정밀 수치제어 및 로봇 △해양장비 및 첨단기술선박 △선진 궤도교통설비 △에너지 절약 및 신에너지 자동차 △전력설비 △농업기계장비 △신소재 △바이오 의약 및 고성능 의료기기 등이 포함됐다.

중국은 이처럼 국가의 강력한 주도 아래 첨단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대규모 투자와 자본 유치, 엄청난 자원과 인력의 활용 등을 중앙정부 차원에서 주도한다. 해외 글로벌 기업들과 합작해 선진 기술을 습득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부족한 기술력을 인정하되, 노하우를 쌓은 뒤 독자 개발에 나선다.

이런 노력을 통해 중국은 항공산업에서만 매년 수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 이와 함께 과거 싸구려 상품을 박리다매로 수출하던 ‘세계의 공장’에서 ‘첨단산업의 총아’로 탈바꿈하고 있다. 세계 무대 진출을 본격화한 중국 항공산업이 어디까지 날아오를지 주목된다.  

인터뷰황재원 KOTRA 시안무역관장
◈ “여객기 개발, 공항 확대로 항공굴기” 


4월 20일 시안에서 황재원 KOTRA 시안무역관장을 만나 중국 항공산업의 현실과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황 관장은 1995년 KOTRA에 입사한 뒤 15년 동안 다롄, 칭다오, 샤먼, 베이징 등지에서 일한 중국 산업·시장 전문가. 2009년에는 지린(吉林)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 중국이 잇달아 중대형 여객기를 개발했다. 국내외 항공사가 이런 수요를 흡수할 여력이 있을까.



보잉, 에어버스와 ‘천하삼분지계’ 착착

황재원 KOTRA 시안무역관장. [모종혁]

“중국뿐만 아니라 인도와 개발도상국에서 중산층이 크게 늘면서 세계 항공시장이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세계 항공업계는 향후 20년간 3만7900여 대의 여객기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에서만 6020대의 여객기 신규 수요를 예상한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8700억 달러(약 1021조6400억 원)에 이른다. 캐나다 롬바디아는 2032년까지 중화권에서만 2420대의 소형 비즈니스 제트기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본다. 중국의 거부들 사이엔 럭셔리카와 요트에 이어 자가용 비행기나 헬리콥터를 사들여 부를 과시하는 게 유행이다.

중국 민용항공국도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앞으로 20년간 중국 내 각종 여객기 수요가 1만~1만2000대에 이르고 항공산업 규모는 2조 위안(약 358조56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했다. 코맥은 20년간 2000여 대를 판매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는 1조 위안(약 180조 원) 규모로 중국 전체 민용항공기 시장의 절반에 해당한다. 중국이 제트 여객기 개발에 열을 올리는 것은 자국의 이런 황금시장을 외국 기업에 넘겨주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 중국은 일본보다 먼저 제트 여객기를 시장에 내놓아 충격을 줬다.

“코맥은 올해부터 진행하는 C919 시험비행이 끝나면 미국 연방항공청(FAA)으로부터 운항안전허가를 받을 예정이다. C919 개발은 중국 항공산업과 제조업이 업그레이드됐음을 알리는 표지판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초대형 여객기 C929도 개발 중이라는 점이다. C929는 항속거리가 훨씬 길고 최다 350명의 승객을 태울 수 있다. C929 개발에 성공한다면 중국은 미국의 보잉, 유럽의 에어버스가 양분하던 대형 민항기 시장을 삼분하게 된다.

일각에선 안전성 문제 때문에 중국이 보잉, 에어버스와 경쟁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선을 보낸다. 하지만 고속철도의 사례에서 보듯 중국은 방대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다양한 응용기술을 시도해 품질을 빠르게 끌어올리는 능력을 갖췄다. 에어버스와 보잉의 투자는 중국 항공산업의 기술 수준을 높이고, 중국산 대형 여객기 개발에도 큰 자극이 될 것이다. 에어버스는 톈진(天津)에 조립공장을 설립해 가동했고, 보잉도 저장(浙江)성 저우산(舟山)에 투자할 예정이다.”

▼ 중국 정부가 전국 각지에 공항을 건설하는 것도 심상치 않아 보인다.

“중국은 내년부터 시작되는 13차 경제개발계획 기간에 66개의 새 공항을 짓기로 했다. 이에 따라 중국의 공항은 현재 206개에서 2020년 272개로 늘어난다. 13억 인구의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국내 각지와 해외로 나가는 관광객이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국제 노선 개설도 서두르고 있다. 특히 국제 노선이 부재한 2~3선 도시, 철도로 접근하기 힘든 오지에 공항을 건설해 발전을 촉진하려 한다. 여객기 개발, 그리고 공항 확대 및 노선 개발을 양 날개로 ‘항공굴기(航空崛起)’를 본격화하고 있다.”





신동아 2016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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