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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맨발, 맨주먹, 맨몸 ‘3M 목회’의 기적

소강석 새에덴교회 담임목사

  • 배수강 기자 | bsk@donga.com

맨발, 맨주먹, 맨몸 ‘3M 목회’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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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락동 스타일, 분당 스타일

어렵게 신학교를 졸업했지만 암담하긴 마찬가지였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줄도 없고, 길들지 않은 광야의 야성미 소유자’에게 선뜻 부목사를 제의하거나 자리를 소개한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소 목사의 ‘야성미’는 이후 대한민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대형 교회를 만든 비결이기도 하다. 그 얘기는 잠시 뒤에 다시 살펴보자.

“결국 27세 때 상경했어요. 교회가 없고 물가도 싼 문정동 가락시장 인근에 정착했어요. 하나님 은혜가 있으면 반드시 전도할 수 있다, 반드시 부흥한다고 믿었어요. 그땐 미쳤습니다. 부동산, 미장원, 상가(喪家)를 돌며 사람들을 만났고, 동네 사우나에서도 생면부지의 홀딱 벗은 사람들과 손잡고 기도했습니다. 당시 가락시장 일대엔 가난한 인생 패배자가 많았는데, 그분들이 욕하는 소리가 이상하게도 정겨웠어요. 인간적이기도 했고. 나도 그들과 같은 비주류 인생을 살아왔잖아요. 그들에게 내 인생을 소개하며 ‘나를 만나면 당신의 운명이 바뀝니다’ 하면서 동반자로 살아가자고 했어요.”

1988년 소 목사의 개척교회 첫 주일예배일, 보증금 800만 원에 월세 48만 원인 23평 지하 예배실에 5명이 모였다. 건물 주인, 교회 간판을 달아준 간판집 아저씨, 아기를 업고 나온 할머니, 그리고 소 목사였다.

“열정에 사로잡혀 정직과 진정성을 바탕으로 예수그리스도의 복음을 전도하니까 1년 만에 신도수가 100명이 넘었어요. 예배 참석자는 대부분 사회적,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었는데, 비주류로서 역경을 이겨낸 제 인생 스토리와 열정에 공감한 것 같아요.”



그는 자신의 목회를 맨발, 맨주먹, 맨몸으로 일궈낸 ‘3M 목회’라고 표현했다. ‘3M 목회’는 지금 대지 2000평(6600㎡), 지하 3층, 지상 10층짜리 대형 교회가 됐고, 4명이던 신도는 3만5000명이 됐다.

“신도가 늘어 교회를 새로 지으려고 가락동 인근 문정동, 장지동에 부지를 보러 다녔어요. 그런데 제법 괜찮은 부지는 대부분 그린벨트로 묶여 있고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고 있어서 1995년 경기도 성남의 분당신도시로 갔죠. 그러다 2005년 지금의 죽전으로 옮겼어요.”

▼ 가락동 스타일이 분당 스타일로 바뀌었겠네요.

“고민도 많았어요. 가락동에 ‘본질파’ ‘야성파’ 신도가 많았다면 분당엔 ‘세련파’ 신도가 많죠. 양파 냄새 나고 거칠고 욕도 잘하는 ‘파괴된 사나이와 여인들’은 제 스타일대로 변화시켰는데 분당 스타일은 달랐어요. 가락동에서도 ‘설교가 거칠다, 사납다, 제트기 같다’고 비판하며 떠난 신도가 꽤 있었거든요.”

▼ 그래서요?

“열정도 좋지만 제트기 같은 설교는 지양해야겠구나 생각했죠. 그래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식으로 바꿨어요. 성경 내용과 제 인생 얘기를 들려주며 감동을 주는 방식이죠. 최악의 스펙을 가진 요셉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하나님의 신실하심과 사명, 사랑과 용서, 그게 스토리죠. 역경을 극복한 저의 체험 스토리도 설교의 중요한 소재가 되고요.”

맨발, 맨주먹, 맨몸 ‘3M 목회’의 기적

2012년 6월 국립서울현충원 현충탑 참배 후 6·25 참전용사들과 행진하는 소강석 목사(오른쪽에서 세 번째).

‘사람을 섬기는 교회’

소강석 목사의 인생 스토리는 지난해 10월 중국대륙에도 상륙했다. 저서 ‘스펙을 넘어 스토리를 만들라’가 ‘찬란한 경력을 초월하라(超越燦爛的經歷)’는 제목으로 중국에서 출판된 것. 한국 목회자의 책이 한국이나 홍콩·대만 등에서 중국어로 번역돼 출판된 적은 있어도 중국 출판사에 의해 현지에서 출판된 것은 처음이다. 책에는 고난 속에서 신학 공부를 하고 교회를 개척한 이야기를 비롯해 소 목사의 인생 역정과 더불어 성경 등장인물을 소개하는 한편 공인자격(스펙)을 뛰어넘어 성공적인 인생을 가꾸는 방법이 담겼다.

소 목사는 설교할 때면 ‘지역 주민과 함께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교회가 돼야 한다’는 말을 빠뜨리지 않는다고 한다. 교회 표어도 ‘사람을 섬기는 교회’다. 번번이 논란이 되는 교회 사유화와 세습 문제에 대해서도 할 말은 했다.

“대한민국이 압축 성장을 했지만 후유증도 큽니다. 한국 교회도 마찬가지예요. 갑자기 성장하니, 갑자기 자본주의의 위력을 실감하니 내부 파워게임이 벌어지는 거죠. 교회는 기업체와 다를 바 없게 됐고, 교회의 거룩함은 땅에 떨어졌어요. 가끔 교회 내분, 교회 세습으로 싸우는 사건이 보도되면 일반인은 교회에 대해 나쁜 이미지를 갖게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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