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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사랑을 스윙하고 남은 생을 퍼팅하다

‘골프 시인’ 김영진 성서원 회장

  • 글·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사진·조영철 기자 korea@donga.com

꿈과 사랑을 스윙하고 남은 생을 퍼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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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수록 비거리 늘어”

“힘을 빼고 그립을 고쳐 잡으니 헤드 스피드가 더 빨라져요. 클럽도 가벼운 것을 씁니다. 70대가 되면 여성용이나 시니어용 클럽을 사용하는 게 좋아요. 그런데 한국 골퍼들은 노인이 돼도 남자의 자존심 때문인지 가벼운 클럽을 잘 사용하지 않지요.”

그의 스윙을 유심히 들여다보니 핵심은 기마 자세였다. 요즘 선호되는 오각형 어드레스와는 조금 차이가 있었다. 그는 백스윙 때 체중을 오른쪽 다리에 충분히 옮겨서 오른쪽 무릎이 기둥이 되도록 했다. 백스윙 톱(top)에서는 오른쪽으로 옮겨온 체중을 지탱하기 위해 허벅지 안쪽의 근육이 단단해지는 긴장을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스윙 때 왼팔을 곧게 뻗어야 강력한 스윙이 나오지만, 팔이 좀 굽는다 해도 백스윙 때 팔과 손과 어깨로 만든 삼각형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단다.

“공을 때리는 순간 회초리로 때리듯 휙 하고 휘둘러요. 치고나갈 때까지 하체는 되도록 움직이지 말아야 공이 똑바로 나갑니다. 골프 교본에는 하체의 중심을 잡고 상체로 쳐야 한다고 나오지만 나이가 들면 하체로 이끄는 것도 필요합니다.”

김 시인은 골프 잡지에 골프 칼럼을 연재했을 정도로 이론에도 밝다. 이론과 실기에 아무리 밝아도 어렵기만한 게 골프다. 티샷을 잘 해도 세컨드샷이 조금 빗나가면 러프나 벙커에 빠지기도 한다.



“18홀 하나하나가 다 한 편의 드라마죠. 잘 되는 홀에선 깔끔한 버디도 기록하지만 어떤 홀에선 클럽을 집어던지고 상소리를 내뱉기도 해요. 골프장의 자연은 또 얼마나 다채로운가요. 계절 따라 시시각각 변하고 날씨도 같은 날이 하루도 없어요. 시가 안 나올 수가 없답니다.”

골프 시는 일종의 목적시다. 시상이 떠올라 시를 쓰기도 하지만 전국 클럽대회나 골프장의 요청을 받고 쓰기도 한다. 뉴코리아CC, 렉스필드CC 등은 그의 시를 새긴 시비를 코스 안에 세워놓았다. 그는 뉴코리아CC의 각 홀을 주제로 연작시를 쓰기도 했다.

“혼자만의 감흥에 빠져 흥분해서도 안 되고, 여러 사람이 읽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하려면 완성하기가 무척 힘들어요. 그래도 잘 풀려서 시 한 수 짓고 나면 암이 낫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하하.”

김 시인은 1965년 스무 살 때 첫 시집 ‘초원의 꿈을 그대들에게’를 펴낸 뒤 지금까지 50여 권의 책을 펴냈다. 안동사범병설중, 경안고, 건국대 국문과를 거치며 문학수업을 했고, 황금찬 시인의 추천으로 한국기독교문인협회 회원이 돼 여러 시인과 교유하며 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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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같은 성미, 강렬한 삶

대학 졸업 뒤 동양출판사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을 때다. 그는 시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으나 어느 출판사 사장이 그에게 “당신은 정치나 사업에 재능이 있는 것 같으니 시 쓰지 말고 그쪽으로 나서보라”고 권유했다. 말이 씨가 됐는지 28세 때인 1972년 그는 성서원을 차리면서 사업 재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한때 전국에 500명의 직원을 둘 만큼 출판사 규모를 키웠다. 최근엔 스마트폰 때문에 매출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가족의 크고 작은 일을 진솔하게 기록한 758쪽짜리 화보집 ‘진순가족대소사’에서 그는 이렇게 썼다.

‘김영진은 불같은 성미로 강렬한 삶을 엮어나갔다. 마음에 차지 않는 것은 용납하지 않았다. 무엇이든지 의식 속에 들어야 흡족했다. 회사 경영 또한 가장 확실한 신념으로 운영했다. 버릴 것은 과감히 버렸다. 취할 것이 있으면 투쟁을 해서라도 기어이 얻어내는 적극적인 태도로 나갔다. 그것이 오늘의 성서원을 이룩한 경영 철학이었다.’

그가 골프를 만난 건 우연이다. 사업을 시작하고 술, 담배를 많이 하면서 몸을 돌보지 않다가 십이지장궤양으로 입원했을 때 의사가 골프를 권했다. 키도 몸집도 크진 않지만 유연성이 좋아 금세 빠져들었다. 1992~1997년 뉴코리아CC 대표선수를 지냈고, 1996년엔 69타로 뉴코리아CC 챔피언에 올랐다. 2003년엔 제37회 한국골프협회 주관 전국 클럽대항전에 뉴코리아CC 경기위원장으로 대표선수를 인솔해 출전했는데 종합·개인·임원 우승으로 3관왕이 됐다.

“20년을 넘게 쳐도 라운드할 때마다 새로운 느낌입니다. 그러니 늘 꾸준히 노력하는 게 중요해요. 저는 요즘도 잠들기 전에 퍼팅 연습을 20개 이상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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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시인이 서울 성북동 자택 정원에서 칩샷 연습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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