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호

김유림 기자의 맨즈 잇 템

코끝에 맴도는 그 남자의 향기

#봄 향수 16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입력2019-03-09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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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야흐로 봄이다. 겨우내 지겹도록 입은 터틀넥과 패딩을 벗어던지고, 옷장 구석에 잠들어 있던 얇은 셔츠로 눈길을 돌릴 때다. 봄은 코끝에서도 이내 감지된다. 이제 막 꽃망울을 터트린 봄꽃의 향기는 그동안 잊고 있던 ‘향기 욕구’에 불을 지핀다.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 당신에게 꼭 필요한 패션 아이템은 바로 향수다. 평소 트렌드를 줄줄이 꿰고 있지 않은 중년 남성이라도, 자신만의 확고한 향기가 있다면 충분히 ‘멋남’으로 거듭날 수 있다. 향수 전문가들이 “남자에게 향수는 자신의 가치관을 표현하는 가장 완벽한 패션 아이템”이라고 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향수는 향의 종류와 비율에 따라 ‘타입(Type)’으로 구분 짓는다. 대표적으로 ‘우디(Woody)’ ‘시트러스(Citrus)’ ‘프루티(Fruity)’ ‘플로럴(Floral)’ ‘아쿠아틱(Aquatic)’ ‘머스크(Musk)’ ‘파우더리(Powdery)’ ‘오리엔탈(Oriental)’ 타입 등이 있다. 향수 한 병에 들어 있는 여러 가지 향기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향기가 무엇인지에 따라 타입이 정해진다.

    또한 향수를 뿌렸을 때 나는 향의 순서에 따라 ‘톱노트’ ‘미들노트’ ‘베이스노트’로 나뉜다. 향수를 뿌리자마자 바로 느껴지는 향기가 톱노트이고, 30분~1시간 정도 지났을 때 서서히 올라오는 향이 미들노트, 그리고 은은하게 끝까지 잔향으로 남는 향기가 베이스노트다.

    향수 공방 아줄레주의 이수빈 대표는 “톱노트에서 시트러스나 프루티 타입을 선택했다면 미들노트에서는 플로럴을, 그리고 마지막 베이스노트로는 우디나 머스크 등을 섞는다”고 설명했다. ‘신동아’ 화보에 등장하는 향수 타입은 총 4가지로 우디·시트러스·플로럴·아쿠아틱이다.

    먼저 우디 계열은 말 그대로 소나무, 삼나무, 편백나무 등 나무와 흙에서 느껴지는 향을 말한다. 특히 나무의 차분하면서도 따뜻한 이미지가 남성의 중후함을 한층 더 끌어올린다. 클래식한 패턴의 셔츠나 격식을 차리는 슈트 차림에 잘 어울려 중년 남성 대부분이 선호하는 타입이라 할 수 있다.



    꽃향기를 베이스로 하는 플로럴 타입은 특히 봄에 잘 어울린다. 장미류는 여성 향수에 주로 쓰이고 ‘화이트 플로럴(레롤지 등 하얀색 꽃 종류)’은 살짝 무거우면서도 스파이시한 향이 있어 남성들이 좋아한다. 시트러스 타입은 베르가못, 라임, 자몽 등 감귤의 청량감과 달콤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향이다. 조향 공방 ‘센토리 보테가 스튜디오’의 김아라 대표는 “시트러스는 보통 캐주얼한 차림에 어울려 20대 남성들이 선호하지만, 최근에는 중년 남성들도 댄디한 패션 스타일을 추구하는 경우가 많아 시트러스 타입의 선호도가 올라가고 있다”고 귀띔했다.

    마지막으로 아쿠아틱 타입은 물의 시원함과 활동적인 이미지를 대변한다. 향 퍼짐이 좋아 가볍고 산뜻한 느낌을 줘 운동 후에나 편안한 일상복 차림에서 잘 어울린다.


    1 조 말론 ‘우드 세이지 앤 씨 솔트’. 세이지 식물이 지닌 우디한 대지의 향과 소금기를 머금은 바다 공기가 동시에 느껴진다. 30㎖ 9만3000원, 100㎖ 18만6000원.

    2 딥디크 ‘뗌포 오드 퍼퓸’. 순수하게 정제된 허브 파촐리를 테마 원료로 해 강렬한 우디 향과 비올레트(제비꽃) ‘향을 느낄 수 있다. 75㎖ 21만 원.

    3 에르메스 ‘떼르 데르메스 오 엥땅스 베티베르’. 테르(terre)는 프랑스어로 ‘땅’을 뜻하며, 식물의 풋풋함과 구수한 흙냄새가 뒤엉켜 울창한 숲을 떠올리게 한다. 50㎖ 11만9000원.

    4 라보라토리오 올파티보 ‘카쉬누아르’. 고수의 씨를 이용해 만든 향신료, 코리앤더와 파촐리의 긴 여운이 인상적이다. 100㎖ 17만6000원.


    5 불가리 ‘맨 우드 에센스’. 침엽수 시더우드와 향유고래 장내에서 배출되는 향료 물질 앰버그리스의 향이 자연의 힘을 느끼게 한다. 60㎖ 11만 원. 100㎖ 14만7000원.

    6 아쿠아 디 콜로니아 ‘멜로그라노’. 고대 이집트 무덤을 치장한 것으로 알려진 멜로그라노(석류) 나무 향이 달콤하고도 강렬하다. 100㎖ 17만8000원.

    7 록시땅 ‘꺄드 오 드 뚜왈렛’. 카드 우드와 핑크 페퍼 향기가 강렬한 햇빛을 받아 바싹 마른 나무와 적색토의 강렬함을 떠올리게 한다. 100㎖ 6만7000원.

    8 불리1803 ‘오 트리쁠’. 우디한 느낌의 아이리스와 하얀 타바코의 진한 연기가 어우러져 동양적인 느낌을 안겨준다. 75㎖ 20만5000원.



    # 플로럴 타입

    1 바이레도 ‘블랑쉬’. 프랑스어로 화이트를 뜻하는 ‘블랑쉬’라는 이름처럼 화이트 로즈와 코튼 시트의 향이 깨끗하고 투명하고 순수한 이미지를 떠오르게 만든다. 100㎖ 29만 원.

    2 딥디크 ‘롬브르 단 로’. 다마스크 장미의 짙은 향과 블랙커런트 잎의 풋풋함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고급스러움을 배가한다. 75㎖ 21만 원.

    3 톰포드 ‘벨벳 가드니아’.
    치자나무(가드니아·Gardenia) 꽃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한 향수로 자스민 향도 강렬하게 느껴진다. 50㎖ 36만5000원.


    # 시트러스 타입

    1 쇼파드 ‘베티버 드 아이티 오떼 베르’. 스위스 럭셔리 시계 & 주얼리 브랜드에서 만든 향수로 향긋한 녹차 향기가 아이티산 베티버와 어우러져 상큼함을 더한다. 100㎖ 33만 원.

    2 돌체앤가바나 ‘더 원 그레이’. 자몽, 카다멈 등이 톱노트로 쓰였으며 아로마틱 카다멈이 조화를 이뤄 청량감을 높인다. 50㎖ 9만1000원. 100㎖ 12만7000원.

    3 록시땅 ‘쎄드라 오드뚜왈렛’. 스페인 레몬인 세드라와 베르가못의 상큼함이 코끝을 자극하면서 자연 그대로의 거친 모습을 보여준다. 50㎖ 5만8000원, 100㎖ 7만5000원.


    아무리 좋은 향이라도 과하면 거부감이 들기 마련이다. 특히 남성의 경우 여성에 비해 체취가 강하기 때문에 사용 방법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보통은 향수를 맥박이 뛰는 손목과 귓불 뒤 등에 뿌리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남성의 경우에는 일반적인 포인트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뿌려야 멋스러움이 제대로 산다. 의상 착용 후 상의 아랫단(골반이 닿는 쪽)이나 외투의 등 부분 안쪽에 뿌리되 20~30cm 떨어져서 1~2회 분사하는 것이 좋다.

    # 아쿠아 타입

    1 톰포드 ‘네롤리 포르토피노 EDP’. 시원한 바람과 투명한 바다, 이탈리아 리에베라의 나뭇잎을 재현한 향으로 오렌지 플라워, 시실리안 레몬 등이 역동성을 강조한다. 100㎖ 40만8000원.

    2 이세이미야케 ‘로 수퍼 마줴르 디세이 오드뚜왈렛 에땅스’.
    클레리 세이지와 로즈마리 에센스에 파촐리, 앰버 우드의 풍미가 더해져 아로마틱 노트가 더욱 강하게 느껴진다. 100㎖ 11만5000원.


    정장 차림의 경우에는 타이의 안쪽이나 끝자락에 뿌려주면 몸을 움직일 때마다 향기가 자연스럽게 퍼져 은은한 매력을 발산할 수 있다. 특히 향이 무거운 향수는 무릎 뒤쪽에 뿌리면 하루 종일 은은하면서도 멋스럽게 향을 즐길 수 있다. 

    세상에는 수도 없이 많은 향기가 존재한다. 어쩌면 우리 인생 자체가 ‘나만의 향기를 찾아 떠나는 끝없는 여행’이 아닐까. 올봄, 당신의 몸과 마음을 ‘멋과 여유’로 가득 채워줄 향기는 무엇인지 꼭 한 번 찾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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