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11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2010 서울 G20 정상회의’가 국내외 기업들의 ‘브랜드 마케팅 각축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해외 귀빈이 머무는 장소와 먹는 음식, 행사에 사용된 제품과 대통령이 전달하는 선물까지 모든 것에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이번 행사는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과 리더십을 알릴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 G20 정상회의를 통해 어떤 기업이 최후의 승자가 될까.
1 전통 대청마루의 느낌을 살린 웨스틴조선호텔의 프리미엄 스위트룸. 2 G20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이 타게 될 현대자동차의 에쿠스 리무진. 3 인터콘티넨탈 호텔이 모던한 한국음식을 서양식 코스 요리처럼 선보이는 ‘메이드 인 코리아’ 메뉴. 4 공동의장국인 캐나다에서 열린 G20정상회의에서 캐나다 정부가 외국 사절단에게 전달한 빙산수 ‘버그’.
빙산수(氷山水) ‘버그’의 수입사인 펠릭스 클라비스 황정현 대표는 최근 주한 캐나다대사관과 비즈니스 미팅을 수차 열었다. 11월11일부터 이틀간 서울에서 열리는 ‘2010 서울 G20 정상회의’ 부대 행사에 제품을 후원하기 위해서다. 제품을 캐나다 총리의 리셉션 테이블에 올리거나, 캐나다가 주최하는 사절단 미팅에 제공하는 안(案)도 검토 중이다. G20 정상회의야말로 타깃 고객에게 제품을 각인시킬 최적의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버그’는 북극 빙산의 만년설을 녹여서 만든 물로, 캐나다 뉴펀들랜드주(州)에서 1년 중 6~8월에만 생산할 만큼 희소가치가 높습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순결하고 태초의 맛을 지닌 물’은 귀중한 분들께 특별한 선물이 될 겁니다. 떨어져 나온 빙산을 채취해 만든 이 천연빙산수는 해수면 상승을 막는다는 측면에서 환경 보호의 메시지도 전할 수 있습니다. 지난 6월 공동의장국인 캐나다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에서도 캐나다 정부가 이 제품을 외국 사절단에게 선물했죠.”
9월 한국에서 시판되는 이 물의 가격은 750ml에 6만원. 최근 각광받는 고급 생수 중에서도 단연 최고가다. G20 정상회의를 통해, 황 대표는 하이엔드 시장을 겨냥한 제품을 ‘세계 1% VIP를 위한 명품물’이란 이미지로 연결했다.
한국이 의장국으로서 개최하는 G20 정상회의가 국내외 기업들의 ‘브랜드 마케팅 각축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20여 개국 정상과 7개 국제기구 수장이 참석하는 이 행사는 전 세계에 국가 브랜드 가치와 기업의 경쟁력을 알릴 수 있는 중요한 기회다.
정상용 의전 차량, 에쿠스 리무진
회의 내용 못지않게 관심을 모으는 대목은 ‘각국 정상이 무엇을 먹고, 마시며, 경험하는가’다. 과거 약주 ‘천년약속’은 200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건배주로 사용된 뒤 연간 매출이 급격히 증가했다. 세계인이 주목하는 글로벌 행사에 제품이나 서비스를 협찬하는 것은 일종의 PPL(Product Placement·특정 브랜드 상품 간접광고) 마케팅. 주로 드라마나 영화에서 사용돼온 이 기법은 G20 정상회의에서도 파괴력을 발휘할 전망이다.
PPL 마케팅 격전지 중 하나는 바로 자동차업계다.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이하 준비위)는 행사를 60일 앞두고 “의전용 차량 및 경호용 차량의 협찬사로 현대·기아자동차, BMW 코리아, 아우디 코리아, 크라이슬러 코리아 5개사(社)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그중 각국 정상이 타게 될 차량은 국내 양산차 중 최고급형인 현대 에쿠스 리무진.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에쿠스를 통해 국내 대표 럭셔리 차종이라는 이미지를 부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준비위에 따르면 국내외 자동차 메이커들이 G20 정상회의 협찬을 위해 치열한 물밑 경쟁을 펼쳤다. 하지만 1억원을 호가하는 고급 차량을 수십여 대 제공할 수 없어 협찬을 포기한 기업도 있다. 행사에 잠깐 사용한 차량은 재판매해야 하는데, 워낙 고가(高價)의 제품이라 구매 수요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제품 노출이 매출 증대와 밀접하게 연관되는 주류업계는 아직 정중동(靜中動) 행보다. 1박2일간 진행되는 G20 정상회의는 ‘실무회의’ 형식으로 치러져 공식 건배 제의조차 없는 것으로 알려져서다. 고봉환 국순당 홍보팀장은 “정부 요청이 올 경우 고려시대 귀족이 마신 탁주처럼 희귀한 전통주를 특별 제작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라호텔은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영빈관을 새롭게 단장했다.
실제로 준비위에는 최근 기념품 제안이 쏟아지고 있다. 서형원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행사기획국장은 “전통 도자기로 만든 문구류, 민속 공예품, USB 같은 IT(정보기술) 디바이스까지 다양한 선물 아이디어가 들어왔다”고 귀띔했다. 준비위는 각 분야를 대표하는 자문위원의 의견을 수렴해 기념품은 물론 G20 정상회의에 선보일 식단, 행사장 디자인 등 모든 사안을 결정할 계획이다.
태블릿PC냐, 3D TV냐
G20 정상회의에서 벌어질 국내 IT기업의 자존심 대결도 관전 포인트. 준비위 측은 “G20 정상회의를 통해 한국의 발전한 IT기술이 생활 속에 녹아 있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다양한 모바일 디바이스와 첨단 전자제품이 백가쟁명(百家爭鳴) 하는 상황에서 어떤 제품이 행사에 깜짝 등장할지 관심을 모은다.
지난 6월 일부 언론에서는 “‘서울 G20 정상회의’가 삼성전자의 태블릿PC ‘갤럭시탭’을 이용한 디지털 회의로 열린다” “각국 정상이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S’와 ‘갤럭시탭’을 선물받는다” 등의 보도가 나왔다. 이는 출판사나 모바일 소프트웨어 제작업체에도 귀가 번쩍 뜨이는 소식이었다. 일부 업체는 한국 문화 콘텐츠를 안드로이드 기반 애플리케이션으로 제작해 선물용 갤럭시탭에 탑재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G20 정상회의에서 태블릿PC를 활용하는 것에 대한 회의론이 불거졌다. 9월 중순까지 갤럭시탭이 한국에 출시되지 않아 시험조차 못한 상황이고, 기념품으로 택한다 하더라도 몇 명에게 선물할 것인지 결정이 쉽지 않아서다. 최근 준비위가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제품은 바로 3D(3차원 입체영상) TV다. 서형원 행사기획국장은 “각국 정상과 사절단이 쉬는 공간 곳곳에 3D TV를 비치해 한국의 뛰어난 기술력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관심은 3D TV 시장에서 치열하게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쏟아진다.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누가 웃게 될까. 행사 준비 상황을 묻자, 두 업체 모두 “정부 요청이 오면 적극 협조할 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이외에도 KT는 G20 정상회의와 G20 비즈니스 서밋,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등 관련 부대행사에서 주관 통신사업자 역할을 맡았다. 행사 진행에 필요한 일체의 방송·통신서비스 및 IT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각국 정상이 이동 중 실시간으로 자국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모바일 IPTV(인터넷TV)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리모델링과 객실 정비
호텔업계는 G20 정상회의 준비에 사활을 걸었다. G20 정상회의에 참가할 외빈은 최소 1만여 명. 이는 20개국 정상과 유엔 사무총장 등 국가원수급 35명을 비롯해 3500여 명의 공식 수행원과 경호원, 3000여 명의 취재진 등을 모두 합친 숫자다. 국내 특급 호텔들은 이들을 투숙객으로 끌어들이려는 유치 경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호텔은 흔히 4P(product, price, promotion, place)로 불리는 마케팅믹스 가운데 가장 기본이 되는 제품(product)과 판매촉진(promotion) 전략에 주력한다. 특히 ‘한국적 이미지 부각’은 호텔들의 공통 화두다.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상당수 호텔이 리모델링과 객실 정비에 나섰다. 일종의 ‘제품 업그레이드’다. 서울플라자호텔은 지난 5월부터 영업을 전면 중단하고, 700억원을 들여 전면 리노베이션에 들어갔다. G20 정상회의를 열흘 앞둔 11월1일 재개관하는 플라자호텔은 ‘더 플라자(The PLAZA)’라는 새 호텔명도 공개했다. 객실은 기존 455개에서 400개로 줄이고, 객실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했다. 서울플라자호텔 관계자는 “이탈리아의 유명 건축 디자이너 기도 치옴피의 설계를 통해 세련된 ‘부티크 비즈니스 호텔’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은 8월 ‘한국’이라는 콘셉트로 디자인한 세 개의 스위트룸을 공개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한국인 디자이너 3명이 리뉴얼을 진두지휘한 점. 지금까지 주로 해외 유명 디자이너가 리모델링을 맡는 것이 국내 특급 호텔의 관행이었다. 한옥 인테리어 전문가 심정주씨, 한국 실내건축가협회장을 지낸 최시영씨, 호텔 인테리어 전문가 엄주언씨는 각자의 개성을 살려 ‘한국적이면서도 모던한’ 스위트룸을 창조했다. 최씨가 한옥 툇마루에 오르듯 디딤돌을 딛고 올라가는 느낌을 살려냈다면, 심씨는 대청마루의 느낌을 살린 객실에 차 마시는 공간을 만들었다. 성벽의 둥근 선을 모티프로 디자인한 엄씨의 주니어 스위트룸은 한국인 스타일로 반신욕을 즐길 수 있는 개방된 원형 욕조가 인상적이다. 웨스틴조선호텔 관계자는 “한국적 정취가 묻어나는 새 스위트룸에 머문 외국인 손님들은 모두 ‘다시 한번 방문하고 싶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신라호텔은 연회장인 영빈관 리뉴얼에 공을 들였다. G20 정상회의를 겨냥해 영빈관을 ‘가장 한국적인 연회 공간’으로 각인시키기 위해서다. 이승만 대통령의 지시로 1967년 완성된 영빈관은 6년간 정부가 운영하며 국빈의 숙소 구실을 했다. 1973년 현재의 신라호텔이 인수한 뒤에는 연회장으로 쓰여왔다.
지난 5월 새롭게 문을 연 영빈관은 한옥 구조의 외형을 유지하되 인테리어를 현대적 감각으로 바꾼 것이 특징이다. 한옥 기와의 선이나 창살 문양 등 전통적 요소를 살려 벽과 창, 문을 디자인하고, 돌, 나무, 물 등을 많이 활용해 자연친화적 느낌을 살렸다.
화두는 ‘한식 세계화’
쉐라톤워커힐호텔이 외국 손님을 겨냥해 제작한 블록버스터급 공연 ‘꽃의 전설’(위). 700억원을 투자해 ‘부티크 비즈니스 호텔’로 거듭나는 ‘더 플라자’의 새로운 객실.
준비위에 따르면 G20 정상회의에서 두 번의 만찬이 열린다. 첫날 저녁 리셉션은 한국의 문화유산을 보여주는 장소에서, 마지막 날 만찬은 공연을 볼 수 있는 공간에서 진행된다는 것이 준비위의 귀띔이다. ‘어떤 호텔이 G20 정상회의 만찬 케이터링 서비스를 담당할까’도 뜨거운 관심사다.
이에 따라 호텔들의 ‘음식 대전(大戰)’이 점입가경이다. 이번 정상회의는 한식을 더욱 널리 알릴 무대인 만큼, 국내 특급 호텔들이 이를 대비한 메뉴 구성에 나섰다.
유리한 고지를 점한 곳은 인터콘티넨탈 호텔. 그랜드·코엑스 인터콘티넨탈 호텔 모두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코엑스와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이점이 있다. 인터콘티넨탈 호텔은 꾸준히 ‘한식의 세계화’에 앞장서 왔다. 특히 닉 플린 총주방장은 2006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한국음식축제, 2007년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 한독 수교 125돌 기념 한식연회행사 등 한식 관련 대규모 행사를 이끈 전문가. 지난해 ‘코리아 이미지 커뮤니케이션’ 행사에서 그는 다양한 국적의 호텔 요리사들과 함께 한국 식자재를 이용한 총 6가지 코스 요리를 선보이기도 했다. 요리 형식은 서양식이지만, 식자재로 사용한 것은 제주 흑돈 삼겹, 유자, 고추장, 부추, 갈비 등의 한식 재료였다. ‘세계인의 입맛에 맞는 모던한 한식 레시피’는 인터콘티넨탈 호텔이 내세우는 강점이다.
웨스틴조선호텔도 만만치 않은 후보다. 2000년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와 2005년 아시아태평양(APEC)경제협력체정상회의를 진행한 노하우가 있어서다. 웨스틴조선호텔 외식사업부 주방팀은 G20 정상회의에서 귀빈에게 제공할 메뉴를 분기별로 개발해 품평회를 해왔다. 현재 100가지가 넘는 메뉴가 개발된 상태다. 최인창 웨스틴조선호텔 외식사업부 조리팀장은 “정통 한식은 물론, 한식의 정수가 가미된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호텔업계가 공통적으로 손꼽는 ‘한식 전도사’는 롯데호텔이다. 롯데호텔서울(소공동)은 지하 1층에 있던 한식당 ‘무궁화’를 11월5일 호텔의 최고층인 38층으로 옮겨 개관한다. 1년여에 걸쳐 리뉴얼 작업을 진행한 롯데호텔은 레스토랑 디자인, 메뉴 개발, 직원 교육 등의 작업에만 5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G20 정상회의를 모티프로 한 SK텔레콤의 알파라이징 광고(위). 국가브랜드위원회와 함께 제작한 삼성그룹의 ‘G20 정상회의’ 홍보 광고 ‘희망의 증거’ 편.
다른 제품 브랜드와의 공동 프로모션을 통해 고객 유치에 나선 호텔도 있다. 리츠칼튼호텔은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동양의 웰빙 식사법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들을 겨냥해 ‘마크로비오틱’ 푸드를 선보인다. 음식 조리에 사용하는 주방기구는 모두 독일 명품 주방 브랜드 휘슬러(Fissler)의 제품이다. 리츠칼튼호텔 관계자는 “G20 정상회의가 끝난 후 11월에는 국빈들에게 가장 인기 있었던 음식으로만 코스 메뉴를 만들어 갈라 디너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G20 정상회의가 호텔업계에 가져올 경제적 효과는 얼마나 될까. 웨스틴조선호텔 관계자는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이 2005년 APEC을 진행한 후 다음해 매출이 전년 대비 21% 늘었다”고 말했다. ‘국빈이 묵었던 스위트룸’ ‘해외 정상이 격찬한 식단’이라는 입소문이 호텔의 대외적 신뢰도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반면 업체들의 과도한 마케팅 경쟁은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한 일간지는 각국 정상이 회의 기간 머물 호텔 리스트를 공개해 준비위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각국 정상이 머물 숙소는 경호와 보안의 이유로 행사 전까지 비밀에 부치는 것이 관례다. 하지만 일부 호텔이 홍보를 위해 이 사실을 언론에 공개하면서 논란이 빚어졌다.
그래서일까. 정부는 기업들이 G20 정상회의를 과도하게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경계한다. 서형원 행사기획국장은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기 위해 월드컵이나 올림픽처럼 ‘공식 파트너(Official Partner)’개념을 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기업들은 TV·신문 광고를 통해 G20 정상회의를 홍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들 광고는 ‘매출 증대’라는 상업적 목표보다, ‘국가 대표 기업으로서 한국의 G20 정상회의 개최를 성원한다’는 공익적 의미에 방점을 찍는다. 우리은행, LG그룹, 현대자동차, 삼성그룹 등이 국가브랜드위원회와 손잡고 G20 정상회의를 알리는 영상 광고를 제작한 것도 국가 차원의 행사를 응원하는 성격이 크다.
이와 별도로 ‘G20 정상회의’라는 모티프를 기업 이미지 강화로 연결해 시너지효과를 낸 ‘똑똑한’ 광고들도 눈에 띈다. 그 중 가장 화제가 된 것이 SK텔레콤의 알파라이징 광고다.
G20의 의미와 기업 비전의 결합
“쿠눅의 북극은 어느 나라가 지켜야 할까요?” “자하라의 가게는 어느 나라가 투자해야 할까요?” “로베르토의 일자리는 어느 나라가 만들어야 할까요?”
TV 광고에 등장하는 질문들은 곧 G20 정상회의의 주요 의제와 연결된다. 세계 주요 20개국 정상이 만나 인류의 공동성장을 모색하는 G20 정상회의의 취지가 ‘서로 다른 세상이 만나 모두가 +α 되는 세상을 만든다’는 SK텔레콤의 알파라이징 캠페인 콘셉트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SK그룹의 신문 광고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관점에서 G20 정상회의의 의미에 접근했다. ‘세계의 행복을 위해 서울 G20 정상회의를 응원합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SK가 사회공헌활동을 위해 벌이는 ‘행복 도시락’ ‘해피스쿨’ 사업을 광고에 소개한다.
이들이 눈길을 사로잡는 이유는 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염원하는 국민의 공감대 속에 기업 비전을 녹였기 때문이다.
LG그룹의 ‘사랑해요 코리아-다문화 사랑편’ TV 광고에는 휴머니즘과 따뜻함이 묻어난다.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한국 전통놀이인 강강술래를 즐기는 모습을 통해 지구촌이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하나가 되자는 염원을 표현했다.
‘마음을 열고 사랑의 손을 잡으면 더 큰 대한민국이 열립니다. 다문화 자녀들과 함께 크는 나라. 사랑해요 코리아, 사랑해요 LG.’
이 광고 카피는 ‘사랑의 다문화 학교’를 열어 다문화 가정 청소년들의 교육을 지원하는 LG의 공헌 활동까지 자연스럽게 부각되는 효과를 내고 있다.
LG그룹이 선보일 두 번째 TV 광고는 G20 정상회의를 맞는 시민들의 글로벌 시민의식을 표현하는 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LG그룹 관계자는 “자동차 정지선을 지키고, 새치기를 하지 않으며, 길거리의 휴지를 줍는 모습을 풍속화 속 인물을 등장시켜 위트 있게 보여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최근 모든 제품의 TV·신문 광고에 G20 공식 엠블럼과 ‘서울 G20 정상회의의 의장국, 대한민국이 자랑스럽습니다’라는 문구를 삽입하며 ‘G20 홍보대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서울 G20 정상회의, 미소 짓는 당신이 시민외교관입니다.’ 한국야쿠르트는 회의 공식스폰서는 아니지만 대국민 홍보를 위해 자발적으로 이 같은 문구를 일부 제품에 넣어 판매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서울시와 ‘사랑의 김장 나누기’ 행사를 해오며, 서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며 “국가적 행사를 알리는 자발적 홍보 활동은 기업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국 국적항공사들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대한항공은 G20 정상회의에 맞춰 약 1개월 전 열리는 ‘T-20 관광장관회의’의 공식항공사로 지정됐다. 행사를 알리는 팸플릿, 포스터, 웹사이트 등에 대한항공의 광고와 로고가 게재돼 있다. 오석중 대한항공 홍보부장은 “각국 관광업계 전문가들이 대한항공의 공항·객실 서비스 및 첨단 기재를 체험함으로써 해외 신규 수요 유치 및 시장 개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월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국격을 높이기 위한 대외 무상 원조활동’ 및 ‘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서로 협력하기로 하는 업무협조약정을 체결했다. 이 협약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은 7월부터 모든 국제선 탑승원 전면에 G20 정상회의 공식문구와 한국국제협력단 로고를 함께 넣어, 세계 각국 승객에게 한국의 국제사회 기여 노력을 알리고 있다.
‘은연중의 노출’과 ‘스토리텔링’
G20 정상회의와 더불어 경제계가 주목하는 행사는 세계 주요 기업인들의 회의인 ‘서울 G20 비즈니스 서밋’이다. G20 정상회의 하루 전인 11월10일 서울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개막하는 이 회의에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 등 15개 한국 기업 대표가 참여한다. 그뿐인가. 요제프 아커만 도이체방크 회장, 스티븐 그린 홍콩상하이은행(HSBC) 회장, 조지프 선더스 비자 회장, 폴 제이콥스 퀄컴 회장 등 글로벌 100대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총출동한다.
‘지속가능한 균형 성장을 위한 기업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비즈니스 서밋은 무역·투자, 금융, 녹색성장,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 4개의 의제로 구성된다. 의제별로 3개의 소주제가 있어 모두 12개 소주제별로 토론이 이뤄질 예정이다. 소주제별 워킹그룹의 컨비너(convener·의장)가 7월 말부터 석 달간 보고서 작성을 총괄 지원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국내 CEO로는 유일하게 녹색성장분과 소주제 중 하나인 신재생에너지의 컨비너로 선임됐다. 이와 연결해 SK그룹은 에너지·화학 분야의 선두주자로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비즈니스 서밋은 글로벌 기업 CEO들이 각국 정상과 라운드테이블에 앉아 주요 경제 사안에 대해 직접 대화하는 ‘최초의 민관 공조 채널’이라는 측면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 이번 회의는 한국 기업들의 브랜드 경쟁력을 알리고, 글로벌 리더십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G20 정상회의를 대비한 기업의 마케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G20 정상회의를 ‘간접광고의 장(場)’으로 활용할 경우 ‘간접적이며 은연중의 노출’이 성공의 열쇠가 된다. 제품을 회의 상황에 맞게 적절히 등장시키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다. 이문규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의 조언은 기업과 G20 정상회의 실무자들이 모두 귀 기울여볼 만하다.
“사람들이 숨은 그림 찾기 게임을 하듯 정상회의 과정에서 제품을 우연히 발견할 수 있어야 마케팅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너무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노출은 오히려 반감을 불러일으킨다. ‘기분 좋은 놀라움(pleasant surprise)’을 줄 수 있는 노출 정도가 적당하다. 제품의 등장은 회의 상황과도 적절히 조화돼야 한다. 환경 이슈 회의에서 빙하를 녹여 만든 생수는 회의 맥락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것이다. 제품에 얽힌 흥미롭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창조하는 ‘스토리텔링’도 소비자의 호감을 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