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호

백마고지 역에서

  • 정춘근

    입력2013-04-18 09: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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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마고지 역에서

    일러스트·박용인

    철길처럼 마주보는

    우리 팽팽한 기다림의

    종착역은 어디쯤일까



    방금,



    지상의 마지막 역에 내린

    백발 할머니가

    절벽 같은 철길 끝에서

    지평선 너머 세상을

    까치발로 넘겨다본다





    슬쩍 눈물을 닦는

    할머니 손가락에 외가락지

    이제는 다 닳아 끊어질 것 같은데

    쌍가락지를 다시 끼워줄

    그날은 아직 멀었는지

    무심한 폿소리만

    녹슨 철조망 흔든다



    그래도 촉촉한 눈길이

    끝나는 곳에서

    뒷짐을 진 할아버지가

    백마고지역을

    바라보고 있었으면 좋겠다

    정춘근

    ● 1960년 강원 철원 출생
    ● 1999년 ‘실천문학’ 봄호로 등단
    ● 작품집 : 시집 ‘지뢰꽃’ ‘수류탄 고기잡이’ ‘황해’

    ● 現 문예창작 강사 및 문맹퇴치 봉사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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