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호

특별 기고

코리아 루트를 찾아라

밀려오는 4차 산업혁명 파도

  • 주형환|산업통상자원부장관

    입력2017-04-10 11:19:02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데이터와의 연결이 경쟁력 원천
    • 기술혁신 넘어 국제질서까지 포괄
    • 핵심 제약요인은 규제와 일자리
    • 규제개혁·자원집중·융합 플랫폼 필요
    요즘 어딜 가나 4차 산업혁명이 화두다. 학교도 기업도 4차 산업혁명 연구가 한창이고 국회에서도 연일 관련 세미나가 이어지고 있다. 서점에 가면 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한 책들로만 서가 한쪽이 가득 차 있다. 가히 4차 산업혁명의 파도가 대한민국을 집어삼키는 형국이다.

    4차 산업혁명의 도래를 최초로 설파한 세계경제포럼(WEF)의 클라우스 슈바프 회장도 깜짝 놀랄 법하다.
    하지만 무성한 논의에 비해 도대체 4차 산업혁명의 실체가 무엇인지, 기존 산업혁명과는 무엇이 다른지, 무슨 일이 다가오고 있고 우리는 어떤 준비와 대응을 해야 하는지 분명한 것이 하나도 없다. 4차 산업혁명의 의미를 정리하고 넘어갈 시점이다.



    인공지능의 시대

    18세기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생산의 기계화’를 의미하는 1차 산업혁명이 시작됐다. ‘대량생산 시대’ ‘컨베이어 벨트’로 상징되는 2차 산업혁명은 19세기 전기의 발명과 함께 본격화됐다. 20세기 컴퓨터와 정보통신기술(IT)의 등장은 ‘생산의 자동화’라는 3차 산업혁명의 동인이었다. 모두가 ‘파괴적 기술’(disruptive technology·단순한 제품과 서비스로 시장 전체를 장악하는 기술혁신)이 나타나 특히 제조업을 중심으로 생산성이 혁명에 버금가는 폭발적 수준으로 증가한 공통점이 있다.

    그러면 과연 4차 산업혁명은 무엇인가? 어떤 기술이 새로운 산업혁명을 촉발하고 있는가? 다양한 관점이 존재하지만 종합하면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로봇 등 파괴적 기술의 등장으로 상품이나 서비스의 생산, 유통, 소비 등 전 과정에 걸쳐 모든 것이 연결되고 지능화하면서 생활의 질이 획기적으로 향상되고 생산성이 극대화되는 사회·경제적 현상”으로 정의할 수 있다.



    기술적 동인으로서는 AI, IoT, 로봇, 3D프린팅,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바이오 등 여러 기술이 주목받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알파고와 이세돌의 세기적 바둑 대결로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AI기술이 4차 산업혁명을 특징짓는 핵심적인 기술 동인이라 할 수 있다. 3차 산업혁명에서는 단순히 프로그래밍의 대상이던 기계가 4차 산업혁명에서는 AI의 탑재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주역이 됐다.

    일부 학자들은 ‘증기기관이나 전기처럼 에너지원의 혁명적 변화가 수반되지 않았다’ ‘단순히 기존 인터넷 기술을 정교하게 연장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며 4차 산업혁명의 ‘혁명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의 35년 학습량을 단 하루 만에 해치우는 알파고의 딥러닝 기술, 대중교통과 숙박업계의 근간을 흔들고 있는 우버와 에어비앤비, 무인점포 시대를 연 아마존고, 자율주행차의 대명사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등을 보라.

    산업혁명이냐 아니냐고 논쟁하기에는 너무나 혁명적인 변화가 이미 광범위하게 전개되고 있고 그 변화의 속도, 폭과 깊이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제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기술혁신을 활용하고 기존의 사회 시스템이 급격한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방안을 미리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4차 산업혁명의 세 가지 특징

    산업정책적 관점에서 4차 산업혁명엔 세 가지 중요한 시사점이 있다. 첫째, 데이터와 연결하는 것이 경쟁력의 원천이다. AI기술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열었지만 AI도 데이터가 있어야 학습도 하고 인식도 하고 판단도 한다. 다양한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며 데이터가 집결되는 플랫폼(platform)이 4차 산업혁명에서 시장을 지배하게 되는 이유다. 금융, 의료, 교육, 에너지, 엔터테인먼트, 유통, 물류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플랫폼 선점을 위한 숨 가쁜 경쟁이 전개되고 있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4대 플랫포머의 시가총액 합이 우리나라 GDP(국내총생산)를 넘어선 지 오래다.

    둘째, 제조보다는 서비스,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가 중심이 되는 시대다. 자율주행차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차량관리 시스템이나 카셰어링(car sharing·시간 단위로 자동차를 빌려 사용) 서비스와 같은 파생 비즈니스 모델이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IoT 가전의 보급으로 1인 가구나 맞벌이 가구를 위한 자동주문, 자동배송 서비스 시장이 새로 열리고 있다. 앞으로 자동차나 가전제품은 그냥 무료로 나눠줄지도 모를 일이다. 하드웨어의 시대도 저물고 있다.

    미국을 대표하는 제조기업 GE가 가전 부문을 중국 하이얼에 매각하고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변신을 선언한 것도 이제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하드웨어는 19세기 골드러시(gold rush) 시대의 곡괭이에 해당하는 GPU(그래픽 처리 장치), 이차전지 등 극히 일부 분야를 제외하고는 이제 투자자들의 투자 목록에서 사라질 것이다. 제조와 하드웨어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4차 산업혁명에서 할 일이 있고 살아남을 수 있다.

    셋째, 4차 산업혁명은 단순한 기술혁신과 비즈니스 모델 문제를 넘어 경제·사회 시스템 전반, 더 나아가 국제 질서까지 포괄하는 전방위적 접근(holistic approach)을 요구한다. 아마존의 물류창고 종업원 12만 명 중 사람은 9만 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3만은 모두 로봇이다. 가정, 회사, 공장 가릴 것 없이 생활하고 일하는 공간 곳곳에서 AI에 기반을 둔 로봇이 사람을 대신하면서 교육 시스템은 물론 근로자 재훈련 체계, 사회안전망에 이르기까지 근본적인 대변혁이 불가피하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적응능력의 차이는 선진국과 개도국, 대기업과 중소기업 양극화를 가속화하고 전통적인 글로벌 분업구조도 송두리째 뒤흔들어놓을 것이다. 사이버 공간을 중심으로 전 세계가 연결되고 디지털 의존도가 급상승하면서 이제 안보의 개념도 새로 짜야 할지 모른다. 올해 초 필자가 참석한 다보스포럼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미래에 대해 두 가지 상반된 시나리오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장밋빛이냐, 잿빛이냐

    장밋빛 전망  AI, IoT, 로봇 등 혁신기술이 전 산업에 접목돼 스마트카, 스마트홈, 스마트공장이 현실화한다. 새로운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생활의 편리함과 사회 시스템의 효율성이 극대화한다. 3D프린터와 전자상거래는 개발도상국 중소기업에 새로운 성장 사다리가 된다. 에너지신산업의 발전으로 기후변화도 극복한다.

    잿빛 전망 해커에 의한 사이버 테러가 발생한다. 사회는 혼란에 빠지고 기술혁신은 더디게 진행된다. 스마트공장이 일자리를 없애고, 선진국 기업의 리쇼어링(reshoring·해외 진출 기업의 본토 귀환)을 가속화한다. 소수의 글로벌 기업이 플랫폼을 지배하고, 보호무역이 확산돼 개도국은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한다. 급격한 기후변화로 자연재해까지 빈발한다.

    어느 시나리오에 한 표를 던져야 하는가. 기술혁신의 속도, 사이버 보안 문제, 정부의 대응방식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4차 산업혁명의 미래를 섣불리 예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필자는 많은 제약 요인으로 속도가 더딜지는 몰라도 결국에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한발 한발 나아갈 것이라고 확신한다. 지금까지의 산업혁명들도 제약 요인이 많았지만 결국에는 해답을 찾았고 사회시스템도 변화에 적응하며 진화해왔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의 장밋빛 미래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아직 일부 산업과 영역에만 제한적으로 활용되는 AI, IoT, 로봇 등 파괴적 기술들을 어떻게 제조업, 서비스업, 농업 등 전 산업, 전 영역으로 확산시켜 생산성을 혁신하고 신산업을 창출하느냐가 관건이다. 이를 위해서는 두 가지 핵심 제약 요인을 극복해야 한다.

    첫째, 소비자 안전, 프라이버시 보호, 기득권 저항 등에 대한 우려로 파괴적 기술의 적용과 신산업 창출을 가로막는 ‘낡은 규제’다. 우리나라는 기득권 집단의 ‘지대추구행위(rent-seeking)’로 규제 완화의 속도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매우 더딘 편이다.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국회 문턱을 넘어가는 규제 완화 법안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이런 토양에서 산업 간 융합이나 신산업 창출을 기대할 수 없다.

    둘째, ‘일자리 대체’ 문제에 대한 보완대책이 충분하지 않아 발생하는 신기술에 대한 저항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4차 산업혁명으로 직접 영향을 받는 제조업 비중이 높고, 상대적으로 노동시장의 유연성도 떨어져 기술혁신이 광범위하게 진행되면 훨씬 강한 충격을 받을 수 있다.


    민첩한 정부, 기업가적 정부

    창의와 속도가 중요한 4차 산업혁명은 필연적으로 기업가 정신으로 충만한 민간이 주도할 수밖에 없다. 과거와 같이 정부가 고지를 정하고 자원을 배분하며 끌고 가는 하향식(top-down) 전략은 더는 바람직하지도 가능하지도 않다. 그렇다고 정부가 손 놓고 있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민간의 힘만으로 거대한 변화의 파고를 헤쳐갈 수 없다.

    기업이 아무리 성능 좋은 자율주행차를 개발해도 정부가 자율주행차가 주행할 수 있는 도로 신호 시스템 등 인프라와, 보험 교통법규와 같은 제도들을 마련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민간과 정부의 역할분담이 필요한 것이다.
    혁신기술에 과감히 투자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민간의 몫이다.

    정부는 민간이 혁신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는 조력자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새롭게 나타나고 급속히 변화하는 기술환경을 정확히 이해하고 민간의 수요에 신속히 반응하는 ‘민첩한(agile) 정부’ ‘기업가적(entrepreneurial) 정부’가 4차 산업혁명이 요구하는 정부의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개방적이고 협력적인 산업 생태계 조성 △일자리 대체 문제 해결 △글로벌 이슈 대응 등 크게 세 가지를 4차 산업혁명 시대 정부의 역할로 요약할 수 있다.무엇보다도 중요한 정부의 역할은 융합과 혁신이 마음껏 일어날 수 있도록 개방하고 협력적인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이다. 일견 세 가지만 잘하면 된다.



    한국 융합 플랫폼 모범사례

    첫째, 나쁜 규제는 철폐하고 좋은 규제는 신속히 도입하는 것이다. 데이터 활용을 가로막는 규제나 원격의료, 자율주행차, 드론 등과 같은 신사업에 대한 규제를 과감하게 네거티브 방식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반면,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 자동차 연비규제, 가상통화 규율체계 등과 같이 기술혁신을 유도하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스마트한 규제’는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둘째,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정책자원을 집중하는 것이다. 알파고에 깜짝 놀라 ‘한국형 알파고’를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과연 지금 이 시점에 우리가 알파고와 같은 AI 개발에 승부수를 던져야 할까. 물론 장기적으로는 AI 원천기술 확보도 중요하다. 하지만 자고 일어나면 혁신이 일어나는 AI 원천기술을 이미 한참 뒤처진 우리가 지금부터 자체 개발로 따라잡겠다는 전략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그보다는 지분투자, M&A 등으로 원천기술 확보 전략을 다양화해야 한다. 동시에 AI 구동과 관련되는 반도체, 이차전지 등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업스트림(up stream·원천기술 관련) 분야의 차세대 유망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오픈소스 AI 플랫폼을 적극 활용해 가전, 자동차, 공장 등 세계적 제조 기반을 갖춘 다운스트림(down stream) 분야의 경쟁력을 더 높여 신산업을 조기에 창출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작년에 민간기업이 중심이 되는 신산업민관협의회가 자율주행차, 에너지신산업 등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신산업 12개를 예시적으로 선정한 바 있다. 이 분야에 인력, R&D 자금, 금융, 세제 등 정책자원을 집중 지원해야 우리도 승산이 있는 것이다.

    셋째, 정부의 ‘연계능력(convening power)’을 활용한 융합 플랫폼 구축이다. 이는 다양한 수요기업과 공급기업, 금융기관, 관계부처 등이 함께 참여해 규제 개선 과제를 발굴하고 표준화 및 인프라 구축 방안을 모색하고, 공동 R&D 및 초기 시장 창출 방안을 논의할 수 있는 ‘판’을 깔아주는 일이다. 자율주행차 융합 플랫폼을 예로 들어보자.

    완성차업체, 부품업체, ICT기업, 배터리업체, 충전사업자, 전력회사, 보험회사 등이 모두 참여해 도로교통법 등 규제 개선과제 발굴은 물론, 정밀한 디지털 지도와 신호체계, 5G 통신망, 보험체계 등 인프라 구축 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유망 비즈니스 모델과 핵심기술 공동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산업부는 작년에 자율주행차 등 9개 분야 융합 플랫폼을 이미 발족했는데, 올해에는 AR·VR, IoT가전 등 6개 분야를 추가로 신설할 계획이다. 이번 다보스포럼에서도 많은 참석자가 우리나라의 융합 플랫폼 구축 사례를 모든 나라가 벤치마킹할 모범사례라고 높이 평가한 바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역시 일자리 문제다. 인류 역사를 돌이켜보면 3차 산업혁명 시대까지 일자리는 줄지 않았다. 기술발전으로 기존의 일자리가 줄더라도 전체적으로 보면 새로운 일자리들이 계속 생겨난 덕분이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다를지도 모른다. 일자리가 줄어들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떨쳐내지 못하면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응도 어려워질 것이다.


    일자리 대체, 미리 대응해야

    우선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융합형 인재를 길러낼 수 있도록 교육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혁신해야 한다. 클라우스 슈바프 회장이 “자본주의(capitalism)의 시대는 가고, 인재주의(talentism)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듯이 창의성, 감성, 문제해결력, 사고력 등 AI와 차별되는 인간만의 고유한 능력을 갖춘 인재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게 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암기식 교육, 경직된 학제와 입시제도로는 이러한 능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많은 전문가가 미래 세대는 평생 3개 이상의 영역에서 5개 이상의 직업을 가지며 19개 이상의 직무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근로자들이 급격한 기술 변화에 원활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직장 내에서의 직무훈련(upskill)과 직업 전환을 위한 전직훈련(reskill) 등의 지원을 강화해 평생교육 체계를 내실 있게 구축하는 한편,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탄력성을 확보해야 한다.

    필자가 방문한 독일 지멘스 암베르크 공장의 경우, 자동화한 스마트공장 도입과 함께 데이터 분석, 시스템 관리 등 근로자에 대한 전환·재배치 교육에 집중해 25년 전과 동일한 수준인 1200여 명의 고용을 유지하면서도 생산성을 9배나 향상시키는 성과를 거뒀다고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기계와 인간의 공존과 협업이 충분히 가능함을 보여준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근로자들이 안심하고 전직훈련에 전념할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을 강화해 ‘유연안정성(flexicurity)’을 확보하는 일도 중요하다. 실업급여 수준과 기간을 확대하는 한편, 기술혁신에 따라 비자발적으로 직장을 옮긴 근로자의 임금 감소분을 일정기간 보상해주는 ‘임금보험(wage insurance)’과 같은 새로운 제도의 도입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최근 빌 게이츠가 자동화로 생산성을 높인 기업들에 ‘로봇세’를 부과해 근로자의 재교육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하자고 주장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모든 사물과 사람, 국가가 연결되는 초연결사회다. 앞으로 세계는 지금보다 더 밀접하게 연결될 것이다. 지금과 같은 전환기에는 글로벌 트렌드 변화를 예의주시하면서 필요한 경우에는 글로벌 이슈를 주도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우선, 사이버 보안을 지구적 문제로 인식하고 글로벌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지난 2009년 온 나라를 혼란에 빠뜨린 ‘7·7 사이버테러’의 경우 16개국의 86개 IP를 통해 공격이 감행됐다. 유엔 등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사이버 보안 역량이 취약한 국가의 역량을 보완해주고 사이버 테러 발생 시 복구를 지원해주는 가칭 ‘사이버 평화유지군’ 창설도 장기적으로 검토해볼 수 있다.

    대기업에 비해 적응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 변화에 발 빠른 벤처기업에는 기회의 창이 열리겠지만 디지털 잠재력이 부족하거나 모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납품기업의 경우 자칫 생존을 위협받을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우리나라가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공장 1만 개 보급 프로젝트’를 다보스포럼에서 소개했는데 많은 참석자가 중소기업에 대한 훌륭한 지원제도로 높이 평가했다. 세계경제포럼 측에서는 한국이 중소기업 분야의 ‘챔피언(일종의 명예대사)’을 맡아 국제 논의를 주도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혁신의 파도에 휩쓸려서야

    기술혁신의 높은 파도가 밀려오고 있다. 이미 많은 국가가 새로운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3차 산업혁명을 선도한 미국은 AI기술과 구글, 아마존, 우버, 테슬라와 같은 혁신기업을 중심으로 4차 산업혁명에서도 한발 앞서가고 있다. 제조업 강국인 독일과 일본은 각각 스마트공장과 로봇에 승부수를 던진 상태다. 중국은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3차를 건너뛰고 바로 4차 산업혁명으로 진입하고 있다. 오히려 규제 완화 측면에서는 중국이 우리를 앞서가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우리나라는 3차 산업혁명 시대의 모범국가였다. 단기간에 세계 최고수준의 제조업 기반과 IT 인프라를 구축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여기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과거의 성공에 취해 안주하는 순간 혁신의 파도에 휩쓸리고 말 것이다. 지금 성숙기에 접어든 주력산업은 점차 활력을 잃어가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도 부진하다.

    4차 산업혁명의 글로벌 조류에 속히 올라타 우리만의 ‘코리아 루트’를 개척해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노조, 시민단체, 국회, 나아가 전 국민이 마음을 열고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 구상에 나서야 한다. 후손들에게 더 밝은 미래를 만들어주기 위해 ‘코리아 루트’로 가는 힘찬 발걸음을 다 함께 내디딜 때다.




    주형환

    ●    1961년 서울 출생
    ●    서울대 경영학과, 미국 일리노이대 경영학 박사
    ●    1982년 제26회 행정고시 합격
    ●    2009년 기획재정부 대외경제국 국장
    ●    2012년 기획재정부 차관보
    ●    2016년 (현)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