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월12일 목동 SBS스튜디오에서 방송 중인 김창완. ‘라디오 스타’이기도 한 그는 현재 SBS 라디오‘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를 진행하고 있다.
김창완에겐 왠지 ‘선생님’보다 ‘아저씨’라는 호칭이 더 잘 어울린다. 본인도 아저씨라 불리는 것에 개의치 않는 것 같다. 사실 그는 데뷔 때부터 줄곧 ‘아저씨’였다. ‘오빠’라는 말이 어색했던 1970년대의 10대 팬들은 20대의 산울림을 아저씨라고 불렀다.
하지만 그는 좀 다른 ‘아저씨’다. 우리가 품은, 최소한 기자 나이 또래의 고정관념 속에 있는 40~50대의 권위적이거나 기름진, 혹은 그렇고 그런 남자 어른의 상(像)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거장’이라고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본인은 ‘거장’이라는 말에 대해 거부감을 표했지만) 가요계의 존경받는 ‘어른’이지만, 아들뻘 되는 후배 뮤지션 에픽하이와의 공연에선 세대 구분이 무의미할 만큼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다. 지난 연말 서울 홍대 앞 클럽에서 열린 김창완밴드 공연도 “아저씨 멋져요”를 외치는 젊은 팬들로 가득했다는 후문. 인터넷에서는 10대 혹은 20대가 올린 듯한 “가수인지 몰랐는데 음악을 듣고 좋아하게 됐다” 유의 글이 많다. 대중문화 속에서 희화화되며 인기를 얻고 있는 여타 중년들과는 다른 모양새로, 고유한 자신의 색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도 흥미롭다.
▼ 홈페이지를 봤는데 최근엔 10대와 20대가 올린 글이 많더군요. 어린 팬이 많은가요?
“아직 낯설어요. 물론 음악적으로 항상 만나고 싶은 사람은 하이틴이에요. 틴에이저 때 들은 음악이 평생 음악이 된답니다. 물론 그걸 알아서 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만…. 어쩌면 저 스스로 데뷔 시절에 대한 향수가 있는지도 몰라요. 그래서 이렇게 나이 들어서도 늘 새 음악을 하고 싶고, 내 아들보다 어린 사람에게 다가가려고 하고 그래요.”
▼ 젊은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나 요?
“글쎄, 내가 노력해서 될 만한 것이 있을 거고 노력으로 다가갈 수 없는 부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 사람 우리 아빠 또래인데 내가 팬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그들의 선입관을 어떻게 깰 수 있을까, 그리고 그게 깰 수 있는 것인가, 산울림 30년 역사가 세월의 보증서가 될 수도 있지만, 그게 혹시 원로라는 족쇄가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 안 할 수가 없죠. 근데 이렇게 됐던 저렇게 됐던 창작력은 순수함이나 무모함, 이런 것들을 내포하지 않고는 생겨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음악 창작뿐 아니라 모든 분야의 새로운 시도라는 것은 얼마만큼의 무모함이 없을 수 없기 때문에 그걸 지향하는 한 뭐랄까, 거부감 내지는 하이틴이 나에게 갖고 있는 ‘저 사람 어른 아니야’라는 식의 의혹의 눈초리에서 자유롭진 않겠지만…. 하여간 몸으로 부딪쳐서 해야죠.”
▼ 무모함은 아저씨하고는 안 맞는 단어 아닐까요?
“왜요? 친구들도 제가 새 앨범을 내고 새로 데뷔하는 사람처럼 인터뷰를 하고 방송하는 것에 대해 은근히 갈채를 보내요. 그런데 이런 두려움이 있죠. 신체적으로 목이 빨리 쉰다든지 회복기간이 오래 걸린다든지…. 심지어 아이들이 생각하는 스타는 밴을 타고 다니고 갤러리들이 우르르 쫓아다니고, 이런 모습이기 십상인데, 김치찌개 집에서 몇 안 되는 사람끼리 초라하게 식사하는 모습을 들킨다든지 해서 스타에 대한 환상이 화들짝 깨지면, 어린 아이가 가지고 있을 스타 상을 내가 훼손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그러면서도 내심 진정한 스타의 모습이 꼭 그렇게 환호나 이런 것에 싸여 있는 것은 아닐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픈 마음도 있고. 그런 것도 무모함일 수 있는데, 걔네들 환상이 깨지거나 제가 상처 입는 게 두렵기도 하고 그래요. 그러니까 상당히 이중적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