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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지진에 수소폭발? 소가 웃을 일

허점투성이 블록버스터 ‘판도라’

  • 이정훈 | 동아일보 출판국 전략기획팀 편집위원 hoon@donga.com

6.1 지진에 수소폭발? 소가 웃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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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일본 동해안 5대 사이트에선 비상발전기가 돌아가 정상적으로 대처했다. 한국 원전은 비상발전기를 모두 지상에 설치했다. 쓰나미를 맞아도 물이 빠져나가면 수리해 비상발전기를 돌릴 수 있다. 후쿠시마 사고 후 한국은 또 하나의 안전망을 덧붙였다. 비상발전기를 실은 트레일러를 추가한 것이다.

대형 지진 후 쓰나미가 몰려오면 이 트레일러는 인근 언덕으로 올라간다(이 도로는 지진이 일어나도 트레일러가 갈 수 있도록 해놓았다). 그리고 쓰나미가 물러나면 돌아와 비상발전기를 돌린다. 지상 비상발전기가 침수돼 가동되지 못하는 상황에 대비한 것이다.

‘판도라’엔 쓰나미 등으로 인해 비상발전기가 돌아가지 않게 된 상황 설정이 없다. 그냥 ‘한별 1호기’ 격납용기가 터지는 장면만 있으니 비현실적이다. ‘어린아이가 던진 조약돌을 맞고 동물원의 수사자가 죽었다’는 이야기처럼 창의력이 부족하다.

박 감독은 규모 6.1의 지진으로는 원전 사고가 나지 않는다는 것, 원전엔 비상발전기가 있어 외부 전원이 끊어져도 대응할 수 있다는 걸 안 것 같다. 이 때문에 지진으로 냉각수가 흐르는 관이 깨져 냉각수가 누설되는 상황을 설정했다. 그러나 냉각수 관이 깨지는 건 최악의 상황이므로 과학자들은 가장 단단히 설계했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무조건 신품으로 교체토록 해놓았다.





조약돌 맞고 죽은 사자

원전 종사자도 ‘자기 죽을 짓’은 하지 않는다. 냉각수가 흐르는 관이 새면 큰 사고가 일어나므로 매뉴얼대로 교체하고, 2중 3중으로 검사를 받는다. 부식되는 상황을 용납하지 않는 것. 냉각수 관은 원전회사는 물론, 정부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와 전문 연구조사기관인 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서도 검사한다. 원전 사고의 피해는 국경을 넘어 확대될 수 있어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감독한다.

박 감독은 규모 9.0의 강진에도 후쿠시마를 비롯한 일본 원전에선 냉각수가 새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에 주목했어야 한다. 사상 최대의 지진이 일어났어도 냉각수가 흐르는 관을 끄떡없게 하는 기계적 조치는 이미 완성돼 있는 것이다.

박 감독은 수소폭발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았어야 한다. 1979년 미국 스리마일 2호기는 수소폭발을 했지만 격납용기는 깨지지 않았다. 두께가 60cm나 됐기 때문이다. 사망자와 부상자는커녕 자연 방사선 이상으로 방사능을 쬔 사람도 전혀 나오지 않았다. 격납용기가 수소폭발을 막아냈으니 방사성 물질이 밖으로 나갈 수 없었던 탓이다.



수소폭발 견디는 한국 원전

1986년 옛 소련의 체르노빌 4호기는 격납용기가 없고, 일반 공장의 지붕 같은 것만 쓰고 있었기에 제대로 수소폭발을 했다. 방사성 물질이 사방으로 퍼졌다. 후쿠시마의 격납용기는 두께가 16cm라 수소폭발이 일어나자 깨지면서 방사성 물질이 유출됐다.

체르노빌에서 60여만 명이 죽었다는 것은 완전 오보다. 체르노빌 일대엔 그렇게 많은 사람이 살지도 않는다. 체르노빌에선 출동한 소방대원과 원전 직원 59명이 숨졌다(피폭으로 투병하다 2005년까지 숨진 사람 포함). 후쿠시마 1발전소에선 단 2명이 숨졌는데, 이들의 주검은 쓰나미가 빠진 후 발견됐다. 방사선 피폭이 사인(死因)이 아닌 것이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고리 1호기의 격납용기 두께는 65cm다. 최근 원전은 120cm에 달한다. 우리 원전의 격납용기는 모두 수소폭발을 견딜 수 있다. ‘판도라’에서 한별 1호기의 격납용기는 항아리처럼 터지는데, 그러한 일은 일어날 수 없는 것이다. 한국 원전의 격납용기는 추락하는 비행기에 정통으로 맞아도 붕괴되지 않고 일부가 깨지는 데 그칠 것으로 본다.

수소폭발을 없애는 방법도 개발됐다. 물(H₂O)을 전기분해하면 수소(2H₂)와 산소(O₂)로 나눠지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다면 거꾸로, 수소 분자 2개에 산소 분자 1개를 더해 물을 만들 수도 있다. 핵연료가 발생시킨 수소를 없애려면, 그 수소에 산소를 결합해 물을 만드는 장비를 넣어두면 된다. 이 장비를 ‘피동형 수소재결합기’라고 하는데 후쿠시마 사고 후 우리 원전엔 모두 이 장비가 들어갔다.

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판도라’는 원전 근무자들을 모욕했다. 원전회사가 근로자들을 버리는 장면이 나오기 때문이다. 일본과 미국은 물론이고 옛 소련에서도 사고 후 회사가 근무자를 버린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원전은 대부분 무인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사람은 안전한 곳에서 안전한 상황일 때만 투입되므로 사고가 나서 방사능 차단을 위해 작업하던 이들을 위험한 곳에 가둬둘 이유가 없다.



원전 종사자의 동료애

6.1 지진에 수소폭발? 소가 웃을 일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우왕좌왕했으나, ‘판도라’ 속 한국 대통령은 의연히 결심한다. 영화에 나오는 유이(唯二)한 애국적 장면 중 하나다.

수소폭발 후 사고 처리를 위해 사람을 투입할 필요가 있었을 때 일본 도쿄전력은 자원자를 받았다. 그때 원전 종사자들은 서로 가겠다고 손을 들었다. 도쿄전력은 피폭 시간을 고려해 일정 시간만 작업하고 나오게 하는 식으로 그들을 교대 투입했다. 군인에게 전우애가 있듯, ‘원자력장이’들에게도 동료애가 있다.

‘판도라’에선 수소폭발 전에 달려온 전(前) 소장이 본부장의 반대를 무릅쓰고 바닷물을 주입하라고 지시한다. 이는 후쿠시마 사고 때 발전소장이 수소폭발이 있기 전, 본사의 허가를 받지 않고 독단적으로 소방차의 펌프를 이용해 바닷물을 넣으라고 지시한 것과 흡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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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 동아일보 출판국 전략기획팀 편집위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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