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IER DARF ICH?S SEIN.
(여기 나는 인간이고,
여기서 나는 인간답게 산다.)
- GOETHE -
독일 남서부 바덴뷔르템베르크(Baden Wu˙˙rttemberg)주 고핑엔(Goeppingen)시 근교 바트 위버킹엔(Bad U˙˙berkingen)에 위치한 플레게하임 암 뮐바흐(Pflegeheim am Mu˙˙hlbach) 현관에는 괴테의 글귀가 적혀 있다. 노인요양시설에 대한 독일 정부의 MDK(Medizinischer Dienst der Krankenversicherung·건강보험 의료서비스 단체) 평가에서 최고점수를 받은 이 요양원은 ‘입소한 환자 누구나가 인간의 존엄을 지키며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삼고 있다.
요양원 원장 우테 그뢰너(Ute Gro˙˙ner)는 “비록 몸은 요양원에 와 있지만 집에서 생활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취미와 경력, 생활습관 등을 감안해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의 얘기는 요양원을 둘러보는 동안 충분히 실감할 수 있었다. 점심식사 시간이 한참 지난 시간에도 층마다 마련된 간이취사장에서는 늦은 점심식사를 하는 노인을 마주할 수 있었고, 몸이 불편한 노인을 위해 침실로 음식을 배달하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식사를 마친 노인 가운데에는 요양원 주변을 산책하거나, 휴게공간에 삼삼오오 모여앉아 담소를 나누는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몸이 불편하고 기력이 쇠했을 뿐 저마다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다양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노인들의 모습이 평화로워 보였다.
‘집처럼 편안하게’라는 슬로건은 노인들이 기거하는 생활공간에서부터 철저히 지켜졌다. 품질관리 담당자(Qualita˙˙ts Management) 다그마르 융블루트 라슬(Dagmar Jungblut-Rassl)은 “장기요양하는 노인을 위해 요양원 차원에서 옷장과 책상 등 생활비품을 구비해놓는데, 원한다면 집에서 쓰던 것을 가져와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손때 묻은 옷장이며 책상 등 눈에 익은 물건들을 생활공간에 두도록 함으로써 낯선 환경으로 옮겨왔다는 불안감을 떨쳐내고 노인들이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요양원의 배려였다.

뮐바트 요양원 안내 팜플릿.
젊은 나이에는 머리로는 짐작하면서도 실감하지 못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노년의 삶이다. 힘과 체력이 뒷받침돼 의지대로 몸을 움직여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때에는 ‘설마’하는 생각에 별 걱정 안하고 지내지만, 막상 몸이 맘처럼 움직이지 않게 됐을 때 찾아오는 상실감과 좌절감은 말로 형용하기 어려울 정도다. 더군다나 치매 등으로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원활한 의사소통마저 어렵게 되면, 본인은 물론 가족 등 주위 사람들까지 어려움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혼자서 생활하기 어려운 노인들의 생활을 도와 가정에 과도한 짐이 되는 것을 사회가 흡수하기 위해 시행한 제도가 바로 ‘노인장기요양제도’다. 우리나라에서는 몇 차례 시범사업을 거쳐 2008년 7월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독일은 우리보다 앞서 1995년부터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가 걸음마를 막 뗀 단계라면, 독일은 이제 성숙기에 접어든 셈이다.
플레게하임 암 뮐바흐의 시설과 운영 노하우는 노인요양시설의 존재 의의가 무엇인지를 새삼 일깨워줄 만큼 모범적이었다. 1970년대 호텔 영업을 목적으로 세워진 건물을 개조해 1980년대부터 요양원으로 운영해왔다는 뮐바흐 요양원은 독일 만하임(Mannheim)에 본사를 둔 아벤디(avendi Senioren Service GmbH)사에서 2001년 인수해 운영해오고 있다. 아벤디는 독일 14개 지역에 요양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독일의 대표적인 노인요양 전문회사다.
뮐바흐 요양원에서는 장기요양과 단기, 일일요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장기요양 수용 가능인원이 99명이다. 싱글룸이 39개, 더블룸이 30개로 구성돼 있다. 단기, 일일요양은 6명 정도가 출퇴근하며 이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