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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김정은 정권 권력지형

유일 독재체제 완성, 체제 안정성 여전히 불안

  • 김진하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 laximionme@gmail.com

2018년 김정은 정권 권력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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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군 강력 견제…당 통한 수령체제 재건
    ● ‘좌천’ ‘혁명화재교육’ 딛고 최룡해 2인자 등극
    ● 친여동생 김여정, 정권 명운 걸린 핵심사업 관장
    ● ‘운구차 7인방’ 몰락…박광호 정경택 장길성 등 신진 세력 부상
    ● 핵 강압 외교 진두지휘 리용호 정치국 위원 승진
2017년 10월 7일 북한 노동당은 제7기 중앙위원회 제2차 전원회의를 개최해 정치국 위원 5인과 후보위원 4인을 보선했다. 2016년 제7차 당대회에서 선출된 위원의 3분의 1 이상이 바뀌는 대폭적인 교체였다. 

2017년은 김정은이 김정일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세습 공고화 과정이 채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최고 권력을 유증받은 지 6년차 되는 해였다. 전원회의를 거치며 김정은 정권의 외양이 정비되는 모양새다. 2017년 초 김원홍 국가보위상 해임과 김정남 암살에 이르기까지 최고위 간부들을 전율케 해온 공포·숙청정치가 잠시 휴지기를 맞이한 가운데 권력 엘리트의 진용을 가다듬는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이다. 북한 권력지형 변화의 주요 특징을 차례로 살펴보자.

당의 귀환

2017년 11월 17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최룡해 당 중앙위 부위원장이 쑹타오 중국특사를 접견하고 있다. [뉴시스]

2017년 11월 17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최룡해 당 중앙위 부위원장이 쑹타오 중국특사를 접견하고 있다. [뉴시스]

우선, 유일영도체제의 재건이다. ‘운구차 7인방’으로 대변되는 원로들의 후견으로 독재자 경력을 쌓기 시작한 김정은은 인민군 최고사령관, 노동당 위원장,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 정치국 상무위원, 국무위원회 위원장 등 당·군·정 최고위직을 독점하며 최고 권력자로서 입지를 굳혔다. 공식 직함의 무게는 오히려 김정일을 능가한다. 

어린 나이와 일천한 정치 경력, 그리고 예상치 못한 권력승계 과정 단축으로 직함 매집과는 별개로 상당 기간 원로 세력들과의 권력 분점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김정은은 공포의 숙청정치를 주도하며 기득권 체제 엘리트들을 신속하게 제압했고, 이제 무소불위의 절대 권력을 행사하는 유일독재자로 군림하고 있다. 

김정은 권력독점체제는 잠재적 도전 요인으로 간주되는 인적·조직적 거점을 분쇄하면서 성립되었다. 특히 김정일 선군(先軍)통치하에서 체제 유지의 전위 역할을 수행하던 군에 대한 견제는 강력했다. 리영호, 현영철 등 군 원로들에 대한 잔혹한 숙청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빈번한 교체와 불명예 좌천으로 군의 권력거점화를 사전 차단했다. 지금까지 교체된 인민무력상이 6명, 총참모장은 5명에 달한다. 제7기 중앙위원회 2차 전원회의를 통한 최고위 엘리트 충원 과정에서도 군 출신 인사의 진입을 최대한 억제하는 모습이었다. 



2017년 초 김정은은 공안통치의 최선봉장 역할을 맡아온 국가보위상 김원홍을 강등·해임했다. 장성택 처형을 결의하며 김정은 시대 최측근 그룹으로 부상한 삼지연 8인방의 일원인 김원홍 해임은 반복된 숙청 과정 속에서 권력을 집적해온 보위성에 대한 견제와 기관 방역이 주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2017년 10월 최룡해 주도하에 20년 만에 이뤄진 군 총정치국에 대한 조직지도부의 대대적 검열,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출신으로 김정은 지근거리에서 세를 떨치던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보위상 해임 후 총정치국 제1부국장으로 복귀했던 김원홍에 대한 처벌·경질설은 잠재적 권력 거점기관에 대한 사전 방역작업의 또 다른 사례 발생을 알려준다.

조직지도부의 약진

반면 유일체제 재건의 중추기제로서 당의 위상이 제고되고 있다. 김정은 세습 이후 유일체제 확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사·조직 개편과 주요 국가 정책에 대한 결정은 당대회 및 대표자대회,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그리고 정치국 회의와 같은 당 의결기구를 통해 처리되는 양상이다. 

당을 통한 김정은 수령체제의 재건은 핵심 조직인 조직지도부와 선전선동부의 위상 강화로 직결된다. 특히 당 안의 당이자 그림자권력인 조직지도부는 공포·숙청정치를 기획·지휘하며 김정은 유일지도체제 구축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김정은의 권력 독점이 강화될수록 조직지도부의 권위가 강화되는 공생·공조관계가 성립된 것이다. 

장성택 숙청은 행정부 전면 해체, 조직지도부로의 기능 이관과 조직 합병으로 이어졌다. 2007년 행정 부문을 별도 전문부서로 독립시켜 경쟁과 균형을 통해 조직지도부를 견제하려 했던 김정일의 의도가 무색해진 것이다.
 
조직지도부 주요 간부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조직지도부 신구세대 대표주자 김경옥과 조용원은 권력 엘리트들의 잦은 숙청과 부침에도 불구하고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가 조연준, 조용원과 함께 김정은 ‘비선실세’ 3인방 중 한 명으로 지목한 박태성은 평안남도 도당위원장을 거쳐 2017년 10월 당 중앙위원회 2차 전원회의에서 정치국위원으로 승진하며 중앙당으로 복귀했다. 

북한식 권력정치에 대한 학습이 축적되면서 김정은도 조직지도부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힘의 집중을 견제코자 하는 경계의식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2017년 10월 당 중앙위원회 2차 전원회의에서 그간의 숙청사건들을 막후에서 지휘하며 장성택, 현영철, 김원홍 등 거물 원로들을 제거·제압, 핵심 실세로 자리매김한 조연준 제1부부장을 한직인 당 검열위원장에 임명하는 사실상 좌천성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더욱이 김정은의 최측근으로 부상한 최룡해의 조직지도부 부장 겸직 사실이 보도되고 있다. 조직지도부 감독을 강화하려는 김정은의 속내가 여실히 읽힌다. 그러나 권력기관으로서 조직지도부의 위상과 권한 자체가 약화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당 중심으로 재구축된 유일지도체제의 효과적 통제·관리를 위해서는 김정은과 조직지도부 간 공생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운구파 7인방의 몰락

그간의 독재체제에 대한 연구는 독재자 몰락이나 제거 사례의 3분의 1 이상이 체제 내부자에 의해 이뤄져왔음을 보여준다. 밑으로부터의 혁명이나 외세 개입에 의한 체제전복 사례를 훨씬 능가하는 비율이다.3대째 이어진 북한 독재체제의 장수 비결은 체제 내부 엘리트에 대한 철저하고 가혹한 감시와 규율이었다 해도 과장이 아니다. 

김정은은 유일체제 확립을 위해 권력 엘리트를 재구성했다. 먼저 반란 지도부 역할을 수행할 잠재력을 갖춘 원로 세력을 숙청하고 해임해 일소했다. 경고와 공포의 효과를 배가하기 위해 극단적인 본보기 처형도 마다하지 않았다. 대상자 선정의 관건은 실제적인 거사 기도나 의지가 아니라 잠재적인 도전 능력의 보유 여부였다. 

이에 따라 김정일 시대 최고 엘리트이자 김정은 세습 초반 후견 세력으로 위세를 떨친 ‘운구차 7인방’은 모두 사라졌다.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리영호 총참모장,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김정각 총정치국 제1부국장,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 등은 순차적으로 제거되었으며,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던 김기남 선전선동부장과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도 제7기 당 중앙위원회 2차 전원회의를 통해 퇴장했다. 이 밖에도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김용진·최영건 내각 부총리, 변인선 총참모부 작전국장 등 최고위급 간부 140여 명을 처형한 것으로 추산된다. 

친인척조차 예외는 아니다. 장성택, 김경희 부부의 비극적 퇴장은 대표적인 사례다. 2017년 발생한 김정남 암살사건도 유사한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김정일의 장남이라는 혈통적 정통성은 김정은 유일독재체제에 대한 잠재적 위협 요소로 제거 대상이 되기에 충분했다. 2017년 9월엔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을 목표로 한 암살조가 베이징에서 체포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엘리트 길들이기

2017년 10월 7일 김정은 위원장이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참가자들과 금수산 태양궁전을 참배하고 있다. [동아DB]

2017년 10월 7일 김정은 위원장이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참가자들과 금수산 태양궁전을 참배하고 있다. [동아DB]

숙청의 칼날을 피할 수 있었다 해도 기다리는 것은 빈번한 좌천 인사와 혁명화 재교육 등 가혹한 엘리트 길들이기 과정이다. 김정은에 대한 절대적 복종과 충성심을 증명해내야만 생존과 재등장이 가능해진다. 현재까지 가장 성공적인 적응력을 보여준 인물은 최룡해다. 2014년 실각과 더불어 혁명화교육까지 거친 최룡해는 7차 당대회를 기점으로 정치국 상무위원,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등 6개 직함으로 부활했다. 2017년 10월 당 중앙위원회 2차 전원회의에선 당 군사위원회 위원과 전문부서(조직지도부로 추정) 부장 등 2개 직함을 더하며 명실상부한 당 서열 2위 자리에 올랐다. 

간부 대상의 인적(人的) 무해화(無害化) 공정은 측근조차 피해갈 수 없다. 청년 수령 김정은의 이미지 창출에 공을 세우며 각광받던 최휘 선전선동부 부부장도 과잉 충성을 이유로 하방(下放) 처분을 받았다. 이후 지방(함경북도)당 부위원장으로 복귀한 최휘는 2017년 10월 정치국 후보위원 및 중앙위 부위원장으로서 중앙정계에 돌아왔다. 

삼지연 8인방의 운명은 더 극적이다. 전술했듯이 황병서 총정치국장은 검열설에 휘말려 있다. 선두주자로 치고 나가던 김원홍도 급락세를 타고 있다. 한 외신은 그가 최근 평양 인근 협동농장의 농장원으로 사실상 유배에 처해졌다고 전한다. 김정은의 책사로 일컬어지던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은 2015년 의문의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2013년 당 재정경리부장으로 임명되며 두각을 나타낸 한광상은 2015년 비리 혐의로 혁명화처벌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 석상에서 사라졌던 그는 2016년 군 후방총국 소속 중장으로 재등장한 바 있다. 

당 재정경리부 설계실 소속으로 김정일 일가의 관저 및 저택을 설계한 마원춘은 김정은 승계 후 당 재정경리부 부부장 및 국방위 설계국장으로 승진한다. 마식령스키장 건립 등 김정은의 위업을 과시하는 극장(劇場)국가 세트장 건설 프로젝트를 지휘하며 승승장구한다. 그러나 2014년 평양 순안공항 신청사 건설 방향에 대해 질책당한 후 양강도 협동농장 농장원으로 하방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2017년 10월 당중앙위원회 2차 전원회의를 통해 중앙위원회 후보위원으로 이름을 올리며 복귀를 신고했다. 2017년 11월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포한 김정은은 모종의 결단이 필요한 듯 12월 또다시 백두산에 오른다. 보도에 따르면 8인방 중 마원춘만 동행했다. 영향력 회복에 나서는 모습이다. 

믿을만한 직계가족을 파격적으로 등용하거나, 조직 기반 및 인맥이 취약한 주변부 인물을 발굴하는 것도 독재자들이 애용해온 친정체제 강화 방안의 하나다. 주변의 질시와 견제를 받을 수밖에 없는 신진 발탁 인사들에게 거의 유일한 생존수단은 절대적 충성심으로 독재자와의 연결고리를 확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여정과 김정철의 엇갈린 행보

2017년 10월 8일자 노동신문에 실린 신임 정치국 위원들 사진.[동아DB]

2017년 10월 8일자 노동신문에 실린 신임 정치국 위원들 사진.[동아DB]

직계가족 중에서는 친여동생 김여정의 급부상이 눈에 띈다. 2013년 한국의 청와대 비서실장에 해당하는 당 서기실 실장에 취임하면서 직계가족이 서기실장에 임명된 최초 사례가 되었다. 또한 호위사령부 의전국장직도 맡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정은 최측근 실세로 떠올랐다. 2014년에는 선전선동부 부부장을 겸임하면서 세습 정당화 및 수령 우상화 사업에도 뛰어든다. 선전선동부 위상 제고와 밀접한 상관관계를 짐작하게 한다. 더구나 김씨 일가의 외화벌이 및 해외비자금 관리부서인 당 39호실을 실질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도 보도된 바 있다. 정권의 명운(命運)이 걸린 핵심 사업들을 관장하고 있는 것이다. 

김여정에겐 2016년 이후 실권에 걸맞은 공식적인 당적 지위가 부여됐다. 2016년 5월 제7기 당중앙위원회 1차 전원회의에서 중앙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된 김여정은 2017년 10월 2차 전원회의에서는 만 30세의 나이로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보선됐다. 그야말로 가파른 수직 상승을 보여준 셈이다. 40대에 중앙위원회 위원직을, 그리고 뇌일혈로 쓰러진 김정일을 긴급 보좌하기 위해 2010년에야 64세의 나이로 정치국에 입성한 김정일 여동생 김경희 사례와 비교해도 김여정의 상승이 얼마나 파격적인지 알 수 있다. 

이에 반해 친형인 김정철의 약세는 두드러진다. 공개 활동이 뜸해지면서 해외비자금 관리설, 심신쇠약설, 정치기피증 같은 다양한 해석이 나돌고 있지만, 비록 동복일지라도 잠재적 대안으로서 부상이 가능한 김정철에 대한 김정은의 견제 심리와 ‘크나큰 사랑’에 대한 충성맹세문까지 제출한 김정철의 로 키(Low Key) 생존전략이 보다 합리적인 설명이 될 듯하다. 위험하면 제거된다는 철칙에서는 친형도 벗어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신진 세력의 부상

신진 세력의 부상도 두드러진다.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정치국 위원, 전문부서 부장(선전선동부장 추정) 등을 겸직하며 혜성같이 등장한 박광호가 대표적이다. 김여정이 선전선동부 부부장직을 수행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녀가 박광호의 파격 승진에 일정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박광호는 대규모 군중동원집회 주석단에 연이어 등단하며 열광적 연설로 김정은의 핵강국건설 위업을 찬양·선전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일거에 정치국 후보위원과 군사위원회 위원 자리를 차지하며 김원홍을 대체, 보위상에 취임한 것으로 알려진 정경택, 군사위원회 위원과 정찰총국장에 임명되며 유력 인물로 급부상 중인 장길성 상장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정경택은 김일성 시대 경제 분야 내각부총리로 봉직한 정준택의 아들로 공군장교와 지방의 국가보위성 간부를 지낸 인물로 알려졌다. 군·보안기관 주변부에서 실력을 쌓아왔지만 권력 중앙의 유명 인사들과는 거리가 먼 전문관료 출신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오히려 그의 이러한 무명성(無名性)이 깜작 발탁의 주요 계기가 된 듯하다. 신임 보위상 인선 과정에서 특정 인물에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방지하라는 김정은의 특별 지시가 있었다는 한 외신의 전언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장길성도 크게 다르지 않다. 김양건의 사고사로 전임 김영철이 통일전선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 공석이던 정찰총국장에 새로 임명된 장길성은 정찰총국의 전신인 인민무력부 정찰국 시절부터 줄곧 정보 업무 및 대남활동 실무에만 종사해온 전문가로 알려졌다. 조직지도부 등 유일체제 재건 주축 세력에 의해 주도되는 국가보위성, 총정치국, 정찰총국 등 권력기관에 대한 방역작업의 연장선에서 이해해도 무리는 없을 것 같다.

체제 DNA로 각인된 핵·경제 병진노선

김정일의 권력 승계 정통성은 백두혈통의 신성(神聖)가계에 근거했다. 그러나 아무리 폐쇄적인 북한 사회라도 김정은까지 순혈주의만으로 정당화하는 것은 무리인 상황에 도달했다. 이에 대체·보완재로 등장한 것이 핵 카리스마다. 가문의 유업인 핵강국 건설을 완수해 제국주의 침탈에 결연히 맞서며 사회주의 최후 보루로서 북한 사수와 통일 사명을 결연히 완수해나아가는 위대한 지도자상(像)이 그것이다. 

이런 점에서 관련 전문가 집단을 우대하는 것은 친정체제 강화를 위한 당연한 수순으로 볼 수 있다. 2017년 10월 당 중앙위원회 2차 전원회의에서도 병진노선 관철과 자력갱생을 유달리 강조한 김정은은 체코 유학파 출신으로 김정일 시대 중화학공업 전문가이자 최고 경제통으로 각광받다 은퇴한 81세 태종수 전 내각부총리를 정치국 위원으로 재소환했다. 또한 안정수 경공업부장을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승진시키는 한편, 전 경공업상이자 현 내각부총리 이주오를 중앙위원회 위원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특히 태종수는 고난의 행군 기간 중 구미 기업과의 합작투자가 성사되어 북한의 한 대형공장 현대화를 진행하려 했으나 새로운 기계가 실제 도착하기 전에는 기존 설비를 해체할 수 없다며 버텨낸 일화로 유명하다. 결국 합작이 무산되면서 주체성 있는 경제 관료로 김정일의 극찬을 받은 바 있다. 경제제재의 굴레를 극복하는 자력갱생 비책 마련을 위해 비장의 카드로 발탁된 모양새다. 

핵무력 개발 프로그램 실무 책임자들과 국제사회에 맞서 북한의 핵 보유 의지를 과시하고 있는 외교 전문가들의 승진도 거듭되고 있다. 핵·미사일 개발의 주무부서인 군수공업부의 제1부부장 리병철은 군사위원회 위원으로 격상되었으며, 김정식·홍승무·홍영칠 등 군수공업부 부부장들과 리홍섭 핵무기연구소장 등 핵개발 유공자들도 중용되고 있다. 특히 리병철은 주요 미사일발사 실험의 현장이나 열병식에 김정은과 동석하며 미사일 개발 주역임을 과시했다. 2017년부터는 육군대장으로 호명되고 있다. 김정은의 핵무력 개발 강행 추진이 낳은 기린아인 셈이다.

2018년은 김정은 권력 검증 고사장

고위급 외교관들의 합류도 눈길을 끈다. 국제포위망을 돌파하며 핵무장국 지위를 인정받는 한편, 한미군사동맹의 파열음을 조장하면서 종국적으로 강압 외교 전술을 통해 미군 철수를 견인해내는 중책을 떠맡은 것으로 보인다. 그간 대서방 외교전문가로 경력을 쌓아온 리수용은 7차 당대회에서 ‘핵보유국 지위를 견지’하며 공세적인 ‘대적투쟁’을 전개할 것을 맹세하며 정치국 위원(정무국 외교담당 부위원장 겸직)으로 승격했다. 

핵 강압 외교를 진두지휘해온 리용호 외무상도 2017년 10월 2차 전원회의에서 정치국 위원으로 승진했다. 회의 개최 직전인 9월 23일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리용호는 핵무력 개발과 전략 도발을 강행하는 북한을 향해 ‘완전 파괴’를 경고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인신 모독적 비난을 쏟아내면서 김정은에 대한 충성심을 만방에 과시한 바 있다. 

또한 북한은 2017년 4월 11일 개최된 제13기 최고인민회의 제5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일 통치기에 사장됐던 외교위원회를 부활시켜 위원장에 리수용을 선출하고,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리용남 대외경제상,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등을 위원으로 선임하는 등 외교 조직을 재정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상과 같이 김정은 정권은 빠른 시간 내에 유일지도체제를 재구축해냈다. 그러나 김정은 시대 파워 엘리트들을 견고한 이념이나 전쟁 같은 극한 체험의 공유를 통해 다져진 끈끈한 동지애로 결합된 집단으로 간주하기는 힘들다. 심각한 위기에 봉착하면 체제 내부 균열로 조각날 개연성이 오히려 높아진 것이다. 북핵 위기의 악화가 예고되는 2018년은 김정은 정권의 체력이 실제로 검증되는 고사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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