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최대 참가그룹은 한국대표단
내가 해마다 이 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가장 앞서 가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창조적인 친구를 사귀고 이들과 함께 미래사회 변화상을 예상해보는 것은 때론 짜릿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참가자들은 같은 분야의 전문가들과 짝을 지어 공동 발표를 하고, 각국의 대표단을 섞어 한 분야의 결론을 내놓기도 한다. 사흘 동안 각종 회의실을 찾아다닌 참가자들은 마지막 프로페셔널 모임에서 거대한 변화의 물줄기를 만들기 위해 전략을 세운다. 이들은 미래의 ‘먹을거리’를 빨리 찾아 투자해야 훗날 로열티를 받아 거부(巨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다.
한국은 지금 급격한 변화 탓에 미래를 탐구하려는 욕구가 어느 때보다 강렬하다. 대기업 연구소들이 미래팀을 신설하는가 하면, 정부에서도 미래사회를 그려보려는 위원회를 신설하고 있다. 이런 관심이 반영된 때문인지, 세계미래회의 팀 맥 회장은 개회 인사에서 “올해의 최대 참가그룹은 한국대표단”이라고 공식 선언했다. 한국은 과학기술부, 정보통신부, 교육인적자원부, 건설교통부, 청소년위원회 소속 공무원들과 SK, KT 같은 대기업 미래전략팀 직원들을 포함해 45명이 참가했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인기를 끈 토론 주제는 ‘21세기의 새로운 리더십’에 관한 것이었다. 모두가 똑똑한 시대에는 개인의 힘이 강해져 어디서든 한두 사람의 의견만으로 세상이 변하지 않는다. 미래사회는 소수의 리더가 아닌 다수의 집단 리더십을 갈망한다. 중대한 의사결정은 그룹의 참여를 통해 이뤄진다.
‘CIA 2020’ 보고서를 쓴 데드 고든 박사는 미국이 세계 최대의 군사력을 구축한 비결이 웨스트포인트(美 육군사관학교)의 창립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은 이제 새로운 의사결정 능력을 배우기 위해 세계 최대의 리더십 사관학교를 창립해야 한다”며 “미래의 리더들을 교육하고 훈련시키는 ‘의사결정 사관학교’를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해 관심을 모았다. 고든 박사는 사회과학분야에서 ‘의사결정학(Decision Science)’이라는 학문이 등장해야 하며, 이를 응용해 활용하는 나라가 미래의 부국(富國)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의사결정학이 생긴다면 그 교과 과정에는 어떤 내용이 담길까. 갑작스럽게 벌어진 사건, 사고에서 현명한 결정을 내리는 능력, 위험과 보상의 수용과 균형, 경험과 논리의 차이, 다양한 미래현상에 대한 실험 및 훈련 등으로 꾸며질 것이다. 또 인간 사고(思考)의 모순을 이해하는 수업이나 도덕적인 용기, 그리고 미래의 윤리에 대해 배울 수도 있다.
와이너 에드리치브라운사(社)의 사장이며 미래학자인 에디 와이너의 견해에 따르면 의사결정능력은 국가적 비상사태를 예방할 수 있게 한다. 그는 “9·11테러, 쓰나미, 엔론의 파산 등은 많은 사람이 예측했고, 심지어 국가에 미치는 영향까지 모의실험을 한 것”이라며 “그러나 정부나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이를 무시했거나, 예측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화를 입은 경우”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정보 수집이 아니라 최고 결정권자의 결정 능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