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호

야구+유통 이마트 대박? 몸집은 역대급, 실적은 전성기 못 미쳐

[유통 인사이드]

  • 나원식 비즈니스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입력2022-12-22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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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용진 야구단 인수 전략, 매출 신장에 주효

    • 랜더스필드 매출 코로나19 이전 대비 67% 증가

    • SSG 랜더스 첫해 영업이익, 70억6000만 원 흑자

    • ‘이마트’ 몸집은 역대급, 실적은 전성기 못 미쳐

    • 온라인 중심 유통시장서 성공 방정식 보여야

    2022년 11월 8일 인천 미추홀구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SSG 랜더스 선수들이 정용진 SSG 구단주를 헹가래 치고 있다. [뉴스1]

    2022년 11월 8일 인천 미추홀구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SSG 랜더스 선수들이 정용진 SSG 구단주를 헹가래 치고 있다. [뉴스1]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한국 재계를 대표하는 셀러브리티(셀럽)로 꼽히는 인물이다.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시물을 올리면 어김없이 뉴스화가 되며 화제를 모으곤 한다.

    유통업계 경쟁사인 롯데그룹의 신동빈 회장을 ‘동빈이 형’이라고 칭하며 눈길을 끌기도 했고, 때로는 정치적 메시지가 읽히는 게시물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많은 이들이 그의 이런 솔직한 모습과 거침없는 언사에 관심을 쏟으며 때로는 환호를 보내고, 때로는 우려를 표한다.

    야구단 인수하고 두 마리 토끼 잡아



    정 부회장은 셀럽이기 이전에 한국을 대표하는 유통 대기업의 오너이자 최고경영자(CEO)다. 그래서 그의 활발한 SNS 활동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곤 한다. 발언이 논란을 일으키면 ‘오너 리스크’ 우려가 뒤따른다. 반면 젊은 소비층과의 활발한 소통이 친숙하고도 젊은 기업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다.

    2021년 정 부회장이 SK와이번스라는 KBO 구단을 인수했을 때도 상반된 평가와 전망이 있었다. ‘야구광’으로 알려진 재벌이 단순히 한 곳의 프로야구단 구단주가 되려고 하는 행보 아니냐는 비판적인 시선이 있었다. 실제 정 부회장은 1993년부터 ‘굿 펠로우즈’라는 재계 친목 야구팀에서 3년간 투수로 활약했을 만큼 야구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가 야구단을 인수한다면 충분히 마케팅 시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유통 기업의 경우 소비자와의 밀접한 스킨십이 중요한데, 스포츠를 매개로 고객 접점을 다양한 방식으로 늘릴 수 있을 거라는 분석이었다.

    일단 지금까지 야구단을 인수한 뒤의 성과를 보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고 평가할 만하다. 야구단 자체의 성장을 끌어내는 동시에 야구단과 유통업의 접점도 효과적으로 찾아가고 있다는 평가다.

    우선 적극적 투자를 통해 SSG 랜더스는 창단 2년 만에 우승하며 많은 야구인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2021년 말 야구계에서 불었던 자유계약선수(FA) 투자 열풍이 정용진의 나비효과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SSG 랜더스가 투자한 만큼 성과를 내자 다른 구단들 역시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실제 SSG 랜더스 선수단 연봉 총액은 227억 원으로 10개 구단 중 압도적 1위다. 연봉 총액 2위인 삼성 라이온스의 98억 원보다 2배나 더 많은 수준이다.

    이런 투자를 통해 SSG 랜더스는 KBO리그 역사상 최초로 정규리그 처음부터 끝까지 1위를 지킨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2022년 총 98만여 명의 관중을 동원하며 KBO리그 10개 구단 중 ‘홈 관중 수 1위’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인천 연고 야구팀 최초의 기록이다.

    정 부회장 역시 이 점을 특히 강조했다. 그는 KBO 한국시리즈 우승 시상식에서 “(SSG 랜더스는) KBO 정규리그 14개 개인상 중 수상자가 단 한 명도 없는 우승팀”이라며 “하지만 1등이 있다. 인천 홈 관중 동원 1위, 여러분이 이긴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우승 기념 ‘쓱세일’ 이마트 매출, 3일간 33억 원

    SSG 랜더스 KBO리그 통합우승 기념 쓱세일 마지막 날인 11월 20일 서울 이마트 용산점을 찾은 시민들이 할인 상품을 구매하고 있다. [뉴스1]

    SSG 랜더스 KBO리그 통합우승 기념 쓱세일 마지막 날인 11월 20일 서울 이마트 용산점을 찾은 시민들이 할인 상품을 구매하고 있다. [뉴스1]

    야구단 자체의 경영 실적도 개선했다. 시즌 중 다양한 콘텐츠와 각종 이벤트를 통해 젊은 연령대의 신규 팬을 유입하려는 전략을 추진한 점이 효과를 봤다는 평가다.

    SSG 랜더스 운영사인 신세계야구단에 따르면 신세계가 운영한 첫해인 2021년 매출은 전년보다 22.5% 증가한 529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해 8억5000만 원 적자에서 70억6000만 원 흑자로 전환했다.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 입점한 이마트24와 노브랜드버거, 스타벅스, 랜더스샵 등 계열사 매장은 매출 증대 효과를 보고 있다. 2022년 랜더스필드 식음료(F&B)의 월평균 매출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67% 증가했다. 2018년에 비해서는 약 2배 증가했다.

    신세계는 프로야구단의 우승을 ‘쓱세일’이라는 행사로 이어갔다. 유통업과의 시너지를 노린 전략이다. 2022년 11월 18일부터 20일까지 3일간 이마트에서 대대적인 할인 행사에 나섰다. 이마트에 따르면 행사 기간에 1년 전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이 2.1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마트가 한 달치 물량인 230t을 준비한 삼겹살·목살은 모두 팔려 3일간 33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밖에 전체 달걀류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60.7%라는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고, 봉지라면은 5배, 통조림은 6배 매출이 증가했다.

    무엇보다 이마트가 SSG 랜더스 우승을 기념해 대대적 세일에 나선다는 소식에 전국 주요 이마트 매장이 북새통을 이루면서 마케팅 효과가 극대화했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인파가 몰리면서 1시간 가까이 계산 대기 줄이 생기기도 하고, 인천 연수점의 경우 고객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한때 셔터를 내리고 고객 입장을 제한하기도 했다.

    이런 성과는 정 부회장이 애초 야구단을 인수하면서 강조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의 활발한 SNS 활동으로 ‘셀럽’의 이미지가 부각되고 있지만, 사실 그는 경영자로서 야구단 인수를 통한 ‘경영전략’을 지속해 언급한 바 있다.

    앞서 그는 2016년 ‘스타필드 하남’ 개장식에서 “향후 유통업 경쟁 상대는 테마파크나 야구장이 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2021년에는 음성 기반의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에서 “야구단 인수는 유통이라는 본업에서 더 잘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SSG 랜더스 창단식에서는 더욱 구체적인 언급을 했다. 그는 “야구단에 오는 관중은 제가 가진 기업의 고객과 같다. 우리 기업을 한 번 더 기억에 남길 수 있도록 콘텐츠를 만들고 우리 이름을 오르락내리락하게 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런 청사진은 신세계가 추진하는 야구 돔구장으로 극대화할 예정이다. 정 부회장은 2022년 8월 유정복 인천시장과 만나 돔구장 등 청라에서 추진 중인 각종 사업에 대해 포괄적으로 협력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신세계는 2020년부터 인천 서구 청라동에 복합 쇼핑몰인 ‘스타필드 청라’를 짓고 있다. 이곳에 돔구장까지 건설해 2027년 개장한다는 계획이다.

    야구장을 단순히 야구 경기만 보러 오는 게 아니라 쇼핑과 문화생활까지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정 부회장의 목표다. 이를 위해 프로야구 경기장은 물론 K팝 공연과 전시회 등을 개최할 수 있는 복합 문화 관람 시설을 갖출 계획이다.

    ‘본업’ 이마트 실적은 전성기 못 미쳐

    물론 정 부회장의 눈에 띄는 도전과 실험이 이마트라는 대기업의 실적 변화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당장은 긍정적 평가 외에도 부정적 시선이 있는 게 사실이다.

    야구단 우승 등을 통해 이마트가 주목받은 건 사실이지만, ‘본업’인 이마트 전체 실적은 여전히 전성기에는 못 미치고 있다.

    일단 이마트의 몸집 자체는 ‘역대급’으로 커지고 있기는 하다. 2022년 3분기 연결 기준 누적 매출은 21조8582억 원으로 전년 18조724억 원보다 17.3% 늘었다. 특히 2022년 내내 분기 기준으로 매 분기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3분기 역시 7조7074억 원으로 전년보다 18.1% 늘며 사상 최대 기록을 세웠다.

    다만 수익성 개선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마트의 연결 기준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229억 원으로 전년(2395억 원)보다 48.7% 줄었다. 특히 2022년 2분기에는 123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3분기에 1007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이 역시 전년 3분기(1086억 원)보다는 적은 수준이다. SCK컴퍼니(스타벅스코리아)의 ‘서머캐리백 리콜’ 이슈로 일회성 비용 358억 원이 반영된 영향이 컸다.

    야구단이 우승했다고 해서 한 해 매출이 20조 원대에 이르는 이마트란 ‘공룡 기업’의 실적이 단기간에 개선될 거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주주들의 경우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 야구단으로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과는 상반되게 ‘본업’을 소홀히 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 있다.

    실제 이마트의 주가는 지난 2021년 초 19만 원대에서 2022년 하반기에는 8만~9만 원대까지 떨어졌다. 전 세계적 경기침체 우려와 국내 주식시장의 전반적인 약세 흐름을 고려하더라도 하락세가 가파른 편이다.

    신세계의 ‘본업’인 유통시장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네이버와 쿠팡 등 새로운 강자들이 빠르게 영향력을 키우면서 이마트와 롯데 등 기존 유통 강자들의 위상을 위협하는 분위기다.

    2022년 3분기 국내 기업 실적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쿠팡의 흑자전환이었다. 쿠팡의 3분기 영업이익은 1037억 원(7742만 달러)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14년 로켓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이마트와 쿠팡 모두 3분기 영업이익 1000억 원 정도를 기록했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에는 차이가 컸다.

    쿠팡의 경우 그간 물류와 배송에 대한 천문학적 투자 탓에 지난 2021년 말까지 6조 원이 넘는 누적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이 많았으나 전국적 물류망을 갖춰가기 시작하면서 수익성이 좋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앞으로는 쿠팡 전성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반면 이마트의 경우 지난 201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연간 영업이익이 7000억 원대를 기록하던 기업이다. 수익성만 따져보면 ‘전성기’를 다시 구가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억 단위 선수 연봉, 부담으로 돌아올 수도

    SSG 랜더스가 좋은 성적을 거두면 유통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겠지만, 반대로 성적이 좋지 않을 때는 효과를 내기 어렵고 되레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다른 프로야구단인 NC 다이노스를 운영하는 엔씨소프트의 경우 야구단 운영에 대한 회의적 목소리가 나와 주목받기도 했다. 2022년 3월 열린 엔씨소프트 주주총회에서 한 주주는 김택진 대표를 향해 “연봉을 주기 위해 100억, 200억 원씩 지출해서 엔씨소프트의 영업비용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야구단 운영을 지속하실 생각이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질의대로 프로야구 자체의 인기 하락에 따라 엔씨소프트 본사로서 충분한 광고효과가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야구단 운영이 엔씨의 기업 이미지를 새로 만들고, 지탄받는 게임에 관한 인식을 제고해서 더 뻗어나가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시장에는 정 부회장과 이마트의 행보에 대해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공존하고 있다. 특히 기존 오프라인 유통 업체들의 경우 신세계의 이런 도전적 행보에 촉각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온라인으로 쏠리는 유통 시장에서 오프라인 중심이던 이마트가 새로운 성공 방정식을 보여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한 유통 대기업 관계자는 “신세계는 다른 유통 공룡 대기업과는 다르게 실험적인 시도를 지속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를 일종의 ‘리스크’로 보는 시선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지속해 미래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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