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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체형 + 동양 손 감각 안병훈 세대, ‘세계 3강’ 가능

한국 남자골프의 한계와 가능성

  • 이강래 | 헤럴드스포츠 대표 altimus@naver.com

서구 체형 + 동양 손 감각 안병훈 세대, ‘세계 3강’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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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이 다른 타법’

일본 투어를 접고 미국으로 건너가 오랜 시간 PGA투어 진출을 준비한 김주형은 자신이 목격한 광경을 필자에게 들려줬다. 2000년대 중반 미국 플로리다 주 올랜도의 베이힐 골프장에서 열린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김주형은 애덤 스캇(호주)의 최종 라운드를 18홀 내내 따라 다니며 관찰했는데, 아이언샷 때 디봇(공 앞의 잔디가 파이는 것)이 하나도 나지 않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김 프로는 “7차례 웨지샷을 포함해 18홀 동안 한 번도 디봇을 내지 않더라. 우리와는 다른 타법을 구사한 것이다. ‘레벨’이 다르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는 클럽이 공에 부딪힐 때의 각도가 다르기 때문인 듯하다. 공을 그만큼 정교하게 친다는 뜻이다. 요즘은 한국 선수들도 어려서부터 체계적인 레슨을 받아 좋은 스윙을 하는 선수가 많지만 이 정도는 못 된다. 애덤 스캇은 지난해 5월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다.

한국 선수들이 PGA투어나 유러피언투어에서 세력을 형성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쇼트게임 실력이 뒤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상급 서양 선수들은 볼 터치감이 좋고 공을 다루는 감각이 뛰어나다. 김주형은 “아이언샷 타구감만 들어도 알 수 있다. 동양 선수들은 ‘퍽’ 하는 소리가 나는 데 비해 미국 선수들은 탁구공을 치듯 경쾌한 소리가 난다. 볼 컨택트가 깨끗하게 이뤄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런 타법의 차이는 골프 환경에 기인한다. 미국 아이들은 학교 다녀와 책가방 던지고 울타리를 넘어가면 골프장이다. 골프를 배우는 순서도 우리와 다르다. 그린 주변에서 퍼팅을 포함한 쇼트게임을 익히고 팅 그라운드 쪽으로 이동해 드라이버샷을 포함한 롱게임을 배운다. 반면 우리는 드라이브샷부터 시작해 쇼트게임 쪽으로 이동한다. 세계 무대에서 우승을 좌우하는 것은 롱게임이 아니라 그린 주변에서의 플레이다. 오죽하면 ‘드라이버는 쇼, 퍼팅은 머니’라는 골프계 격언이 있겠는가!



미국 ‘골프다이제스트’에 따르면 전 세계 200개 가까운 나라에 3만3236개의 골프장이 있다. 이 중 가장 많은 골프장을 보유한 국가는 미국으로 1만6000개에 달한다. 전 세계 골프장의 절반이 미국에 있다는 얘기다. 미국 골프가 강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골프의 발상지로 알려진 영국은 2756개로 2위다. 3위 일본은 2440개로 아시아 국가 중에서 가장 많다. 이어 캐나다(2100개), 호주(1520개), 독일(748개), 프랑스(559개) 순이다. 골프 성적은 공교롭게도 골프장 숫자와 비례한다.

‘골프다이제스트’ 조사 당시 한국은 뉴질랜드(420개), 스페인(359개)에 이어 세계 13위였다. 하지만 조만간 500개를 돌파해 7, 8위권으로 상승할 전망이다. 그래도 미국처럼 아이들이 편하게 골프장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특별소비세 등이 붙어 골프를 치는 데 비용이 많이 든다. 또한 골프장의 상당수는 연습 그린에 ‘어프로치 금지’ ‘칩샷 금지’라는 푯말을 붙여놓았다. 연습 그린에 홀을 뚫어놓지 않은 골프장도 많다. 골퍼보다는 관리의 용이성을 먼저 생각하기 때문이다. 벙커샷을 연습할 공간을 갖춘 골프장은 손에 꼽을 정도다. 이런 환경에서 미국 선수를 능가할 선수를 양성하기는 쉽지 않다.

한국인은 연습장의 플라스틱 매트 위에서 골프를 배운다. 타석마다 자동 티업기가 설치돼 있어 반복 연습으로 스윙 자세를 만들기엔 좋다. 그러나 경기는 천연 잔디 위에서 한다. 이런 ‘닭장 연습장’에선 미세한 감각 차이를 익히기 어렵다. 재미교포 선수인 찰리 위는 “TV 중계를 보면서 놀랄 때가 많다. 특히 타이거 우즈의 경기를 보면 나는 도저히 파 세이브가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는 지점에서 파를 잡는다. 저절로 존경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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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래 | 헤럴드스포츠 대표 altim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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