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로 살펴볼 것은 갤러리와 공연장 등 다양한 문화체험 공간을 조성해 시민들이 녹음이 풍성한 숲에서 휴식을 취하며 여유를 만끽하고 활력 넘치는 다양한 이벤트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드는 사업이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반포지역에 건설될 플로팅 아일랜드(Floating Island)다. 강 위에 떠 있는 인공섬 공간에서 각종 예술 공연과 전시를 개최함으로써 문화 중심의 레저, 축제, 생활체육 등 다양한 기능이 어우러질 수 있도록 만든다는 것이 기본 개념이다. 한마디로 시민들이 사계절 이용할 수 있는 역동적이고 개방적인 문화·레저시설을 강 위에 조성하는 것이다. 플로팅 아일랜드 둘레에는 발광다이오드(LED) 글라스를 시공해 ‘안개 속에 핀 등불’을 형상화한 야간 경관을 연출한다는 계획이다.

선유도공원 리모델링 계획 개념도.
이렇듯 문화공간을 확충하는 다양한 사업에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부분은 자연과 인공의 조화일 것이다. 도심지를 관통하는 강을 이용해 문화공간을 조성한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자. 오스트리아 그라츠 시의 인공섬(Mur Island)과 미술관 쿤스트하우스는 수변공간을 유려하게 활용한 좋은 사례다. 그라츠 시 무어 강에 만들어진 인공섬은 도시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건축된 것이고, 쿤스트하우스는 그라츠의 역사와 유산을 여유롭게 반영하면서도 현대의 첨단기술과 멋진 조화를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그라츠의 사례는 강변 역사유적과 자연적 특징이 첨단기술과 조화를 이루며 추진된 경우로, ‘한강 역사문화 공간화 사업’의 성공적인 수행을 위해 벤치마킹 사례가 될 만하다.

오스트리아 그라츠 시의 동쪽과 서쪽을 잇는 ‘문화의 다리’와 가운데 설치된 인공섬. 미술기획자 푼켄호퍼씨가 고안한 이 인공섬에서 시민들은 차를 마시며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고 재즈 연주를 즐긴다.
세계 유명 관광도시의 강을 떠올려보자. 프랑스의 센강에서 유람선을 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것이다. 세계적 명성을 자랑하는 강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아담하고 협소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센강 양옆에 늘어선 유구한 역사의 건축물들을 보면 자연과 문화의 절묘한 조화에 숙연한 감동을 느끼게 된다. 과거를 소중히 가꾸고 현재와 공존하도록 만드는 지혜가 미래를 열어준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고풍스러운 건물들 위에 불시착한 우주선 같은 독특한 외관을 자랑하는 그라츠 시의 쿤스트하우스.밤이면 푸른색 아크릴 외장재 안쪽에 설치된 700개의 형광등이 컴퓨터 시스템에 따라 시시각각 다른 패턴으로 점멸해 살아 움직이는 생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렇게 새로 만들어지는 한강의 역사·문화공간들은 짧지 않은 기간 강남북으로 단절되었던 서울이라는 도시가 한강을 중심으로 재구성되고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공동체’로서의 가치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오랜 시간 쌓인 강의 이야기를 통해 서울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일상이 한강에 포함되고 한강을 통해 윤택해질 수 있도록 하는 장기적인 고려가 필수적이다.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는 20여 년에 걸쳐 이루어지는 큰 사업이다. 안팎으로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이 같은 사업이 진행되는 것에 부정적인 시선도 없지 않다. 이를 넘어설 수 있는 것은 시민들의 합의와 참여다. 한강을 세계적 랜드마크로 만들려면 더 많은 사람의 관심과 사랑이 필수적이다. 그렇게 될 때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키워드로 제시된 ‘문화’라는 단어가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