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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미 PD의 지구촌 현장

시리아 반군 돕다 자충수 행정부·사법부는 자중지란

‘이슬람국가(IS)’ 늪에 빠진 ‘이슬람 국가’ 터키

  • 김영미 | 분쟁지역 전문 PD

시리아 반군 돕다 자충수 행정부·사법부는 자중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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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을 이해하려면 2013년 12월 터키에서 벌어진, 장관 3명의 아들과 국책은행장 등 주요 인사 50여 명이 관련된 입찰 비리, 뇌물 수수 사건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 검찰에 체포된 이들은 모두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과 관련이 있었다. 그리고 수사는 처음부터 에르도안 당시 총리를 겨냥했다. 에르도안은 “(이슬람 사상가) 페툴라 귤렌을 지지하는 세력이 벌인 사법 쿠데타”라며 반발했다.

에르도안이 언급한 귤렌은 ‘히즈메트’(봉사)라는 이슬람 사회운동을 이끄는 인물이다. 2002년 에르도안이 이끄는 정의개발당이 집권할 당시 큰 기여를 했다. ‘제마트’(공동체)로 불린 귤렌 세력은 경찰과 사법부, 언론계, 교육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러나 집권 후 에르도안과 귤렌 세력은 사이가 나빠졌다.

“집에 있는 돈 분산시켜!”

‘화물차 사건’은 에르도안이 이끄는 행정부와 귤렌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법부 간 충돌로 해석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정의개발당 대변인은 화물차 사건과 관련 “MIT와 관련한 모든 절차는 총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검찰이 권한을 남용해 수사했다. (이 사건은) 국가 안에 또 다른 국가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귤렌이 이끄는 사법기관을 비판했다. 결국 화물차 사건은 사법부의 완패로 끝이 났다. 에르도안 당시 총리는 화물차 수색을 시도한 경찰을 직위해제하고 하타이 경찰청 테러범죄부 간부들을 교체했다.

화물차 사건 조사 과정에서 MIT가 시리아 반군에 무기를 제공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문제가 된 화물차에 실린 무기도 모두 시리아 반군에게 보내는 것이었다. 사건 후 터키 내무장관은 “(시리아에) 투르크멘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지원하기 위해 무기를 보냈다”고 해명했다. 그동안 “인도주의적 지원만 했다”고 한 터키 정부의 말과는 다른 설명이었다.



화물차 사건이 발생한 무렵인 지난해 1월 초, 사법부 최고기관인 판사·검사 최고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알트노크 이스탄불 경찰청장에 대한 수사에 나선 바 있다. 알트노크 청장은 에르도안 당시 총리의 최측근 인물로 장관 아들 등이 관련된 뇌물수수 사건으로 경질된 휴세인 찹큰 청장의 후임이었다. 에르도안의 측근인 그는 취임 이후 줄곧 검찰과 갈등을 빚었다.

에르도안은 보복에 나섰다. 행정부는 수사를 담당해온 경찰 350명을 전격 해임하거나 직위해제하며 경찰 장악에 나섰다. 사법부가 행정부를 공격하면 행정부가 반격하는 일이 이어진 것이다.

지난해 2월 말에는 에르도안과 그의 아들 간의 통화를 도청한 파일이 유튜브에 올라와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파일에는 에르도안과 아들이 10억 달러(약 1조654억 원)의 현금을 숨기려고 상의하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통화가 감청된 시점은 2013년 12월, 검찰이 부패에 연루된 집권 정의개발당 인사들을 줄줄이 체포하던 때였다. 파일에서 에르도안의 아들은 “집에 있는 현금을 분산해야 한다”고 말한다. 에르도안은 “도청될 수 있으니 자세하게 말하지 말라”고 주의를 준다. 뇌물을 받고 기업에 특혜를 주는 내용과 방송사에 야당 대표의 연설 중계 방송을 중단하라고 직접 압력을 넣는 발언도 쏟아냈다.

파일이 공개되자 터키는 혼란에 빠졌다. 언론은 연일 이 내용과 음성을 보도했다. 터키뿐 아니라 전 세계가 이 음성을 타전했다. 그러나 에르도안 측은 “통화 내용은 날조된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녹음 파일은 터키 국민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이스탄불과 앙카라 등 10여 개 도시에서 총리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2013년 반정부 시위 당시 최루탄을 맞고 혼수상태에 빠졌던 소년의 사망도 시민을 자극했다. 소년의 죽음에 분노한 시민이 연일 모여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녹음 파일이 공개될 당시 총리였던 에르도안은 대권 도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절체절명의 위기가 아닐 수 없었다. 오랜 기간 준비한 대권의 꿈이 한방에 날아갈 상황이었다. 그러나 에르도안은 위기를 극복했다. 아니, 위기를 기회로 살렸다.

의혹이 불거지자 에르도안은 음모론을 펼치며 상황을 돌파했다. “(정적인) 귤렌과 사법부의 음모”라고 주장했다. 에르도안의 지지층은 오히려 결집했고, 지난해 8월 치러진 대선에서 에르도안은 집권에 성공했다. 많은 전문가는 에르도안이 재선에 성공해 2024년까지 터키를 통치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에르도안이 이끄는 정의개발당은 2002년 이후 총 7번의 선거에서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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