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시 뒤 숲속 길에 들어선 나무꾼은 가슴에 칼이 꽂힌 채 숨져 있는 A를 발견하고 관청에 신고한다. C는 곧 체포되고 행방이 묘연했던 B도 불려와 관청에서 신문이 벌어진다.
C는 말한다.
“내가 속임수를 썼고 B를 겁탈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A와 정당한 결투 끝에 그를 죽인 것이다.”
B의 진술은 다르다.
“내가 당한 후 남편을 보니 싸늘하기 그지없는 눈초리였다. 내 잘못이 아닌데도 나를 경멸하는 눈초리여서 내가 정신이 나가 남편 A를 죽였다.”
무당의 힘을 빌려 강신(降神)한 사자(死者) A는 또 다른 진술을 한다.
“내 아내 B가 나를 배신했지만 오히려 C가 나를 옹호했다. 나는 자결했다.”
‘A의 죽음’이라는 한 사건을 놓고 현장에 있던 삼자의 말이 다 다르다. 진실은 무엇인가. 죽은 A를 발견해 신고한 나무꾼의 진술이 이어진다.
“B가 싸우기 싫어하는 두 남자를 부추겨 결투를 붙여놓고 도망쳤고, 남은 두 남자는 비겁하고 용렬하기 짝이 없는 개싸움을 벌였다.”
사건은 더욱 오리무중으로 빠진다.
주 의원 “욕설, 한 번만 했다”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 술자리 파문을 둘러싼 진실 게임은 영화 ‘라쇼몽’의 이 대목을 떠올리게 한다.
지난 9월22일 밤 대구 J호텔 지하 칵테일 바에서 술자리가 벌어졌다. 이 지역 출신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을 비롯, 국회 법사위 소속 국회의원들과 정선태 차장검사 등 대구지검 검사들이 모여 있었다. 대구지검 국감 뒤풀이 자리였다.
다음날인 23일부터 폭언 성희롱 논란이 벌어진다.
“주 의원이 술집 여사장 현모씨에게 폭언하고 성희롱했다.”(오마이뉴스)
“안 했다. 검사가 그랬다. 오마이뉴스는 김대업뉴스다.”(주 의원)
“한나라당에 사과한다.”(검찰)
“이건 대구 보궐선거를 앞둔 음모다.”(한나라당)
“주 의원이 폭언했는지 잘 모르겠다.”(열린우리당)
“주 의원이 폭언했다.”(열린우리당)
“주 의원이 심하게 폭언했다.”(술집 여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