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월호

재료·정보 쫓지 말고 대형주 집중 공략하라

선물 ‘몸통’ 시대의 투자전략

  • 글: 고승덕 변호사 sdko@lawsee.com

    입력2003-01-02 13: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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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식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외국인의 영향력이 확대일로에 있고, 선물시장 거래 규모가 현물시장을 추월했으며, 홈 트레이딩 시스템 이용자들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따라서 이젠 투자전략도 이런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새로이 짜야 한다. 그 핵심은 ‘추세 파악’이다.
    재료·정보 쫓지 말고 대형주 집중 공략하라
    주식시장은 끊임없이 변한다. 늘 살아 움직이는 것과 같다고 해서 주식시장을 ‘생물’이라 일컫기도 한다.

    주식시장은 실물경제를 반영한다. 그래서 실물경제와 다르게 움직일 수는 없지만, 주가는 실물(fundamental)의 변화보다 앞서 움직이는 속성이 있다. 주가는 실물보다 먼저 움직이고, 일반 투자자는 실물이 움직여야 비로소 변화를 감지하기 시작하므로 주식시장의 변화에 시기적절하게 대응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증시의 구조와 특성이 최근 몇 년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시장이 변한다면 투자전략도 달라져야 한다. 주식 투자전략에 영향을 주는 최근의 증시 변화상 세 가지를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우리 증시가 세계시장에 편입되면서 외국인의 영향력이 커졌다. 이 현상은 199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했다.

    둘째, 선물시장 규모가 꾸준히 커지다가 2002년에는 급기야 거래소 등 주식 현물시장을 능가하게 됐다. 이제는 선물이 현물시장을 당당하게 선도하는 구조가 정착됐다. 그래서 선물시장과 현물시장의 연계 메커니즘을 모르고는 주식 투자전략을 세울 수 없다.



    셋째, 최근 몇 년 동안 컴퓨터와 인터넷이 생활화하고 고속 통신망 보급이 확대되면서 HTS(Home Trading System)를 이용해 직접 주식을 거래하는 일반 투자자들이 급속도로 늘었다. 따라서 주가 변화에 실시간으로 대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졌다.

    이와 같은 세 가지 변화와 그것이 주는 전략적 의미를 하나씩 살펴보자.

    외국인의 놀라운 집중력

    1956년 증권거래소가 문을 열고 1962년 증권거래법이 제정되면서 우리 증시에도 자본시장 원리가 본격적으로 도입됐지만, 산업화 초창기에 외국인의 국내 투자는 차관 제공이나 직접 투자에 한정됐을 뿐 증시 참여는 이뤄지지 않았다. 외국인이 참여하지 않는 증시는 정부의 강력한 간섭과 규제에 휘둘리면서 자율성을 키우지 못했고, 이에 따라 크고 작은 세력에 의한 주가조작이 판을 쳤다.

    1981년 자본 자유화 방침이 발표됐으나, 외국인이 우리 증시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기까지는 그로부터 15년 가까운 세월이 더 소요됐다. 1981년 외국인 전용 수익증권이 발매되기 시작했지만, 액수는 미미했다. 1984년에는 6000만달러 규모의 코리아펀드가 뉴욕 증시에 상장됐으나, 정부는 1988년에야 자본 자유화 일정을 발표했다. 국민주인 한국전력과 포항제철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1992년부터 허용됐다. 그후 주요 주식에 대한 외국인 투자 허용 및 투자한도 확대 조치가 이어졌다.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 본격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한 실질적 조치는 금리 자유화와 선물·옵션시장 개장이라고 할 수 있다. 주가와 민감한 관계에 있는 금리를 정부에서 규제하는 상황에선 주가가 자본주의 시장논리에 따라 결정될 수 없다. 정부는 1995년 금리 자유화 3단계를 실시하고 1996년에는 주식지수 선물시장을 개장, 외국인에게 투자의 문호를 여는 효과를 가져왔다.

    외국인 투자가 본격화하려면 대규모 자금이 움직일 때 주가변동에 따른 위험분산(헤징) 수단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선물과 옵션이다. 선물과 옵션은 주가지수와 연계되어 움직인다. 대규모 자금이 주식을 매수하면 주가가 오르지만, 매수한 뒤 주가가 하락하면 손실이 크게 난다. 따라서 이 경우 주식을 매수하면서 선물이나 옵션을 반대 방향으로 매매하면 헤징이 된다.

    선물이 없다면 주가가 예상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일 때 손실을 피할 방법이 없어 자금력 있는 투자자가 우리 증시에서 움직이기 어렵다. 그래서 외국인은 선물과 옵션시장이 개장된 뒤에야 우리 증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장중에 실시간으로 공시되는 투자 주체별 매매 동향을 보면 투자 주체를 개인, 외국인, 기관의 셋으로 나눈다. 외국인에 포함되는 것으로는 미국의 뮤추얼펀드 자금과 같은 중·장기성 자금, 헤지펀드와 같은 단타성 투기세력, 내국인이 외국에 설립한 역외펀드(이른바 ‘검은 머리 외국인’) 등 다양하다.

    이들 외국인의 매매 규모는 개인 투자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외국인 자금이 한 방향으로 움직이면 우리 증시의 추세도 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농후하다. 그 이유는 두 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외국인의 자금 규모는 개인의 그것보다 작지만 한 방향으로 집중하는 힘이 매우 강하다. 개인 투자자들은 매매 방향이 분산되어 힘을 내기가 어렵다. 특히 증시의 거래량이 적고 주가가 변곡점에 있을 때는 시장의 에너지가 약해 외국인 자금의 동향이 시장 추세를 결정할 만큼 충격적이다. 그래서 외국인이 움직이면 많은 내국인들이 ‘외국인 따라하기’를 한다. 외국인과 연합세력이 가세해 시장을 움직이는 것이다.

    외국인의 증시 결정력을 강화하는 또 하나의 요인은 미국 증시와의 연동성이다.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 활발하게 참여하면서 우리 증시가 미국 증시에 연동되는 현상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우리 증시가 힘이 강하면 미국 증시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으리라는 의견도 있지만, 연동성은 불가피하다. 이는 국산품 가격이 국제시장 가격의 영향을 받아 상대적으로 결정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외국산 물건이 싸면 같은 종류의 국산품 가격도 내리게 마련이다.

    우리 증시가 미국 증시에 연동되다 보니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외국인 투자자에 비해 전략상 열악한 지위에 놓이게 됐다. 외국인 투자자는 미국 증시 동향을 미리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미국 경제지표의 흐름에 정통하고, 미국 증시의 변동을 가져올 정보를 사전에 입수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투자자들은 미국 증시가 변하는 것을 보고 나서야 뒤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시차를 극복하기 어렵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외국인을 따라 움직이는 것이 올바른 투자전략”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그러나 이런 전략은 중기적으로는 타당할지 모르지만, 단기적으로는 위험성이 있다. 최근 우리 증시를 눈여겨보면 외국인이 이런 전략을 역이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일부 외국인은 미국 증시의 변동 방향을 미리 알고 우리 증시 오후장에서 포지션을 취한다. 우리 투자자들이 그날 저녁 미국 시장의 변동을 보고 다음 날 아침에 따라가면 외국인은 전날 취한 포지션을 처분해 이익을 실현한다. 특히 미국계 증권사들은 그날 저녁 미국 시장에서 취할 매매 포지션을 미리 알고 있을 것이므로 우리 증시의 오후 장에서 발빠르게 방향을 정할 수 있다.

    단기적 박스권에서 지수가 널뛰기를 하면 외국인의 선취매 전략이 자주 나타난다. 외국인이 개인 투자자보다 먼저 움직이면서 이를 추격 매매하는 투자자들을 골탕먹이다 보면 신문에는 “외국인이 투기적 매매를 하고 있다”거나 “외국인이 투기적 매매를 하다가 손실을 입었다”는 식의 기사가 종종 난다.

    이때 선물과 현물 매매만 보면 외국인이 손실을 입은 것 같지만, 실제로는 선물과 옵션을 연계해 매매하기 때문에 수익을 얻고 있다. 선물과 옵션 거래에선 현물 주식과 달리 증권거래세를 내지 않으므로 외국인은 우리나라에 세금 한푼 내지 않고 막대한 돈을 벌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의 선취매가 잦은 만큼 무작정 외국인을 뒤따라 다니는 전략은 현명하지 못하다. 외국인에게 지지 않으려면 미국 증시 추세를 직접 분석하는 것이 좋은 전략이다. 우리 증시에서나 미국 증시에서나 시장의 추세를 나타내는 것은 주가지수다. 미국 주가지수 차트를 보면 추세를 알 수 있다.

    요즘은 미국 주가지수 추세 차트가 인터넷에서 실시간으로 무료 제공된다. 대표적인 사이트로는 stockcharts.com이나 bigcharts.com 등이 있다. 이런 사이트에 들어가서 나스닥지수(심벌 코드·nasdaq)나 다우존스지수(심벌 코드·djia) 차트를 보면 지수 동향을 파악할 수 있다. 주가는 실물보다 선행하므로 지수 차트를 분석하는 것이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을 분석하는 것보다 쉽고, 시차도 줄일 수 있다.

    이젠 선물이 ‘몸통’

    선물과 옵션은 현물 주식 거래의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한 헤징 목적의 파생상품(derivatives)이다. 그런 파생상품 시장 규모가 현물시장보다 크다면 기형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파생상품시장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급속하게 성장해왔다. 변동성이 커서 투기적 성격이 강한 옵션은 우리 시장이 세계 최대라고 할 정도다.

    2002년 우리 증시에서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이들 파생상품이 현물 주식 거래 규모를 추월했다는 사실이다. 증권거래소는 하루 거래 규모가 10조원을 넘은 경우가 드물지만, 선물시장의 경우 하루 거래 규모가 보통 10조원 이상이고, 가끔은 20조원을 넘는 날도 있다.

    선물시장이 이렇게 급성장한 것은 현물 거래보다 미수금 비율이 더 높다는 점, 그리고 선물시장에서 데이트레이딩이 성행한다는 점과도 관련이 있다. 현물은 2.5배 정도의 미수가 가능하지만, 선물은 9배 가까운 미수가 가능하다. 때문에 실제 예탁금 기준으로는 현물이 아직 선물보다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거래 규모이므로 선물이 현물보다 큰 시장이 되었다는 사실을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 따라서 이제 “꼬리(선물시장)가 몸통(현물시장)을 흔든다”는 표현은 시대에 맞지 않게 됐다.

    선물은 만기에 청산되는 미래 상품이라는 점에서 현물 주식과 다르지만, 주로 매매되는 선물은 만기가 3개월 미만인 근월물이므로 만기까지 금리 요인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실전에서 선물은 현물 주식같이 매매된다. 선물을 매매하면 주가지수를 구성하는 대형주들을 마치 바구니에 담아 패키지로 거래하는 듯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선물은 증시에서 거래되는 가장 큰 단일 종목이라 하겠다.

    외국인들이 선물 매매를 선호하는 것은 그들이 투기적인 매매를 좋아해서가 아니다. 대규모 자금으로 매매하기에 쉬운 종목이 선물이기 때문이다. 선물시장에서는 1분에 몇백억원이 움직이므로 유동성이 풍부하다. 몇백억원이 현물 종목에 투자되면 거래할 때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커 수익을 제대로 실현하기 어렵지만, 선물은 주가에 별 영향을 주지 않고 매매가 가능하다.

    재료·정보 쫓지 말고 대형주 집중 공략하라

    증권전문 방송은 증권 전문가들이 도제식으로 전수하던 매매기법을 일반 투자자들에게 대대적으로 보급하고 있다.

    시장이 확실한 상승 추세일 때라도 현물 매매는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 모든 종목이 다 오르는 게 아니라 주가가 횡보하거나 오히려 하락하는 종목도 있기 때문이다. 운 나쁘게 이런 종목을 매수하면 수익이 날 리 없다. 상승장에서 오르는 종목을 추격 매수하다 단기적 고점에 물려 수익을 내지 못하고 마음고생만 한 투자자도 많다.

    선물은 이런 문제점을 해결한다. 시장의 추세만 알면 그 방향으로 매매함으로써 수익을 낼 수 있다. 시장이 상승세라면 선물을 매수하면 된다. 어느 종목이 오를 것인지는 몰라도 된다.

    우리 증시에선 선물이 현물지수보다 먼저 움직이면서 시장 추세를 선도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선물은 프로그램 매매로 현물 주식과 연계돼 있다. 프로그램 매매란 선물과 현물의 가격차이(베이시스)가 벌어질 때 그 차이를 이용해 수익을 내도록 만들어진 컴퓨터 프로그램이 발동되는 것이다. 선물은 현물(대형주) 여러 종목을 한 바구니에 담은 것과 같기 때문에 현물보다 선물이 고평가되면 상대적으로 비싼 선물을 팔고 싼 현물을 사서 차익을 얻고, 선물이 저평가되면 반대로 매매하면 된다.

    프로그램 매매는 선물과 현물의 일시적인 가격차이를 이용한 소극적 매매다. 문제는 선물이 급상승하면서 현물보다 고평가되는 원인이다. 시장이 앞으로 상승할 것을 예상한 선취매적 선물 매수세 때문이라면 시장의 투자 주체들이 상승 추세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얘기므로 선물 매수세가 추가로 유입되면서 상승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선물이 저평가된 것이 하락 추세를 의미할 때는 선물 매도세가 이어질 것이다.

    우리 증시의 투자 주체별 매매 동향을 살펴보면 기관은 소극적으로 프로그램 차익 매매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고, 외국인은 선물 매매를 선도하면서 시장이 따라오게 하는 적극적 매매를 주로 한다. 가령 외국인이 선물을 적극 매수하면서 지수를 올리면 기관은 프로그램 매매를 발동, 선물을 매도하고 현물(대형주)은 매수하면서 지수를 상승시키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따라서 기관의 선물 매매 동향은 시장의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알아둬야 한다. 기관의 대형주 매매 역시 주로 프로그램 매매에 따라 움직이다보니 기관이 어느 대형주를 매수했는지, 왜 매수했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선물이 거래 규모에서 현물을 압도하며 시장의 방향을 선도하다 보니 지수 상승시에는 선물과 연동되어 움직이는 지수 관련 대형주들이 시장을 주도한다. 지수 관련 대형 우량주가 주도하는 시장이 됐다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한 변화라고 하겠다.

    지수 관련 대형주로 바꿔 타라

    우리 증시에서는 시장을 주도하는 주식의 종류도 유행을 탔다. 외국인의 증시 참여가 시작된 1992년에는 이른바 저PER주 등이 각광받다가 1993년 후반부터는 자산주 열풍이 불었고, 그후에는 성장주 등이 주목받았다. 불확실한 성장 가치에 치중한 코스닥 열풍은 2000년 초를 고비로 거품이 꺼졌다.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회복되려면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다. 선물이 몸통이 된 최근 증시의 중심주는 선물과 연동될 수 있는 지수 관련 대형 우량주이고, 투자전략도 여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중소형주나 개별 재료주 위주로 매수에 치중하는 투자자는 증시의 질적인 변화를 간과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증시 상승기마다 지수 관련 대형주들이 강하게 상승하는 데 비해 중소형주는 소외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중소형주 중심의 투자전략은 종목별 편차도 크고, 수익면에서도 대체로 열등하다.

    지수 관련 대형주 위주의 투자전략에서는 일반 투자자가 매수 종목을 선택하기도 쉽다. 누구나 잘 아는 대기업이므로 별도의 기업 분석이 필요하지 않고, 불확실성으로 인한 위험성도 낮다.

    이에 비해 재료나 정보 중심으로 종목을 선택하려면 개개 기업의 재무구조와 호재, 악재 등의 정보를 입수하고 분석하느라 적지 않은 노력과 시간을 쏟아부어야 한다. 여전히 엉터리 정보가 판치는 현실에 비춰볼 때 그런 전략이 성공할 확률은 매우 낮다.

    선물과 지수 관련 대형주가 중심이 되는 시장에서는 재료나 정보보다 시장의 추세를 제대로 분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개별 종목에 호재가 있더라도 시장 추세와 다르게 움직일 가능성은 낮다. 과거에는 세력이 특정 종목의 주가를 시장 추세와 다르게 끌고가는 사례가 적지 않았으나, 이제 시장 추세를 무시한 작전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감독원의 시장 감시 능력이 향상되고 대규모 자금이 중소형주에 들어갔다가 표나지 않게 빠져나오기가 어려워져 최근에는 자금력 있는 세력이 선물시장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선물이 지수를 움직이고 지수가 대형주를 움직이는 증시 현실에 비춰볼 때 선물을 매매하지 않고 현물을 매매한다면 지수 관련 대형 우량주 위주로 매매하는 것이 위험을 줄이고 수익을 높이는 투자 원칙이다. 지수 관련 대형주 중에서도 시장을 선도하는 종목은 주가 상승률이 지수 상승률보다 높다.

    유의할 점은 증시가 하락세로 들어가면 지수 하락 또한 지수 관련 대형주가 주도한다는 것. 특히 지수 하락 초기에 중소형주보다는 지수 관련 대형주의 하락 폭이 크다. 하락 폭이 작다고 주식을 매수할 수는 없으므로 시장이 하락할 때는 매매를 쉬어야 한다. 특히 코스닥 종목은 증시가 하락세로 전환될 때마다 폭락할 가능성이 있어서 특히 주의를 요한다.

    우리 증시의 또 다른 변화는 개인 투자자들이 HTS로 직접 매매 주문을 내고 HTS를 투자 분석 도구로 활용하는 사례가 급증한 점이다. HTS의 폭발적 증가는 세계적으로도 눈에 뜨일 정도다. 이는 컴퓨터, 인터넷, 고속 통신망 등의 보급 확대 등 우리나라 IT 산업의 급속한 성장에서 비롯됐다. 증권사들도 사이버 거래 수수료 인하, HTS 프로그램 업그레이드 등으로 이런 변화에 발맞추고 있다.

    HTS에서 주목할 만한 발전은 장중 주가 추세를 관찰하기에 편리한 기능을 탑재한 실시간 차트가 제공된다는 점. 또한 2000년에 등장한 증권 전문 케이블 방송은, 종전에는 주식 고수(高手)나 증권 전문가들이 도제식으로 전수하던 매매기법을 일반 투자자에게 대대적으로 보급하고 있다.

    이런 실전 기법은 HTS의 발달과 함께 보편적인 투자방법으로 자리잡고 있다. 실시간 차트가 발달하지 않았으면 생각할 수 없는 현상이다. 하지만 부작용도 따랐다. 기술적 분석이 결코 아무나 할 수 있을 만큼 쉬운 게 아닌데도 많은 투자자가 피상적인 기술적 분석을 하면서 주식을 거래한다.

    HTS가 보편화함에 따라 데이트레이딩이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그러나 장중의 미미한 주가 변동 폭을 이용, 수익을 내기 위해 주가 파동을 분 단위로 관찰하면서 매수하고 청산하는 데이트레이딩은 잦은 매매에 비해 별로 실속이 없다. 데이트레이딩이 성행하면서 단타 매매세가 집중되는 종목의 주가는 장중에 심하게 등락하는 현상을 보인다.

    종전에는 하루 거래가 마감될 때 주가 추세를 확인하고 다음 날 매매를 해도 별 탈이 없었지만, 요즘엔 심한 경우 개별 종목의 주가가 장중에 상한가와 하한가를 오르내리기도 하고, 주가지수 추세도 급변하는 날이 자주 있다. 따라서 장중에 실시간으로 주가 추세를 관찰하지 않는 투자자들은 손실을 입을 위험이 크다.

    이렇듯 주가 변동성이 커지자 세력들이 주식을 집중 매집해 주가를 올리는 것도 어려워졌다. 불과 2∼3%의 수익을 노리며 달려드는 데이트레이더들은 주가가 조금만 오르면 매물을 쏟아내면서 상승세를 꺾을 때가 많다.

    선물시장의 장중 움직임도 마찬가지다. 특히 선물시장은 매매 수수료가 낮기 때문에 선물지수가 최소 변동 단위(0.05)만 올라도 단타 수익을 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단타 세력에 의한 장중 등락이 극심하다.

    이런 현실에선 당일 거래가 마감된 다음 주가 추세를 분석하면 늦다. 전통적인 주식매매 기법에서는 일봉 차트(하루의 주가 움직임을 양초 모양의 막대기 하나씩으로 표시한 차트)를 보고 주가의 추세를 판단했지만, 이제는 분봉 차트에 의한 실시간 추세 분석이 중요해졌다.

    주가의 움직임은 파동의 형태로 표시할 수 있다. 발 빠르게 매매하려면 일봉 차트보다 빠른 파동을 봐야 하므로 장중의 주가와 지수 동향을 분봉 차트로 관찰해야 한다.

    특히 선물시장에서는 지수의 변동성이 크고 다음날의 지수 방향을 예측하는 것이 곤란하므로 당일 청산하고 넘어가는 데이트레이딩 매매방식이 주류가 된 지 오래다.

    분봉 차트를 읽으면 ‘작전’이 보인다

    실시간으로 주가와 지수 변동을 관찰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초단타 데이트레이딩은 결코 올바른 투자전략이 아니다. 특히 대세 하락장에서 이런 식으로 매매하다간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우를 범할 수도 있다.

    필자가 장중 추세 관찰을 위해 기본적으로 권하고 싶은 것은 선물지수 30분봉 차트다. 종합주가지수보다 선물 분봉 차트를 추천하는 것은 선물이 시장을 선도하는 경향이 있을 뿐 아니라 선물은 거래소 시장보다 15분 늦은 오후 3시15분까지 거래되므로 차트가 좀더 충실하기 때문이다.

    장중 추세 변화를 분봉 차트로 관찰한다면 세력의 속임수를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세력이 중소형주를 매집했다가 고점에서 종일 물량을 처분하고, 장 막판에 종가를 올려 그날 상승한 것처럼 만든 뒤 다음날 높은 가격에 다시 팔려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지수 파동이 장 후반에 꺾이면서 하락 신호를 나타낼 때 싸다고 추격 매수하는 잘못을 범하지 않게 된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최근 몇 년 동안 우리 증시는 급변을 거듭하고 있다. HTS 대중화에 따른 초단타 데이트레이딩이 현명한 전략이라곤 할 수 없지만, 30분봉 차트를 기본으로 실시간 추세 변화를 관찰하고 이에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투자전략의 핵심을 바꾼 중요한 증시 변화는 파생상품시장의 성장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선물시장이 거래소 시장보다 커지는 바람에 꼬리 아닌 몸통으로서 시장을 선도하고 있고, 지수와 연동된 대형주가 프로그램 매매에 따라 현물시장의 추세를 주도하고 있는 현실에선 지수 관련 대형 우량주 중심의 투자전략이 효과적이다.

    시장 추세를 무시하고 재료나 정보만 쫓는 중소형주 위주 전략은 위험하다. 시장 추세를 주시하면서 지수 관련 대형 우량주 위주로 관심 종목을 선별하는 투자전략은 가치투자론과 기술적 매매법을 조화시키는 방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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