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뜨겁고 평평하고 붐비는 세계’ 토머스 L. 프리드먼 지음/ 이영민 옮김/ 21세기북스/ 592쪽/ 2만9800원
‘코드 그린’ 전략은 프리드먼에 따르면 크게 다섯 가지 핵심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첫째 에너지 및 천연자원에 대한 수요 증가와 부족, 둘째 석유 강국 및 석유 독재자에게로의 부의 이동, 셋째 이산화탄소 증가로 인한 파괴적 기후 변화, 넷째 전기 소유 여부로 심화하는 에너지 빈곤, 다섯째 수많은 동식물 멸종으로 인한 생물 다양성 감소 등이다.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 에너지와 기후, 인간의 관계에 새롭게 접근하자는 것이 코드 그린 전략이다. 특히 인터넷과 (수력, 풍력, 태양력 같은 청정) 에너지 기술이 결합된 ‘에너지인터넷’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기후시대’를 선도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지구의 미래와 지구적 리더십을 결정할 것이라 한다.
지구가 평평해진다
그렇다면 이러한 전략은 과연 ‘뜨겁고 평평하고 붐비는 세계’와 무슨 관련이 있는가? 프리드먼에 따르면, 지금 지구는 갈수록 뜨거워지며, 기존의 온갖 경계선이 제거되면서 평평하게 되어 무한경쟁으로 치닫고 있고, 중국, 인도, 아프리카 바나나공화국(남미) 등지에서 갈수록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점점 붐빈다. 일단 현상적으로 이런 진단은 틀리지 않다.
화석 연료의 사용, 온실 가스의 증가 등이 지구온난화를 초래한다는 것은 프리드먼 이전에도 이미 많은 사람이 이슈화한 내용이다. 그리고 실제 현실에서도 점점 우리 곁으로 다가온다. 예컨대, 북극의 빙하가 녹아서 곰들이 쉴 데가 없고 먹잇감을 구하기 어려워 갈수록 생존이 위협받는다. 또 남태평양의 투발루라는 섬은 해수면의 상승으로 물에 잠겨 더는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 되고 말았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겨울이 갈수록 따뜻해지고 있다. 한반도에서도 ‘3한4온’이라는 전통적 기후는 사라지고 말았다. 혹자는 아열대 기후로 변했다고 말한다. 나아가 서울에서 자라지 못하던 감이 서울에서도 잘 열리고, 강원도 원주에서도 사과 농사가 잘 된다. 예전에는 추워서 과일 농사가 잘 안 되던 곳도 이제는 기후가 따뜻해지는 바람에 농사가 잘 된다. 그래서 지리책에서 과일이나 대나무의 북방한계선도 바뀌고 있다.
다음으로 지구가 평평해진다는 것도 사실은 기존의 민족 국가, 낯선 문화 따위가 갖고 있던 경계선들이 갈수록 허물어지거나 경계 자체가 희미해진다는 말이다. 한마디로, 자본의 세계화와 더불어 이제는 국가보다 자본이 더욱 큰 힘을 갖고 전 지구를 주름잡고 다닌다는 말이다. 특히 1980년대 이후의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개방화, 탈규제화, 민영화, 유연화 등 핵심 구호를 중심으로 온 세상을 재편하고 있다. 그래서 갈수록 평평해진다는 말이다. 요컨대, 온 세상이 더 이상 민족 국가의 울타리를 매개로 보호받기 어렵고 무한 경쟁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평평하다’고 하지만 실은 대단히 무서운 말이다. 유전자 조작 옥수수로 수천 마리씩 키우는 미국 소와 기껏해야 몇 마리씩 키우는 한국 소가 같은 수준에서 경쟁해야 하니, 한국 소가 망할 수밖에 없다. 영세하게 농사짓는 한국 참깨와 대량으로 농약을 뿌려대며 무자비하게 생산하는 중국 참깨가 경쟁이 될 리 없다. 이제 민족국가나 보호무역주의 따위는 별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대신에 기술, 금융, 정보 등의 ‘민주화’와 더불어 세상이 갈수록 평평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