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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도 구럭도 놓친 개혁… 개천에서 용쓰다 미꾸라지 된다?

노무현 2003-2008, 빛과 그림자 - 교육

  • 정유성 서강대 교수·교육학 yoosch@sogang.ac.kr

게도 구럭도 놓친 개혁… 개천에서 용쓰다 미꾸라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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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효과·수요자 만족도 낙제

교과서적인 얘기지만 모든 정책은 정책형성 및 수립-집행-집행 후 3단계로 나눌 수 있고, 그 단계마다 적합성이나 민주성, 그리고 실현가능성과 일관성, 효과성과 수요자 만족도 등을 기준으로 평가한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일단 정책형성 및 수립단계의 적합성은 어느 정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지만, 민주성과 그 수행에 대한 의지는 부족했다. 정책집행 단계에서 실현가능성과 일관성은 사안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실현가능성에서는 그런대로 기본은 했으나, 일관성 측면은 낙제점을 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정책의 효과와 수요자 만족도가 문제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일부 수요자가 만족할 만한 것이 없지 않지만, 전체적으로 보아 부정적이다.

물론 이 모두를 참여정부가 책임져야 할 것은 아니다. 끊임없이 발목 잡은 야당, 동조세력에서 비판세력으로 돌아선 교사 집단, 혼란 속에 제 자식 챙기기에 급급한 부모, 틈새를 노려 제 이득만 취하려는 사교육시장과 대학 등 교육주체 모두가 걸림돌이었던 게 사실이다. 그뿐만 아니라 편향된 언론도 한몫을 했다. 교육과 같은 생활세계 문제를 지나치게 정치적 논리로 해석하기 급급해 사실보도에 앞서 선정적으로 여론을 호도한 점이 그렇다.

하지만 아무리 잘 봐주려 해도 참여정부의 교육정책은 준엄한 역사적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사립학교법 개정 과정에서 보여준 혼란과 실책, 그리고 교육 양극화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시켜, “개천에서 용 나기는커녕, 개천에서 용쓰다 미꾸라지로 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놓았으니 이제 어떡할 것인가.

아무려나 참여정부는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하지만 교육정책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으며 그 영향은 새로 출범하는 정부나 우리 모두에게 지속된다. 여기서 그 1차적인 평가를 해보았지만, 실로 엄정한 평가는 두고두고 할 일이다. 평가는 지난 정책을 비판하는 측면이 있지만, 이는 곧 새로운 출발을 다지기 위한 과정이다. 사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교육과 경제부양은 다르다

나무는 10년을 보고 심고, 교육은 100년을 보고 해야 한다는 말은 누구나 다 안다. 그런데 요즘 이 말이 무색할 정도로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교육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다. 이리저리 손보겠다며 서슬이 퍼렇다. 마치 길을 뚫고 물길을 내 경제를 부양하려는 것처럼 교육을 뚝딱 고치고 바꿔보겠다는 깜냥이다. 그러나 교육은 사람을 사람 만들고, 앞날의 삶을 채비하는 일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런 식의 이른바 ‘차가운 근대화’나 토건국가 탓에 교육이 수단이 되고 물건이 되어 이 모양 이 꼴이 된 것이다.

게도 구럭도 놓친 개혁… 개천에서 용쓰다 미꾸라지 된다?
정유성

1956년 서울 출생

서강대 독문학과 졸업, 독일 뮌헨대 석사(교육학)·박사(철학)

인간교육실현 학부모연대 사무국장, 교육부 정책심의위원

現 서강대 문학부 교수(교육문화학)

저서 : ‘대안교육이란 무엇인가’ ‘사람 살려, 교육 살려’ ‘우리는 어떤 세상에 살기 원하는가’ 등


물론 정권도 바뀌고 새로운 정책을 펴려니, 대중의 관심이 높고 걱정도 많은 교육을 이리저리 손대보고 싶은 거야 당연한 심사다. 하지만 교육이 당장 눈앞에 보이는 제도 몇 가지 고치고 새로운 제도를 도입한다고 나아질까. 한두 번 속은 게 아니다. 교육 병을 낫게 하려면 이제 서둘러 손대고, 빨리 고치려는 매무시부터 단속해야 한다.

한국 교육은 오로지 그 뿌리를 바꾸고 체질을 갈아야 거듭날 수 있다. 물론 하루도 쉴 수 없는 교육을 그저 내버려두거나, 그냥 두고보자는 말이 결코 아니다. 시급한 증세부터 제대로 진단하고 고쳐나가되, 서둘지 말고 천천히 지켜보고 살펴보고 바꿔야 한다. 그러면서 교육 당사자들의 아픔과 바람을 깊이 헤아리되, 모든 것이 바뀌는 오늘날 세상뿐 아니라 앞날을 내다볼 줄 알아야 한다. 또 교육이 본디 어떤 일인지, 사람과 사람 사이가 어때야 하는지 그 본질부터 되짚고 새겨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서둘러 서툰 개혁에 나서다간 교육 병을 낫게 하기는커녕 교육, 아니 우리 살림이 온통 결딴날지도 모른다. 이번만큼은 이런 어리석음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신동아 2008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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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성 서강대 교수·교육학 yoosch@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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