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평안북도 영변 지역의 핵시설. 원자로와 재처리시설, 폐연료봉 저장시설 등으로 구분된다. 미국의 상업위성 ‘아이코노스(IKONOS)’가 지난 4월 촬영한 사진이다.
원자로 동결 이후 미국의 기술자들이 북한에 머물며 사용후핵연료를 통에 담아 봉인 작업을 했으며 국제원자력기구의 감시를 받도록 만들었다. 이 작업은 5년 가까이 걸려 2000년에 이르러서야 공식적으로 마감했으며 약 3000만달러의 비용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작업에 참가한 미국 기술자들의 말을 빌리면 사용후핵연료 저장 수조건물은 유리창이 깨져 날씨가 추우면 물이 얼었고, 주변에 날아다니던 새들이 들어와 물을 먹고 갈 정도로 형편없이 관리되고 있었다. 수조 바닥은 이끼와 연료봉 찌꺼기로 덮여 있어 막대기로 한번 물을 저으면 물속을 볼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한국을 포함한 서방 세계가 원자로 사용후핵연료 저장 수조 건물에 유리창을 만들지 않고 수조 속의 물은 항상 정수기를 통과시켜 먼지 터럭 하나 들어가지 않게 관리하는 것에 견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이후 상황은 모두들 알고 있는 바와 같다. 2002년 우라늄 농축 의혹을 시작으로 제네바 합의는 깨졌으며, 북한은 원자로를 재가동했고, 사용후핵연료 봉인을 뜯고 재처리한 데다, 2006년에는 끝내 핵실험을 했다. 그러는 동안 2002년부터 수 차의 6자회담이 열린 끝에 북한은 핵 프로그램의 불능화에 합의했고 미국 전문가들은 올해 안에 불능화 작업을 끝내기 위해 북한에 들어가 있다.
‘불능화’와 ‘검증’과 ‘폐기’
북한 핵 문제를 관심 있게 지켜본 독자라면 핵 문제 해결을 다양한 단어로 표현함을 알 수 있을 것이다. 1994년 미국과 북한의 합의에서는 원자로와 관련 시설을 “궁극적으로 해체(eventually dismantle)키로” 했다. 부시 행정부 초기에는 “완벽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해체(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CVID)”를 주장했지만, 최근에는 “불능화(disablement)”를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표현이 나온다. 이렇듯 여러 가지 용어가 나오는 것은, 기본적으로 문제는 하나인데 해결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인이 각 단어의 뜻을 이해하고 차이를 정확히 알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최근 사용되는 ‘불능화’라는 말은 결국 핵시설을 사용할 수 없게 만들어 추가로 핵물질을 생산할 수 없도록 한다는 뜻이다. 북한이 재처리를 통해 이미 확보한 플루토늄의 양을 신고한 양과 비교하는 것을 ‘검증’이라고 하고, 이미 만들어진 핵탄두가 있다면 플루토늄과 함께 ‘폐기’의 대상이 된다. 현재 추진되는 단계별 불능화는 한 단계씩 확인하며 나아가는 과정을 통해 상호 신뢰를 점차적으로 굳힌다는 장점이 있으나, 성질 급한 사람들이 보기엔 플루토늄과 핵탄두 폐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몰라 답답함을 느낄 정도로 먼 길이다.
특히 플루토늄의 양을 검증하는 것은 신고하는 측과 검증하는 측 상호간 신의성실의 원칙을 지키지 않는 한 끝없는 논란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50~60㎏의 플루토늄을 추출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나, 그 판단의 불확실도를 10%로만 잡아도 5~6㎏의 오차가 생기는데 이는 한 개의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이다. 특히 1990년대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에 신고한 수준으로 원자로와 재처리시설의 운전이력을 신고한다면 검증 논란은 잠재우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