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호

“베드타운 노원은 잊어라,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가 온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의 ‘미래 먹거리’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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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22-02-03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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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자리·주거·교육 3박자 갖춘 자족경제 도시로 도약한다

    • 서울대병원 중심 바이오 메디컬클러스터 조성 예정

    • 힐링냉장고·아이편한택시·데일리홈런… ‘소확행’ 행정 모범

    오승록 노원구청장. [김도균 객원기자]

    오승록 노원구청장. [김도균 객원기자]

    서울 동북부에 자리한 노원구는 불암산과 수락산, 영축산, 초안산 등 4개의 산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중랑천과 당현천, 우이천과 묵동천 등 4개의 하천이 흐르는 배산임수 지형으로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췄다. 또한 중계동 은행사거리를 중심으로 유명 입시학원이 자리 잡은 덕에 특목고 합격자 수와 명문대 입학률이 서울 강북 지역에서 가장 높아 ‘입시 명문구’로 이름을 떨친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며 도봉구에서 분구된 노원구는 서울 도심으로 출퇴근하는 시민이 다수 거주하는 탓에 오랫동안 ‘베드타운’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앞으로 노원구 하면 ‘바이오메디컬’을 먼저 떠올릴 날도 머지않았다. 창동 철도차량기지와 도봉운전면허시험장 이전이 확정되면서 24만7500㎡(7만5000평) 부지를 개발해 자족경제도시를 만들 여건이 조성된 것.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 유치로 노원구의 미래 100년 먹거리를 준비하는 오승록 노원구청장을 1월 7일 만났다.

    노원구의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구로구에는 디지털단지가 있고, 강서구도 마곡단지가 최근 개발되면서 직장과 주거가 가까운 직주근접 여건이 마련됐다. 그에 비해 지금까지 노원구 관내에는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베드타운과 소비도시로 주로 기능해 왔다. 노원구가 활력 있는 미래도시로 거듭나려면 무엇보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꼭 필요한 상황이다. 마침 창동 철도차량기지 이전에 이어 지난해 연말 도봉운전면허시험장 이전이 확정되면서 자족경제 도시로 도약할 여건이 무르익었다. 이곳에 노원구의 미래 100년 먹거리가 될 산업단지를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

    미래 먹거리로 어떤 산업을 구상하나.

    “3대 미래 산업으로 자동차, 반도체, 바이오가 꼽힌다. 이 중 자동차와 반도체는 대규모 시설 투자가 필수적이라 마땅치 않다. 그에 비해 젊은 연구 인력이 대거 투입되는 바이오메디컬 분야는 노원구가 최적합지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기존 바이오단지의 문제점으로 앵커시설인 병원 부재를 지적하는데, 국내 최고의 대학병원인 서울대병원이 노원구에 병원을 건립하겠다고 의사를 타진해 왔다. 노원구는 서울대병원과 협약을 체결하고 TF팀을 구성해 메디컬 단지 구상 단계에서부터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창동기지와 운전면허시험장 부지에 서울대병원을 구심점으로 하는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가 조성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나 SK바이오사이언스, 셀트리온 같은 국내 기업은 물론 화이자와 모더나, 얀센 등 세계적 수준의 제약회사 연구기관 유치도 가능할 것이다.”

    노원구는 바이오메디컬 산업단지가 조성되면 관련 기업은 물론 연구소와 호텔, 컨벤션센터 등이 들어서 양질의 일자리가 최소 8만여 개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 구청장은 “바이오메디컬 산업단지 조성을 계기로 베드타운 노원구가 서울 동북부 경제 중심지로 급부상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세계적인 바이오메디컬 단지가 들어서려면 그에 걸맞게 거주 여건도 개선돼야 할 텐데.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려면 그에 걸맞게 배후 주거단지도 최신식으로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 노원구 아파트 대부분은 지어진 지 30년이 넘어 재건축 기본 요건을 충족한다. 그런데 안전진단 통과 요건이 너무 강화돼 재건축 추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노원구의 사활이 걸린 문제인 만큼 여야를 떠나 선거공약으로 함께 내걸고 적극 추진해 나가야 할 핵심 이슈다. 정부에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를 건의·촉구하고 있다.”



    노원구 주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87.6%가 “재건축이 필요하다”고 답했을 만큼 아파트 재건축은 노원구의 숙원사업이다. 2018년 개정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이 재건축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주민들이 재건축을 요구하는 이유는 부족한 주차 공간이나 수도관 녹물 등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해서인데 5개 안전진단 평가 항목 중 건물의 구조 안전성이 배점이 가장 높아 안전진단 허들을 넘지 못하는 것. 노원구는 2018년과 2020년 두 차례에 걸쳐 국토교통부에 항목별 기준 점수 가중치에서 주거 환경 부분의 점수를 높게 반영하고 구조안전과 건축설비 가중치를 현행보다 다소 낮추는 안전진단 기준 개정을 건의했다.

    서울의 3대 교육 명문 특구

    서울 노원 바이오의료단지 조감도(왼쪽). 광운대 역세권 조감도.  [노원구청 제공]

    서울 노원 바이오의료단지 조감도(왼쪽). 광운대 역세권 조감도. [노원구청 제공]

    일자리와 쾌적한 주거환경 못지않게 시민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자녀들에게 양질의 교육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느냐다.

    “서울 강북권에서 가장 좋은 교육 여건을 갖춘 곳이 노원구다. 은행사거리는 대치동, 목동과 함께 오래전부터 서울의 3대 교육 명문 특구로 인정받고 있다. 노원구에서 공부한 학생들이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고, 많은 분이 자녀 교육을 위해 우리 고장으로 이사 오고 있다. 바이오메디컬 단지가 조성되는 7~8년 후에는 좋은 일자리와 쾌적한 거주 환경, 훌륭한 교육 여건까지 3박자를 두루 갖춘다. 노원구는 서울에서 최고로 살기 좋은 신흥 중심지가 될 것이다.”

    노원구는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와 함께 광운대 역세권을 서울 동북부의 새로운 경제중심지로 개발하고자 한다.

    “광운대역 주변 14만816㎡ 물류부지를 상업시설과 공공시설, 명품 주거단지까지 복합적으로 개발하는 광운대 역세권 개발 사업을 올 하반기 착공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35층에서 49층 건물 11개 동이 들어설 복합용지에는 2700가구 규모의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개발사업에서 발생하는 공공기여금 2670억 원을 투자해 수영장과 풋살, 농구장, 배드민턴장, 체력 단련실을 갖춘 다목적 체육시설과 도서관, 주민센터 등 주민편의시설은 물론 청년들의 창업을 돕는 청년창업지원센터와 320가구 규모의 공공주택도 들어설 예정이다. 특히 GTX-C 노선이 광운대역에 정차하게 되면서 삼성역까지 10분이면 갈 수 있는 교통 여건이 조성돼 광운대 역세권은 노원구는 물론 서울 동북부의 새로운 경제 중심지가 될 것이다.”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와 광운대 역세권 개발 사업이 노원구의 미래 먹거리를 마련하기 위한 중장기 플랜이라면 ‘힐링타운’ 조성은 현재 노원구에 거주하는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자 오승록 구청장이 역점을 두고 진행해 온 사업들이다. 구청장 취임 당시 약속한 구정 슬로건 ‘자연과 문화 속으로! 힐링도시 노원’이 ‘힐링타운’에 집약된 셈이다.

    노원구는 불암산과 경춘선 부지, 영축산, 수락산 등 네 곳에 힐링타운을 조성했거나 조성하고 있다. 불암산 힐링타운에서는 365일 살아 있는 나비를 관찰할 수 있는 나비정원과 생태학습관이 들어서 있고, 철쭉동산과 산림치유센터, 숲속 놀이터인 유아 숲 체험장도 조성돼 있다.

    오 구청장은 “불암산 힐링타운은 지난해 노원구 구민이 선정한 10대 뉴스 가운데 1위를 기록했을 만큼 만족도가 높다”며 “2020년 노원 10대 뉴스 1위를 기록한 경춘선 힐링타운에 위치한 ‘야간 불빛정원’도 힐링도시 노원을 상징하는 명소”라고 말했다. ‘야간 불빛정원’의 경우 지난해 서울시민들이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면 가장 가보고 싶은 곳 2위에 선정돼 노원구민은 물론 서울시민들로부터도 높은 관심과 사랑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완만한 경사의 나무 덱길로 순환산책로를 조성한 영축산 힐링타운은 유모차나 휠체어를 이용해야 하는 보행 약자들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오 구청장은 “순환산책로를 따라 정상까지 올라 수락산과 관악산, 불암산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은 서울에서 여기뿐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수락산 힐링타운에는 올해 12월까지 객실과 부대시설을 갖춘 서울시 최초의 자연휴양림이 들어설 예정이다.

    힐링도시 노원과 함께 오 구청장이 큰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가 문화예술 이다. 노원구는 2019년 한국 근현대명화전에 이어 현재는 북서울미술관에서 ‘영국 테이트미술관 특별전’을 개최하고 있다. 그는 “양질의 문화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여러 준비를 했는데, 코로나19 여파로 계획했던 것의 3분의 1도 진행하지 못했다”며 “여건이 조성되는 대로 수준 높은 공연과 전시를 구민들께 꾸준히 제공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오늘이 행복하고 내일이 기대되는 노원”

    4년 전 구청장 취임 때 오승록 구청장은 “오늘이 행복하고 내일이 기대되는 노원구를 만들겠다”며 “구민들께서 내주신 세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좋은 행정으로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그의 약속은 얼마나 실현됐을까.

    주민들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정, 이른바 ‘소확행’ 사업에는 어떤 것이 있나.

    “무더운 여름 산책로에 ‘힐링냉장고’를 설치해 산책하러 나온 시민들에게 시원한 생수를 제공하고, 임산부와 24개월 이하 영유아가 예방접종이나 검진을 위해 보건소나 병의원을 방문할 때는 무료 전용차량 ‘아이편한택시’를 제공하고 있다. 중계동 어린이교통공원 자전거대여소와 상계역 4번 출구 자전거대여소에 ‘자전거 스팀 세척기’를 설치해 자전거를 이용하는 노원구민 누구나 무료로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여름에는 횡단보도 건널목에 그늘막을 설치해 햇빛을 피할 수 있도록 했고, 폭염특보 기간에는 구청 대강당과 경로당 등에 폭염에 지친 어르신들을 위한 무더위 쉼터도 운영했다. 겨울에는 버스 정류장에 온열 의자를 비치해 따뜻하게 버스를 기다릴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치매가 걱정되는 어르신을 위해 자택으로 치매 예방 학습지를 매월 배송하고, 자원봉사자 50명이 주1회 전화로 학습 현황을 모니터링하는 프로그램 ‘데일리 홈런’도 어르신들의 높은 호응 속에 진행하고 있다.”

    오 구청장의 입에서 최근 3년 반 동안 주민 편의를 위해 시행한 ‘소확행’ 행정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상황 속에서도 오승록표 소확행 행정은 빛을 발했다. 전 국민이 ‘마스크 대란’을 겪고 있을 때 구민 한 사람당 2장의 마스크를 지급했던 것. 지금이야 마스크가 흔해졌지만 마스크가 귀했던 팬데믹 초기 주민들에게 제공한 마스크에 대한 호평은 지금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또한 코로나 초창기 확진자 동선을 구민에게 문자메시지로 적극 알려 대비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소확행 행정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휴대전화를 갖고 있는 노원구민 45만 명 가운데 30만 명이 문자메시지 서비스를 신청했을 정도였다고.

    “구민이 낸 세금이 아깝지 않은 행정을 펼치겠다” “오늘이 행복하고 내일이 기대되는 노원을 만들겠다”며 오승록 구청장이 펼쳐 보인 소확행 행정에 대한 구민들의 평가는 어떨까. 지난해 6월 주민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실시한 구정 인식도 조사 결과는 다음과 같다. 노원구 주민 100명 중 98명이 노원구 거주 여건에 대해 “살기 좋다”고 응답했다. 구민들이 가장 만족한 부분은 자연환경(76.1%)이었고, ‘문화 및 여가 생활’(33.6%)과 ‘안전 환경’(28.9%)이 뒤를 이었다. 세금이 아깝지 않은 행정을 펼치겠다며 달려온 오 구청장의 내일이 기대된다.



    구자홍 기자

    구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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