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6월호

당뇨병 합병증, 아는 게 藥!

  • 유형준 교수 한림대 의대 한강성심병원 당뇨병클리닉

    입력2006-06-16 14: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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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뇨병 합병증의 진실

    당뇨병 합병증, 아는 게 藥!
    당뇨에 대한 경각심이 꽤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당뇨와 관련된 오해는 여전하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당뇨병보다 그 합병증이 더 무섭다”는 것. 하지만 이는 당뇨병 합병증이 ‘당뇨를 소홀히 여겼을 때 발생한다’는 사실을 간과한 편견의 결과물이다. 분명한 진실은, 당뇨병 합병증은 당뇨병 관리를 잘 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고, 설령 이미 합병증이 생겼더라도 당뇨병 치료만 잘 하면 더 이상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이다. 즉 당뇨병과 당뇨병 합병증은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고, 항상 같은 카테고리 안에서 치료와 관리를 병행해 나가야 한다는 이야기다.

    당뇨병 합병증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갑자기 발생하는 급성합병증과, 당뇨병이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수년에 걸쳐 나타나는 만성합병증이 있다. 급성합병증에는 당뇨병성 케톤산혈증, 고혈당성 고삼투압성 비케톤혼수, 유산혈증, 저혈당증이 있다. 만성합병증은 당뇨병성 신경병증, 망막병증, 신증, 대혈관 합병증, 감염증 등이다. 이 중 눈, 콩팥(신장), 신경에 생기는 합병증을 당뇨병의 3대 미세혈관 합병증이라 한다.

    방치하면 위험한 급성합병증

    우선 급성합병증을 보자. 당뇨병성 케톤산혈증은 인슐린이 모자라 생기는 병이다. 당뇨환자처럼 당분을 에너지원으로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인체는 몸 안에 저장돼 있는 지방을 분해함으로써 에너지를 얻으려고 한다. 케톤산혈증은 지방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케톤체가 과다하게 생성되면서 발생하는 질병으로, 인체에 케톤체가 많이 쌓이면 몸은 빠르게 산성으로 변한다. 이때 서둘러 혈당을 조절해주지 않으면 환자는 혼수상태에 빠지거나 심하면 사망에 이른다.



    고혈당성 고삼투압성 혼수는 혈당 수치가 너무 높이 올라가 수분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면서 심각한 문제를 유발하는 질병이다. 이 두 가지 급성합병증 외에 흔치 않지만 체내 당질대사 이상으로 젖산이 과다하게 쌓여 환자가 위험한 상태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이 밖에 혈당 수치가 너무 내려가서 문제가 되는 저혈당증도 있다. 저혈당증 환자들은 온몸이 떨리고, 기운이 없으며, 심장이 뛰고, 입술 주위나 손끝이 저려오는 증상을 경험한다. 이러한 급성 당뇨합병증은 방치하면 위험한 상태에 이르지만, 철저하게 관리하면 100% 예방 또는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다.

    눈, 콩팥, 신경, 혈관 노리는 당뇨병 만성합병증

    당뇨병 합병증의 또 다른 형태인 만성합병증은 전신에 생긴다. 대표적인 만성합병증의 하나인 당뇨병 망막병증은 실명(失明)의 원인이 된다. 이 외에도 당뇨병환자는 백내장, 녹내장의 발생빈도가 높기 때문에 시력이 저하되기 쉽다. 한편 당뇨병 신경합병증은 신경이 지배하는 모든 부위에 발생한다. 예를 들어 발바닥을 담당하는 신경에 합병증이 오면 발바닥이 저릿저릿하고 화끈거리는 증상이 생기거나 아예 감각이 없어지는 경우도 있다. 또 발기가 잘 되지 않는 발기부전, 정액이 요도를 통해 밖으로 나오지 않고 거꾸로 방광으로 들어가는 역행성 사정 같은 성기능장애가 나타나기도 한다. 그 밖에 소변이나 대변을 참지 못하는 요실금, 대변실금이 동반되고 변비, 설사, 구토 증상도 나타나는데, 이는 모두 자율신경계의 신경합병증에 의한 것이다.

    당뇨병 족부병변이라 하는 당뇨병 발은 발과 발가락에 염증, 궤양, 괴사가 일어나는 상태를 말한다. 일반인은 오랜 시간 고된 삽질을 하고 나서야 손바닥에 물집이 생기고, 새 구두를 신을 경우 발뒤꿈치가 벗겨지는 고통을 경험한다. 그러나 당뇨병 환자들은 대수롭지 않은 삽질이나 단지 오래 서 있는 것만으로도 물집이 생긴다. 이러한 만성합병증은 작은 혈관들이 좁아지거나 막히면서 생기는 증상으로, 작은 혈관에 문제가 생겨 생기는 질환이라는 의미에서 미세혈관 합병증이라 한다. 이 밖에 중간 크기 이상의 혈관이 좁아져서 발생하는 동맥경화증도 흔히 볼 수 있는 만성합병증이다. 심장의 관상동맥이 좁아지면 관상동맥경화증이 나타나는데 이는 협심증, 심근경색증, 부정맥을 일으켜 돌연사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동맥경화증으로 뇌혈관이 좁아지면 뇌졸중(중풍)에 걸릴 위험이 높고, 하지(下肢) 동맥이 좁아지면 걷기만 해도 장딴지가 아파 보행 장애를 겪기도 한다.

    당뇨병 만성 합병증 왜 생기나?

    당뇨병 합병증, 아는 게 藥!

    각 신체 장기에 나타나는 당뇨병 합병증 사례.

    당뇨병 만성 합병증은 단지 한 가지 이유에 의해서만 발생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밝혀진 여러 가지 원인을 정리하면 크게 다음의 몇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는 단백 당화변성의 증가다. 단백 당화변성은 말 그대로 당에 의해 몸의 단백질 성질이 변하는 것을 의미한다. 당화변성이 심해지면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단백질이 장기간 높은 농도의 당에 의해 그 성질이 변해 여러 만성합병증을 가져온다. 혈액 중 당 농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단백질 변성이 심해지고 합병증도 심해진다. 다소 생소한 명칭이기 때문에 막연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단백질 당화변성은 거의 모든 병원에서 이미 혈액 검사를 통해 진단되고 있다. A1C(에이원시, 당화혈색소) 검사가 바로 그것으로, 단백질의 하나인 헤모글로빈(혈색소)이 2개월 정도 높은 혈당에 잠겨 있으면 그 성질이 변하는 점을 포착, 몸 안의 단백질 변성 정도를 파악하는 검사다.

    둘째는 소르비톨의 증가다. 체내의 혈당 농도가 높아지면 몸 안에서 소르비톨이 증가하게 된다. 소르비톨이란 물질은 주변의 수분을 끌어당기는 성질이 있는데 마치 솜이나 설탕이 주위의 물을 끌어들여 흡수하는 것과 같은 개념으로 생각하면 된다. 이 소르비톨이 발끝의 신경조직 속에 많이 축적되면 신경조직 속으로 수분이 흡수되어 신경조직이 붓고 발끝은 통증을 느끼게 된다.

    셋째는 세포내 DAG의 증가다. 이는 최신 연구에 의해 밝혀진 것으로 고혈당에 의해 DAG가 증가하면 여러 가지 효소 기능이 비정상적으로 변하고 유전자의 발현도 변하며 성장인자도 증가해 당뇨병 만성합병증을 일으킨다. 망막 혈관의 성장을 조장하는 물질이 증가해 망막에 쓸데없는 혈관이 생기는 증식성 망막병증이 그 좋은 예다.

    마지막으로 고혈당으로 인해 포도당이 헥소사민 경로로 정상치보다 더 많이 유입되는 현상이다. 포도당이 많이 유입되면 유전자 발현의 이상과 당화변성을 촉진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러한 원인에 의해 일어나는 몸의 변화는 당뇨병으로 말미암아 증가하는 산화스트레스로 인해 더욱 조장된다. 결국 그림에서 보듯, 당뇨병 만성합병증의 가장 중요한 발생 원인은 고혈당, 즉 혈당 조절의 실패라고 볼 수 있다.

    고혈압, 고혈당, 고지혈증 피하고, 정기검진 받아야

    당뇨병은 일단 발생하면 만성적으로 진행된다. 합병증을 예방하는 첫 번째 방법은 비만, 스트레스 등 당뇨병 발생 요인을 피함으로써 당뇨병 발생 자체를 예방하는 것이다. 당뇨병의 만성합병증을 유발하는 요소들 중 피할 수 없는 유전적 요소는 어쩔 수 없더라도 후천적 질환인 고혈압, 고혈당, 고지혈증에 걸리지 않도록 평소에 조심하고 항상 정상체중(표준체중)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당뇨병 합병증, 아는 게 藥!

    당뇨병 합병증은 정기적인 당뇨 검사를 통해 예견, 예방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당뇨병 합병증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데는 정기적인 검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기적인 검사로 당뇨병 합병증의 주된 원인과 이로 인한 몸 안의 변화를 확인하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하는 검사는 혈당 상태(혈당, A1C), 콩팥 검사(요단백, 혈액 중의 요소, 질소, 크레아티닌),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포함한 지방질 검사, 간기능 검사 등이다. 이 외에도 망막병증의 조기 발견과 관리를 위한 안저 검사, 심장 기능을 살피는 심전도 검사, 신경병증을 진단하는 신경전도 검사가 있다.

    당뇨가 있는 환자라면 매일 발의 이곳 저곳을 살펴 물집, 군살이 발견될 경우 즉시 의사와 상의해 당뇨병 발(당뇨병 족부병변)을 방지하도록 한다.

    “많이 아는 환자가 가장 오래 산다”

    사람들은 당뇨병이 오래 지속되면 만성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당장 몸에 이상이 없다는 이유로 ‘설마 내가 그렇게 나빠지지는 않겠지’하는 안이한 마음을 갖는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뒤늦은 후회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당뇨병 합병증은 당장은 증상이 없다 하더라도 현재 진행상태에 있다고 보아야 하는 까닭에 정기 검사를 통해서 초기에 발견해 대비하는 것이 가장 좋다.

    모든 질병에는 그에 맞는 치료법이 있지만 세상의 그 어떤 병보다도 일정한 특성을 갖고 있는 병이 바로 당뇨병이다. 따라서 당뇨병은 환자가 많이 알면 알수록 그만큼 치료효과가 크다. 우선, 당뇨병은 당뇨병 교육을 통해 많이 배울수록 치료가 잘된다. 혈당 조절과 합병증 치료도 마찬가지다. 또한 당뇨병에 대해 알면 알수록 엉뚱한 길로 빠지지 않기 때문에 난무하는 엉터리, 사이비, 거짓 치료법들로 인한 헛수고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마치 등산로를 잘 알면 잘못 그려진 안내판에 쉽게 속지 않는 것과 같다.

    만약 어디서 당뇨병에 관한 올바른 교육을 받아야 할지 고민이라면 가까운 당뇨병 클리닉을 찾아보자. 여러 병원에서 당뇨교실을 운영하고 있으니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당뇨병은 교육이 치료의 효과를 강화해주는 특별한 질병이다. 그래서 “가장 많이 아는 당뇨병 환자가 가장 오래 산다”는 말이 나왔다.

    柳亨俊
    현재 한림대 의대 내과학교실 교수, 한강성심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과장, 대한노인병학회 회장, 대한당뇨병학회 노인 내분비당뇨병연구회 회장, 대한비만학회 회장,
    대한영양의학회 부회장, 2006년 세계비만학회 집행위원, 2007년 아시아오세아니아 비만학술대회 조직위원장, 대한노인병학회 명예회장, 대한당뇨병학회 홍보이사 등으로 활동 중. 서울대 의대 및 대학원을 졸업(의학박사)했으며, 덴마크 하게돈 당뇨병 연구소 연구원, 일본 도쿄대 의학부 노년병학교실 및 부속병원 노인과 연구교수 역임. 지석영 의학상을 비롯, 대한비만학회 등 학술 연구상 다수 수상. 저서로 ‘당뇨병 합병증’ ‘당뇨병 교육’ ‘당뇨병 알면 병이 아니다’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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