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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교사가 매 맞는 ‘막장’ 학교…공교육 살릴 길은 교권입국(敎權立國)”

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

  •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교사가 매 맞는 ‘막장’ 학교…공교육 살릴 길은 교권입국(敎權立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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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교육감 직선제는 고도의 정치행위, 민주주의의 오만
  • ● 男교사 비율 높이고 여성도 군복무해야 진정한 양성평등
  • ● ‘스승의 날 주간’ 정해 학생, 학부모와 정서적 유대 강화해야
  • ● 20년째 정원 제자리…교사 늘려야 체벌 없이 통제 가능
“교사가 매 맞는 ‘막장’ 학교…공교육 살릴 길은 교권입국(敎權立國)”
두꺼운 책과 자료들이 여기저기 수북하다. 하얀 벽면에는 큼지막한 글씨가 적힌 4절지들이 길게 붙어 있다. 교권보호대책, 학생언어문화개선사업 등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가 그동안 추진해온 일을 짐작게 하는 것들이다. 1월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우면동 교총 사옥, 수장인 안양옥(56) 교총 회장의 집무실은 분주하고 활기찼다.

교총은 18만 회원을 가진 국내 최대 교원단체다. 안 회장은 2010년 6월 이곳으로 자리를 옮긴 후 정부와 교육계에 교권회복의 중요성을 설파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사업들을 강도 높게 추진해왔다. “교권이 바로 서야 학교가 바로 서고 나라가 바로 선다”는 교육자로서의 신념에서다.

안 회장의 이런 교육철학은 집안 내력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전남 보성 태생인 그의 집안 어른 중에는 김영삼 대통령의 스승인 안용백 전 전남교육감, 광주교육감을 지낸 안준, 안순일 선생 등 유명한 교육자가 많다. 부모의 교육열도 남달랐다. 좋은 교육환경을 만들어주려는 부모의 뜻에 따라 학교를 네 군데나 옮겨 다닌 그는 서울 효제초등학교와 동성중·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 사범대 체육교육과를 졸업했다.

서울대에서 석·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서초중·동작중·수도여고에서 교편을 잡았고 1989년부터 지금까지 서울교대 교수로 재직하며 초등 예비교원을 양성하고 있다. 또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교육협력위원, 교원양성대학교 발전위원회 공동의장, 유네스코한국위원회 교육분과위원장 등으로 활동하며 교육계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헌신해왔다. 그를 만난 날은 마침 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의 총리 후보직 사퇴가 이슈였다. 이번에도 재산과 아들 병역 문제가 화근이었다.

탈무드의 교훈



▼ 안 회장께선 공직에 나가도 추궁당할 일이 없겠습니까.

“세상에 완전무결한 인간이 어디 있겠습니까만, 저야 모아둔 재산도 없고…저도, 제 아들도 학도호국단 출신이라 군에 애정이 많거든요. 그런데 제가 화를 잘 내요. 다혈질이에요. 격정적이고 열정이 과해요. 열정이 있으니까 이런 봉사를 하는 건데, 성격 때문에 평판도 엇갈려요. 모르긴 해도 회원의 30%쯤은 나쁘게 얘기하지 않을까 싶네요(웃음).”

안 회장은 김용준 위원장 사퇴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사생활보다는 공직 능력으로 검증해야 한다. 또한 지배층과 부유층이 부의 축적에 따른 기득권을 내려놓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야 사회적으로 존경받을 수 있다. 김 위원장도 사회적으로 기부를 많이 했다면 재산 문제도 그만큼 희석됐을 것”이라는 게 요지였다. 그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려면 미래 사회가 지향해야 할 가치에 대한 가치교육과 행복교육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 가치교육의 좋은 사례가 있다면.

“유대인의 탈무드가 대표적이죠. 탈무드는 지식이 아니라 지혜를 가르쳐요. 선과 악의 공존을 인정하니까 편견 없이 모든 사람을 받아들이는 거예요. 우리 사회는 공격적 삶을 추구해요. 무조건 1등 해야 해요. 착한 아이도 나쁜 마음을 먹을 수 있고 악행을 하는 아이도 마음은 선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는데 모든 것을 선과 악, 1등과 꼴찌 같은 이분법적 논리로 구분하려고 하죠. 그걸 빨리 극복해야 해요. 유대인도 어릴 때부터 중용지도, 가치교육의 중요성을 일깨우기 때문에 가장 우수한 민족이 된 겁니다.”

▼ 서울교육감 재선거에 출마했다면 어떤 얘기를 하셨을지 궁금하네요.(안 회장은 이번 서울교육감 재선거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으나 후보 단일화를 위해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했다.)

“언제부턴가 학교가 교육을 모두 책임지는 곳이라는 이상한 고정관념이 생겼어요. 가정과 학교, 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하는데. 가정에선 부모, 사회에선 사회 조직과 사회인, 학교에선 교원이 주체예요. 그런데 부모와 교원 사이가 멀어졌어요.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기 때문이죠. 삶의 중요한 가치는 인성교육을 통해 배울 수 있습니다. 내면의 보이지 않는 힘이 인성인데 그걸 키우려면 지식과 지혜를 함께 가르쳐야 합니다. 그러려면 필연적으로 가정교육과 학교교육이 균형을 이뤄야 해요.

과거에는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고 해서 선생이 부모 같은 마음으로 학생을 때려도 이해했는데, 요즘은 선생을 지식을 가르치는 기능인으로 보니까 자기 아이에게 손대는 걸 용납하지 못하는 거예요. 거기다 촌지(寸志)나 받는 타락한 존재, 학부모보다 지식이 부족한 존재로 여기죠. 학부모 중에 고학력자가 많아져서요.

이러니 아이들이 선생을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아이의 미래를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이 학부모와 교원 간의 가치 공유예요. 이게 중요한 정책적 화두가 돼야 하고 교육감은 교원과 학부모의 중재자가 돼야 합니다. 진정한 교육은 학생이 중심에 있고 가정과 학교에서 일체감을 가지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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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 │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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