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래밍도 AI가 하는 시대 도래
그대로 쓰긴 어렵고, 참고해 코딩 시간 줄여
인간 대체보다는 더 편하게 일할 수 있는 도구
구글 vs MS AI 전쟁, 지금은 MS 판정승
[Gettyimage]
2월 1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 최초 생성 AI(Generative AI, 제너레이티브 인공지능) 이벤트 ‘GenAI 콘퍼런스’에 연사로 참석한 에마드 모스타크 스태빌리티AI CEO는 “가끔은 인공지능이 아니라 타임머신을 재창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같이 말했다.
사람처럼 글(text), 이미지, 영상, 코드(code)를 만들어내는 생성형 AI 분야에 거대한 자금이 투자될 것이란 주장이다. AI가 만들어내는 혁신이 마치 ‘시간을 뛰어넘는 것’처럼 빠르게 진행된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 그는 타임머신을 예로 들었다. 생성 AI 관련 스타트업, 창업가,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발언이다.
출시 두 달 만에 사용자 1억 명에 도달한 대화형 AI ‘챗GPT(ChatGPT)’가 이런 분위기를 촉발했다. 생성 AI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 ‘재스퍼(Jasper)’는 이를 기회로 판단, GenAI 콘퍼런스를 개최했고 업계의 이목이 일제히 이번 행사에 쏠렸다.
실제로 경험한 현장의 열기는 정말 뜨거웠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OpenAI)는 물론 구글의 투자를 받은 앤트로픽(Anthropic), 이미지 생성 분야 선두 주자 스태빌리티AI 등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 CEO, 창업가, 핵심 임원, 연구자들이 연사로 등장했다. 투자자, 빅테크 종사자 등 콘퍼런스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가 1200명에 달했다. 행사장으로 사용된 ‘피어27’ 건물이 인파로 가득 찰 정도였다.
더 놀라운 점은 이 분야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내며 빠르게 성장 중인 스타트업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챗GPT의 기반이 된 언어 모델 ‘트랜스포머(Transformer)’를 개발한 에이단 고메즈가 이끄는 ‘코히어(Cohere)’, 생성 AI 기술 기반으로 통합 개발 환경을 제공하는 ‘리플릿(Replit)’, AI 가속기(하드웨어)를 만드는 ‘셀레브라스(Cerebras)’ 같은 회사들이다.
GenAI 콘퍼런스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같은 대형 기업뿐 아니라 수많은 새로운 기업, 기회가 태동하는 현장이었다. 챗GPT 효과로 ‘생성 AI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했다. 생성 AI 업계에는 지금 어떤 일이 펼쳐지고 있을까? 어떻게 이 기회를 활용해야 할까?
전 세계 코드 46%, AI가 짠다
2월 1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GenAI 콘퍼런스’ 현장. [박원익]
2022년 6월 개인용으로 처음 출시된 AI 개발 도구 ‘깃허브 코파일럿(이하 코파일럿)’이 이룬 성과다. 출시 8개월여 만에 사용자(개발자 수) 100만 명을 돌파했고, 프로그래밍에 소요되는 시간을 평균적으로 55% 단축했다. 깃허브에 따르면 현재까지 코파일럿을 도입한 기업, 조직 숫자는 400개 이상이다. 깃허브는 2월 14일 기업용 유료 버전(Copilot for Business)을 공식 론칭했다.
“테스트에서 이미 폭발적인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사용자가 3400명 정도 됐을 때 데이터를 봤는데, 리텐션(고객 유지) 비율이 65%에 달했죠.”
깃허브 전 CEO 냇 프리드먼(Nat Friedman)은 GenAI 콘퍼런스에서 “30일 후에도 리텐션 비율 65%를 유지했다는 건 정말 강력한 신호였다”며 이렇게 회상했다. 개발자 10명 중 약 7명이 계속해서 이 도구를 사용하는 걸 보고 성공을 확신했다는 설명이다. 깃허브 측에 따르면 현재 모든 프로그래밍 언어로 만든 코드 중 46%가 코파일럿을 사용한 결과물이다. ‘세계 최초의 대규모 AI 개발자 도구’라는 타이틀을 뒷받침하는 숫자다.
깃허브가 공개한 깃허브 코파일럿의 성능. [Github]
깃허브 코파일럿은 챗GPT처럼 자연어 명령을 정확히 인식한다. 개발자들이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 작성해둔 코드, 주석, 맥락(Context)을 읽어 필요한 코드를 자동으로 완성할 수 있으며 전체 함수 테스트, 복잡한 알고리듬 제안까지 수행한다. 항공기 부조종사처럼 내 옆에서 모든 걸 도와주는 AI 프로그래머 시대가 열린 셈이다.
“20분 만에 깃허브 인수 결정”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뉴스1]
냇 프리드먼은 깃허브 코파일럿의 탄생은 마이크로소프트의 깃허브 인수에서 시작됐다고 회고했다. 이날 대담자로 등장한 데이브 로겐모저(Dave Rogenmoser) 재스퍼 CEO가 코파일럿이 어떻게 나오게 됐는지 묻자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깃허브는 ‘개발자들의 놀이터’로 불리는 소스 코드 공개 저장소다. 2018년 6월 마이크로소프트가 75억 달러(약 9조7350억 원)에 깃허브를 인수한다고 발표할 당시만 해도 ‘지나치게 비싸게 인수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었다. 결과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는 깃허브의 방대한 코드 데이터를 확보한다는 과감한 수를 뒀고, 강력한 생성 AI 프로그래밍 도구를 가장 먼저 출시할 수 있게 됐다.
프리드먼 전 CEO는 “2021년 5월 GPT-3를 보고 깜짝 놀랐다. 마법처럼 느껴졌다”며 “협력을 위해 오픈AI팀에 연락을 취했는데, 마침 선견지명이 있는 사티아 나델라 CEO가 오픈AI에 10억 달러를 투자한 상태였기 때문에 한층 쉽고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샘 알트만 오픈AI CEO와 원래 친분이 있었고, 마이크로소프트와 관계도 좋았기 때문에 깃허브와의 협업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깃허브는 코드 데이터를 가지고 있었고, 오픈AI는 GPT-3라는 거대언어모델(LLM)을 가지고 있었다. 깃허브 데이터를 훈련한 프로그래밍 특화 AI 모델 ‘코덱스’의 토양이 이때 만들어졌다.
물론 코파일럿이라는 서비스가 바로 완성된 건 아니다. 처음에는 프로그래밍 관련 질문에 답을 해주는 질의응답(Q&A) 채팅봇 아이디어가 나왔고, 다음으로 나온 아이디어는 코드 정확성, 개선 방안 등을 검토해 주는 ‘코드 리뷰’ 기능이었다. 코드 합성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거쳐 코드 편집 도구로 방향이 굳어졌고, 구글 G메일에서 e메일을 쓸 때 문장을 자동으로 완성해 주듯 코드 구문 분석을 기반으로 한 코드 자동완성 기능이 개발됐다. 제품 개발을 시작한 지 4~5개월 만의 일이었다.
틀리는 건 중요치 않아
“코파일럿을 쓰는 데는 약간의 에너지만 투입하면 됩니다. 사용하다 보면 ‘저 코드를 찾아내 20분 이상 시간을 절약했네. 어떻게 하는지 드디어 알아냈다’고 하는 엄청난 순간이 찾아오게 됩니다.”프리드먼 전 CEO는 코파일럿이 만들어낸 결과물에 오류가 있거나 잘못됐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큰 문제는 아니다”라고 했다. AI가 만들어준 코드가 항상 정확하다면 훨씬 좋겠지만, 분명한 실질적 이익을 제공한다는 이유에서다. 숙련된 개발자라면 코드가 문제 있을 때 스스로 발견할 수 있으니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해 주는 도구’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는 논리였다.
그는 “실제로 코파일럿을 사용하는 사람에게 물으면 왜 효과가 있는지 분명히 얘기한다”며 “더 똑똑한 모델을 적용해 보기도 했지만, 그렇게 하면 답변이 느려져 오히려 사람들이 불편해하더라”고 했다.
프리드먼 전 CEO는 “코파일럿 역시 언젠가 쓸모없어질 때가 올 것”이라며 “코파일럿을 사용할 때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코딩을 하기 위해 챗GPT를 사용하기도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결국 여러 도구를 함께 사용하거나 통합하는 방식으로 사용자의 행태가 발전할 것이란 예측이었다. 메시지 기반 협업 도구 ‘슬랙’과 구글 캘린더를 통합하면 슬랙으로 해당 일정 관련 알림 메시지를 받을 수 있듯이 여러 생성 AI를 병행해 사용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는 “좋은 제품은 인기가 갑작스럽게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새로운 트렌드에 적응하고 살아남으려면) 늘 혁신의 가장자리에 머물러야 한다”고 했다.
프리드먼 전 CEO는 이어 “언어 모델, 코딩 도구 외에도 이미지 생성, 3D 콘텐츠 생성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 등 중요한 혁신의 순간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런 변화는 마치 인터넷의 발명, 개인용 컴퓨터의 출현과 같이 문명을 다시 쓰는(rewriting civilization) 정도의 큰 변화”라고 강조했다.
오픈소스 모델 더 등장할 것
문자를 이미지로 변경하는 생성 AI 스테이블 디퓨전으로 만든 이미지들. [스태빌리티AI]
프리드먼 전 CEO는 이어 생성 AI 분야에서 훌륭한 오픈소스 모델이 올해 더 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소프트웨어 발전 과정을 볼 때 더 개방적인 생태계가 결국 승리하는 사례가 많았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생성 AI 분야에서 가장 잘 알려진 오픈소스 모델은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이다. 스테이블 디퓨전은 문자(text)를 입력해 이미지로 변환할 수 있는 이미지 생성 모델로 스태빌리티AI가 개발하고 있다.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해 생태계를 크게 키우고, 발전시킨 후 향후 수익화에 나서는 전략이다. 접근성을 낮춰 많은 이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실제로 렌사AI(Lensa AI·법인명 ‘프리스마 랩스’)는 스테이블 디퓨전으로 초상화 생성 앱을 만들어 큰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프리드먼은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의 대결에 관해서는 균형적인 입장을 취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크롬 등을 기반으로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구글 북스 프로젝트로 4000만 권의 책을 디지털로 만든 경험, 스마트폰으로 확보한 방대한 양의 이미지, 하드웨어까지 보유하고 있다.
그는 “구글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강자”라며 “다만 유일하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요인은 검색 광고 매출이라는 내부 요인이다. 이 부분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는 사티아 나델라 CEO가 이끄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기회는 ‘코파일럿 for X’에 있어
군웅할거 상황에서 기회를 잡으려면 어떤 전략이 유효할까? 전문가들은 깃허브 코파일럿처럼 생성 AI를 다양한 분야에서 도구로 활용하는 기업, 개인에게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코딩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AI를 보조 도구로 활용하는 ‘코파일럿(부조종사) for X’가 쏟아질 것이란 예측이다.헬스케어 유니콘 스타트업 아카사(AKASA)에서 머신러닝 개발을 이끄는 김병학 AI 기술총괄은 실리콘밸리 AI 채용 서비스 ‘문허브(Moonhub)’를 예로 들었다. 문허브는 웹사이트에서 수십억 개의 개인 데이터 포인트를 찾은 다음 그 데이터를 AI 기술로 분석해 가장 적합한 후보군을 발견, 사내 혹은 외부 채용 담당자에게 제안하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채용 담당자를 위한 코파일럿인 셈이다.
아카사의 젠 스크라이브(Gen Scribe) 역시 마찬가지다. 젠 스크라이브에 의료진이 간단한 프롬프트(입력어)를 넣으면 AI가 자동으로 의료 기록을 완성하고, 템플릿을 불러와 진료 기록을 정확하고 손쉽게 작성할 수 있게 돕는다. 김 총괄은 “코파일럿 같은 AI 기술이 인간을 더욱 창의적으로 일하도록 도와줄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