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의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들어선 아파트 단지. 성남시는 2015년 갑자기 이 곳의 토지 용도를 녹지에서 준주거지로 4단계 상향 조정했다. [동아DB]
1953년 전남 고흥에서 태어난 김 전 대표는 이 대표가 변호사로 활동하던 2000년대 초,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을 맡았다. 이 대표가 낙선한 2006년 성남시장 선거에서는 선대위원장을 지냈다. 2008~2010년에는 민주당 분당갑 부위원장으로 활동했다.
2014년 4월 한국식품연구원은 성남시에 부지 용도를 녹지에서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2단계 상향해 줄 것을 요청했다. 당시 성남시는 “토지개발계획에 맞지 않다”며 이를 거절했다. 2014년 말 김 전 대표가 백현동 아파트 개발사인 아시안디벨로퍼에 합류하자 성남시는 마음을 바꿨다. 2015년 1월 해당 부지 용도를 녹지에서 ‘준주거지’로 4단계 상향했다. 검찰은 김 전 대표가 이 대표와 함께 해온 경력을 바탕으로 성남시에 영향력을 행사했을 것이라 보고 있다.
이 대표 측은 김 전 대표와의 관계를 부인했다. 지난해 2월 11일 대통령 선거 후보 TV토론에서 이 대표는 “(김 전 대표는) 떨어지는 선거에 (선대본부장을 했다)”며 “(백현동 사업은) 한참 후 벌어진 일이다. 저와는 연락도 잘 안 되는 사람”이라고 해명했다.
김 대표 측근은 알고, 김 대표는 모른다?
최근 검찰은 이 대표가 김 전 대표의 측근과 연락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는 2019년경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가 김 전 대표의 측근 김모 씨에게 여러 차례 직접 전화해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 나와 유리한 진술을 해 줄 것을 요구한 정황을 파악했다. 검찰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도 입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김씨가 이 대표의 요구에 따라 허위 증언을 했다고 판단. 위증 혐의를 적용해 3월 23일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이 대표는 2002년 변호사 시절 ‘분당 파크뷰 특혜분양사건’을 취재하던 최철호 KBS PD와 공모해 검사를 사칭한 혐의(공무원 자격 사칭)로 기소돼 벌금 150만 원형을 확정 받았다. 당시 최 PD는 검사를 사칭해 김병량 당시 성남시장을 취재했다. 2018년 이 대표는 경기도지사 후보자 토론회에 참석해 “방송사 PD가 검사를 사칭했고, 나는 사칭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말해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다.
김병량 전 시장의 비서 출신인 김 씨는 2019년 2월 1심 재판에 출석해 “당시 김 전 시장 측에서 이 대표를 주범으로 몰기 위해 PD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자는 협의가 있었다”며 이 대표가 누명을 쓴 것이라는 취지로 증언했다. 검찰은 이 증언에 대해 위증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김씨가 김 전 대표와 함께 백현동 개발사업 인허가 알선 등의 대가로 민간사업자 정모 대표에게 70억 원을 받기로 한 뒤 이 중 35억 원을 수수한 혐의(알선수재)도 구속영장 청구서에 기재했다.
같은 날 이 대표 측은 당대표비서실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김씨에게 증언을 요청한 것은 경기도지사 시절 백현동 사업과 무관한 별개의 선거법 재판과 관련한 것”이라며 “‘진실을 증언해 달라’는 것이지 위증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신동아는 당대표실에 “그간 이 대표는 김 전 대표와 연락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측근인 김씨와 통화한 것은 사실상 김 전 대표와 연락한 것이 아니냐”고 물었으나 당대표실은 “아직 공식 답변을 할 수 없다”고만 답했다.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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