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호

“감추는 게 능사 아냐…몸 이해해야 성(性) 제대로 마주한다”

[기획 | ‘위기를 기회로’ 저출산 고령화 시대] 전문의 서주태·문경용이 말하는 ‘참’성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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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입력2026-03-08 0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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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性)=몸의 변화’ 인식, 충동 조절의 출발점

    • 불안 거르는 의학적 설명, 성교육에 절실

    • 내 몸의 변화, ‘본질’부터 제대로 알아야

    • 생식기 수술, 돌이킬 수 없는 결과 낳을 수도

    서주태 서주태비뇨의학과의원 대표원장은 “사춘기 아들이 ‘야동’을 남몰래 시청하는 것을 알게 되더라도 훈계하듯 나무라는 것은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동아DB

    서주태 서주태비뇨의학과의원 대표원장은 “사춘기 아들이 ‘야동’을 남몰래 시청하는 것을 알게 되더라도 훈계하듯 나무라는 것은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동아DB

    “아이들이 읽을까 두려워요. 낯 뜨거워서 어른인 저도 선뜻 넘기기 어려워요.”(학부모 A씨)

    “난교, 동성애, 성교 방법까지…. 도서관에 있는 성교육책들을 보면 애들이 뭘 느끼고 배울까 걱정돼요.”(학부모 B씨)

    자식을 키우는 엄마라면 한 번쯤 인터넷 포털에서 ‘성교육책’을 검색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검색창에 단어를 입력하는 순간부터 마음이 편치 않다. 기사 제목을 훑는 것만으로도 불안해지고, 막상 책을 골라 목차를 넘기다 보면 ‘이 책을 우리 애가 읽어도 될까’ 하는 망설임이 앞선다.

    문경용 아이오라여성의원 원장은 “여성은 임신중절수술 이후 자궁내막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남을 수 있으니 미래 건강까지 염두에 두고 신중한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아DB

    문경용 아이오라여성의원 원장은 “여성은 임신중절수술 이후 자궁내막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남을 수 있으니 미래 건강까지 염두에 두고 신중한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아DB

    이런 불안은 개인의 기우만은 아니다. 오죽하면 학교나 공공도서관에 비치된 청소년 성교육서 상당수가 이른바 ‘빨간딱지 논란’에 휩싸였을까. 실제로 지난해 전국 공공도서관과 학교 도서관에 비치된 일부 성교육 교재들은 과도한 성행위 묘사와 노골적인 삽화로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아니나 다를까. 지금까지 출간된 청소년 성교육서 가운데 152종이 ‘부적합 성교육 도서’로 분류됐다. 그런데도 국가인권위원회는 “청소년유해간행물로 지정되지 않은 성교육·성평등 도서의 열람이나 대출을 임의로 제한하는 행위는 아동의 ‘알권리’를 침해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혼란 속에서 최근 색다른 시각으로 성교육을 다룬 책이 나와 눈길을 끈다. 비뇨기과 전문의 서주태 서주태비뇨의학과 원장과 산부인과 전문의 문경용 아이오라여성의원 원장, 이승주 의료 전문 작가가 공동 집필한 ‘니몸 알고 내몸 알면’(희망마루)이다. 무엇보다 의학계에서 이 책의 출간을 반기는 분위기다. 

    이 책은 몸과 마음이 질풍노도인 사춘기 청소년들이 성과 관련해 가장 궁금해하는 68가지 의문을 쉽고 차분하게 풀어낸다. 특히 여성과 남성의 몸과 마음에 변화를 일으키는 호르몬을 생식생리학이라는 의학적 언어로 이해하기 쉽게 알려주는 게 장점이다.

    이성 친구 미래에 불행한 일 없도록 책임감 갖게 지도 

    공동 저자 서주태 원장은 “몸을 이해하면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고 말한다. 성교육의 출발점은 금기가 아니라 이해와 ‘앎’이라는 것이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교육책을 출간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청소년들이 알고 있는 성 지식의 상당수가 친구들끼리 주고받는 이야기나 이른바 ‘카더라’식 정보다. 이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내용은 과장되거나 왜곡되기 쉽고, 정작 자신의 몸에서 벌어지는 변화에 대해서는 놀랄 만큼 무지한 경우가 많다. 한번은 고등학교 1학년 남학생이 어머니와 함께 진료실을 찾았다. 자신의 성기가 너무 작고, 소변이 두 줄기로 나온다며 심각하게 걱정했다. 비뇨기과 전문의의 눈으로 봤을 때 크기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소변이 두 갈래로 나오는 건 아침 첫 소변에서는 흔히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이다. 잠자는 동안 분비물이나 건조함 때문에 요도 입구가 잠시 붙어 있다 보면 아침에 첫 소변을 볼 때 두 줄기로 나올 수 있다고 의학적으로 설명해 주자 학생 표정이 환해지더니 ‘이제 걱정 안 하고 공부에 전념하겠다’고 하더라. 그때 느꼈다. 청소년에게 필요한 성교육은 자극적인 정보가 아니라, 불필요한 불안을 걷어내 주는 의학적 설명이라는 것을. 이 책을 쓰게 된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성교육의 범위와 정의를 말해 달라. 

    “성교육이란 말 자체에 이미 답이 들어 있다. 성(性)은 마음 심(心)과 날 생(生)이 합쳐진 글자다. 여기서 ‘날 생’은 단순히 몸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생명을 유지하며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결국 성교육은 몸을 제대로 아는 것에서 시작돼야 한다. 도대체 내 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성적 자극에 왜 감정이 이토록 요동치는지, 왜 어떤 사랑은 충동적으로 느껴지고 그 충동이 때로는 위험해질 수 있는지, 이런 질문에 대해 호르몬과 신체의 실제 작동 원리를 바탕으로 설명해 주고 싶었다. 겁을 주는 성교육, 쾌락을 금기시하는 성교육이 아니라 몸의 구조와 작동 원리를 정확히 짚어주는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야 심신이 모두 건강한 성인이 될 수 있고, 미래에 건강한 예비 아빠, 예비 엄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니몸 알고 내몸 알면’이라는 제목을 붙인 데는 그 나름의 기획 의도가 작용했을 것 같다.

    “이 책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표가 분명히 있다. 청소년에게 자신의 몸과 이성의 몸을, 그리고 그 변화 과정을 생식생리학적으로 제대로 알려주고 싶었다. 1차적으로는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 자체가 로또보다 더 위대한 행운이라는 사실, 그래서 나의 몸을 왜 소중하게 다뤄야 하는지를 전하고 싶었다. 동시에 충동적인 마음이 곧 사랑은 아니라는 점, 여자 친구를 좋아한다면 오히려 더 조심스럽고 귀하게 대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말하고 싶었다. 2차적으로는 이런 이해가 쌓이면 성적 욕구를 참아내는 인내심과 이성(異性)을 배려하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된다고 본다. 책 제목에는 바로 그런 변화를 기대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생식생리학은 성(性)과 어떤 연관이 있나.

    “성호르몬의 영향을 일생에서 가장 강하게 받는 시기가 10대 청소년기다. 남학생의 경우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이 급상승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성욕뿐 아니라 공격성과 반항성도 함께 커진다. 남학생은 여기에 더해 생각하는 뇌, 다시 말해 브레이크를 거는 역할을 하는 전두엽이 여학생보다 성숙하는 속도가 느려서 충동 조절이 어려울 수 있다. 이것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발달의 문제다. 이성(理性)은 타고나는 능력이 아니라 훈련되는 기능이다. 판단하고, 멈추고, 참고, 결과를 상상하는 능력이 길러져야 말과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 이 과정은 특히 남학생에게 더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억압이 아닌 이해다. 성(性)을 몸의 변화로 인식하고, 생식생리학적 관점에서 제대로 알게 되면 그 자체가 충동 조절의 출발점이 된다.”

    목차에서 ‘과도한 야동 시청이 위험한 이유’ ‘자위를 너무 자주 하면 생기는 문제’가 눈에 띄었다. 그 어떤 설명보다 이해가 잘됐다는 반응도 있다.

    “바로 그 지점이다. 자위와 야동 시청은 성장기 남학생이라면 현실적으로 피하기 어려운 과정이다. 부모는 아무리 놀랐더라도 자식을 훈계하듯, 다그치듯 나무라서는 안 된다. 그 방식은 대부분 역효과를 낳는다.

    요즘 아이들은 1980~90년대 학생들과 다르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세대에게 ‘나 때는 말이야’ 하며 경험담이나 상식을 논하는 것은 더는 설득력이 없다. ‘꼰대’식 훈계로는 소통이 되지 않는다. 아들이 혹시 여자 친구와 만나다가 사고라도 칠까 봐 무작정 ‘만나지 말라’고 잔소리하기보다는, 여자 친구의 몸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그 친구의 미래에 불행한 일이 없도록 내가 도와줘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그 인식이 생길 때 비로소 행동도 달라질 수 있다.”

    딸아이 몸에서 나타나는 신호 놓치지 않아야

    산부인과 전문의이자 공동 저자인 문경용 원장은 집필에 참여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난임 치료가 내 전공이다. 임신이 잘되지 않는 여성들을 진료하면서 안타까운 장면을 수도 없이 마주했다. 이들은 매달 생리를 하면서도 생리가 무엇인지, 왜 생리통이 심했는지, 생리주기는 왜 이렇게 불규칙한지, 생리양이 왜 이리 많은지, 남들은 다 하는 생리를 왜 나는 하지 않는지, 이런 궁금증을 알려고 하지 않은 채 살아온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한국 사회에서는 여전히 임신과 출산이 아니면 산부인과에 가는 것을 꺼리는 문화가 존재한다. 그 결과 여성들은 자신의 몸을 제대로 이해할 기회를 놓친 채 성인이 된다. 딸을 키우는 아빠의 마음으로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여성의 몸과 그 변화를 제대로, 정확하게 설명해 주고 싶었다.”

    여성의 마음이 갈대인 이유가 호르몬 때문이라는 사실을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됐다.

    “엄마와 언니, 여교사, 동성 친구의 변덕스러운 면도 비로소 이해가 될 거다. 어떤 때는 예민해지고, 어떤 때는 한없이 너그러워지는 이유는 ‘타고난 성격’만이 아닌 호르몬의 영향에 있다. 그 주기는 생리와 배란이라는 사이클과 연관이 있다. 이때는 몸이 예민해지고 감정의 기복이 심해질 수 있다. 뇌도 성장 중인 시기이기 때문에 현재 느끼는 감정만을 자신을 지배하는 감정의 전부로 여겨선 안 된다. 그 시간을 넘기면 솟구치던 감정의 파고가 언제 그랬냐는 듯 가라앉는 경우도 많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게 조금 더 참아보고, 신중하게 대처하려면 무엇보다 내 몸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부터 제대로 알아야 한다. 몸을 이해하면 감정도 다루기 쉬워진다.”

    책 ‘니몸 알고 내몸 알면’은 몸과 마음이 질풍노도인 사춘기 청소년들이 성과 관련해 가장 궁금해 하는 68가지 의문을 쉽고 차분하게 풀어낸 성교육서다. 동아DB

    책 ‘니몸 알고 내몸 알면’은 몸과 마음이 질풍노도인 사춘기 청소년들이 성과 관련해 가장 궁금해 하는 68가지 의문을 쉽고 차분하게 풀어낸 성교육서다. 동아DB

    원치 않는 임신을 한 경우 쉽게 중절 수술을 선택한다. 난임 의사로서 짚고 넘어가고 싶은 의학적 진실이 있나. 

    “로맨틱한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그녀를 사랑하니까 지켜주고 싶다’는 대사가 자주 나온다. 이 말은 성과 임신의 문제에서도 그대로 적용돼야 한다고 본다. 여성은 임신중절수술 이후 자궁내막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남기 십상인데 이러한 사실을 모른 채 살아가는 이가 많다. 소파술은 자궁내막에 착상된 태아를 긁어내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자궁내막의 바탕이 되는 기저층이 손상되면 재생이 되지 않는다. 이를테면 손톱은 빠져도 다시 자랄 수 있지만 손톱을 만들어내는 뿌리가 손상되면 손톱은 다시 나지 않는다. 자궁내막도 마찬가지다. 겉으로는 회복된 것처럼 보여도, 기저층이 손상되면 이후 임신에서 착상이 어려워질 수 있다. 그래서 이 문제에 낙태할 권리로만 접근할 게 아니라 이후 일어날 수 있는 신체적 손상도 고려해야 한다. 불가피하게 중절수술을 해야 한다면 병원과 의사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진짜로 상대를 사랑한다면, 그 사람의 미래 건강까지 지켜주는 선택이어야 한다.”

    사춘기 딸을 둔 부모에게 도움이 될 만한 생식생리학적 지식으로 어떤 게 있을까. 

    “초경이 너무 빠르거나, 생리주기가 지나치게 길거나, 생리통이 유난히 심하거나, 생리혈이 너무 많다면 ‘왜 그럴까’ 하는 의문을 가져야 한다. 딸아이가 살을 빼려고 검증되지 않은 다이어트 약을 먹고 있지는 않은지도 수시로 살펴야 한다. 생리통이나 과다생리혈 때문에 산부인과를 찾게 된다면 병원과 의사를 더욱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생식기와 관련된 수술을 쉽게 결정해선 안 된다. 건강한 예비 엄마가 되려면 무엇보다 가임력, 즉 임신이 가능한 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부모가 기본적인 생식생리학적 지식을 갖고 있어야 딸의 몸에서 나타나는 신호를 지나치지 않고 제때 도와줄 수 있다.” 

    서주태
    ● 연세대 의대 졸업 
    ● 전 대한생식의학회 회장
    ● 전 제일병원 병원장
    ● 현 서주태비뇨의학과의원 대표원장
    ● 현 대한여성건강학회 회장, 대한비뇨기호르몬연구회 회장
    문경용
    ● 서울대 의대 졸업 
    ● 전 부산마리아 원장
    ● 전 서울마리아 자궁내막클리닉센터장
    ● 현 아이오라여성의원 원장(산부인과 의사/난임의사)


    김지영 기자

    김지영 기자

    방송, 영화, 연극, 뮤지컬 등 대중문화를 좋아하며 인물 인터뷰(INTER+VIEW)를 즐깁니다. 요즘은 팬덤 문화와 부동산, 유통 분야에도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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