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커머스 매출, 쿠팡 25%에도 못 미쳐
토종 AI 키우려다 글로벌 AI에 뒤처질 위기
日, 라인야후 지분 매각 요구로 해외 진출도 제동
구원투수 등판한 이해진, 위기에 강한 경영자
공격적 투자와 파격적 벤치마킹으로 네이버 키워
라인으로 일본, 동남아 메신저 시장도 점령
돌아온 창업주 관심사는 ‘소버린 AI’
AI 이용한 검색 고도화로 네이버 3.0 노린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 뉴스1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 뉴스1
이 GIO는 1999년 네이버컴을 창업한 이후 직접 경영 현안을 챙겼다. 그러다 2017년 의장 자리에서 내려온 후 주로 글로벌 사업, 특히 일본에 집중했다. 이번에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하면서 굵직한 경영 현안을 직접 챙길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인공지능(AI)을 비롯한 핵심 사업 부문을 지휘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GIO의 복귀 시기와 의미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혹자는 위기 상황을 직접 돌파하기 위해 이 GIO가 복귀한 것이라 본다. 글로벌 AI 경쟁 등에 대응하기 위해 창업주가 전면에 나섰다는 해석도 있다.
쿠팡에 맞대응하려 전략 바꿨으나…
창업주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나섰다지만 네이버의 실적은 좋은 편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매출 10조7377억 원, 영업이익 1조9793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11%, 32.9% 증가한 호실적으로 사상 최대의 매출을 올렸다. 국내 인터넷 플랫폼 기업 가운데 최초로 연 매출 10조 원을 돌파하며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반면 카카오는 매출 7조8738억원(전년 대비 4.2% 증가), 영업이익 4915억 원(6.6% 증가)을 기록하며 기대에 못 미쳤다.
네이버가 최대 매출액을 달성했지만 매출액의 내용을 보면 ‘위기설’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네이버의 사상 최대 실적을 견인한 것은 서치플랫폼(검색 기능과 그에 따른 광고 등의 영역)과 커머스 부분이었고, 콘텐츠 부분의 매출 성장 폭은 줄었다. 네이버의 성장을 이끈 서치플랫폼은 플랫폼 경쟁력의 지속적 강화와 광고 효율의 최적화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7%, 전 분기 대비 6.7% 성장한 1조647억 원을 기록했다.
서치플랫폼 부문의 연간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9.9% 성장한 3조9462억 원이었다. 커머스는 지난해 10월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출시로 인한 쇼핑 경험 향상과 멤버십 제휴 등 이용자 혜택 강화, 그리고 커머스 광고의 효율성과 수익성 향상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17.4%, 전 분기 대비 6.9% 성장한 7751억 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2024년 연간 매출액은 전년 대비 14.8% 성장한 2조9230억 원을 기록했다. 반면 총매출 중 콘텐츠 매출은 지난해 1조7960억원으로 전년 대비 3.6%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23년 콘텐츠 매출이 전년 대비 37% 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성장 폭이 크게 축소됐다.
서치플랫폼과 커머스 매출은 밀접하게 연동돼 움직이고 있다. 이 두 부분은 국내시장에 한정돼 있으며 국내 강력한 경쟁자가 포진하고 있다. 특히 네이버가 쇼핑 부문에서 목표로 하는 매출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선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 공룡 쿠팡과 정면 대결이 불가피하다. 쿠팡의 연간 결제액은 60조 원에 달한다. 이커머스 사업이 중심인 쿠팡은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40조 원을 돌파했다. 미국 뉴욕 증시 상장사인 쿠팡Inc의 연 매출액은 302억6800만 달러(41조2901억 원). 국내 대표 온라인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매출 10조7377억 원)나 카카오(7조8738억 원)를 합친 매출(18조6115억 원)의 2.2배에 달한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2024년 11월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팀네이버 통합 콘퍼런스 ‘단 24’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네이버
쿠팡은 직매입에서 오픈마켓 쪽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고, 네이버는 매출 확대를 위해 오픈마켓에서 직매입 쪽으로 사업 확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두 회사의 정면 대결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다. 최근 네이버가 CJ대한통운 같은 풀필먼트(물류 일괄 대행 서비스)업체들과 업무협약을 맺고 ‘주 7일 배송’ ‘오늘배송’ ‘내일배송’ 등 배송 서비스를 강화한 것은 배송 경쟁력에 특화한 쿠팡과의 경쟁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분석이다. 네이버는 주문 즉시 상품 배송을 시작하는 ‘지금배송’과 쿠팡의 로켓배송 서비스로 유명한 ‘새벽배송’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네이버는 여기에 더해 멤버십 가입자 규모와 압도적인 MAU(월간활성화이용자수)를 활용할 예정이다. 2024년 10월 서비스를 시작한 네이버의 커머스 플랫폼 ‘네이버플러스 스토어’가 그 주인공. 이 서비스는 4분기 커머스 매출액 증가에 주요 공신이었다. 네이버는 3월 12일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를 AI 기반 전용 쇼핑 앱으로 출시, 쿠팡과 직접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네이버 대표는 2월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내년에는 국내 커머스 시장이 약 한 자릿수 중후반 정도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네이버는 거래액과 매출 모두 두 자릿수 이상 성장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 자릿수 성장’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으로 네이버는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AI 쇼핑앱’이라는 카드를 꺼내 든 셈이다.
지금까지 네이버의 주요 경쟁력은 서치플랫폼에서 만든 이용자수에 있었다. 쿠팡과는 다르게 ‘서치플랫폼 이용자’라는 이점이 있어 차별화가 쉬웠다는 이야기다. 검색 이용자들이 자연스레 제품을 검색하며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로 흘러들었다. 하지만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를 전용 앱으로 독립시키게 된다면 이 이점이 사라진다. 이외에도 네이버와 비슷한 전략을 사용하던 다른 서치플랫폼에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구글도 넘보지 못했던 한반도의 기적, 네이버
글로벌 AI시대의 경쟁력 측면에서도 네이버는 위기에 봉착했다. 네이버는 독립적인 AI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자체 기술개발에 집중해왔다. 네이버는 2021년 자체 기술로 개발한 거대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를 출시했고, 2년 뒤 기존 모델을 고도화한 생성형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했다. 네이버는 ‘소버린 AI(주권 AI)’ 개발에 집중했다. 기존의 AI는 영어권 데이터를 주로 학습했기 때문에 국내에는 직접 적용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 게다가 글로벌 기업의 영향력을 피하고 안보 문제에 대응하려면 소버린 AI 개발이 필요한 측면이 있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를 한국어와 문화에 강점을 가진 토종 소버린 AI로 키워 오픈AI·구글·메타(페이스북 모회사) 등 빅테크의 AI 공세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을 수립했다. 1조 원 가까운 돈을 들여 춘천과 세종에 데이터센터도 건설했다.
이러한 시점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했다. 미국이 AI 산업 육성을 위해 자국 기업 중심의 보호 정책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소버린 AI에 몰두하다가는 글로벌 시장 확장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미국이 AI 기술 개발을 자국 기업 중심으로 추진할 경우 네이버와의 기술격차가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카카오는 2025년 2월 4일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와 국내 기업 최초로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이를 통해 자사 서비스 차별화와 고도화에 주력하면서 빠르게 AI 기술을 적용하고, 글로벌 AI 트렌드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강점이 부각되고 있다.
이 GIO는 국내 검색시장을 야후와 다음 등이 석권하고 있던 시기, 후발 주자로 검색시장에 뛰어들었다. 네이버는 국내 검색엔진 시장의 판을 흔들었다. 게임 플랫폼 ‘한게임’과의 합병, 이용자가 직접 묻고 답하는 방식의 ‘지식iN’ 서비스 등을 앞세워 국내 1위 포털 사업자로 등극했다.
전 세계 검색시장 대부분을 구글이 장악했지만 국내에서는 네이버 아성을 뛰어넘지 못했다. 한국어에 특화된 검색엔진과 사용자들이 질문과 답을 직접 올리는 ‘지식인’ 서비스 등으로 기존 검색시장을 재편했다. 지금의 AI 기술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네이버의 핵심인 서치플랫폼의 경쟁력에서 낙오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그를 다시 복귀시켰다.

한국 IT 창업 이끈 86학번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 선마이크로시스템의 공동창업자 앤디 백톨샤임, 구글의 전 CEO 에릭 슈미트, 블랙베리의 CEO 존 첸은 모두 공통적으로 1955년생으로 IT 분야에서 세상을 바꾼 이들이다. 컴퓨터의 중추인 마이크로프로세서가 8비트, 16비트를 구성하며 소형화·고성능화하기 시작한 것이 1975년이고, 1955년생들이 대학교에 막 입학한 때다.
창업이 자유로운 땅에서 태어났고, 고급 교육을 받으면서 성장한 이들은 컴퓨터와 자유롭게 만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도 이들과 같이 벤처 신화와 IT붐으로 세상을 바꾼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 모두 86학번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국내에 PC가 막 보급되기 시작한 1986년쯤 대학교에 입학했고, 정치적으로도 민주화의 바람이 불면서 자유로운 창업이 가능한 시대에 사회로 나선 이들이다.
86학번의 무기는 PC와 인터넷이었다. PC의 대중화는 1980년대 초반부터 시작됐다. 1981년 컴덱스에서 IBM PC가 처음 발표됐고, 한국에서는 1984년 삼보컴퓨터를 통해 PC가 보급되기 시작했다. 당시 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전산실은 유닉스 체제의 컴퓨터가 놓여 있었다. PC는 당시 장난감으로 취급받던 때였다.
1980년대 후반부터 PC 성능이 좋아지면서 PC가 유닉스와 경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 GIO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86학번이고,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은 재수를 해서 서울대 산업공학과 86학번 출신이다. 넥슨의 고(故) 김정주 대표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86학번이고, 다음의 이재웅 대표는 연세대 전산학과 86학번이다.
이 GIO는 가정환경이 좋았다. 삼성생명 임원인 아버지가 있었고, 강남에서 자랐다. 이 GIO의 아버지는 1990년대 한국 보험계를 주름잡았던 이시용 전(前) 삼성생명 대표이사다. 1963년 삼성생명 공채 1기로 입사해 동기인 황학수 전 삼성생명 대표 등과 1990년대 한국 보험업계를 이끌었다. 삼성생명·삼성카드, 태평양생명, 중앙생명(SK생명) 대표를 맡는 등 20년간 금융계 임원으로 지냈다. 이 GIO는 이른바 ‘강남 8학군’이라 불리는 상문고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컴퓨터공학,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에서 전산학을 전공했다.
이 GIO는 컴퓨터공학과 학사를 마친 후 카이스트 전산학 석사과정에 입학, 1992년 석사 졸업 후 삼성SDS에 입사했다. 이후 1994년 삼성SDS에서 ‘한계도전 프로그램’이라는 프로그램에 참여, 국산형 검색엔진 개발에 뛰어들었다. 1997년부터 삼성SDS에서 사내벤처 소사장으로 일하면서 검색엔진 개발을 주도했다.
이를 계기로 회사를 나와 이 GIO는 1999년 6월 네이버컴(현 네이버)을 창업했다. 1년 뒤 국내 최초 게임 포털 ‘한게임’을 창업한 김범수 위원장과 이 GIO는 포털과 게임의 시너지를 위해 손을 맞잡았다. 두 사람은 2000년 4월 27일 네이버와 한게임을 합병, NHN을 만들었다.
당시 한게임은 회원 수가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서버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고, 네이버는 후발 검색 주자로 100억 원대의 투자를 유치해 서버는 있었지만 이용자가 부족했다. 2013년 기자간담회에서 이 GIO는 “김 위원장이란 탁월한 경영자가 있었고, 한게임이 더 먼저 매출을 내면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나와 공동 CEO를 하다가 (김 위원장이) 단독 CEO가 됐다”면서 “그 당시 네이버가 훨씬 어려운 상황이었다. 나는 네이버 서비스 부문장으로 가서 서비스를 개선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투자와 벤치마킹의 귀재 이해진
이 GIO는 네이버를 검색시장의 강자로 만드는 데 집중했다. 줄곧 검색을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놓았고, 검색엔진 기술과 검색 결과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 과감한 투자도 감행했다. 이 GIO는 검색엔진 기술을 내재화하기 위해 이준호 NHN의장이 이끌던 검색엔진 기술회사 ‘서치솔루션’을 인수했다. 이 인수로 지분율에서 이 GIO와 이준호 두 사람이 동등하게 네이버 개인 최대주주 수준으로 올라서는 것까지 감당했다.
2006년 6월에는 ‘스노우 랭크’라는 검색엔진 알고리즘을 개발한 벤처회사 ‘첫눈’을 약 400억 원에 인수했다. 당시 ‘첫눈’의 대표이사는 장병규로 현 크래프톤 의장이다. ‘첫눈’의 CTO(최고기술관리자)는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성공시켜 인터넷에 이어 모바일 시대에도 네이버의 저력을 증명해 낸 ‘라인의 아버지’ 신중호 LY코퍼레이션 대표다. 네이버는 검색 기능 강화를 위해 사력을 다했고, 그 결과 ‘검색광고’라는 비즈니스가 꽃피웠다.
2002년 10월 론칭한 대화형 검색 서비스 ‘지식iN’은 후발 주자 네이버를 검색시장의 강자로 만든 효자 서비스였다. 네티즌의 지식을 검색에 이용한 혁신적인 방법이었다. 이해진 GIO는 국내외 먼저 출시된 서비스들을 벤치마킹하는 일에 능하다. 기존 서비스를 개선해 네이버에 적용하며 사업을 확장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2000년대 초반 국내 인터넷 시장 태동기 야후는 검색에 강했다. 다음은 e메일과 커뮤니티 서비스 ‘카페’를 이용해 시장에 자리 잡았다. 네이버에는 브랜드를 대표할 만한 서비스가 없었다. 이때 미국의 검색엔진 ‘Ask Jeeves’를 벤치마킹해서 ‘질문가이드’라는 검색 관련 서비스를 오픈했다. 사용자끼리 질문하고 답변하는 방식의 서비스였다. 이 GIO는 이 서비스가 확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국내에서는 한겨레신문이 운영했던 Q&A사이트 ‘디비딕 닷컴’이 비슷한 방식을 사용했다. 이 GIO는 두 선발 주자의 강점을 모아 2002년 10월 지식iN 서비스를 정식 오픈했다.
오픈 초기에는 질문과 답변 데이터가 부족했다. 한겨레신문의 디비딕 닷컴은 2년 빠른 2000년 10월에 오픈해서 이미 20만 개 이상의 질문과 답변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하고 있었다. 2002년 9월 디비딕닷컴이 서비스 유료화를 단행했고, 이에 불만을 느낀 디비딕 닷컴 핵심 이용자들이 네이버 지식iN으로 옮겨오기 시작했다.
상황의 변화가 네이버 지식iN 서비스의 호재로 작용했다. 2003년 3월 디비딕 닷컴은 엠파스에 인수됐다. 엠파스의 서비스로 리뉴얼 과정을 거치는 동안 지식iN은 질문과 답변 데이터베이스를 폭발적으로 축적했다. 엠파스에서 리뉴얼한 ‘지식거래소(지식센터)’ 서비스가 오픈했을 때 이미 네이버 지식iN은 압도적 우위에 서 있었다. 이미 질문과 답변 데이터 수가 200만 개를 넘어섰다. 경쟁 서비스 대비 데이터베이스 규모가 10배가 넘을 정도였다. 검색엔진 시장에서도 초기 시장 선점은 이후 따라갈 수 없을 정도의 차이를 만든다. 이후 네이버 지식iN은 시장장악력을 더욱 높이게 됐다.

지식iN 발판으로 검색시장 1위로 성장
지식iN으로 자체 콘텐츠 DB를 확보하게 된 네이버는 새로운 서비스 ‘통합검색’을 시작했다. 네이버는 2001년 5월에 ‘넥서치 시그마’라는 검색서비스 브랜드를 만들었다. 당시 검색엔진은 단어 단위로 검색하는 수준이었다. 넥서치 시그마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문장 단위 검색이 가능한 서비스였다. 이로써 네이버는 세계 최초로 ‘통합검색’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검색과 지식iN 이용자들의 자발적인 선순환을 유도하기 위해 데이터베이스 자가발전 모델을 만들었다. 이용자들은 지식iN을 쓰러 왔다가 네이버 검색을 이용하고, 네이버 검색을 쓰다가 정보를 지식iN 섹션에서 얻고, 상황에 따라서 직접 질문을 올리거나 답변을 달면서 데이터베이스를 키웠다.
이러한 발전 모델은 추후 통합검색 영역에 블로그, 카페 영역을 차례로 추가하는 계기가 됐고, 네이버는 각 영역을 추가할 때마다 해당 서비스를 분야 넘버1으로 만들었다. 네이버 검색 점유율도 압도적 수준으로 상승했고, 70%를 지속적으로 넘어서는 상태까지 성장하게 됐다.
검색의 차별화를 통해 네이버는 자연스럽게 검색광고라는 수익모델을 만들 수 있었다. 네이버는 통합검색 도입을 통해서 한국 이용자들의 검색 트래픽을 장악했다. 이용자가 많으니 당연히 광고의 성과도 좋았다. 온라인 광고는 지면이나 TV에 비해 시공간의 제약이 덜하다. 대기업 광고주부터 영세 상인들까지 다양한 광고주를 모을 수 있었다. 현재 네이버는 한국에서 가장 많고 다양한 광고주(검색광고주 계정이 수십만 개에 이른다)를 보유한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네이버는 검색광고 분야에서만 매년 조 단위 매출과 수천억 단위 영업이익을 거둬가고 있다.
이후 네이버의 검색광고 매출은 꾸준히 점증하다 2012년 검색광고 시장 점유율 60%를 넘어섰다. 그해 야후는 한국에서 철수했다. 2014년에는 검색광고 매출이 사상 최초로 2조 원을 돌파했다. 당시 총매출 대비 검색광고 매출 점유율은 73.2%로 절대적 비중을 차지했다. 당시 네이버는 국내 검색 점유율도 80%에 육박하며 국내 최대 IT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모바일 시대 제2의 네이버로 거듭난 라인
네이버는 웹 시장에서 강자였지만, 당시 경영환경은 모바일로 급격하게 변했다. 네이버가 모바일 시장에서 강자가 아님을 보여준 것은 국민 메신저 카카오의 등장이다. 한때 동지였던 김 위원장이 2010년에 출시한 카카오톡은 네이버의 한계를 보여줬다.
모바일 시대의 혁신은 숱한 실패 끝에 나온 라인을 통해 이뤄졌다. 라인의 태동은 이 GIO의 검색 시장 일본진출과 함께 시작됐다. 라인 출시 3년 전인 2008년. 이 GIO는 일본 검색 시장에 ‘함께 만드는 검색’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일본에 자회사 ‘네이버 재팬’을 차렸다. 베타버전의 검색엔진을 세 차례 출시했으나 큰 반향을 이끌어내진 못했다.
라인이 출시되기 3개월 전인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재해로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일본에선 PC통신, 문자메시지, 전화 등 기존 커뮤니케이션이 두절됐다. 친구나 가족의 생사를 알 수 없는 최악의 혼란 상태에 빠졌다. 이를 지켜본 네이버 재팬은 방향을 수정했다. 검색엔진 대신 ‘지인 간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내놓았다. 전환은 신의 한 수가 됐다. 네이버 재팬이 내놓은 모바일 메신저 ‘라인’은 일본 국민 메신저로 자리 잡았다. 라인은 당시 트위터나 페이스북보다 단기간인 399일 만에 5000만 이용자를 모았다. 이후 라인은 일본은 물론 동남아 시장에도 성공적으로 진출했다. 지금은 하루 메시지 50억 건을 발송하는 글로벌 메신저로 성장했다.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인터넷이 갑자기 확 컸다면 지금은 모바일이란 시기가 왔다.” 2013년 11월, 라인 가입자 3억 명을 돌파했을 때, 이 GIO가 12년 만에 기자들 앞에 나서면서 한 이야기다. 3년 후인 2016년에 라인은 누적 가입자 10억 명을 달성했다. 그해 6월에는 미국 뉴욕 증시와 도쿄 증시에 동시 상장했다. 국내 IT기업이 자사의 기술과 서비스로 미국과 일본 증시에 동시 입성은 최초였다. 국내 IT기업들의 글로벌 성장 전략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사건이었다.
네이버는 2019년 야후재팬을 운영하는 소프트뱅크와 합병을 결정. ‘라인야후’를 출범시켰다. 합병 명분은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IT 기업인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맞서기 위해 ‘연합군’을 결성하자는 것. 하지만 일각에선 라인과 야후재팬의 합병에 숨겨진 배경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라인이 일본의 국민 메신저인 만큼 국적 논란을 희석하려는 목적이 컸다는 것이다. 당시 네이버 측은 라인이 한국 기업의 자회사라는 점 때문에 일본 내 반한 감정에 휘둘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네이버가 10년 이상 공들여 키운 글로벌 메신저 서비스 ‘라인’이 경영권을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일본 정부는 2023년 ‘라인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계기로 네이버에 라인의 운영사인 라인야후의 지분 정리를 요구했다. 라인야후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설립한 합작법인 ‘A홀딩스’가 64.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소프트뱅크와 네이버는 라인야후의 중간 지주사에 해당하는 A홀딩스에 50%씩 출자하고 있어 두 회사가 실질적인 모회사다.
지난해 7월 일본 정부는 지분 정리 요구를 철회했지만 네이버의 해외 진출에는 제동이 걸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AI라는 거대한 물결이 다가오며 네이버는 위기를 맞게 됐다. 결국 해외에서 활동하던 이 GIO가 다시 네이버로 돌아왔다.
네이버, 소버린AI에 올인
이 GIO는 AI시대를 맞아 네이버의 본질적 가치인 검색에 대한 차별화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검색 차별화의 시작은 소버린AI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GIO는 지난해 5월 21일 서울에서 열린 AI 서울 정상회의에서부터 소버린 AI의 시급성에 대해 언급했다. 이날 이 GIO는 “단일한 AI가 역사 해석을 독점하면 미래세대의 사고가 제한된다”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2024년 6월에는 소버린AI 전략을 반영한 네이버 AI 세이프티 프레임워크도 발표했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를 고도화하고, 올해 ‘온 서비스 AI’ 전략을 통해 다양한 신규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2024년 네이버가 10조 매출을 달성할 수 있었던 건 2024년부터 본격화해 온 서비스 AI 전략이 효과를 발휘한 덕분이었다.
대표적 성공 사례가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 적용된 AI 추천 시스템이다. 소비자의 관심사를 더 빠르게 파악해 내는 AI를 통해 커머스 부문 객단가가 34%까지 상승했다. 네이버 스토어에 입점하면 다른 커머스 플랫폼에 비해 매출이 3분의 1이 증가하는 셈이다.
하이퍼클로바 AI의 성능이 이커머스의 매출을 견인하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었다. 선순환을 이어가려면 네이버의 자체 AI 성능이 중요하다. 자체 AI성능이 경쟁사들에 비해 뒤처진다면 콘텐츠 검색과 광고의 연계성이 도미노처럼 무너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