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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전문기자의 눈

제2 롯데월드 유감

공단 전봇대는 뽑고, 서울공항엔 초고층 전봇대 꽂고 …

  • 이정훈│동아일보 출판국 전문기자 hoon@donga.com│

제2 롯데월드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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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롯데월드 유감

동편 활주로를 3도 틀어도 제2 롯데월드와 비행안전구역의 정중앙선 사이 거리는 1852m밖에 되지 않는다. 1852m는 규범상 장애물을 회피하기 위해 띄워야 하는 최소거리다.

358m 더 벌어진다고 안전해?

1월7일 열린 위원회는 실무 차원에서 양쪽 의견을 조정해보는 실무위원회였다. 실무위원회에서 결정된 것은 본 위원회에서 다시 검토하나 대개는 실무위원회에서 합의된 것을 그대로 통과시킨다. 이 때문에 제2 롯데월드 건설은 사실상 허가된 셈이라는 보도가 나오게 되었다.

국무총리실 본위원회에서 협의조정이 완료되면 서울시는 서울시 차원에서 제2롯데월드 건설을 ‘심의’하고, 송파구청은 건축을 ‘허가’하는 요식행위를 함으로써, 제2 롯데월드는 공사에 들어갈 수 있게 된다.

지금 정부는 동편 활주로 방향을 3도 틀면 제2 롯데월드를 지어도 항공기 안전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것처럼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3도’의 실상을 알고 나면 ‘과연 이 주장을 믿어도 될까’하는 회의가 생긴다. 동편 활주로를 3도 틀어줌으로써 제2 롯데월드와 비행안전구역 사이에서 더 벌어지는 거리는 358m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날아가는 항공기에 358m는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는 거리다.

358m 더 벌어지게 해도 비행안전구역 중앙선과 제2 롯데월드 초고층부 사이 거리는 1852m밖에 되지 않는다. 1852m 거리를 두고 항공기가 제2 롯데월드의 ‘허리 춤 높이’로 지나가는데, 제2 롯데월드는 절대 사고를 당하지 않는다고 누가 자신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또 누가 항공기는 항상 비행안전구역의 정중앙을 지나간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그림참조).



이러한 부담 때문에 공군은 롯데 측이 동편 활주로를 3도 트는 공사비와 안전장비를 보강해주더라도 몇 가지 조치를 더 추진한다. 첫째가 서울공항에 배치돼 있는 KA-1 대대를 횡성기지로 옮기는 것이다.

KA-1은 KT-1 기본훈련기를 개조한 저속 공격기로 공기부양정을 이용해 서해로 침투해오는 북한군 해상저격여단을 막는 것을 주 임무로 한다. 북한의 공기부양정은 매우 빠른데다, 해군 고속정이 항해할 수 없는 얕은 바다와 뻘 위로도 달릴 수 있어 추격이 매우 어렵다. 공기부양정을 잡는 데는 전투기의 절반 속도를 내는 KA-1이나 공격헬기가 적격이다.

따라서 KA-1은 유사시에 대비한 긴급발진 훈련을 반복한다. 긴급발진은 최단시간 안에 비행안전구역을 벗어나 작전지역으로 날아가는 것이라, 인근에 초고층 빌딩이 있으면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러한 위험을 ‘아예’ 없애기 위해 공군은 KA-1 대대를 횡성으로 옮기겠다고 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수도권에서 북한의 공기부양정 침투를 막을 부대는 주한 미 육군의 아파치 공격헬기 대대만 남게 되는데, 이 대대는 오는 3월 한국에서 철수해 아프간으로 간다. 아파치 공격헬기 대대가 철수하는데 공군은 제2 롯데월드 건설을 위해 KA-1 대대를 횡성으로 옮기겠다고 한 것이다.

수도권에는 비상활주로도 없다

그러나 KA-1 대대를 옮겨도 유사시 제2 롯데월드는 여전히 위험에 봉착하게 된다. 유사시에는 전후방에 있는 공군기지에서 이륙한 전투기들이 적기와 쫓고 쫓기는 전투를 벌이게 된다. 작전에 들어간 전투기는 금방 연료가 바닥나는데, 이 전투기는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활주로를 향해 날아온다. 이러한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국방부는 서울 인근 도로에 여러 개의 비상활주로를 만들어놓았었다.

이 중 가장 유명했던 것이 서울 톨게이트와 신갈 인터체인지 사이 경부고속도로 상에 있던 비상활주로다. 그러나 이 비상활주로는 이곳을 지나가는 자동차가 너무 많아, 유사시에도 사용할 수 없다는 판단이 내려져 비상활주로에서 해제됐다. 덕분에 주변 지역에 설정돼 있던 고도제한도 풀렸다. 서울에서 김포시를 잇는 48번 국도에도 비상활주로가 있었으나, 그곳 역시 자동차 통행량이 너무 많아 비상활주로에서 해제되었다.

그리고 공군과 해군은 자유로에 비상활주로를 만들려고 했으나, 한강 바로 옆에 있어 안개가 자주 끼어 건설을 포기했다. 이로써 서울 인근에는 비상활주로가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현재 수도권에서 유사시 전투기가 긴급히 내릴 수 있는 곳은 서울공항과 수원기지뿐이다. 유사시 연료가 떨어진 전투기가 최단거리로 서울공항을 향해 날아오는데 그 앞에 555m의 빌딩이 서 있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더욱이 일기마저 매우 나쁘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KA-1 대대를 횡성으로 옮겨도 서울공항에는 백두-금강 정찰기부대와 수송기부대, 대통령 전용기부대가 남는다. 이들 가운데 KA-1 다음으로 긴급발진을 자주 하는 것이 백두-금강 정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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