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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초대시

제비꽃 꽃잎 속

  • 김명리

제비꽃 꽃잎 속

제비꽃 꽃잎 속

퇴락한 절집의 돌계단에 오래 웅크리고

돌의 틈서리를 비집고 올라온
보랏빛 제비꽃 꽃잎 속을 헤아려본다

어떤 슬픔도 삶의 산막 같은 몸뚱어리를
쉽사리 부서뜨리지는 못했으니

제비꽃 꽃잎 속처럼 나 벌거벗은 채
천둥치는 빗속을 종종걸음으로 달려왔다




내 몸을 휩싸는 폭죽 같은 봄의 무게여

내가 부둥켜안고 뒹구는 이것들이
혹여라도 구름 그림자라고는 말하지 말아라

네가 울 때, 너는 네 안의 수분을 다하여 울었으니
숨 타는 꽃잎 속 흐드러진 암향이여

우리 이대로 반공중에 더 납작 엎드리자

휘몰아치는 봄의 무게에
대적광전 기우뚱한 추녀 또한 뱃고동 소리로 운다

         
김명리

●1959년 대구 출생
●198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물 속의 아틀라스’ ‘적멸의 즐거움’  ‘불멸의 샘이 여기 있다’ 등




신동아 2017년 4월호

김명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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