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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6월, 연평해전을 기억하라!

北 마양도 기지 앞에 ‘물귀신’을 침투시켜라

원자력잠수함과 NLL 정치학

  • 이정훈 | 편집위원 hoon@donga.com

北 마양도 기지 앞에 ‘물귀신’을 침투시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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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마양도 기지 앞에 ‘물귀신’을 침투시켜라
소리 전쟁

즉 핵무기 제작이 가능한 90%대 농축 핵연료를 장전하는 원자로를 탑재하는 것이다. 핵연료의 수명은 30년 이상으로, 원잠의 작전수명(대개 30년)보다 길다. 그러하니 원잠은 핵연료를 교체하지 않고 퇴역할 때까지 전속으로 무한 잠항할 수 있다. 영국 원잠이 수상함보다 먼저 도착한 비밀은 바로 이것이었다.

원잠은 ‘전략(戰略)원잠’과 ‘공격(攻擊)원잠’으로 나뉜다. 전략원잠은 지상을 공격하는 핵무기 SLBM을 싣고 다닌다. 공격원잠은 재래식 탄두를 단 순항미사일(SLCM)을 탑재하는 경우가 많다. SLBM은 매우 크고 수직으로 발사해야 하기에, 지름이 20m 정도가 되어야 한다. 부수되는 장비도 많아 전략원잠은 1만t이 넘는 대형이다. 공격원잠은 7000~9000여t 규모다.

공격원잠을 전략원잠 잡는 귀신이라 하는데 그 이유가 매우 흥미롭다. 물속에서는 잠수함의 덩치가 중요하지 않다. 아무리 커도 어뢰를 맞으면 압력함체(잠수함의 외피)가 깨져 ‘수장(水葬)’되기 때문이다.

물속에서 상대에게 먼저 들킬 수 있는 것은 덩치 큰 고래이지 그보다 작은 고등어가 아니다. 그런데 고래도 고등어가 쏜 어뢰를 맞으면 압력함체가 깨져 가라앉아버리니, 전략원잠은 공격원잠을 피해 다녀야 한다.



전략원잠과 공격원잠을 모두 가진 나라는 5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뿐이다. 이들은 냉전 때는 물론이고 지금도 원잠을 갖고 치열한 신경전을 펼친다. 이 신경전의 중심에 미국 해군이 있다. 미 해군은 나머지 4개국의 모든 원잠을 합친 것보다 많은 수의 공역원잠을 보유했다. 미 해군은 공격원잠 활용의 달인인데 그 대표가 바로 LA(로스앤젤레스)급이다(표 참조).

국제법상 영해는 12해리까지다. 평시 미 해군은 LA급을, 가상 적(敵)인 러시아나 중국의 전략원잠 기지에서 12해리 떨어진 해저로 침투시키는 작전을 반복한다. LA급 승조원들은 바닷물을 전기분해해 얻은 산소를 호흡하며 ‘귀(耳 · 소나를 의미한다)’만 세우는데, 이를 작전 용어로 ‘매복’이라고 한다. 매복을 할 때는 ‘수동(passive)소나’를 가동한다.

소나(sonar)에는 두 종류가 있다. 수동소나는 동물의 귀처럼 주변의 소리를 듣기만 한다. 빛도 소리도 없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동굴을 날아다니는 박쥐는 초음파를 쏴 메아리를 듣고, 동굴의 구조를 파악해 자유 비행을 한다. 그와 마찬가지로 물속의 잠수함도 음파를 쏴 돌아오는 메아리 분석을 통해 움직이는 물체를 찾을 수 있다. 이 일을 하는 장비를 ‘능동(active) 소나’라고 한다. 능동소나는 깜깜한 밤 손전등을 켜 사방을 살펴보는 것과 비슷한 일을 한다.

음파를 쏘면, 상대는 수동소나로 그 음파를 듣고 주변에 적 잠수함이 있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데도 능동소나를 가동하는 것은 상대를 적극적으로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상대가 소리 나지 않게 움직이거나 멀리 있다면, 수동소나로는 알 수가 없으니, ‘전조등’을 켜 찾는 것이다. 그때 내 위치가 노출되는 것은 ‘다음 문제’ 다. 이렇게 소리 문제로 신경전을 펼치는 것이 잠수함전(戰)의 시작이다.

北 마양도 기지 앞에 ‘물귀신’을 침투시켜라

맨 위부터 러시아 원잠 유리 돌고루기함(보레아급), 중국 원잠 TYPE 093함(상급), 미국 원잠 버지니아함(버지니아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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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 편집위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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