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로그 열풍이 거세다. 국내에 개설된 블로그가 2000만개, 실제로 운영되고 있는 블로그는 약 100만개로 추산된다. 누적 방문자수가 수백만에 달하는 파워블로거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아예 파워블로거들이 연대해 특정 주제에 관해 글을 쓰는 ‘팀블로그’도 등장했다. 대표적인 팀블로그의 대표 3명을 인터뷰했다. 블로그로 과연 돈을 벌 수 있을까.
2 자동차 블로그 카홀릭의 멤버들.
3 야구 타임즈를 운영하는 김홍석(왼쪽)씨와 롯데 자이언츠 강민호 선수.
카홀릭 www.carholic.net
GM대우는 8월8일 서울 용산역 3층에 있는 GM대우 부스에서 신형 마티즈 사진 촬영행사를 열면서 국내의 내로라하는 자동차 관련 파워블로거 7명을 초청했다. 신형 마티즈가 영화 ‘트랜스포머 2’에 등장했다는 점에 착안해 영화 속의 메간 폭스처럼 옷을 입고 분장한 모델이 신형 마티즈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이날 행사는 딱 7명만을 위한 행사였다. 블로거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제 국내 기업들도 파워블로거에 대해서는 ‘각별한 배려’를 하고 있다.
행사에 초청된 7명 중 4명이 올해 5월에 모여서 만든 카홀릭은 자동차 관련 뉴스와 자동차 시승기 등을 게재하는 팀블로그다. 편집인으로 대표 블로거인 박낙호(35)씨를 포함해 2명은 전업 블로거, 나머지 2명은 회사를 다니면서 틈틈이 블로그 활동을 하고 있다.
2008년 1월 처음 블로그를 개설한 박낙호씨의 개인 블로그(caranddriving. net) 총 방문자수는 현재 694만에 달한다.
▼ 개인 블로그 활동을 1년 반 넘게 했는데, 블로그가 돈이 되나.
“잘 벌릴 때에는 한 달에 150만~200만원 벌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개인 블로그에서 한 달에 40만원 정도 번다. 블로그에 띄운 구글애즈 광고 등이 수익모델이다.”
▼ 개인 블로그 수입이 최근 줄었는데 이유는 뭔가.
“처음 블로그 활동을 할 때만 해도 자동차 관련해서 읽히는 글을 쓰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다음 등 포털의 메인화면에 내 글이 노출되는 일이 잦았다. 그 때에는 보통 하루 방문자가 1만명을 넘었고, 인피니티 G35 시승기, 주행 도중 앞차가 사고를 냈을 때 피하는 요령을 쓴 글은 각각 조회수가 25만건이 넘는 대박이 터지기도 했다. 그런데 자동차 관련 블로거가 늘어나면서 포털 메인 화면에 노출되기가 쉽지 않은 편이다. 그래서 방문자수가 줄어 수익도 줄어든 것이다. 방문자수가 줄긴 했지만 지금도 매일 4000~ 5000명은 꾸준히 방문한다.”
▼ 팀블로그인 카홀릭에는 어떤 콘텐츠를 올리나.
“일단 매일 5건 안팎의 자동차 뉴스를 올린다. 여기에는 기업들이 발표한 보도자료를 근거로 작성한 기사도 있고, 독자적으로 취재해서 올린 기사도 잇다. 기타 사진과 동영상 등 관심을 끌 만한 뉴스, 자동차 시승기, 제품 리뷰 등을 올린다. 보통 하루에 올리는 콘텐츠 건수를 7건 정도로 정하고 있다. 콘텐츠의 품질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무조건 올리지는 않는다. 카홀릭은 출범한 지 석 달 정도 됐지만 벌써 방문자가 하루에 3000명이 넘는다.”
▼ 카홀릭 콘텐츠가 어떤 점에서 차별성을 갖나.
“시승기를 예로 들어 설명하겠다. 우리는 시승기를 쓸 때 정말 공을 들인다. 아반떼 하이브리드는 4500㎞를 운행했고, 볼보 XC60은 3000㎞를 운전해본 뒤 시승기를 썼다. 실제 운행에서 마주칠 수 있는 다양한 상태의 도로에서 자동차를 시험한다. 레저 개념이 강한 XC60 시승기를 쓰려고 실제로 해수욕장에서 모기장을 친 채 차 안에서 잠을 잔 적도 있다.”
▼ 기름값도 많이 나올 텐데, 자동차 회사로부터 별도의 연료비를 지원받나.
“대개 그렇듯이 시승차를 처음 픽업할 때 연료탱크를 채운 채 받는 게 전부다. 그래서 기름값이 많이 들어간다.”
▼ 이제 전업으로 블로그 활동을 하고 있다. 카홀릭의 수익모델은 뭔가.
“지금 당장은 의미가 있는 수익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일단 콘텐츠가 축적돼야 한다. 수익모델은 우선 콘텐츠 판매다. 9월부터 야후코리아에 콘텐츠를 공급하기로 했고, 점차 확대할 예정이다. 둘째는 광고유치다. 자동차 블로그는 특히 광고유치에 유리하다고 본다. 소비자가 자동차 구입에 앞서 시승기나 리뷰를 꼼꼼히 읽어보기 때문이다. 이들은 특히 장기간 시승한 뒤 쓴 글을 좋아한다.”
▼ 광고 등을 의식해 시승기나 리뷰 내용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것 아닌가.
“누리꾼들은 금방 안다. 만약 무리하게 제품을 홍보하는 글을 쓰면 바로 비판 댓글이 올라온다.”
▼ 전업 블로거로 나섰는데 불안하지 않나.
“그렇지 않다. 여기에서 최고가 되면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자동차 블로거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블로터닷넷 bloter.net
정보기술(IT) 전문 팀블로그인 블로터닷넷은 국내에 웹2.0 열풍이 불던 2006년에 IT전문잡지나 인터넷 신문에서 IT 관련 분야를 취재하던 기자들이 의기투합해서 만들었다. 국내 최초 전업 팀블로그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업 블로거는 대표 블로거인 김상범(42)씨를 포함해 모두 4명. 이중 한 명은 마케팅 담당이다. 4명의 전업 블로거 외에도 분야별로 비(非)전업 블로거 20여 명이 콘텐츠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김 대표 블로거는 “미디어의 새로운 모습은 블로그가 될 것이라는 판단하에 IT 각 분야에서 전문 기자로 활동하던 이들이 전문 블로거로 나선 것”이라고 블로터닷넷의 출범배경을 설명했다.
▼ 블로터닷넷이 출범한 지 약 3년이 됐다. 그동안 경영은 어땠나.
“솔직히 말하면 힘들었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에는 몇 차례나 접을까도 생각했다. 작년까지는 의미 있는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다가 작년 하반기부터 기업들이 블로그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경기가 어려워지니깐 기업으로선 역설적으로 전통적인 방식의 마케팅 지출을 줄이고, 블로그와 온라인 쪽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블로그 컨설팅에 대한 의뢰가 많이 들어왔다. 그동안 라면만 먹다가, 작년 하반기부터 자장면을 먹기 시작했고, 올해 들어 밥을 먹는다.”
▼ 왜 초기에 고전했다고 보나.
“우리의 시도가 너무 앞섰던 것 같다. 미국만 해도 기업들이 일찌감치 블로그에 주목했는데, 한국에선 잘 먹히지 않았다. 작년 하반기가 되면서 우리 기업들도 바뀌기 시작했다. 또 돌이켜 보니 우리는 영업의 중요성도 몰랐던 것 같다. 좋은 콘텐츠만 생산하면 모든 게 잘 풀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동안 좌충우돌도 있었고, 좌절도 많이 했다. 9월이 창립한 지 3년이 되는 때인데 이제 새로운 단계로 들어선 것 같다.”
▼ 어떤 종류의 콘텐츠를, 어떤 방식으로 올리나.
“우리 블로그 콘텐츠는 매우 전문적인 내용이고 기술적인 게 많다. 그래서 IT업계 종사자들이 많이 보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댓글이 기사의 내용을 보완해줄 때도 많다. 전업 블로거들은 모두 IT 경력이 10년 이상인 사람들이다. 각자는 1인 미디어 편집장이다. 기획회의는 함께 하지만, 콘텐츠는 각자 알아서 만든다.”
▼ 매출은 어떻게 발생하나.
“우선 기업들의 블로그 컨설팅이다. 방금 말했듯이 최근 기업들이 블로그 마케팅에 부쩍 관심을 보이고 있다. 둘째는 콘텐츠 공급을 통한 수입이다. 현재 네이버, 네이트와 콘텐츠 공급계약을 맺었다. 포털과 콘텐츠 공급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콘텐츠 품질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쓴다. 양보다는 질에 신경을 쓰는 것이다. 하나를 쓰더라도 잘 쓰자는 각오로 콘텐츠를 올린다. 하루에 10개 정도만 올린다. 그 다음은 광고다. 매출 발생을 위해선 마케팅이 중요하다는 점도 뒤늦게 알았다.”
▼ 왜 팀블로그인가.
“이제 누구나 발행인과 편집장이 될 수 있다. 나만의 미디어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개개인이 전문성만 발휘하면 파워를 가질 수 있다. 그리고 아직은 작지만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블로그 미디어가 기존 미디어를 보완할 부분도 많다. 전통적인 미디어는 팩트(fact)를 잘 전달할 수 있다. 블로그 미디어는 다양한 시각을 보완해주는 구실을 할 수 있다. 여전히 취재의 접근성 차원에서 전통적인 미디어가 다뤄야 할 내용이 많다. 미국에선 이미 팀블로그가 활성화돼 사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IT업계에선 ‘테크크런치(www.techcrunch. com)’가 그런 팀블로그다. 정치 뉴스로 유명한 인터넷사이트 허핑턴포스트(www.huffingtonpost.com)도 매우 유명하다. 그런데 한국에서 개인블로거들이 한달에 10만~20만원의 소득도 올리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요즘 일부 파워블로거들이 공동구매나 기업협찬을 통해 소득을 올리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럴 경우 자칫 블로그의 신뢰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야구타임즈 www.yagootimes.com
야구전문웹진 야구타임즈 편집인 김홍석(31)씨는 이미 스포츠 블로그에서는 유명인사다. 그의 개인블로그인 MLBspecial (www.mlbspecial.net)은 누적방문객이 460만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블로그다.
전업 블로거인 김홍석씨는 전업 야구 블로거로 활동 중인 김현희씨, 순수 야구 블로거들과 함께 올해 1월 야구타임즈를 창간하면서 아예 정기간행물법상 언론사로 등록했다. 부산 출신으로 롯데팬이기도 한 그는 현재 부산에서 일하고 있다. 그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 어떤 방식으로 일하나.
“가능한 한 일반인과 출퇴근시간을 맞추려고 한다. 오전 9시부터 일을 시작해 오후 7시에는 대개 일을 마친다.”
▼ 왜 전업 블로거로 나섰나.
“아주 어릴 때부터 야구팬이었다. 2000년 부산대 전자공학과에 다닐 때는 다음 카페에 메이저리그에 대한 글을 많이 썼다. 그러면서 야구에 더 빠져들었다. 메이저리그 인터넷 생중계, 미국 메이저리그 관련 사이트들을 돌아다녔는데 야구 공부에 하루 평균 6,7시간씩을 쏟았다. 공부는 뒷전이었다. 그러다가 2007년에 내가 쓴 글을 한군데 모으려고 블로그를 시작했는데 방문자가 폭증했다. 취직할 것인가, 아니면 블로그 활동을 할 것인가 고민했다. 그러다가 앞으로 가능성을 보고 ‘김홍석’이라는 이름을 걸고 1인 미디어를 한번 해보자고 결심했다.”
▼ 돈이 벌리나.
“혼자 하다보니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나처럼 야구를 좋아하고 야구에 빠진 사람들과 함께 하면 콘텐츠 축적이나 역량도 늘어날 것이라고 판단해 야구타임즈를 시작한 것이다. 이제 콘텐츠를 공급하는 포털도 다음에서 시작해 파란, 야후로 확대됐다. 6개월 동안 해보니 가능성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소득내역을 밝힐 수는 없지만 나 혼자 먹고살 만한 정도의 수입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 기존 미디어에서 나오는 콘텐츠와는 어떻게 차별화하나.
“스트레이트 기사나 기사 양으로 승부하지 않는다. 이 분야에선 기존 미디어와 경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신 피처성 스토리나 관점이 있는 글을 올린다. 우리의 경쟁력은 어떤 시각으로 글을 쓰는지, 야구팬들이 궁금해 하는 점을 얼마나 잘 긁어주느냐에 달려 있다. 야구타임즈는 포털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포털 메인 화면에는 야구 기사가 30건 정도 실리는데 평균적으로 야구타임즈 기사가 매일 2건 정도 포함되게 하는 것이 목표다. 15개 언론사가 야구기사를 올리는데 메인화면에 하루에 2건 정도 글이 포함되는 것은 사실 대단한 것이다. 우리는 하루 평균 5편 정도 글을 올린다. 이 중 2건이 포털 메인에 노출된다면 타율이 무척 높은 편이다. 물론 3일 동안 메인화면에 한 건도 올리지 못할 때도 있다.”
▼ 본인이 롯데팬이기 때문에 국내 야구 관련해 글을 쓸 때 영향을 받지 않나.
“부산에서 자랐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롯데팬이었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구단에 대해 글을 쓸 때면 글이 정말 잘 써진다. 다른 블로거 글들도 받아보면 자신들이 좋아하는 구단에 대한 글이 훨씬 좋다. 팀블로그를 시작한 것도 혼자서 하면 블로그가 ‘편향된 시각(?)’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균형을 맞추기 위해 다른 구단을 좋아하는 블로거도 추가로 영입하려고 한다.”
▼ 앞으로 목표는 뭔가.
“미국만 해도 야구에 대한 글만 써서 충분히 수익을 내는 블로거가 많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보다 좋은 기록실을 만들어놓아 상업적으로 성공한 사람도 있다. ‘김홍석’이라는 이름을 걸고 야구에 대해 쓰는 내 글이 인정받아 성공한 ‘1인 미디어’를 해보는 게 꿈이다.”
블로그 전문 마케팅 회사도 등장
블로거들이 수익창출에 관심을 보이면서 블로거들의 광고수주 대행, 콘텐츠 유통, 마케팅 기획 등 수익사업을 지원하는 회사도 생겨났다. 지난해 4월 설립된 태터앤미디어(tattermedia.com)가 바로 이 같은 일을 하는 회사다.
현재 태터앤미디어에는 모두 150개 블로거가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파트너 블로거 중 상당수가 각 분야 파워블로거가 운영하는 것이다.
이성규 태터앤미디어 미디어팀장은 “블로거들은 콘텐츠 생산에만 전념하는 대신 태터앤미디어가 이른바 ‘영업활동’을 대신해 수익이 발생하면 수익을 나누는 구조”라며 “파트너 블로거 중 전업 블로거는 소수”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기업들이 최근 들어 점차 블로그 마케팅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의미 있는 규모의 시장은 형성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블로그 업계에서 최근 큰 변화는 블로거들을 중심으로 ‘돈을 벌려는 욕구’가 강해지고 있다는 점. 이 같은 추세는 일부 슈퍼급 파워블로거가 블로그 활동을 통해 매년 수천만원을 벌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더욱 강해지고 있다. 실제로 일부 파워블로거는 공동구매, 기업 협찬 등을 통해 상당한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런데 전업이 아닌 직장을 다니면서 틈틈이 하는 ‘순수 블로그’ 활동으로 어느 정도 돈을 벌기는 ‘아직까지는’ 쉽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얘기다.
국내 한 이동통신회사에 다니는 김범수씨는 2006년부터 네이버에서 여행·음식과 관련한 개인블로그(blog.naver. com/pat2bach)를 운영하고 있다. 김씨가 블로그를 시작한 것은 인터넷 커뮤니티 활동과 이동통신서비스를 결합하는 회사 업무 때문이었다.
이제 블로그 총 방문자가 200만명이 넘고, 매일 평균 방문자수가 6000명 안팎, 이웃 블로그가 4600여 개인 전형적인 파워블로거가 됐다. 김씨는 지금도 퇴근한 뒤 하루 평균 2시간가량을 블로그 관리에 쏟고 있다.
블로그에서 제공되는 정보가 상업적인 목적을 위해 왜곡돼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갖고 있기 때문에 레스토랑 등에서 파워블로거들을 대상으로 한 취재 의뢰가 와도 절대 가지 않을 정도로 순수성을 지키고 있다.
그는 현재 블로그에 네이버애드포스트 베타서비스를 활용한 클릭광고 3개를 유치했다. 그는 수익에 대해 “하루에 1000원, 한 달이면 3만원 정도 들어온다. 생각보다 적다”고 말했다. 블로그의 순수성을 지키면서 동시에 만족할 만한 수입을 올리기가 쉽지 않은 현실을 분명히 보여주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