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퇴직금·DB형·DC형 구분…새출발 위한 자금
부동산 사려고 중간 정산? 회사 사정 따라 거절 가능
휴직 기간도 퇴직금 산정에 포함…단체협약이 변수
일반 퇴직금 50%까지 압류 가능, 상계는 불가

성과급을 받는다고 무조건 퇴직금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성과급 및 직장의 성격에 따라 퇴직금 산입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Gettyimage
“연말 성과급을 받고 퇴사하면 퇴직금이 더 늘어나나요?” 실무에서 가장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다. 결론부터 말하면 성과급의 성격과 회사 유형에 따라 다르다. 성과급을 받는다고 무조건 퇴직금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성과급이 개인 성과급인지 경영 성과급인지, 직장이 공공부문인지 민간기업인지에 따라 퇴직금 산입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일반 퇴직금·DB형·DC형 구분…새출발 위한 자금
퇴직급여는 1년 이상 근무한 근로자가 퇴사할 때 받는 돈이다. 흔히 퇴직금으로 뭉뚱그려 부르지만 △일반 퇴직금 △퇴직연금 DB형(확정급여형) △퇴직연금 DC형(확정기여형)으로 나뉜다. 일반 퇴직금은 가장 전통적인 방식으로 회사가 직접 퇴직금을 계산해 지급한다. ‘1일 평균임금 × 30일 × (재직일수 ÷ 365)’로 산출한다. 퇴직연금 DB형(확정급여형) 역시 산정 방식은 일반 퇴직금과 같다. 다만 회사가 매년 부담금을 외부 금융기관에 적립한다는 점이 다르다. 퇴직연금 DC형(확정기여형)은 구조가 완전 다르다. 회사가 매년 근로자 연봉의 12분의 1 이상을 근로자 명의 계좌에 납입하고, 근로자가 직접 금융상품을 선택해 운용한다. 운용 성과에 따라 퇴직금 규모가 달라지는 구조다.평생직장은 이제 옛말이다. 이직은 일상이 됐고, 퇴직금은 ‘보너스’가 아닌 새출발을 위한 생존 자금에 가깝다. 하지만 정작 퇴직금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직을 앞둔 직장인들이 실제로 많이 겪는 상황을 중심으로 퇴직금에 대해 살펴보자.
Q1. 성과급 받고 퇴사하면 퇴직금 더 받을까.
성과급은 크게 개인 성과급과 경영 성과급으로 나뉜다. 개인 성과급은 근로자의 실적이나 성과에 따라 지급되며, 개별 근로 제공의 대가라는 점에서 일반적으로 임금에 해당한다. 따라서 개인 성과급은 퇴직금 산정 시 포함된다. 반면 경영 성과급은 매출이나 영업이익 등 기업의 경영 성과를 기준으로 지급된다. 이때 경영 성과급의 퇴직금 포함 여부는 회사 및 경영 성과급의 성격에 따라 달라진다. 공기업의 경영 성과급은 퇴직금 산정에 포함되나 사기업은 성과급의 성격에 따라 포함 여부가 달라진다.
이와 관련해 최근 대법원은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다. 1월 29일 대법원은 삼성전자 경영 성과급을 둘러싼 소송에서 같은 회사의 성과급이라도 성격에 따라 퇴직금 포함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원은 목표 인센티브가 퇴직금 산정에 포함된다고 봤다. 근로자별 월 기준급의 120%를 기초로 지급 규모가 어느 정도 확정돼 있고, 취업규칙에 지급 근거와 대상, 산정 방식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평균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매년 계속 정기적으로 지급돼 왔다는 점도 고려됐다.
반면 ‘성과 인센티브’에 대해서는 판단이 달랐다. 성과 인센티브는 사업부별 경제적 부가가치(EVA)를 기준으로 산정되는데, 대법원은 EVA가 근로자의 근로 제공뿐 아니라 시장 상황, 회사의 지출 규모, 경영 판단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물이며 지급률 산정 기준도 별도로 정해져 있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이를 퇴직금 산정에 포함할 수 없다고 봤다.
같은 날 선고된 대법원의 SGI서울보증 경영 성과급 판결도 비슷했다. 해당 성과급이 14년간 지속적으로 지급됐지만 성과급 지급이 사장의 재량으로 취업규칙에 명시된 점, 근로 제공 외 다른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는 당기순이익의 실현이 성과급 지급의 전제 조건이라는 점 등을 근거로 경영 성과급은 퇴직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부동산 사려고 중간 정산? 회사 사정 따라 거절 가능
Q2. 내 집 마련 목적의 퇴직금 중간 정산, 무조건 될까.10년째 같은 회사를 다니는 B씨는 요즘 집 문제로 고민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오르는 집값을 보며 더는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예금, 주식, 적금까지 탈탈 털어봤지만 여전히 돈이 부족했다. “퇴직금 중간 정산 받아서 집 샀다”는 친구의 말에 마음은 더 급해졌다. 마침 마음에 드는 급매 물건도 나왔다. 고민 끝에 계약금부터 넣었다. 다음 날 B씨는 회사 인사팀에 “퇴직금 중간 정산 좀 받을 수 있느냐”고 물어봤다. “문제없다”는 대답을 예상했으나 돌아온 답은 생각과 달랐다. “회사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아 어렵다”는 것이다. B씨는 “부동산 매매는 법에서 정한 퇴직금 중간 정산 사유인데, 왜 거부하느냐”며 억울해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회사는 퇴직금 중간 정산을 거부할 수 있다. 근로자가 법정 요건을 갖췄다고 회사에 반드시 지급 의무가 생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회사가 자금 사정을 이유로 거절하면 근로자는 강제할 수 없다. 퇴직금 중간정산이 필요하다면 반드시 사전에 회사에 먼저 물어보자. 참고로 퇴직연금 DB형은 사유와 관계없이 중도 인출이 아예 불가능하다.
Q3. 육아휴직 후 바로 퇴사하면 퇴직금이 줄어드나.

근로기준법은 육아휴직과 같은 특정 기간을 평균임금 산정에서 제외하도록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Gettyimage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육아휴직 기간은 퇴직금 계산 시 평균임금을 산정할 때 제외되기 때문이다. 만약 육아휴직 기간을 포함해 계산한다면, 육아휴직을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퇴직금이 줄어드는 부당한 결과가 발생한다. 이를 막기 위해 근로기준법은 육아휴직과 같은 특정 기간을 평균임금 산정에서 제외하도록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즉 C씨의 퇴직금은 육아휴직 직전에 정상적으로 근무할 때 받았던 3개월간의 임금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참고로 △3개월 이내의 수습 계약기간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휴업한 기간 △출산 전후 휴가 및 유산·사산 휴가 기간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으로 요양하기 위해 휴직한 기간 △쟁의행위 기간 △예비군, 민방위훈련 등으로 근무하지 못한 기간 △업무 외 부상이나 질병, 그 밖의 사유로 사용자의 승인을 받아 휴직한 기간 역시 퇴직금 산정 기간에서 제외한다.
Q4. 아파서 쉬면 퇴직금에 불리할까.
건강검진에서 암 진단을 받은 D씨는 치료를 위해 1년간 휴직을 신청했다. 치료도 걱정이지만, 현실적으로는 퇴직금이 더 마음에 걸린다. 장기간 휴직하면 그 기간이 퇴직금 산정에서 빠지는 것은 아닐지 불안해서다.
원칙적으로 휴직 기간은 퇴직금 산정에 포함된다. 퇴직금 계산 기준이 되는 ‘계속근로기간’은 입사일부터 퇴사일까지의 전체 기간을 의미한다. 질병 치료를 위한 휴직은 물론 유학이나 개인 사정으로 근무하지 않은 기간도 특별한 규정이 없다면 계속근로기간에 포함된다.
다만 예외는 있다.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개인 사유로 휴직한 기간은 계속근로기간에서 제외한다”는 규정이 있다면, 그 기간은 계속근로기간에서 제외된다. 휴직을 고민하고 있다면 취업규칙을 꼭 한 번 확인해 보자.
간단한 확인이 수백만 원 차이 만들어…차분히 점검
Q5. 퇴직금도 압류되나.투자 실패로 채무가 생긴 E씨. 어느 날 법원에서 보낸 서류 한 통이 회사에 도착했다. ‘퇴직금 압류 통지’였다. 이 경우 E씨의 퇴직금은 실제로 압류될까. 민사집행법 제246조 제1항에 따르면 일반 퇴직금은 최대 50%까지 압류할 수 있다. 반면 퇴직연금(DB·DC형)은 다르다. 근로자의 노후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인 만큼 법적으로 압류가 금지된다.
Q6. 단축 근무하면 퇴직금 줄어드나.
회사가 어렵다며 “한동안만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만 근무해 달라”는 사장의 부탁을 받은 K씨. 4개월간 하루 4시간씩 근무했고, 급여도 기존 월급의 절반만 받았다. 하지만 회사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생계에 부담이 커져 이직을 결심했다. 그런데 퇴사 후 받은 퇴직금은 예상의 절반 수준이었다. K씨는 “회사 부탁으로 근로시간을 줄였는데 퇴직금까지 반으로 주는 게 맞느냐”며 억울해했다.
이때 퇴직금액은 퇴직급여 유형에 따라 달라진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따르면 “사용자가 근로자와 합의해 소정 근로시간을 하루 1시간 이상 또는 주 5시간 이상 단축해 3개월 이상 계속 근로하기로 한 경우 사업주는 근로자에게 퇴직금이 감소할 수 있음을 미리 알리고 퇴직급여 감소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가령 일반 퇴직금과 퇴직연금 DB형의 경우 ①퇴직연금 DC형으로 전환하거나 ②근로시간 단축 전후 기간을 구분해 퇴직금을 산정하는 식이다. 별개로 일반 퇴직금의 경우 근로시간 단축 시점을 기준으로 퇴직금 중간 정산을 할 수 있다. 만약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퇴직금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
반면 퇴직연금 DC형의 경우 위 사유로는 퇴직금 중도 인출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퇴직연금 DC형은 근로자가 실제로 받은 임금의 12분의 1을 적립하는 방식이므로, 단기간의 근로시간 단축이 퇴직금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적다.
Q7. 퇴직금도 상계 처리될까.
회사 차량을 운행하던 중 근로자 과실 100%의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차량 수리비만 1000만 원이 들었다. 회사는 해당 근로자에게 수리비를 청구했지만, 근로자는 “당장 지급할 여력이 없다”며 거부했다. 이 경우 회사가 퇴직금에서 손해액을 상계 처리할 수 있을까.
과거에는 근로자의 동의가 있다면 퇴직금의 상계 처리가 가능했다. 그러나 2022년 고용노동부는 입장을 변경했다. 퇴직급여가 근로자의 노후생활 보장을 위한 금품이므로, 근로자가 동의하더라도 퇴직금과 근로자의 채무를 상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퇴직금은 상계가 불가능하다.
퇴직금은 단순히 지나온 시간에 대한 보상이 아니다. 그동안의 노력과 책임이 쌓인 결과이자, 새로운 출발을 가능하게 하는 현실적 안전망이다. 이직을 앞두고 있다면 감정적 해방감을 잠시 누르고 한 번쯤은 퇴직금과 권리를 차분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내가 어떤 퇴직급여 제도에 가입돼 있는지, 평균임금은 얼마인지, 퇴사 시점은 언제인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간단한 확인과 준비가 수백만 원의 차이를 만들기도 한다. 조금이라도 헷갈린다면 주저하지 말고 회사 인사팀이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자. 작은 관심과 한 번의 확인이 이직 이후의 여유를 결정짓는 경우도 적지 않다.

● 1986년생
● 前 수원지방법원 민사조정위원
● 고용노동부 경기지청 청원 심의위원회 위원
● 삼성화재해상보험㈜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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