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호

“이재명? 쇄신 대상인가, 혁신 주체인가” 험악해진 친명·친문

민주당 분열 화약고 8월 전당대회

  • 김대현 시사평론가·대현TV 운영자

    kimdaehyun15@gmail.com

    입력2022-06-19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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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선·지선 연패 책임론 대두

    • 친문 홍영표 “李 출마 다 반대”

    • 친명계 ‘이재명 죽이기’ 반발

    • 문재인 정부 실정까지 평가?

    • 절대 당권은 못 주는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내 의원실로 첫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6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내 의원실로 첫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야당(野堂)이 된 더불어민주당의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외형상 선거 연패에 따른 책임 공방이 벌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당 주도권을 잡기 위한 계파 간 권력투쟁 양상이 뚜렷해지는 모양새다.

    포문은 최근 1년 계획으로 미국 유학을 떠난 이낙연 전 대표가 열었다. 그는 6월 2일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민주당은 패배를 인정하는 대신에 ‘졌지만 잘 싸웠다’고 자찬하며 패인 평가를 밀쳐두었다”고 썼다.

    민주당은 3월 9일 대통령선거에서 이재명 후보를 내세웠지만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 0.73%포인트 차로 석패했다. 두 후보 간 표차는 24만7000여 표에 불과했다. 이 수치는 얼마간 민주당에 위안이 됐다. 이 후보에게 표를 던진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선 실제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자평이 이어졌다. 민주당과 이 후보 측도 강성 지지자들의 자위적 평가를 여과 없이 수용하며 위안으로 삼았다. 여기서 실타래가 꼬이기 시작했다는 게 이 전 대표 주장의 골자다.

    親文, 이재명 겨냥한 책임론

    정당은 정권 창출을 목표로 한다. 대선 패배는 가장 뼈아픈 경험이다. 제대로 된 정당이면 대선 패인을 치열하게 논의하고 이에 따른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서 차기 대선을 준비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경우 대선에 이어 6월 1일 전국동시지방선거까지 연패하고 나서야 비로소 당 내부에서 선거 패배 책임론이 제기됐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선거 패배를 뼈저리게 반성하지 못하는 민주당의 모습에서 과거 자유한국당이 떠오른다”며 비아냥거리기까지 했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 4차례 큰 선거에서 잇따라 완패한 바 있다.



    문제는 그 이후 친문계(친문재인계)가 선거 책임론 공방에 불을 댕겼다는 점이다. 친문계 인사들은 선거 패인 분석과 책임론이 당 혁신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하며 이재명 의원을 겨냥한 발언을 쏟아냈다. 이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였고,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으나 연패의 사슬을 끊는 데 실패했다.

    친문계 홍영표 의원은 6월 6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 인터뷰하면서 “이번 선거 결과를 분석해 보면 이재명 의원이 ‘인천 계양’으로 나서고 송영길 전 대표가 서울에 출마한 게 (패배의) 결정적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말해 이 의원과 송 전 대표 때문에 지방선거에서 졌다는 것이다.

    그는 또 “이재명 의원은 (인천 계양을 출마를) 당시 모든 사람이 원했기 때문에 출마했다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 다 반대했다”고 폭로했다.

    당내 주류인 친문계는 대선과 지방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민주당 승리를 위해 한껏 몸을 낮춰왔다. 이재명 의원이 대선후보와 지방선거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아 주도한 선거였기에 그를 향한 비판이 자칫 내분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언행을 자제해 왔다. 하지만 당이 연패의 수렁에 빠지자 친문계는 혁신을 기치로 당 주도권 잡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자 이번에는 친명계(친이재명계) 인사들이 이 의원을 두둔하며 친문과 전선을 형성했다. 특히 당내 강경 초선 그룹은 친문 측이 제기한 ‘이재명 책임론’을 ‘이재명 죽이기’로 규정하면서 총력 대응에 나선 상태다.

    친명계 좌장 격인 정성호 의원은 이와 관련해 “현재 당을 개혁하고 이끌어갈 인물이 이 의원 말고 누가 있느냐. 지방선거 패배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고 누구 하나 손가락질할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차기 총선 공천권 걸린 전대

    친문계와 이재명 의원 지지 세력(신주류) 사이의 신경전은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민주당의 또 다른 화약고가 될 전망이다.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는 단순히 당대표를 선출하는 것을 넘어 차기 총선에서 ‘어느 계파가 공천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느냐’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이벤트다. 전당대회를 통해 당권을 장악한 세력은 2024년 총선에서 공천을 받는 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다. 이들이 총선에서 당내 다수파를 형성하는 데 성공하면 차기 대선까지 당의 주도권을 잡고 계파 수장을 대선후보로 밀어 올릴 수 있다. 친명계가 ‘이재명 전대 출마론’을 고수하는 배경에는 이처럼 차기 총선과 대선을 겨냥한 노림수가 깔려 있다.

    친명계가 이재명 의원을 적극적으로 두둔하며 내세운 명분은 대안부재론이다. 무소속 민형배 의원은 6월 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이재명 의원은 (민주당에서) 가장 큰 자산을 갖고 있는 정치인”이라면서 “(이재명을 중심으로) 창당 수준의 당 재건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 의원은 민주당 강경파 초선 의원 모임인 ‘처럼회’ 소속이었으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통과를 위해 4월 민주당을 탈당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의원을 지켜보는 불안한 시선도 만만치 않다. 이 의원은 지방선거와 함께 실시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경기 성남(분당갑) 대신 인천 계양을 지역에 출사표를 던지며 명분을 잃었다. 인천 계양을은 민주당 처지에서 보면 텃밭으로 불릴 정도로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불리한 구도 속에 치러지는 지방선거이니만큼 험지인 분당갑에 나갔어야 했다는 지적은 지금도 이 의원을 따라다니는 꼬리표다.

    더욱이 그는 선거 기간 국민의힘 윤형선 후보의 추격을 허용하면서 지역에 발이 묶이고 말았다. 대선 패배 후 치러진 지방선거가 정부·여당 견제 성격보다 대선 연장전이라는 프레임이 작동하게 만든 것도 이 의원 출마가 가져온 부작용 중 하나다.

    이로 인해 당내 일각에선 이 의원의 출마를 우려하며 만류하는 분위기가 상당했다고 한다. 하지만 친명계의 강력한 요구와 이 의원 본인의 의지가 맞물리며 당내 신중론은 설자리를 잃고 말았다. 과거 이회창·정동영 등 유력 정치인이 대선 패배 직후 정치를 재개했으나 결국 대선고지를 밟는 데 실패한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비주류의 조언은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의원을 둘러싼 이른바 사법 리스크도 본인과 민주당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민주당 일부 원외 인사들은 “만약 검찰이 이 의원을 겨냥한 수사를 본격화한다면 그 부담은 이재명 본인에게 한정되는 게 아니라 당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현재 사정 당국은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내내 이 의원의 발목을 잡은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은 물론 배우자 법인카드 유용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대장동 의혹 등 수사 본격화

    6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대표회의실의 문이 굳게 잠겨 있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6·1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를 발표한 가운데 민주당은 이날 국회의원·당무위원회 연석회의를 열고 수습책을 논의했다. [뉴스1]

    6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대표회의실의 문이 굳게 잠겨 있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6·1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를 발표한 가운데 민주당은 이날 국회의원·당무위원회 연석회의를 열고 수습책을 논의했다. [뉴스1]

    지금처럼 친명계와 친문계가 갈라져 권력투쟁을 벌인다면 결국 양쪽 모두 쇄신 대상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내 소장파로 불리는 박용진 의원은 6월 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하면서 “본인도 무한책임을 얘기했기 때문에 당 혁신을 이야기해야 할 텐데 이재명 의원이 민주당 혁신의 주체인지 아니면 쇄신의 대상인지 냉철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구주류였던 친문계와 신주류로 부상하는 친명계의 분열적 계파 구조는 민주당의 고질적 병폐이자, 최근 두 차례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민주당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당내 온건파인 이상민 의원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금 민주당은 끈적끈적하게 고착화된 계파주의에 찌들어 있다”면서 계파주의를 산산조각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생환한 김동연 경기지사 당선인의 향후 행보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 당선인은 당내 계파에서 자유로울 뿐만 아니라 개혁 성향이 강한 비주류로 분류된다. 최근 김 당선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개혁과 혁신’을 주요 화두로 제시하면서 당내 기득권 해체를 주문하고 있다. 만약 김 당선인이 민주당 쇄신의 적임자로 부상할 경우 이 의원을 위협할 새로운 당내 경쟁자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일단 이 의원이 8월 전당대회에 나선다면 현재로선 당대표로 선출될 가능성이 높다. 당 대선주자로 선거를 치르면서 강성 지지층을 규합한 데다, 원내 입성까지 했기 때문에 당내에 이렇다 할 경쟁자가 없는 상황이다.

    이 의원은 6월 7일 국회의원이 된 후 처음 의원회관에 출근하는 자리에서 기자들을 만나 “아직까지 전당대회 부분에 대해선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서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 했다. 당 일각의 반대를 의식한 표현이긴 하지만 출마 가능성 자체는 열어둔 셈이다.

    이 의원이 당대표로 선출되면 2024년 총선 공천은 물론 선거를 지휘하는 역할까지 맡게 된다. 다만, 윤석열 정부에 유리한 현재의 선거 지형이 바뀌지 않는 한 이 의원이 주도하는 세 번째 선거의 승리도 장담키는 어려워 보인다.

    그러므로 민주당은 먼저 야당다운 야당으로 거듭나야 하는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 유권자 다수는 대선에서 패한 민주당이 ‘검수완박’ 법안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보인 의회 권력의 독주를 우려 섞인 시각으로 바라봤다. 국민의 눈에는 견제받아야 할 권력이 윤석열 정부가 아니라 의회 권력을 쥔 민주당으로 보이는 상황이다. 거대 야당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만약 민주당이 2024년 총선에서도 국민의 지지를 얻는 데 실패한다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국민의힘에 내어준 데 이어 의회 권력까지 집권당에 뺏기게 된다.

    우상호의 한계

    민주당은 4선의 우상호 의원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하며 선거 패인 분석과 당 혁신 작업의 지휘봉을 맡겼다. 하지만 우 의원이 86세대 운동권 맏형 격이라는 점에서 ‘86 용퇴론’ 같은 당 혁신 과제를 수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책임론 논쟁도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친명계 일부 인사들은 선거 패인 분석에 있어 “문재인 정권의 실정까지 모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과연 단기간 운영되는 비대위가 이 부분까지 건드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만약 ‘우상호 비대위’가 계파 간 충돌을 미완의 봉합으로 마무리 짓고 전당대회를 치르게 된다면 민주당은 사실상 계파전쟁 구도의 블랙홀로 빠져 들어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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