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한강 르네상스 혈세 낭비’ 백서 발표
- 양화대교 공사, 세빛둥둥섬도 ‘낭비’ ‘부실’ 비난
- 오세훈 측 “더는 못 참아…” 정면 대응
- 박원순 측 “정치적 의도 없고 선거전략도 아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이 백서는 주로 한강 르네상스 사업 평가에 초점을 맞췄다. 서울시 한강시민위원회 위원장 등 집필진은 백서에서 “한강 르네상스 사업은 자연성이 가미된 인공 사업이 대부분이며 특히 중랑천과 안양천을 운하로 만드는 사업은 전혀 타당성을 잃었다”고 밝혔다.
또한 한강 르네상스 사업에 대해 “생태계 복원 노력은 미흡하고 전시성 사업 과다로 인한 예산 낭비”라고 적었다. 반포특화지구, 난지특화지구의 경우 과도한 토목공사 위주로 진행돼 건전한 수생태계 복원사업으로 나가지 못하고 호안녹화 수준에 그쳤다고 했다. 한강운하사업도 종합계획, 환경영향평가, 안전성평가 없이 이뤄졌고 지천운하사업도 문화재 훼손, 철새보호지 교란, 지하철 안전성 위협을 가져왔다고 했다.
‘침묵 모드’에서 ‘반격’으로
이어 백서는 “여의도 샛강생태공원 녹화사업의 경우 홍수 후 녹지가 유실됐다”고 비판했다. 강서습지생태공원 내 자전거도로는 생태계를 단절했으며 개발 도중 맹꽁이 알이 발견되는 등 철저한 조사를 거치지 못했다고도 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엔 ‘세금은 서울시민의 혈세입니다-양화대교 구조개선공사를 통해 본 개선과제와 교훈’이라는 제목의 백서를 내놓았다. 오 전 시장의 양화대교 구조개선공사를 혈세 낭비로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서울시는 이에 앞서 7월엔 오 전 시장이 추진한 세빛둥둥섬(한강 인공섬) 사업에 대해 “총체적 부실”이라는 자체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2월 14일 대한변호사협회 산하 ‘지자체 세금낭비조사 특별위원회(위원장 박영수)’는 세빛둥둥섬 사업과 관련해 오 전 시장 등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오 전 시장의 양대 역점사업은 ‘한강 르네상스’와 ‘디자인 서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수천억 원이 들어간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사업에서도 박원순 시장은 오세훈 안(案)의 핵심인 ‘디자인’을 상당부분 지웠다.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출신 오 전 시장은 2011년 8월 전면무상급식이 주민투표로 저지되지 못하자 약속대로 시장직을 자진사퇴했다. 민주통합당 소속 박원순 시장은 그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오 전 시장의 잔여임기 시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박 시장이 취임 후 전임 오 전 시장의 역점사업들을 비판, 보류, 백지화하는 것에 대해 오 전 시장 측은 그간 공개적 대응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서울시의 ‘한강 르네상스’ 백서 발표 후엔 “도를 넘었다” “더는 못 참겠다”며 격앙된 분위기로 바뀌었다고 한다. 오 전 시장 측은 최근 ‘신동아’에 연락을 해와 오 전 시장 측 관계자들과의 인터뷰를 주선하고, 자체 작성한 내부 반박 문건을 제공했다. 오 전 시장 측이 시장 퇴진 이후 오랜 ‘침묵 모드’에서 탈피해 언론사를 통해 공개적 반격을 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전·현직 서울시장인 오세훈-박원순 간 정면충돌 양상이라 내년 서울시장선거와 관련해 미묘한 파장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신동아’는 쟁점과 관련한 양측의 주장을 상세히 소개하기로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오 전 시장 측에 대해선 여러 관계자의 증언을 듣고 반박 문건을 검토한 뒤 오 전 시장의 측근인 서장은 전 서울시 부시장을 인터뷰했다. 서 전 부시장은 “박 시장이 취임 후 허송세월하다 ‘오세훈 헐뜯기’로 재선을 노리고 있다”고 했다. 오 전 시장 측에 따르면 서울시의 ‘한강 르네상스’ 백서가 공개된 날 박 시장은 서울시장선거 재출마를 선언했다고 한다. 다음은 서 전 부시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오세훈의 한강 르네상스는 한마디로 어떤 사업입니까.
“원래는 당내 경선에 출마한 맹형규 후보의 공약이었어요. 그걸 오 전 시장이 받아 1년을 준비해 시작했습니다. 콘크리트 호안과 볼품없는 아파트가 둘러싸고 있는 서울의 한강변을 뉴욕이나 싱가포르, 상하이처럼 시민과 관광객이 즐겨 찾는 아름다운 수변공간으로 만들어보자는 취지죠. 이를 4개 특화지구와 한강 공공성 선언으로 구현하고자 했어요. 우선 뚝섬, 반포, 여의도, 난지 등 4개 특화지구를 조성했어요. 공공성 선언과 관련해선 20~30년을 두고 중장기적으로 한강변 아파트 단지를 경관이 뛰어나게 재건축하고자 했죠.”
▼ 서울시 백서는 오히려 한강을 망친 것으로 평가했는데요. ‘인공사업이 대부분이다, 생태계 복원 노력이 미흡했다, 전시성 사업으로 예산을 낭비했다, 종합계획 환경영향평가 안전평가가 없다, 문화재를 훼손했다, 철새보호지역을 교란했다, 녹지를 유실했다, 녹화사업을 제대로 못했다, 콘크리트 포장이 더 늘었다….’
“전반적으로 잘된 것인지 잘못된 것인지를 평가하지 않고 특정 부분만 떼어내어 편협하게 오도하는 것 같아요. 인공사업이라고 하는데, 여의도 워터프런트의 경우 강까지 바로 접근하도록 했어요. 치수 관리가 잘된 선진국 도심 강변처럼 유려하게 만들어 시민들이 좋아해요. 그런 걸 갖고 콘크리트 포장이 늘었다고 하면 안 되고요. 4대 특화지구 하면서 상당한 면적의 콘크리트를 걷어내 녹지를 훨씬 늘려놨습니다. 통계로 입증돼요. 녹지 유실이라는 것도 장마철에 일부 떠내려갔다 이내 복원된 걸 두고 과장하고 있습니다. 강서습지지구 같은 곳은 최근 TV에도 많이 나오는데, 천연자원의 보고라고 할 만큼 생태계가 완전히 살아났고 고척동 암사지구도 그렇게 됐어요. 친환경습지도 훨씬 많아졌고. 환경영향평가 같은 것을 안 했다고 하는데, 기본적으로 한강은 서울시가 관리하고 있지만 국가하천이잖아요. 그래서 사소한 토목공사 하나도 서울지방국토관리청에서 인·허가를 다 받아서 했어요. 유속실험도 엄청난 시간과 돈을 들여 다 해봤어요. 환경적으로 별문제 없습니다.”
“자전거도로가 생태계 단절?”
▼ 백서에는 자전거도로가 생태계를 단절했다고 써 있는데요.
“원래 한강변엔 좁은 자전거길 하나밖에 없었어요. 자전거 타는 사람, 인라인스케이트 타는 사람, 산보하는 사람이 뒤엉켜 사고도 자주 나고 사람이 죽기도 했어요. 그 길을 자전거도로와 인도로 구분해 폭을 2~3배 넓혔거든요. 자전거 동호인들이 무척 좋아해요. 이걸 두고 생태계를 단절했다고 하면 말이 안 되죠.”
▼ 이용자의 관점에서 보면 어떨까요? 과연 한강 르네상스가 서울시민에게 유용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난지도 한강변에 바비큐장과 텐트촌을 설치했습니다. 멀리 갈 것 없이 가까운 도심 한강변에서 고기 굽고 야영하도록 한 거죠. 얼마나 많은 시민이 이곳을 찾았습니까. 한강 르네상스 사업 이후 한강을 찾는 주말 이용객이 10배 이상 늘었습니다. 볼거리, 즐길 거리가 훨씬 많아지니까 사람들이 더 찾은 거죠. 시민에게 많은 편익을 줬는데 서울시는 이런 건 생각하지 않아요.”
오 전 시장의 다른 측근은 ‘생태계 복원이 미흡하다’는 백서 내용에 대해 “한강 르네상스 당시 한강변에 나무를 많이 심었다. 난지지역과 암사동지역엔 콘크리트를 뜯어내고 갈대를 심었다”며 “전혀 동의할 수 없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한강변은 장마철 물에 잠겼다 나오면 열흘 넘게 개흙으로 덮여 있곤 했다. 한강 르네상스 사업 때 물청소 시설을 설치해 지금은 반나절이면 걷어낸다”고도 했다.
오 전 시장 측이 작성한 반박 문건은 “한강 르네상스 이후 생태공원 면적이 97만 2000㎡에서 201만 1000㎡로 2배 이상 늘었다. 수목은 85만 주에서 207만 주로 2.4배 증가했다. 서식 동식물도 2배 가까이 늘었다. 자전거도로 이용자는 530만 명에서 1050만 명으로 2배 늘었다. 시민만족도는 70.6%에서 87.5%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나아가 오 전 시장 측은 박 시장 취임 후 한강 이용이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고 주장한다. 많은 시민이 모여 축구경기를 단체로 관람하던 반포한강공원 대형 스크린은 거의 이용되지 않고 있고, 성업하던 한강 다리 위 카페들도 문을 닫고 있으며, 한강 요트 대중화 사업이나 경인 아라뱃길 크루즈선 운항 사업도 흐지부지됐다는 것이다. 오 전 시장 측 관계자는 “오세훈이 점화한 한강의 폭발적 잠재력을 박원순이 꺼뜨리고 있다”고 했다.
반포한강공원 앞 세빛둥둥섬은 한강 르네상스 사업의 최대 논란거리. 세빛둥둥섬은 서울시민 김은성 씨의 제안으로 서울시가 수익형 민자사업으로 추진한 인공섬이다. 세빛둥둥섬의 최대 주주인 (주)플로섬은 효성그룹의 계열사다.
오 전 시장 측 문건은 “세빛둥둥섬은 2011년 9월 준공됐다. 민간사업자와의 소송과 무관하게 개방돼 활용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저런 이유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면서 그 책임을 박 시장에게 돌렸다. 다음은 오 전 시장 측 문건 내용이다.
“영국의 디자인 전문지 ‘월페이퍼’는 2013년 디자인 어워즈의 도시부문 수상지로 서울을 선정했다. 선정 이유로 세빛둥둥섬과 동대문디자인플라자가 서울에 있다는 점을 꼽았다. 오 전 시장 때 세빛둥둥섬에 입주하겠다는 요청이 쇄도했다. 제대로 했더라면 이 시설물이 벌어들일 가치는 서울시 공기업(SH공사)과 민간기업(효성)이 투자한 예산의 몇 십 배를 초과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서울시는 어떤가? 세빛둥둥섬은 한밤중에도 불을 꺼놓는다. 서울시는 스스로 특별감사를 하며 폐가(廢家)로 만들고 있다. 예산 낭비라는 허울을 뒤집어씌우고 건물의 목적성을 닫아놓고 있다면 이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이 돌이킬 수 없는 예산 낭비일 것이다. 세계가 이 건물에 오고 싶다고 하는데 서울시는 개장 노력을 하지 않고 ‘전임 시장의 예산 낭비 상징물’로만 삼고 있다.”
“그 양반이 뭘 해놓았나요?”
박 시장 취임 후 서울시는 지난해 1월부터 5개월간 세빛둥둥섬에 자체 감사를 벌인 끝에 ‘시의회 동의절차 무시’ 등 중대 하자가 있어 ‘협약 자체가 무효’라는 결론을 냈다. 협약 내용도 사업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체결됐다고 했다. 그러나 오 전 시장 측 문건은 협약 무효나 특혜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박 시장은 세빛둥둥섬을 2013년 상반기 개장하겠다고 밝혔지만 ‘협약 무효’를 주장하는 서울시와 (주)플로섬 간 이견이 커 장담하기 어려운 상태다. 오 전 시장의 한 측근은 ‘신동아’에 “대한변협 측이 밝힌 세빛둥둥섬 의혹의 내용은 표현문구까지 서울시 감사내용을 반복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대한변협 측이 수사의뢰인지 수사요청인지를 한다는데 우리도 수사를 통해 사업추진의 불법성 여부를 가려보고 싶다”고 말했다.
서장은 전 부시장은 “박 시장 취임 이후 세빛둥둥섬은 세금둥둥섬으로 폄하되고 있다. 박 시장의 재선을 위한 의도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물 위의 구조물이라 부동산 등기가 안 돼요. 투자하는 기업으로선 위험부담이 크니 시가 이를 감안해줄 필요가 있었어요. 논란은 있겠지만 불법이나 특혜는 없어요. 지금 오픈하지 않는 이유가 소방 문제 등이라고 하는데 그 정도는 해결할 수 있지 않나요? 계속 불 꺼놓고 흉물 만들어 내년 서울시장선거 때 비판의 근거로 삼겠다는 거 아닌가요? 세빛둥둥섬 방치나 한강 르네상스 백서나 같은 맥락이라고 봐요. 현 시장의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져 그렇게 하고 있는 것으로 봐요.”
동대문디자인플라자는 5000억 원에 육박하는 자금이 투입된 사업으로 오 전 시장은 ‘디자인 전문 문화시설’로 추진했으나 박 시장은 ‘시민 참여 문화 복합 공간’으로 그 성격을 대폭 수정했다.
이에 대해 서 전 부시장은 “본래 서울을 디자인 트렌드 선도 도시로 만들어 서울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취지였다. 지금의 서울시는 이런 취지를 없애고 있다”고 말했다. 오 전 시장 측 문건은 “‘디자인의 세계적 랜드마크’라는 말을 슬그머니 빼버렸다. 슬럼화하는 동대문을 일으키는, 기반이 탄탄한 일자리 사업이자 지역발전 사업인데 이런 구체적 구상이 사라졌다”고 했다. 이어지는 서 전 부시장과의 일문일답이다.
한강 르네상스 사업의 일환으로 건설된 세빛둥둥섬.
▼ 오 전 시장 측 일부 인사들이 ‘박원순의 전략적 오세훈 지우기’라고 표현하던데….
“오세훈 지우기죠. 오세훈 지우기이자 차별화고. 그걸 위해 서울의 미래 성장동력 사업까지 박 시장 본인의 트레이드마크인 ‘시민 참여’니 하는 식으로 만들고 있어요. 박 시장은 토목은 무조건 낭비고 불필요한 것이라고 보는 인식부터 바꿔야 해요.”
▼ 차별화 자체가 나쁜 건 아니죠.
“자기 할 일 하면서 차별화하면 누가 뭐라나요? 그 양반도 전 세계 100여 개 도시를 가봤다고 하니 느꼈을 텐데…. 싱가포르는 더 많은 외국 관광객이 방문하도록, 자국 시민이 더 편하게 살도록 도시를 끊임없이 개량해나가고 있어요. 그게 다 토목사업이잖아요. 토목사업을 하나도 안 하고 어떻게 더 나은 도시를 만듭니까. 그 양반도 철학이 있겠지만 ‘서울 찾는 외국인 관광객 1000만 시대’는 오세훈 전 시장이 주창해서 지금 된 거잖아요. 오 전 시장이 거의 기반을 깔아놓은 거죠. 박 시장이 외국인 관광객 더 많이 찾고 더 오래 머물도록 만든 게 뭐가 있어요? 서울시 세수(稅收)를 늘리는, 신성장동력을 만들 발전전략을 단 한 개라도 내놓은 게 있는지 묻고 싶은 거죠.”
▼ 오 전 시장 측 일각에선 ‘박 시장이 내세울 만한 일을 해놓은 것이 없으니까 전임 시장을 헐뜯거나 깎아내리는 것을 재선 전략으로 쓰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그럼요. 제가 볼 때 바로 그거예요. 아니, 제가 요즘 서울시청 공무원들한테서 들은 이야기가 있어요. 이분이 신중한 것은 좋지만 별명이 ‘숙의시장’이래요.”
▼ 숙의시장?
“그 옛날 하버마스의 숙의(熟議) 민주주의 이런 거. ‘숙의’라는 단어를 그렇게 좋아하신대요. 박 시장 취임 후 시장 주재 회의는 ‘협동조합 숙의’‘자전거도로 숙의’‘서울교통비전 숙의’처럼 ‘무슨무슨 숙의’로 불려요. 보통 시장이 회의를 주재하면, 저도 3년 동안 시장회의에 배석했지만, 부서별로 돌아가면서 시장에게 현안에 대해 보고하고 결정하거든요. 더 중요한 안건은 확대간부회의에서 결정하기도 하고. 그런데 박 시장 취임 후로 간부들이 회의 결과를 미리 알고 있다는 거 아니에요? ‘좀 더 좋은 방법은 없는지 숙의해보도록 합시다. 다음 숙의 날짜는 OO일입니다’ 이런 식으로 회의가 끝나기 때문에 ‘숙의시장’이라는 거죠. 1년 내내 회의만 하고…. 2011년 7월 서초·강남에 물난리가 났지만 서울시는 강남 하수처리 문제에 대해 결론을 못 내고 있어요. 해당 구청은 서울시가 오락가락하며 허송세월하고 있다고 불만이고요. 시가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이런 식으로 미루면 무책임한 거죠. 취임 후 1년4개월여 동안 박 시장이 한 게 뭐가 있어요?”
“행정가보다는 아이디얼리스트”
▼ 언론에 보도된 게 많은데요.
“마을공동체사업, 노들섬 주말농장, 광화문 벼 재배, 동물보호과 설치…. 박 시장이 추진하는 일은 대개 구청 차원에서 할 일이죠. 마을공동체사업의 경우 선거에 도움이 되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요즘 우스갯소리가 나와요. ‘동네 사람 몇 명이 모여 사업계획서만 그럴듯하게 내면 시가 돈 준다’고요. 이런 돈은 시민 세금 아닌가요? 더구나 진보 성향 인사들이 주축이 된 단체들에 지원돼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용산 한강 위 노들섬은 서울시가 고건 시장 때 5000억~6000억 원의 혈세를 들여 사들인 곳이죠. 서울시내 공연·전시공간이 턱없이 부족해요. 삶의 질이나 국제적 관광도시 차원에서 공연·전시 같은 고급 소프트웨어를 충분히 제공해야 해요. 그래서 오 전 시장이 노들섬에 ‘예술섬 프로젝트’를 추진했어요. 박 시장은 이걸 텃밭으로 쓰잖아요. 노들섬을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주말농장’으로 만든 거죠. 박 시장은 시청에 ‘동물보호과’를 신설했는데 당초엔 ‘동물복지과’로 하려고 했어요. ‘동물에게 복지라니, 너무 나갔다’는 논란이 일어 물러선 거죠.
광화문 벼 재배, 뚝섬 농장, 서울시청 옥상 벌통 사업도 비슷한 맥락이죠. 이 일들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너무 이쪽으로 치우친다는 겁니다. 박 시장은 ‘행정가’보다는 ‘아이디얼리스트(idealist·긍정적 의미로 이상주의자, 부정적 의미로 몽상가)’에 더 가까워 보여요. 임대주택 8만가구 사업은 박 시장이 무리하게 공약한 거였어요. 그걸 실천하려다보니 재원이나 경제성, 균형발전 문제가 나타나고 있어요. 우리는 임대주택 6만가구 사업을 추진했어요. 8만 가구까지 할 수도 있었지만 시 행정이 임대주택 짓고 무상 복지하는 것이 다가 아니거든요.”
▼ 서울시의 오세훈 지우기에 대해 오 전 시장 본인도 우려하나요?
“우려하시죠. 오 전 시장이 전면 무상급식 같은 포퓰리즘 복지를 막겠다고 시장직을 걸었고 결국 사임했는데 새 시장이 이런 식으로 지우기만 하니….”
“오해죠, 그게 백서가 아니고…”
오세훈 전 시장 측의 이러한 주장에 대한 박원순 시장 측의 입장을 들어봤다. 이창학 서울시 대변인은 백서가 시의 공식입장이 아니며 오 전 시장의 섭섭함을 이해할 수 있다고 ‘신동아’에 밝혔다. 다음은 이 대변인과의 일문일답이다.
▼ 서울시 백서에 대해 오세훈 전 시장 측이 반박하는데….
“그게 백서가 아니고요, 서울시 한강시민위원회가 보고서를 낸 건데 시 담당자가 시 홈페이지 정보소통광장의 백서 란에 올려놓았어요.”
▼ 시가 시 홈페이지 백서란에 게재했으니 외부에선 당연히 백서로 볼 것 같은데요.
“백서는 시의 공식 입장인데 이것은 백서란에 있지만 백서는 아니에요. 이런 부분에서 오해가 있는 듯해요. 지금은 문제의 보고서를 홈페이지에서 내렸습니다. 앞으론 백서와 보고서를 구분해 올리도록 홈페이지 메뉴를 손볼 예정입니다.”
▼ 오 전 시장 측은 한강 르네상스를 비판한 백서 내용이 심히 과장, 왜곡됐다고 주장합니다. 이 사업을 폄하하고 있다고도 하고요. 오히려 콘크리트를 많이 걷어냈고 친수 공간을 늘렸으며 이용객이 늘었다고 하는데요.
“그렇죠. 실제로 이용객이 많이 늘었어요. 앞으론 부기해줄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서울시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해주지 않으면 이렇게 오해를 산다니까. 오 전 시장님 입장에선 섭섭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언론보도를 통해 접하는데 일부에서 자극적으로 표현하면 오 전 시장님은 마음이 아프실 것 같아요. 보도자료 배포 위주로 공보할 땐 기사 관리가 돼요. 그런데 현 시장님 취임 후엔 정보소통광장에 뜨끈뜨끈한 회의록이 막 올라가요. ‘부기 좀 달아라. 이건 위원들이 자유롭게 토론한 거지 서울시의 공식 의사결정이 아니다’ 이런 고민이 있어요. 하여간 통제가 안 돼요. 정보 공개율이 99%입니다.”
▼ 박원순 시장의 철학인가요.
“그렇죠. 회의에서 나온 것들은 열흘 내 다 공개해요. 너무너무 억울한 기사로 여러 번 얻어터졌고요. 이런 정도의 아픔, 기꺼이 감수하고 가는 거예요. ‘야. 이거 안 되겠다. 비판 기사 나오니 제한하자’ 그러면 큰 가치를 잃잖아요.”
▼ 세빛둥둥섬의 경우 시의 의지만 있으면 빨리 개장할 수도 있는데 일부러 방치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요.
“세빛둥둥섬은 방치할 이유가 없는 것이, 오래가면 현 시장님에게도 부담이거든요. 방치하면 시장의 문제 해결 역량, 이런 부분을 의심받을 수 있으니까요. 시는 어떻게든지 빨리 정상화하려고 해요. 그런데 민자사업인 점과 관련해 부담 안고 끌려가는 부분이 있으니 그 부분을 정리하면서 정상화하려는 것 때문에 고민이 있는 거죠.”
“취임 후 1년은 준비 기간”
▼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대해선 애초의 디자인 콘셉트가 퇴색했다고 하는데요.
“기왕에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건립하는 것이므로 내국인이나 외국인 관광객에게 서울이 알리고자 하는 것을 보여주자 이렇게 봤어요. 현 시장님 취임 후 용도와 관련해 굉장히 많이 논의했습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복합적으로…시민 참여도 많이 들어갔어요.”
▼ 2011년 수해 난 강남지역 하수처리 문제, 아직도 결정이 안 났나요?
“몇 가지 방안을 두고 계속 논의 중입니다. 전문가를 불러 들어봐도 답이 없어요, 답이. 그런 고민이 있죠.”
▼ 마을공동체사업은 사업계획서 내면 심의해 지원하는 건가요.
“주민들이 발의하고 시행하고 시는 자율성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지원합니다. 우리가 큰 분야의 주제를 정해놓으면 그 범위 내에서 각 지역 특성에 따라서 주민들이 안을 제시합니다. 혹은 주민들이 직접 발의하기도 하고요.”
▼ 선심성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선심성이라고 하기에는 예산 규모가 크지 않고….”
(2013년 마을공동체사업 예산은 222억 원이다. )
▼ 동물보호과는 당초 동물복지과로 하려다 보호과가 된 겁니까.
“처음 부서명을 정하는 과정에서 복지과로 할 건지에 대한 논의가 좀 있었죠. 유기견 문제라든지 사람이 반성할 부분도 있으니까. 최종적으로는 복지가 빠졌어요. 좀 더 중립적 표현을 쓴 것 같고.”
▼ 노들섬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주말농장이라는데요.
“노들섬 사업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민들이 자연을 접하게 농산물을 재배하도록 한 겁니다. 일시적으로 하는 거예요.”
▼ 예술섬은 안 하기로 한 건가요.
“계속 논의해야죠.”
▼ 박원순 시장은 계속 숙의만 한다고 해서 ‘숙의시장’이라고 한다는데요.
“시장님 임기가 2년8개월이에요. 취임 후 1년 정도는 준비를 하고 가는 기간이잖아요. 다른 시장님들은 선거 치르고 나서 인수위 과정도 있는데, 보궐선거로 된 현 시장님은 선거 다음 날 선관위에 가서 당선증 받고 바로 취임했어요. 이런 특수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봐요. 시장님이 거창한 것 들고 나온다면 이것이야말로 진정성이 없는 것이라고 봐요.”
▼ 현 시장 취임 후 ‘일자리 창출, 성장 동력 부분이 약하다. 너무 복지 쪽에 치우친다’고 하는데요.
“‘복지가 비용이냐 투자냐’라고 할 때 복지는 투자이기도 합니다. 어린이집을 늘리고 노인을 위한 시설과 서비스를 확충하면 노동집약적인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습니다. 어떤 시장이 일자리를 많이 만들었는지는 시간을 두고 평가할 문제입니다.”
대통령에게 도전하는 건 몰라도…
▼ 오 전 시장 측은 ‘전임 시장을 깎아내리는 것이 현 시장의 재선전략 아닌가’라고 하는데요.
“아니죠. 예를 들어 시장이 현직 대통령에게 도전해 이목을 끄는 경우는 있어요.”
▼ 전임 시장은 상대해봐야 득 될 게 없다?
“그런 관점이라기보다는, 선거 전략일 수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시장님 뜻은 ‘전임 시장의 받아들일 부분은 승계하고 여러 문제가 있는 부분은 고치자’는 겁니다. 상식적인 선에서 합리적으로 문제를 풀어가자는 것이기 때문에 정치적 해석을 하고 있지 않아요. 정치적으로 전략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거 봐라’ 이렇게 해서 저희가 얻을 게 없어요.”
이 대변인의 해명에 대해 오세훈 전 시장 측은 “박원순 시장 측은 여러 차례의 백서, 언론 브리핑, 행정절차를 통해 일관되게 ‘오세훈 깎아내리기’를 해왔다. 인터넷에 백서라고 공개해 서울시민들에게 오세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한껏 심어놓고 난 뒤 백서가 아니었다고 발뺌하는 것은 이해가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