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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 배고프면 차지게 목마르면 달게 먹자

[김민경 ‘맛’ 이야기] 닮은 듯 다른 단옥수수와 찰옥수수

  • 김민경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옥수수, 배고프면 차지게 목마르면 달게 먹자

초당옥수수는 수박이나 포도보다 당도가 높다. [gettyimage]

초당옥수수는 수박이나 포도보다 당도가 높다. [gettyimage]

지난 주말 시장에 갔더니 자그마한 할머니가 색색의 찰옥수수를 가져 나와 팔고 계셨다. 옥수수 속이 잘 보이게 껍질을 일부만 뜯어낸 다음 양쪽으로 벌려 둔 모습이 마치 날랜 몸에 초록의 턱시도를 입혀 놓은 것처럼 예뻤다. 드디어 옥수수의 계절이 왔구나.

나에게 옥수수란 있으면 먹고, 없으면 마는 식품인데 나를 둘러싼 거의 모든 사람들은 제철 옥수수에 대한 욕구가 대단하다. 옥수수를 몇 자루씩 사다가 종일 껍질을 벗기고, 또 종일 찐다. 다행히 요즘에는 밭에서 수확한 옥수수를 바로 쪄 전국 여기저기로 배송해주는 업체가 많다. 그렇게 옥수수는 더위와 함께 우리를 찾아와 냉동실에 차곡차곡 자리를 잡아 간다.

옥수수수염차. 옥수수수염은 쓰임이 많다. [gettyimage]

옥수수수염차. 옥수수수염은 쓰임이 많다. [gettyimage]

옥수수는 벼, 밀과 함께 세계 3대 작물이다. 인류가 먹는 식품이기도 하지만 산업 원료나 가축의 사료로 쓰이는 양이 훨씬 더 많다. 척박한 땅에서도 쑥쑥 자라는 데다 수확 기간이 짧고, 대지 면적당 수확량이 많으며, 수확하거나 가공하는 방법이 벼와 밀에 비해 훨씬 수월하다. 게다가 특별한 조리 없이도 먹을 수 있고, 알알이 말리거나 가루 내어 오래 저장할 수 있다. 옥수수도 먹지만 암술인 수염은 차로 마시고, 플라스틱을 대신할 수 있는 생분해 소재 PLA(Poly Lactic Acid)가 돼 포장재와 식기류, 완충제로 만들어지며, 저절로 녹는 의료용 실도 되고, 양말이나 수세미를 짜는 실도 된다.

날 것으로 먹는 초당옥수수

쓸모도 중하지만 우리에겐 때를 놓칠 수 없는 마성의 제철 식품이다. 어제 초당옥수수의 출하가 시작된다는 뉴스를 봤다. 초당옥수수는 수년 전부터 옥수수계의 슈퍼스타로 떠오른 히트상품이다. 옥수수라고 하면 큰 솥에 김을 펄펄 올려 쪄 먹는 게 당연했는데 초당옥수수는 날 것 그대로 먹는다. 샛노란 알은 놀랍도록 아삭하고 과일보다 달며 즙이 많다. 초당(超糖, super sweet corn)이라는 이름값을 한다. 단맛이 좋다는 포도나 수박의 당도가 12~14브릭스라고 한다면 초당옥수수는 평균 17브릭스의 당도를 보인다. 단맛은 좋지만 전분이 적어 찰옥수수가 내는 열량의 절반(평균 95kcal) 수준이니 여름 간식으로 선호할 수밖에 없다.

옥수수는 줄기에서 떨어지는 순간부터 맛도 같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성질 급한 고등어가 배 위에서 죽는 것만 못지않게 재빠르게 노화한다. 수확하자마자 밭에 솥을 걸어 놓고 쪄서 파는 이유다. 초당옥수수도 마찬가지다. 욕심껏 많이 구입했다면 껍질째 냉장고에 넣어 두고 3일 이내 먹는 게 좋다. 과일처럼 먹는 것도 좋지만 칼로 알을 잘라내어 샐러드로 해 먹고, 여기저기 토핑으로 올려 먹으면 된다. 옥수수와 마요네즈의 궁합이 찰떡인 건 알지만 초당옥수수는 제 맛이 풍부해 가벼운 드레싱으로도 충분하다. 과일처럼 주스로 갈아도 맛있다. 날 것으로 먹는 게 조금 지겨워지면 굽자. 버터에 굴려가며 노릇노릇, 직화로 지글지글, 오일과 소금, 후추 발라서 오븐에 은근히 구워도 된다. 노란 색이 진하게 우러나는 수프로 끓여 먹어도 꿀맛인 건 당연하다. 보관하려면 익혀서 냉동한다. 물에 삶으면 신통한 맛이 다 빠지니 꼭 쪄야 한다. 그러나 찐 것을 먹어보면 ‘역시 날 것의 생생함이 제일 맛나구나!’라는 마음이 든다. 초당옥수수의 영향인지 시장에 나오는 단옥수수(sweet corn) 종류가 꽤 많아졌다. 구슬옥, 고당옥 등이 있는데 그중 단맛은 초당옥수수만큼 좋고, 찰기를 지닌 대학단옥수수가 눈에 띈다.



씹을수록 포만감 커지는 찰옥수수

옥수수가 단옥수수와 찰옥수수로 나뉘듯 옥수수를 즐기는 이들도 자연스럽게 2개의 파로 나뉜다. 찰옥수수(waxy corn) 역시 이름처럼 올록볼록 영근 알마다 찰지고 쫀득하며 구수한 맛이 차지게 난다. 찰옥수수는 익혀 먹어야 하는데 찌고 삶는 사람의 솜씨를 좀 타는 편이다. 김을 올려 그저 찌기만 해도 좋지만 설탕이나 소금으로 스리슬쩍 간을 맞추면 제 맛도 배가된다. 간재비가 중요하다. 옥수수를 찔 때 얇은 껍질 2~3장 정도는 남겨 놓고 쪄야 더 부드럽게 익는다. 익은 옥수수는 바로 먹거나 식자마자 냉동하면 그 맛을 잘 보존할 수 있다.

찰옥수수는 단옥수수에 비해 훨씬 종류가 다양하다. 유백색으로 흔히 만날 수 있는 노랑찰, 팥죽색이 나는 검정찰, 보통의 찰옥수수보다 큼직한 박사찰을 비롯해 황금맛찰, 흑진주찰, 얼룩찰, 일미찰 등 생산지와 품종에 따라 다채롭다. 색이 다양하다는 것은 항산화 성분인 안토시아닌이 들었다는 얘기다. 찰옥수수는 떡이나 빵에 넣어 먹고, 쌀과 섞어 밥도 지어 먹고, 알갱이를 살려 죽도 끓여 먹는다. 찰옥수수도 좋은 샐러드 재료가 되며, 토핑도 된다. 쫀득한 맛은 오래오래 씹을수록 구수해지고, 섬유질이 많아 포만감을 선사한다.

강냉이는 찰옥수수로 만든다. [gettyimage]

강냉이는 찰옥수수로 만든다. [gettyimage]

고온고압으로 부풀려 만드는 강냉이를 만드는 옥수수도 찰옥수수 일종이다. 거의 부풀지 않도록 고온에서 볶기만 하면 차로 마시는 둥근 적갈색의 옥수수 알갱이가 된다. 적당한 열로 볶아 부풀리는 팝콘을 만드는 옥수수는 또 다른 종류다. 전분 함유량이 달라 조리 온도와 모양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다. 영콘 또는 베이비 옥수수라고 불리는 것은 어린 것을 수확했을 확률도 있지만 품종이 아예 ‘아기’인 것도 있다. 앙증맞은 옥수수의 모양을 하고 있지만 본래 가진 맛이 맹맹한 편이라 조미하고 열처리해 밀봉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수확 직후 가장 맛있어

시장에서 옥수수를 구입한다면 껍질에 싸인 것을 가만히 쥐어보자. 껍질이 촉촉하며, 여려 겹으로 감싸고 있는지, 껍질이 종잇장처럼 얇고 힘이 없지는 않은지, 그 속에 든 알맹이가 단단하고 묵직한지 가늠해 본다. 옥수수 알갱이가 보이는데 투명해지기 시작했다면 정점에 올랐던 맛이 내려가는 중이라는 표시다. 옥수수수염이 마르지 않았는지도 살펴야 한다. 산지가 아닌 곳에서 만나는 옥수수는 맛이 떨어질 수밖에 없으나 그래도 그중 가장 생생한 걸 찾는 게 우리가 할 일이다.

잊지 말자. 제철 옥수수 종류가 무엇이든 맛있게 먹는 방법은 오직 한 가지뿐이다. ‘물이 끓을 때까지 옥수수를 절대 따지 않는다’는 농부들의 말처럼 수확한 옥수수를 바로 먹는 것이다. 일단 샀으면 빠르게 행동하자.



신동아 2022년 7월호

김민경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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