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의원 : “제 나이가 몇 살로 보입니까.”
이 회장 : “알고 있습니다.”
김 : “62년생입니다.”
이 : “네.”
김 : “올초에 제가 재향군인회에 자료를 요구했더니, 왜 우리 친정아버지에게 사람을 보내서 질문을 못하게 하십니까.”
이 : “네? 잘 못 들었습니다.”
김 : “저 성인이거든요. 제 아들도 곧 성인이 돼요. 국회의원이 의정활동을 하는데 질문을 하라 마라 하는 것을, 왜 친정아버지에게까지 사람을 보내가지고…. 그렇게 하실 정신 있으면 자료나 똑바로 만들라고 지시하십시오. 그리고 이번 국정감사 하는 동안에 재향군인회측으로부터 질문을 자제하거나 약화해달라는 부탁을 다섯 명에게도 넘게 받았습니다.”
이 : “재향군인회가 저 혼자입니까.”
김 : “(전화한 사람들에게서) 회장님의 부탁을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이 : “재향군인회 시도, 시군구 회원들이 전국에 다 퍼져 있는데, 김현미 의원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누군가) 아는 사람 통해서 부탁받아 이야기했으면 했지, 제가 누구한테 이야기했다는 건지.”
김 : “제가 그러면 회장님이 말씀하셨다고 하는 그분을 데려다가 대질하는 푸닥거리를 해야 하겠습니까.”
질문이 이어지는 동안 김 의원의 목소리는 한껏 격앙됐고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다. 반면 답변하는 이 회장의 얼굴에선 잔잔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40여 년 긴 세월 동안 누구도 건드리기 힘든 거대 공룡조직으로 변한 재향군인회와 이를 5년째 이끌고 있는 이 회장의 노련함 앞에서 초선의원의 목소리는 제풀에 지쳐갔다. 언론도 이에 한몫했다. 대부분의 언론은 이날 김 의원과 이 회장 간의 설전을 흥미롭게 다루는 데 그쳤다. 김 의원을 비롯한 정무위 소속 여야 의원들이 제기한 재향군인회와 관련한 비리 의혹은 관심 밖이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이쯤에서 끝낼 태세가 아니다. 국정감사 과정에서 제기된 재향군인회의 각종 비리 의혹과 국가보훈처의 자체 감사 결과 드러난 문제들에 대해 감사원이 감사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감사원은 재향군인회가 1994년을 마지막으로 10년이 넘도록 감사를 받지 않았다는 의원들의 지적과 감사 요구에 따라 재향군인회 감사의 적절성에 대한 내부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향군인회 안팎에서 제기되는 운영상의 문제점과 각종 비리 의혹 진상을 추적했다.
매년 자산, 100억~200억씩 늘어
재향군인회는 정부 산하기관·단체가 아닌 제대 군인들의 순수한 친목모임이다. ‘재향군인회법’ 제1조 설립목적 조항엔 ‘친목을 도모하는 모임’이라고 명시돼 있다. 정상적인 친목모임이라면 회비로 운영돼야 한다. 하지만 재향군인회는 지난 40년 동안 ‘재향군인회법’이라는 특별법의 ‘우산’ 아래 기형화했다. 각종 특혜시비와 불법·편법 의혹을 받는 이상한 ‘친목모임’으로 변한 것이다.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된 재향군인회 업무보고 자료에 따르면 정회원이 123만명에 달한다는 재향군인회가 2004년 한 해 모금한 순수 회비는 8억5000만원. 하지만 재향군인회는 그해 340억원의 예산을 집행하고 산하 12개 사업체를 통해 32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