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호

별책부록 | 글로벌 스탠더드 NEXT 경기

‘넥스트 판교’ 조성 한국형 실리콘밸리 실현

현장 취재 판교테크노밸리

  • 강지남 기자 | layra@donga.com

    입력2016-07-08 11:2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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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에 IT 종사자가 많아 자주 모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아요.”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에서 근무한 지 1년쯤 된 게임 개발자 최모(36) 씨는 ‘판교 근무의 이점’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그는 “지인 중 판교에서 근무하는 IT 관련 종사자가 스무 명은 되는 것 같다”며 “자주 함께 점심을 먹으며 정보를 교류하고, 업무상 고민을 털어놓고 의논한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근무하다 2년 전 판교로 옮긴 정모(40) 씨는 “판교 특유의 젊고 활기찬 분위기가 맘에 든다”고 했다.

    “IT 회사가 많아서 그런지 의욕 넘치는 사람이 많아 보여요. 오전 10~11시쯤 청바지 입고 느지막하게 출근해서 밤늦도록 일하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죠.”



    입주 기업 연 매출 60조 원

    해진 뒤 서울 방향으로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다 판교나들목 근처에 다다르면 오른쪽으로 창문마다 불이 환하게 켜진 일군(一群)의 최첨단 빌딩을 볼 수 있다. 바로 이곳이 국내에서 가장 성공한 혁신 클러스터로 평가받는 판교테크노밸리다. 혁신 클러스터란 특정 산업 분야에서 상호 연계된 기업과 관련 기관이 지리적으로 한데 모여 유기적 네트워크를 구성한 집합체를 말한다. 판교테크노밸리는 정보통신기술(ICT)을 중심으로 바이오테크놀로지(BT)와 문화콘텐츠테크놀로지(CT)가 유기적으로 연결됐다.



    판교에 입주한 대표 기업들을 꼽자면 삼성테크윈 포스코ICT 마이다스아이티(이상 ICT 기업), SK케미칼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차병원 메디포스트(이상 BT 기업), 넥슨 NC소프트 NHN엔터테인먼트 네오위즈(이상 CT 기업) 등을 거론할 수 있다. 최근에는 다음커뮤니케이션즈가 카카오와 합병하면서 ‘판교 식구’가 됐다. 다음카카오 관계자는 “이제 한남동 사무실은 없어졌고, 판교에 2000여 명, 제주도에 400여 명이 근무한다”며 “지하철로 20분이면 강남역에서 지하철 신분당선 판교역까지 올 수 있기 때문에 적어도 강남권 거주자들은 만족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경기도에 따르면 2015년 현재 판교테크노밸리는 920개 회사가 입주해 6만 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연 매출액은 모두 합쳐 60조 원. 경기도 관계자는 “10개의 인큐베이팅 센터를 갖췄고, 그간 140개 이상 스타트업 회사를 코칭했다. ‘히든 챔피언’이라 할 회사만 해도 20여 개 된다”고 덧붙였다.

    서울 강남권과의 근접성, 그리고 ICT 관련 회사가 한데 모였다는 이점 외에도 분당 및 판교 주민을 타깃으로 형성 중인 고급 상권도 판교의 매력을 더해준다. 판교역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유럽식 스트리트 쇼핑몰 아브뉴프랑에는 서울 강남이나 광화문에서 볼 수 있는 식당, 카페, 편집숍 등이 성업 중이다. 판교 입주 외국계 기업에서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는 장모 씨는 “근처에 비즈니스 오찬에 어울리는 식당이 여럿이라 만족한다”고 말했다. 30대 초반 여성 이모 씨는 “판교는 쾌적할 뿐 아니라 트렌디한 카페나 레스토랑 등이 많다는 점에서 만족스럽다”고 했다.



    미래형 기업 유치

    “이제 더는 노는 땅이 없다.”

    판교테크노밸리 관계자들은 1~2년 전부터 입버릇처럼 이런 말을 하기 시작했다. 입주를 희망하는 기업도 많고, 이미 입주한 기업의 요구도 많은데, 이런 요구를 수용할 공간이 더는 남아 있지 않아서다. 특히 이곳 기업들 사이에선 미국 실리콘밸리의 스탠퍼드대학과 같은 구실을 할, 대학이나 연구기관 등 지식 기반 조직에 대한 갈증이 크다. 남경필 도지사와 함께 판교글로벌리더스포럼 공동의장을 맡은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대표는 “판교에는 고급 인력이 모여 있다보니 직장생활과 병행해 석·박사 학위 과정을 이수하고자 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경기도는 지난해 10월 ‘넥스트 판교’(제2 판교테크노밸리) 조성 계획을 밝혔다. 남 지사 취임 후 첫 프로젝트로 넥스트 판교 사업을 출항시킨 것에서 엿볼 수 있듯 넥스트 판교에 대한 경기도의 의지는 강하다. 남 지사는 넥스트 판교 조성 계획을 발표하면서 “제2의 판교테크노밸리 사업은 미래 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혁신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넥스트 판교는 7200억 원의 사업비를 모두 민간자본으로 충당해 성남시 수정구 금토동 및 시흥동 일원에 43만2000㎡ 규모로 조성된다. 기존 판교(66만1000㎡)의 65% 크기인 ‘뉴 판교’가 인근에 생기는 것이다. 사업기간은 올해부터 2019년까지. 올 하반기에 단지별 콘텐츠를 마련하고 기업 입주 협약을 체결하며, 2017년 용지 분양 및 공사를 시작해 2018년 상반기에 입주를 개시한다는 계획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넥스트 판교는 IT, BT 수요에 대응해 기존 판교테크노밸리를 확장하면서 동시에 고도화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는 넥스트 판교에 기존 판교의 게임-소프트웨어-바이오 클러스터를 확장하는 한편,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미래형 기업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이들 미래형 기업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한 지원 시스템도 갖춘다. ‘G-Next 센터’를 만들어 창업, 투자 유치, 해외 진출 등 기업의 성장 단계에 맞춘 지원을 한곳에서 제공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기업과 대학 및 연구시설이 넥스트 판교의 식구가 될까. 경기도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내에 LH공사와 경기도시공사가 수요 조사를 할 계획인데 반도체 S사, 게임업체 W사, 사물인터넷업체 K사 등이 긍정적 반응을 보인다”며 기업 유치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다른 관계자는 “판교, 그리고 역시 테크노밸리가 조성 중인 경기도 광교까지가 고급 인력 확보가 가능한 ‘남방한계선’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라며 “기업들 사이에선 고급 인력을 확보하려면 근무지가 지방이어선 곤란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대학 유치와 관련해 “이미 여러 대학에서 판교 진출에 관심을 보였다”며 “대학들은 판교테크노밸리를 새로 열린 큰 시장으로 보는 듯하다”고 전했다.



    밀어주고 끌어주는 생태계 육성

    한편 판교에서 근무하는 2030 젊은 세대에게 저렴한 주거 공간을 제공하기 위한 ‘2030하우스’ 건립 계획도 확정됐다. 이는 남 지사의 공약이기도 하다. 판교테크노밸리 내 산학연R&D센터와 삼성테크윈 사옥 사이 도유지 5288㎡에 지하 4층, 지상 7층 규모로 건설된다. “1인실, 2인실, 레지던스 등 다양한 유형으로 200실이 만들어지는데, 내년 7월 착공해 2017년 완공된다.

    지난 3월 30일, 박근혜 대통령은 판교테크노밸리 내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해 화상으로 연결된 어린이집 아이들 앞에서 양팔로 하트를 그리는 포즈를 취했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지역창조경제혁신센터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대기업이 지역 특성에 맞는 핵심사업을 발굴해 중소·중견기업의 혁신을 돕고, 산학연이 연합해 아이디어의 사업화를 지원하는 곳.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는 경기도와 KT가 협력해 ICT 제조업을 IoT와 연결하고 핀테크(Pintech·금융과 기술 융합) 분야를 중점 육성한다. 또 전국 17개 지역창조경제혁신센터의 정보를 모아 해외 투자자들과 연결하는 글로벌 센터 구실도 한다.

    이날 박 대통령이 체험한 것은 중소업체 HDPro가 개발 중인 ‘안심보육 서비스’. 어린이집 내부 폐쇄회로(CC)TV를 텔레비전이나 스마트폰에 연결해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서비스다. 남 지사는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IoT, 게임 등 스타트업 500개 육성을 ‘민선 6기’ 목표 중 하나로 삼았다(상자기사 참조). KT는 2017년까지 이 센터 사업에 130억 원을, 창조경제 전용펀드에 100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판교 스탠더드’를 꿈꾼다

    올 10월에는 판교테크노밸리 단지 내 ‘산학연R&D센터’가 완공된다. 1만7364㎡의 부지에 지하 2층, 지상 8층으로 건립되는 이 센터는 첨단기업체와 연구소, 경기도 소재 대학 연구센터를 잇는 네트워크 연구 활성화의 구심점이 될 전망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여러 대학이 들어와 오픈랩을 설치해 공동연구 및 공동교육을 효과적으로 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고 밝혔다.

    판교테크노밸리는 착공한 지 10년 만에 ICT, BT, CT 등 첨단기업이 집적해 ‘성공’이란 타이틀을 따냈다. 또 성공한 벤처 1세대가 후배 스타트업에 업무 공간을 제공하고 멘토링하는 생태계가 자발적으로 형성돼간다. 이런 판교의 성공 노하우를 배우러 온 해외 관계 공무원이 2012년엔 74명, 2013년에는 93명이나 됐다. 남 지사는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창립 축사에서 “경기도가 꿈꾸는 새로운 스탠더드 중 하나가 ‘판교 스탠더드’”라며 “꿈과 용기, 그리고 끼만 있다면 누구든 이곳에 와서 성공할 수 있는 창조 생태계를 만들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기존 판교 고도화 작업과 넥스트 판교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가 주목하는 또 하나의 ‘실리콘밸리’가 탄생할지 주목된다.


    G-Next 프로젝트 출항!▼ 국내 최초 게임 콘텐츠 오디션 열린다 ▼
    경기도가 판교테크노밸리에서 야심 차게 추진하는 사업 중 하나가 ‘G-Next’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중국 게임업계의 급속한 성장으로 갈수록 어려워지는 국내 게임업계를 쇄신하려는 노력이자, 경기도를 게임산업의 메카로 키우려는 청사진에서 나왔다. 이 프로젝트 관계자는 “최근 국내 게임산업이 어려워진 이유가 경쟁은 치열해지는데 시장은 좁기 때문”이라며 “게임 스타트업을 발굴해 해외 진출까지 지원함으로써 국내 게임업계의 부활을 꾀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의 시작으로 경기도는 ‘게임 창조 오디션’을 개최한다. 개발이 완료됐거나 완료 단계에 있는 게임을 보유한 전국 사업자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으며, 6월 말에서 7월 초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넥슨 NC소프트 NHN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게임업계 ‘간판’들의 심사를 통해 5개 이내의 최종 지원 대상을 선정하게 된다. 최종 선발된 게임 제작자에게는 게임 콘텐츠 개발 지원금, 해외 게임 관련 전시회 참가, 아마존 웹 서비스사의 클라우드 서비스 등이 지원된다. 9월에도 아이디어 단계의 게임 콘텐츠를 대상으로 한 오디션이 실시된다.

    한편 경기도는 게임 스타트업을 위한 업무 공간 확보에도 나선다. 2017년 완공되는 2030하우스에 게임창업보육센터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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