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6월호

북-중 경제협력 강화는 도전이자 기회

북한 자원개발 직접 투자로 남북경협 실질화해야

  • 임현진 서울대 교수·사회학, 서울대 기초교육원장 hclim@snu.ac.kr

    입력2006-06-07 18: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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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자회담 고착으로 동북아 정세가 냉랭한 가운데 북한과 중국의 경제협력이 하루가 다르게 강화되고 있다. 이미 북한의 주요 에너지·자원 개발 프로젝트에 진출하고 유통사업까지 장악한 중국은, 신의주 주변의 경제특구화와 국제무역시장 등을 통해 협력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남북 경제협력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이며, 미래 통일 한반도에는 어떻게 작용할 것인가. 그 부작용을 최소할 수 있는 방안은?
    북-중 경제협력 강화는 도전이자 기회
    최근 북핵 6자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한반도 주변의 국제정치가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 북중관계와 미일관계가 긴밀해지는 반면 한일관계와 미중관계, 중일관계는 소원해지고, 동북아 국제정치의 중심판이던 한미관계는 삐걱거리고 있다.

    여기에 자력갱생 노선으로는 더 이상 체제를 수호하기가 쉽지 않은 북한도 눈여겨볼 대상이다. 개혁과 개방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 북한의 변화는 이제 하나의 대세로 보인다. 그러나 체제결속과 경제회복을 동시에 이루려는 북한의 시도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변화, 즉 경제재건은 지체되고 체제는 이완되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 연결될 수도 있다.

    이러한 고민의 끝자락에서 북한은 어려운 현실을 돌파하기 위한 방법으로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두 나라 사이의 경제협력 강화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배경이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확대되기 시작한 북중 경제협력의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음을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북한의 2인자로 알려진 장성택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중국을 방문해 주요 개방지역을 둘러보면서, 앞으로 북한이 개혁과 개방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예측은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다.

    사실 북한이 개혁과 개방을 통한 경제성장 노선으로 나아가는 것은 우리 처지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북한이 추구하는 개혁과 개방이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을 심화하는 결과를 낳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북한 경제의 대(對)중국 의존도 심화는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정치적 입지 제고와 발언권 강화로 이어지고, 현재 진행 중인 남북간 경제협력에도 심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북중 경제협력을 바라보며 두 가지 상반된 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일각에서 제기하듯 북중 경제협력을 북한의 대중국 종속이나 ‘동북 4성화’로 바라보는 것은 다소 성급한 측면이 있다. 오히려 작금의 북중 경제협력을 주시하면서 남북 경제협력을 어떻게 지향, 전개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게 보다 현실적인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북중 경제협력의 강화가 남북 경협 발전에 대한 도전이자 기회라면 우리가 이를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북한의 개혁과 개방에 일대 전환이 이루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북한과 중국 사이의 무역량 증가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중국이 북한의 대외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 수준으로, 공식적인 통계에 잡히지 않는 변경 무역량까지 합하면 이보다 더 높을 것이다. 두 나라 사이의 무역 현황을 살펴보면 2000년 이후부터 가파르게 상승하기 시작해 해마다 두 자릿수의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북한의 대중국 수출입 총량은 2003년에 처음으로 10억달러를 돌파했고, 2004년 13억달러, 2005년에는 15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북한의 대일 무역 규모가 약 2억달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무시할 수 없는 숫자다(표 참조). 실제로 북한의 두 번째 무역 상대국인 한국도 2004년 약 7억달러 규모를 거래하는 데 그쳤다.

    북중 무역은 ‘선진국-개도국 교역’

    중국과 북한의 무역은 선진국-개도국 무역의 전형적인 특징을 보인다. 북한의 대중국 수출은 대체로 1차 원료 및 의류, 어패류가 중심을 이루는 반면, 수입은 원유나 동물성 식품 및 전기제품 등이 주종을 이룬다. 광석, 철강 및 비철금속 등이 중국에 주로 수출되는 품목이다. 이러한 무역구조는 북한의 현실적인 경제상황을 반영한다. 2차 가공품을 수출할 여력이 없기 때문에 중국이 필요로 하는 1차 원료 위주의 수출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북중 무역거래 추이 (단위 : 100만달러) *이영훈, ‘북중 무역의 현황과 북한 경제에 미치는 영향’(한국은행, ‘금융경제 연구’246호, 2006년
    연도 1991 1992 1993 1994 1995 1996 1997 1998 1999 2000 2001 2002 2003 2004
    무역액 610 697 900 624 550 566 656 413 370 488 737 738 1023 1385


    흥미로운 사실은 현재 북한에서 유통되는 상품들에 북중 무역의 결과가 그대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 안에서 유통되는 경공업 제품의 80% 이상이 중국산 제품으로 채워지고 있으며, 북한 상품의 경쟁력은 지극히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중 무역 현황을 지역별로 분석해보면 북한과 중국 동북 3성(省) 사이의 거래에 집중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04년 통계에 따르면 북한 대중국 수출의 85%, 수입의 64%를 동북 3성이 차지한다. 이러한 사실은 북한과 중국의 무역이 동북 3성에 집중돼 있으며, 이들 지역과의 변경무역과 보세무역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동북 3성과 북한의 무역거래만으로도 남북한 교역규모를 웃도는 것이다.

    2000년 이후 북중 관계가 회복되면서 급증하기 시작한 두 나라 사이의 무역은 최근 중국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동북 3성 개발과 북한의 원료 및 생필품에 대한 요구가 맞아떨어지면서 상승세를 타는 분위기다. 따라서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동시에 북한의 대러시아 교역도 늘어나고 있어서, 북한-중국-러시아로 이어지는 3국 경제협력의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북한과 러시아 사이의 무역은 2004년을 기준으로 약 1억3000만달러로 아직은 미미하지만, 이는 2003년에 비해 13% 이상 증가한 수치여서 급속히 늘어나는 추세임을 알 수 있다. 최근 북한과 러시아 사이에 철도협력 및 과학기술협정이 체결되면서 양국 관계 또한 더욱 긴밀해지고 있다.

    이제까지 살펴본 흐름을 종합해보면 북한, 중국, 러시아 사이의 협력은 앞으로 더욱 강화될 공산이 크다. 중국의 동북 3성 개발 및 원료자원 수요의 증대, 러시아의 극동지역 개발 및 에너지자원 활용을 통한 정치경제력 제고, 북한의 경제성장 추진과 이에 따른 무역 필요성이 맞물리는 형국이다.

    북한 자원과 유통 장악하는 중국

    2000년 이후 북중 무역 거래량이 늘어난 것 외에 중국의 대북한 투자 유형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중국의 대북한 투자는 2003년 130만달러에서 2004년 1억7350만달러로 급증했다. 2005년 후진타오 주석의 방북 (訪北) 이후 두 나라 사이에는 ‘경제기술협조에 관한 협정’이 체결됐고, 연말에 이르러서는 ‘서해상에서의 유전 공동개발’을 발표, 중국의 대북한 투자가 공식화했다.

    특히 중국의 우이 부총리가 북중 에너지-자원 협력 강화를 강조하는 등 북한 자원 개발에 대한 중국 자본의 투자가 계속 확대되는 추세다. 무산철광, 응등탄광, 혜산청년동광 등 북한 곳곳의 지하자원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중국의 투자는, 동북 3성 개발에 필요한 자원의 확보라는 점에서, 혹은 북한 처지에서는 현실적으로 중국과의 거래에 활용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상품이 지하자원이라는 점에서 양측의 이해가 합치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중국의 대북한 투자의 또 다른 유형은 유통시장 부분이다. 이미 평양 제1백화점의 매장 임대 및 운영권을 중국이 확보했으며, 앞으로 남포·해주 등에도 유사한 매장을 설립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중국은 2002년에 혜산시에 량순백화점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평양에 ‘보통강수입물자교류시장’을 설치해 중국산 수입물자를 판매하고 있다.

    이 외에도 중국과 북한은 두만강 유역의 함경북도 류다도에 국제자유무역시장을 개설하기로 합의했고, 2005년 9월에는 회령에 국경시장이 들어섰다. 최근에는 북-중-러 3국 접경지역에 자유무역지대를 마련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는 중국 지린성 훈춘과 러시아의 하산 및 북한 나진에 공업단지를 개발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중국이 북한 나진항과 청진항에 대한 사용권을 확보한 것을 고려하면 중국의 대북한 투자는 초기단계이긴 하지만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같은 중국의 대북한 투자는 앞으로 신의주 특구 개발이나 최근 논의되고 있는 신의주 앞바다 비단섬 개방에 있어서도 북중 양국이 긴밀히 협력할 것임을 말해준다. 최근 중국 단둥에서 신의주까지 이어지는 새로운 도로와 교량이 건설 중이라는 보도나 비단섬에 대한 구체적인 개발 구상이 나오는 것을 보면, 이미 단둥과 연결되는 신의주-비단섬 개방에 대해 양국이 일정 수준의 합의에 이르렀음을 예상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북-중-러 3국 접경지역의 자유무역지대 건설과 나진-선봉지구를 포함한 개발 협력이 이루어지고, 러시아의 풍부한 전력(電力)과 북한의 자원, 중국의 자본이 결합하는 형태의 경제협력이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으로 연결된다.

    남북경협, 위탁가공무역 벗어나야

    이렇듯 점차 강화되는 북한과 중국의 경제협력을 바라보면서 일각에서는 남북경협의 미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장기적으로 통일 한반도의 경제적 기반을 쌓는 작업인 남북경협이 자칫 북중 경제협력의 강화로 인해 제동이 걸리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더욱이 북핵 문제가 9·19 공동성명 이후 오히려 더 복잡한 양상으로 꼬이고, 미국이 남북 간의 경제협력을 지지하지 않고 있음을 생각하면 이러한 우려는 기우가 아닐 수도 있다.

    1989년 시작되어 오늘날까지 꾸준히 이어진 남북 경제협력은 초기의 위탁가공 무역에서 이제는 남북한 합영(合營)과 개성공단 건설로까지 발전했다. 무역구조 또한 단순한 물품거래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화학제품 및 기계류 교력에 이르기까지 다양해졌다. 수치로 보자면, 1991년 1억달러를 넘어서서 2005년에는 10억달러를 웃도는 규모다(표 참조).

    남북간 무역액은 한국 전체 무역액의 0.5%도 안 되지만 북한의 경우에는 전체 무역액의 30%에 달한다. 북한으로부터 반입되는 물품은 농림수산물이나 의류품목이 주종을 차지하는 반면 반출 물품은 화학공업 제품이나 철강금속 제품, 섬유류 등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위탁가공 교역이 여전히 전체 교역의 20%를 차지하는 사정과 무관치 않으며, 개성공단 공장조업을 위한 반출 증가와도 관련이 있다. 특히 앞으로 개성공단의 공장조업이 본격적으로 궤도에 오르면 남북의 상생 모델로서 경제협력을 실현해 나갈 가능성에 대해 과소평가할 수 없다. 특히 경의선 연결이 가시화할 경우 개성공단의 경제적 중요성과 잠재력은 한층 높아질 것이다.

    남북 경제협력이 과거보다 진전된 것은 사실이지만, 여러 가지 과제도 안고 있다. 무엇보다 경제협력의 형태면에서 북한의 저렴한 노동력을 이용한 위탁 가공무역이나 소규모 제조업체의 진출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초기에 비하면 많이 나아졌지만 위탁 가공무역은 여전히 전체 무역의 20% 내외를 점하며, 노동집약 산업분야의 소규모 기업체 진출이 주종을 이룬다. 최근 정부가 신경협 5대사업을 발표하고, 지난해 남북이 합의한 ‘유무상통’에 따른 경제협력 방안이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하면 북한의 지하자원과 우리의 경공업 원자재를 교환하는 새로운 형태의 경제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에 광업진흥공사가 북한의 자원 개발에 나서면서 덕현광산(철광)의 경우 5월말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며, 우시광산과 무산광산에 대한 개발도 본격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앞으로 마그네사이트, 흑연, 아연 등의 주요 광물도 개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과 중국 사이의 경제협력이 에너지-자원 부문을 중심으로 심화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남한 정부도 이에 대한 대비책을 찾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시점이다.

    남한도 北 자원개발에 본격 참여해야

    북중 경제협력의 진전은 우리에게 적지 않은 우려를 던져주지만, 남북 경제협력을 한층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측면도 있다. 북중 경제협력의 심화는 북한의 개혁 개방을 가속화하고 자본주의 경제에 대한 학습 효과를 불러오는 한편 북한의 경제회복에도 도움을 줌으로써 남북 경제협력에 간접적 지원 효과를 낼 것이다. 실제로 북중간 무역의 진전은 북한 경제에 평균 3% 이상의 성장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장기적인 청사진과 이를 점진적으로 이행할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에 있다. 현재 남북 경협의 구조적 문제인 ‘저렴한 노동력 의존방식’에서 탈피하고, 북한의 경제적 잠재력을 발굴해 이를 공동의 이익으로 만들어가는 방식이 필요하다. 이러한 의미에서 북한의 자원개발과 경공업 및 소비재 생산에 대한 지원은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 또한 북-중-러 접경지역을 배경으로 구상되고 있는 자유무역지대에 한국 기업들이 참여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무엇보다 현재 남북 경제협력에 큰 장애인 북한 지역의 취약한 산업 인프라를 강화하기 위한 종합적인 구상을 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논의만 진행됐을 뿐 실현되지 못한 ‘남북경협공사(혹은 남북경협청)’ 같은 종합적인 정부기구 설립도 진지하게 고려돼야 할 것이다. 우리 기업들의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인프라 건설과 법적, 제도적 장치의 마련은 정부가 주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현재의 남북 경제협력을 체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법률적, 제도적 장치의 정비도 필요하다. 지난해 국회에서 통과된 ‘남북관계발전법’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할 하위 법률-예를 들어,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법률, 사회문화 교류에 과한 법률 등-의 정비가 대표적인 사례다.

    남북 무역량 및 교역업체, 품목 수 추이(무역액 단위 : 100만달러) *출처: 통일부(www.unilorea.go.kr/index.jsp, 2006년 4월4일 검색)
    연도 1991 1992 1993 1994 1995 1996 1997 1998 1999 2000 2001 2002 2003 2004 2005
    무역액 111 173 187 195 287 252 308 222 333 425 403 642 724 607 1055
    업체수 56 77 121 136 236 319 356 419 516 536 506 432 481 462 523
    품목수 57 92 103 158 244 258 365 449 488 578 549 572 588 634 774


    과거 개도국들의 비교발전 경험에서 볼 때 북한이 경제 회복과 성장을 이루려면 노동집약적 경공업을 중심으로 수입대체와 수출 증진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유용하다. 이를 통해 늘어나는 주민들의 소비재 수요를 감당하고 경제발전에 필요한 외화도 충당할 수 있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한국도 수출자유지역 설립을 비롯해 부품공급 하도급(components supply subcontracting), 주문자상표 부착생산(OEM), 고유 브랜드 생산(OBM)이라는 일련의 학습과정을 거쳐 오늘의 경제발전 단계에 이르렀다. 중국의 급속한 성장도 경제특구라는 일종의 수출자유지역을 꾸준히 확대하는 기조를 바탕으로 외국기업 직접유치에 따른 고유 브랜드 생산과 국유기업의 부품공급 하도급, 주문자 상표부착 생산에 의한 기술축적 등이 이어지면서 낳은 결과다.

    지금 북한은 일부 경공업 분야에서 위탁 가공무역을 하는 초보적인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단계에 있다. 북한의 주력 수출품은 여전히 철광물이나 어패류 등 1차상품이다. 경제성장을 위해서 북한은 경제특구를 설립하고 이를 통해 내수 및 수출용 고유 브랜드 생산을 위한 노동숙련과 기술축적이 필수다. 그러나 북한의 새로운 발전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체제변화를 감내하더라도 경제성장을 유도할 수 있는 지도부의 개방의지와 개혁능력이 중요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북한의 의지

    당연한 이야기지만 동북아에서 진행되는 중국의 행보는 북한만을 겨냥하는 것이 아니며, 동북 3성 개발을 위해 북한뿐 아니라 러시아와 협력하는 등 궁극적으로는 다변화를 지향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대북한 경제에 대한 총괄구상’으로 알려진 국무원(國務院) 판공청(辦公廳)의 이른바 ‘36호 문건’(2005년 6월30일 작성)의 내용만 분석해봐도 확인된다. 중국이 동북지역 발전을 위한 자구책으로 북한뿐 아니라 러시아 등 접경국가에 대한 협력을 강조하는 것이다.

    따라서 최근의 북중 경제협력 강화가 북한의 대중국 의존도를 심화시키는 결과는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대응책은 결국 남북 경제협력의 실질화에 달려 있다. 비록 6·15남북공동선언에서 합의한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이 선언적 내용이라고는 해도, 남북 경제협력의 진전은 전쟁의 위협에서 벗어나 서로 실익을 증대하고 미래 통일한국의 물질적 토대를 닦는 일이기 때문이다.

    남북 경제협력은 단순히 한반도 차원의 과제가 아니다. 국제사회의 지지와 도움을 받지 않으면 일정한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는 것이 남북 경제협력이다. 따라서 북한도 유엔이나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가 추진하는 개발 프로젝트에 폭넓게 참여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국제개발협력에 관한 노하우를 배우는 한편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북-중 경제협력 강화는 도전이자 기회
    林玄鎭
    ● 1949년 서울 출생
    ●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동 대학원 석사, 미국 하버드대 박사(사회학)
    ●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 시카고대 동아시아연구소 초빙교수, 듀크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초빙교수
    ● 통일부·국방부·교육부 정책자문위원
    ● 現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기초교육원장


    결국 북한의 의지와 행동이 가장 중요하다. 6자회담이 지연될수록 북한으로서는 경제회복과 성장을 위한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다. 이념의 중요성을 경시해서도 안 되지만 실용의 긴요성을 무시해서도 안 된다. 인민의 빵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와중에 겪는 체제의 혼란은 경제재건 이후에 나타나는 체제 이완과는 성격이 전혀 다른 것이다.

    자유를 허용하는 쿠바와 조화를 강조하는 중국. 두 나라의 시장 사회주의가 최소한 빵 문제는 해결했다는 사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연대와 평등을 지향하는 사회주의의 이상이 한 사람의 영명한 지도자를 낳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 한 사람이 지배하는 영원한 체제를 만들 수는 없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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