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점유자와 공부상 소유권자 불일치한 토지
6·25전쟁 겪으며 장부 소실 등 역사적 특수성도 원인
토지소유권 취득하려면 세 가지 요건 다 갖춰야
점유기간 20년 넘어야 점유취득시효 주장 가능
평소 점유한 땅, 실제 소유 여부 면밀히 살펴야

‘점유취득시효’는 실제 토지를 점유한 자와 그 토지의 공부상 소유권자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 장기간의 토지 점유로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Gettyimage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이 같은 일을 본인이 실제로 경험한다면 대단히 황당할 것이다. 이런 경우가 발생하게 된 대부분의 배경으로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겪은 우리나라의 역사적 특수성을 들 수 있다. 광복 이후 일제강점기 당시 작성된 토지조사부가 실제 권리관계를 명확히 규정하지 못한다는 주장이 있었고, 이후에도 전쟁 때문에 공적 장부가 많이 소실됨에 따라 당시 현황대로 지적도나 등기부의 정리가 완벽하게 돼 있지 않았다.
소유자가 불명확한 토지도 상당수 존재했는데, 당시 정부와 국회는 각종 특별조치법을 제정함으로써 이와 같은 소유권 분쟁을 해결하고 토지 경계를 일괄적으로 정리했다. 현재는 국토 대부분이 대체로 명확하게 구분·정리됐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인구가 밀집된 도시에서는 정밀한 측량을 통해 거의 현황에 맞게 지적도와 등기부가 정리됐다. 반면에 지방의 시골에서는 여전히 토지소유권의 경계가 명확히 구분돼 있지 못한 경우도 간혹 발견하게 된다.
이와 같이 실제 토지를 점유한 자와 그 토지의 공부상 소유권자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 장기간의 토지 점유로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점유취득시효’다. 토지 점유에 따른 점유취득시효 요건은 어떠하며, 이와 관련된 분쟁이 발생했을 때 유의할 점은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본다.
점유취득시효, 법률적 쟁점은 자주점유 인정 여부
점유취득시효로 토지소유권을 취득하기 위해선 세 가지 요건, 즉 ①소유의 의사로 평온·공연하게 점유하여야 하고, ②20년간 점유하여야 하며, ③실제로 등기부에 등기를 경료(經了·정해진 절차를 거쳐서 완성한다는 뜻)해야 하는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하면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다.우선 첫 번째 요건인 ‘소유의 의사로 하는 점유’라 함은 소유자가 할 수 있는 것과 같은 배타적 지배를 사실상 행사하려는 의사를 말하는데, 이를 자주점유라고 표현한다. 소유의 의사가 없는 점유는 타주점유이며, 소유의 의사로 하는 자주점유가 인정돼야만 취득시효가 인정된다고 할 수 있다.
점유취득시효 대부분의 법률적 쟁점은 바로 이 자주점유의 인정 여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정도로 점유취득시효에서 자주점유 인정 여부는 굉장히 중요하고, 이를 입증하는 것도 쉽지 않다.
보통의 경우 자주점유는 추정이 된다. 그런데 우리 대법원 판례는 “점유자의 점유가 소유의 의사 있는 자주점유인지 아니면 소유의 의사 없는 타주점유인지의 여부는 점유자의 내심의 의사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점유 취득의 원인이 된 권원의 성질이나 점유와 관계가 있는 모든 사정에 의하여 외형적·객관적으로 결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점유자가 점유 개시 당시에 소유권 취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법률행위, 기타 법률요건이 없이 그와 같은 법률요건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 타인 소유의 부동산을 무단 점유한 것임이 입증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점유자는 타인의 소유권을 배척하고 점유할 의사를 가지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이로써 소유의 의사가 있는 점유라는 추정은 깨졌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7. 8. 21. 선고 95다28625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라고 판시했다.
따라서 악의의 무단 점유가 입증된 경우에는 자주점유의 추정이 복멸(覆滅·추정이나 추정된 사실을 뒤집는다는 뜻)돼 결과적으로 시효취득을 할 수 없게 된다. 간단히 알기 쉽게 설명하면, 매수나 증여를 통해 최초에 내 땅으로 알고 점유를 개시한 경우라고 보면 된다. 남의 땅인 줄 알면서 점유한 경우라면 타주점유가 되기에 자주점유로 인정될 수 없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자주점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추정이 되므로 점유취득시효를 주장하는 자에 맞서 이를 다투는 상대방이 직접 타주점유임을 입증해야만 한다. 한편 소유의 의사 유무는 점유를 처음 개시할 당시, 즉 점유 개시 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겪으면서 현황대로 지적도나 등기부의 정리가 완벽하게 돼 있지 않았다. 동아DB
제3자가 소유권이전등기 마치면 시효 주장 못 해
두 번째 요건으로, 점유기간이 20년에 이르러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자주점유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토지의 점유취득시효를 주장할 수 없게 된다. 점유취득시효는 법률관계의 안정을 기하기 위해 일정한 사실 상태가 상당 기간 계속된 경우에 그 사실 상태가 진실한 권리관계와 일치하느냐 여부를 따지지 않고, 그 사실 상태를 존중해 이를 진실한 권리관계로 인정하려는 제도다. 우리 민법에 따르면 그 상당 기간이 바로 20년간의 점유라고 이해하면 될 것이다.마지막 세 번째 요건으로는, 소유의 의사(자주점유)로 평온·공연하게 20년 동안 점유했다고 하더라도 실제 소유권을 취득하기 위해선 등기를 경료해야 한다. 이는 부동산에 관한 공시의 원칙을 취하는 우리 민법의 태도에 따라 등기부에 소유명의자로 등기해야 비로소 대외적으로 소유권 취득을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토지에 대한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됐다고 하더라도 이를 등기하지 않고 있는 사이, 그 토지가 제3자에 의해 소유권이전등기로 넘어가면 점유자는 그 제3자에게 점유취득시효를 주장할 수 없게 된다. 점유취득시효를 주장하려면 제3자가 등기를 마친 시점으로부터 또다시 20년을 점유해야만 한다. 이 때문에 점유취득시효 요건을 갖추었다면 반드시 등기하는 것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점유취득시효 요건을 모두 충족한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행사해 그 권리를 충분히 인정받아야 한다. Gettyimage
요건 모두 충족해 시효 주장하긴 쉽지 않아
이상으로 점유취득시효의 요건 세 가지를 모두 살펴봤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 요건들을 모두 충족해 점유취득시효를 주장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얼마 전 필자는 부모로부터 토지를 상속받은 의뢰인이 그 상속받은 토지 중 일부 필지에 관한 소유권 취득이 누락돼 이에 관한 점유취득시효 완성을 원인으로 하는 소송을 맡아 진행한 경험이 있다.
사안을 간단히 소개하면, 필자를 찾아온 의뢰인은 부친으로부터 논밭·임야 등 상당한 면적의 필지를 상속받았는데 부친이 생전에 토지를 매수할 당시엔 누락된 필지의 토지를 전부 포함해 매매목적물에 당연히 포함된 것으로 알고 매수했다. 이후 실제로 그 토지 일부 필지에 농작물을 경작하고 수목을 식재해 20년 이상 그 토지를 사용·수익하고 있었다.
부친이 사망하고 이를 상속받은 의뢰인은 우연한 기회에 등기부를 살펴보다가 토지 일부 필지에 대해 소유권이 누락된 사실을 발견하고 상속인의 지위에 따라 부친의 점유를 포괄 승계해 점유취득시효 완성을 주장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결국 소유권을 되찾을 수 있었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
점유취득시효 제도는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법 원칙에 기초한 것으로, 우리 민법이 인정하고 있는 제도다. 권리는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보호받을 수 있는 것이므로 주변을 돌아봐서 혹시라도 내가 점유한 땅이 실제로 다른 사람의 소유는 아닌지, 반대로 내 명의로 등기돼 있는 땅을 다른 사람이 장기간 점유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그 결과, 점유취득시효의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한다고 여겨지면 이를 적극적으로 행사해 그 권리를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 바란다.

● 1978년 출생
● 성균관대 법학과 졸업
● 서울남부지방법원 민사조정위원
● 국세심사위원회 전문위원
● 국토교통부 한국토지주택공사 건설공제조합 법률자문
● 現 HS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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