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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갈수록 위기… 시간은 이준석 편

[최병천, 겹눈으로 보다] ‘미치광이 전략’, 과연 성공할까

  • 최병천 ‘좋은 불평등’ 저자·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입력2023-11-12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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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당론’은 유리하나 ‘신당’은 불리

    • 2030세대, 중도의 가장 큰 덩어리

    • 李 합리적이면 新黨 창당 안 할 것

    • 대권 도전엔 ‘큰 정당’ 압도적 유리

    • 제3당 교섭단체? 대부분 2000년 이전

    • 지역구에서 10석 이상? 가능성 희박

    이준석의 미치광이 전략은 성공할까. 미치광이 전략의 전략적 목표는 예측 불가능성을 높여 협상력을 키우는 데 있다. 미치광이 전략을 쓰다가 스스로 ‘미치광이’가 되면, 자기만 손해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11월 4일 부산 경성대 중앙도서관에서 열린 토크 콘서트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언주 전 의원. [뉴스1]

    이준석의 미치광이 전략은 성공할까. 미치광이 전략의 전략적 목표는 예측 불가능성을 높여 협상력을 키우는 데 있다. 미치광이 전략을 쓰다가 스스로 ‘미치광이’가 되면, 자기만 손해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11월 4일 부산 경성대 중앙도서관에서 열린 토크 콘서트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언주 전 의원. [뉴스1]

    2023년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여의도 정치권은 총선을 앞둔 전열 정비를 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인요한 혁신위원회를 띄웠다. 더불어민주당은 총선기획단을 꾸렸다. 12월 국회에서 예산안이 통과되고 내년 1월 즈음이 되면 각 정당은 비상대책위원회 혹은 선거대책위원회 체계로 전환할 것이다.

    국민의힘 쪽에서 최대 변수는 ‘윤석열-이준석 정치연합’의 복원 여부다. 한국갤럽은 월간통합 조사를 발표하는데 ‘연령-성별’ 교차 데이터가 공개된다. 10월 월간통합 자료에 따르면,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 34%, 민주당 34%였다. 흥미로운 것은 20대 남성과 30대 남성의 무당파 비율이다. 20대 남성의 경우 국민의힘 28%, 민주 21%, 무당층 50%다. 30대 남성의 경우 국민의힘 31%, 민주 28%, 무당층 36%다. 무당파 비율에 국한하면, 20대 여성과 30대 여성도 대동소이하다.

    윤석열-이준석 정치연합 복원 변수

    20대와 30대는 무당층 비율이 40~50%에 달한다. 단, 2030 남성은 ‘보수 성향을 갖는 무당층’, 2030 여성은 ‘진보 성향을 갖는 무당층’이다. 다르게 말하면, 현재 ‘중도’의 가장 큰 덩어리는 2030세대다.

    2024년 총선에서 각 정당은 2030세대 지지를 받으면 승리하고, 아니면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이준석 정치연합 복원이 총선의 핵심 변수인 이유다.

    이준석 신당은 만들어질까. 결론부터 말해, ‘이준석 신당론’은 이준석에게 유리하다. 그러나 ‘이준석 신당’은 이준석에게 불리하다. 그렇기에 이준석은 ‘이준석 신당론’은 적극 띄우되, 최종적으로 ‘이준석 신당’은 만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러한 전망에는 하나의 가정이 깔려 있다. 이준석이 자기 이익을 극대화하는 ‘합리적 선택’을 한다는 가정이다. 만일, 이준석이 너 죽고 나 죽자는 ‘비합리적’ 선택을 한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외교 이론에는 ‘미치광이 전략(Madman strategy)’이라는 게 있다. 상대가 자신을 비이성적 미치광이로 인식하도록 해서 협상을 유리한 쪽으로 유도하는 전략이다. ‘이준석 신당론’은 이준석의 ‘미치광이 전략’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최후에는 이준석 신당을 만들지 않을 것으로 본다.

    최근 이준석 전 대표의 행보는 ‘이준석 신당’을 위한 준비 작업으로 해석하기에 충분하다. 11월 1일 이준석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만났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오래전부터 독자적인 제3당을 주장했다. 11월 4일에는 이언주 전 의원과 부산 경성대에서 토크 콘서트를 진행했다. 이언주 전 의원 역시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강도 높은 쓴소리를 하는 대표적인 정치인이다.

    국회의원 아닌 대권 꿈꾼다면

    이준석 전 대표의 발언도 ‘이준석 신당’을 가리키고 있다. 11월 2일 채널A 유튜브에서는 “당이 제대로 변하지 않으면 신당 창당 가능성은 100%”라고 말했다. 같은 달 5일 중앙일보와 통화하면서는 “만약 제가 신당을 창당하게 되면 다양한 분의 의견을 골고루 담을 것”이라며 “더불어민주당 내 비명계를 포함해 진보정당 계열 인사와도 교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11월 2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대표가) 비례정당만 만들어도 내년에 정의당보다 의석수가 많을 것”이라고 이준석 신당을 측면 지원(?)하는 발언을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지낸 최재성 전 의원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한발 더 나아간 전망을 했다. 국민의힘이 이준석에게 공천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선대위원장을 제안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최재성 전 정무수석과 유사한 발언을 했다. 하태경 의원은 11월 6일 국회에서 열린 ‘수도권 민심회복 프로젝트 2탄, 수도권의 민심을 데이터로 분석한다’ 세미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이준석 전 대표와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윤 대통령과 이 전 대표의 관계는 1997년 대선 당시 김대중(DJ)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와 김종필(JP) 자유민주연합 총재의 DJP연합과 같은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신당 창당 일정에 대해서도 발언했다. “(12월 27일은) 개인적으로 굉장히 의미 있는 날짜다. (중략) 총선 100일 앞두고 당내에 말도 안 되는 상황들이 개선이 안 되면 그 뒤에 이미 국민들은 여당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12월 27일은 이 전 대표가 2011년 ‘박근혜 비대위’ 소속으로 정계에 입문한 날짜다.

    이 전 대표의 행보와 발언은 ‘이준석 신당’으로 해석하는 게 자연스럽다. 그럼에도 ‘이준석 신당’이 실제로는 창당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시각도 만만찮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도 같은 생각이다. ‘이준석 신당론’은 이준석에게 유리하지만, ‘이준석 신당’은 이준석에게 불리하기 때문이다.

    이준석은 1985년생이다. 현재 38세다. 이준석의 정치적 목표는 2024년 국회의원 당선이 아니다. 현재도 이준석은 어지간한 국회의원보다 더 큰 정치적 영향력을 갖고 있다. 이준석의 목표는 2027년 대선에서 ‘대권’에 도전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국민의힘 같은 큰 정당 소속으로 있는 쪽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3당 후보로 대선 10% 득표도 어려워

    1992년 대선 당시 정주영 통일국민당 후보의 유세 모습. 같은 해 총선에서 통일국민당은 전국 각지에서 2~5명씩 지역구 의원을 배출하는 돌풍을 일으키며 31석을 얻었다. 제3당이 성공한 사례 중에서도 극히 예외적인 경우다. [동아DB]

    1992년 대선 당시 정주영 통일국민당 후보의 유세 모습. 같은 해 총선에서 통일국민당은 전국 각지에서 2~5명씩 지역구 의원을 배출하는 돌풍을 일으키며 31석을 얻었다. 제3당이 성공한 사례 중에서도 극히 예외적인 경우다. [동아DB]

    대선과 연동해서 볼 때, ‘이준석 신당’은 두 가지 문제점을 갖고 있다. 첫째, 원내교섭단체를 만들기가 매우 어렵다. 국회법에 따르면 원내교섭단체 기준은 20석이다. 20석이 넘어야 국회 상임위원회 배분 및 일정에 대해 협의권을 갖는다. 20석 돌파를 ‘제3당의 성공 요건’으로 보는 이유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9번의 총선이 있었다. 민주화 이후 한국 정치사는 다당제에서 양당제로 수렴하는 과정이었다. 제3당을 중심으로 보면, 1988년 총선 이후 원내교섭단체 결성에 성공한 경우는 총 5번이다. 1988년 총선을 통해 김영삼의 통일민주당(59석), 김종필의 신민주공화당(35석)이 등장했다. 1992년 총선에서는 정주영의 통일국민당(31석)이 약진했다. 1996년 총선의 경우 김종필의 자유민주연합(50석)이 돌풍을 일으켰다. 2016년 총선에서는 안철수의 국민의당(38석)이 출현했다. 5번 중에 4번은 2000년 이전의 일이다. 2000년 이후는 2016년 총선 당시 안철수의 국민의당이 유일한 사례다.

    제3당이 성공한 5번 중 4번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전국적 지명도를 갖는 대선후보급 인물, 안정적인 지역 기반이다. 김영삼은 부산-경남, 김종필은 충청권이다. 2016년 안철수의 국민의당은 호남을 지역 기반으로 했다. 유일한 예외 사례는 1992년 정주영의 통일국민당(31명)이다. 서울, 경기, 강원, 충남, 충북, 경남, 대구, 경북에 걸쳐 2~5명씩 당선되면서 전국 합계 31명의 의석을 배출했다. 정주영의 통일국민당은 당대 최고의 인기 코미디언이던 ‘이주일’(본명 정주일)을 포함해 유명 연예인과 현직 국회의원을 대거 영입하고 출마시켰다. 현대그룹의 조직력과 정주영의 풍부한 자금력도 큰 역할을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준석 전 대표가 신당을 만들 경우, 비례대표에서 정의당보다 많은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그래봤자 5석 내외라는 점이다. 정의당은 2020년 총선에서 지역구 1석, 비례대표 5석을 얻었다. 정당득표율은 9.7%였다. 현재 국내 비례대표 의석은 총 47석이다. 정당 지지율을 10% 획득할 경우, 4.7석이다. ‘이준석 신당’의 정당 지지율이 20%를 받아도 비례대표 의석은 9.4석에 불과하다. 이 상황에서 원내교섭단체를 꾸리려면 지역구에서 10석 이상의 당선자를 배출해야 하는데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이준석 신당’이 2024년 총선에서 원내교섭단체를 만들지 못할 경우, 이준석의 정치적 존재감이 확연히 낮아질 것이다. 국회는 ‘표 대결’의 공간이기에 일상적 운영에서는 ‘쪽수’가 중요하다. 이준석은 차기 대선에서 의미 있는 도전이 어려워진다.

    둘째, 이준석 신당이 원내교섭단체를 만들어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이 경우, 이준석은 ‘독자적인 제3당’ 후보로 2027년 대선에 나갈 생각을 해야 한다. 이준석이 독자적인 제3당 후보로 대선에 도전할 경우,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주도하는 ‘양당 체제’에 정면 승부하는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프랑스 사회당 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에마뉘엘 마크롱이 소속 정당 국회의원 한 명 없이 대선에 도전해 당선된 사례가 있다. 프랑스에는 대통령 결선투표제가 있다. 한국 대선에서는 양당제가 강력하게 작동한다. 이준석 전 대표가 독자적인 제3당 후보로 출마할 경우 10~15% 득표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물론 하나의 정치 실험으로 의미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준석의 ‘정치적 상승세’도 꺾일 가능성이 있다.

    ‘미치광이 전략’ 합리적, ‘미치광이’ 되면 손해

    역대 한국 정치를 되돌아보면, 집권 초반에는 대통령 지지율이 높고 집권 후반에는 대통령 지지율이 낮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경우 정치인 출신이 아니어서 ‘여론조사’를 무시하는 경향이 이전 대통령들보다 더 강하다. 홍범도 장군을 빨갱이로 모는 것은 ‘정치인 출신’ 대통령이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이기든 지든 무관하게 임기 후반으로 갈수록 윤석열 정부는 큰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많은 이유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준석 전 대표는 현재 38세다. 시간은 이준석의 편이다. 이준석의 정치적 존재감은 총선을 바로 앞둔 시점, 대선을 앞둔 2026년에 더욱 빛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천년만년 집권하는 게 아니다. 이준석 처지에서는 최재성 전 정무수석의 예측처럼 ‘국민의힘 선대위원장’을 맡으면 최상이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선대위원장직 제안은 ‘정치적 지분 인정’을 의미한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 굴욕적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은 패배할지언정 굴욕은 못 견디는 캐릭터다. 이준석으로서는 총선에서 국민의힘 공천을 받아 출마하는 게 최상이고, 안 되면 탈당 후 무소속 출마가 차선이다. 이준석 신당은 ‘손해 보는 장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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