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호

대권주자 윤희숙 의원 “‘페이스메이커’ 할 만큼 이타적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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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21-07-20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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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통령은 현재 아닌 미래 보며 비전 제시하는 자리

    • 한국에 필요한 사람은 정치가가 아닌 경세가

    • 정치적 논쟁 그만두고 한국 미래에 대해 논해야

    • 지금은 ‘소득’ 아닌 ‘성장’ 주도 경제정책 필요

    • ‘성장하지 못하는 한국’에는 미래가 없다

    • 노동시장 개혁으로 경제 성장 동력 찾는 대통령

    • 산재한 사회문제 해결책 내놓는 대통령 되겠다

    7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난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 [김도균 객원기자]

    7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난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 [김도균 객원기자]

    미 해병대의 전설적인 저격수 카를로스 헤스콕은 저격수의 자질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신중함’과 ‘겁’이라 말했다. 확실한 기회를 포착할 때까지 인내해야 저격에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저격수도 이 같은 금언을 따르는 것일까. ‘경제정책 저격수’라 불리는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 이야기다. 2020년 7월 국회 본회의에서 윤 의원은 “저는 임차인입니다”로 시작하는 연설로 유명세를 탔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은 내용이 주효했다. 초선임에도 그의 이름이 당시 재보선을 앞둔 서울시장 후보군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저격수의 실적에 비유하자면 정치권에 초탄을 명중시킨 셈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의 경제전문가인 그는 이후에도 정부·여당의 경제정책의 문제점을 꼬집으며 인지도를 쌓았다. 2020년 처음으로 국회에 입성한 초선의원임에도 차기 서울시장 후보로 언급되기도 했다.

    하지만 윤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를 고사했다. 2020년 11월 윤 의원은 기자와 인터뷰하면서 “국회에 입성한 지 6개월도 채 되지 않았다. 정치 경력이 짧은 만큼 정치적 자산과 인맥이 부족하다”며 서울시장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러던 그가 지난 7월 2일 돌연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이날 발표한 출마 선언문에서 윤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를 언급하며 정권교체가 필요하다 주장했다. 그가 생각하는 ‘확실한 기회’가 대선 출마인 것일까. 7월 7일 대선 후보로 나선 윤 의원을 다시 만났다. 아래는 그와의 일문일답.



    - 불과 9개월 전까지만 해도 정치적 자산과 행정직의 경험이 부족하다며 서울시장 출마를 고사했다.

    “그렇다. 나는 학자 출신이라 인맥의 대부분이 학자, 전문가라 정치계의 인맥이 부족하다. 행정부에서 일해 본 경험도 없어 당시만 해도 내가 시장직에는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대통령은 실무자가 아니라 비전 제시하는 사람

    - 대통령선거는 서울시장보다 더 많은 정치적 자산과 행정 경험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은 국민의 삶을 어떤 방식으로 바꿀지 그 방향, 즉 비전을 제시하는 사람이다. 행정가적인 면모나 정치적 자산이 없어도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비전을 내놓는다면 좋은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본다.”

    - 그래서 본인이 직접 나서게 됐나?

    “그렇다. 현안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일에는 자신이 있다.”

    자신 있게 대선 출마를 선언했지만 윤 의원의 지지율은 아직 높지 않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의 의뢰로 7월 6~7일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대선 후보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윤 의원의 지지율은 2.6%로 야권 후보 9명(윤석열 전 검찰총장·홍준표 의원·유승민 전 의원·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최재형 전 감사원장·하태경 의원·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원희룡 제주도지사) 중 가장 낮았다. 야권 지지자(383명) 사이에서는 윤 의원의 지지율이 2.5%를 기록하며 원 지사(2.0%)와 하 의원(1.3%)을 앞질렀다. 그는 “초선의원이 대선후보로 갑자기 나선 것치고는 나쁘지 않은 결과라 본다”며 웃었다.

    -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됐던 것을 생각하면 지지율이 낮은 것 같다.

    “애초에 내가 한 일에 비해 너무 빠르게 인지도를 쌓았다고 생각했다. 서울시장에 나가지 않은 것도 정치인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더 고민하는 기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내 비전과 정책에 대해 설명할 기회가 생기면 지지율은 차츰 오를 것이다.”

    - 일각에서는 대선주자가 아니라 윤 전 총장, 유 전 의원 등 유력 후보의 ‘페이스메이커’로 대선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나는 상당히 게으른 사람이다. 내가 나서야 할 확실한 이유가 없었다면 대선 후보로 나서지도 않았을 것이다. 페이스메이커로 나설 만큼 이타적인 사람도 아니다. 나보다 정치적 역량이 뛰어나고 좋은 비전을 내놓는 후보가 있다면 그를 지지할 수는 있다. 지금까지 나온 후보 중에는 정치적 역량이 뛰어난 사람은 많지만, 나보다 좋은 비전을 내놓은 사람은 없다.”

    완주 생각 없었으면 출마하지 않았다

    윤희숙 의원은 7월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선거 출마 의사를 밝혔다. [동아DB]

    윤희숙 의원은 7월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 선거 출마 의사를 밝혔다. [동아DB]

    - 언제부터 대선 후보로 나설 계획을 세웠나?

    “원래는 대선 후보로 나설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여야 대선 후보들의 출마 선언문을 지켜보며 부족함을 느껴 직접 대선에 출마하게 됐다.”

    - 어떤 부분이 부족했나?

    “지금의 대선 경쟁에는 ‘다음 5년간 어떻게 국가를 경영할지’에 대한 논의가 없다. 통상 대선 정국에는 한국의 지난 5년간을 되돌아보고 다음 5년을 준비하는 토론의 장이 열린다. 하지만 지난 대선은 탄핵 정국에 휘말리며 토론이 사라졌다. 문제가 있는 정권에 대한 심판론만 커지다 보니 경제·사회 분야의 현안에 대해 논할 기회를 놓쳤다.”

    - 지금의 대선 정국도 그때와 다르지 않다고 보나?

    “지난 대선처럼 확실한 승자가 보이지는 않지만, 여전히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정책 논의는 부족하다. 아직도 서로의 과오에 대해 이야기하는 정쟁만 반복하고 있다.”

    - 정쟁이라면?

    “단적인 예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미군은 점령군’ 발언을 들 수 있다.”

    이 지사는 7월 1일 경북 안동 이육사문학관을 찾아 “대한민국이 친일 청산을 못 하고 친일세력들이 미 점령군과 합작해 지배체제를 유지했다”고 발언했다.
    윤 의원은 “(이 지사가) 역사 논쟁을 하려드는 모습을 보고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이야기를 꺼낸 목적은 뻔하다. 반미·반일 정서를 통해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심산”이라고 말했다.

    - 윤 전 총장, 유 전 의원 등 야권 대선주자들은 곧바로 이 전 지사의 발언에 대해 비판했다.

    “해야 할 비판이었고, 더는 논쟁이 불거지지 않는 것으로 보아 잘 마무리했다고 본다. 국민들은 이 같은 정쟁보다는 지금 당면한 사회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더 관심이 많다.”

    소득주도성장은 거짓말

    윤 의원이 보는 당면한 사회문제는 ‘청년 문제’였다. 7월 2일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그는 “지금의 청년들은 경제가 내려앉으며 (계층 이동의) 기회가 사라졌다. 월급을 모아 내 집을 마련하고 아이를 기르며 은퇴를 준비하는 당연했던 삶이 이제는 당연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같은 상황을 “우리 시대의 급소이고 가시”라 표현했다.

    - 현재 한국이 ‘당면한 사회문제’로 청년 문제를 짚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10~30대의 젊은 층은 한국 역사상 최초로 기성세대보다 나은 삶을 살지 못한다는 확신을 가진 세대다. 한창 경제활동을 열심히 할 젊은 세대인데도 일자리가 없다. 노력을 거듭해 일자리를 구해도 급등하는 부동산 가격 때문에 ‘내 집 마련’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붕괴돼 버린 셈이다.”

    - 현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통해 좋은 일자리를 늘리고, 경제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소득주도 성장론’이라는 말 자체가 틀렸다. 국민소득이 증가하려면 경제가 성장해야 한다. 국민소득을 늘려 경제를 성장시킨다는 이야기는 인과관계가 뒤집혀 있다. 최근 여권 유력 대권주자인 이 지사가 ‘수요주도 성장론’을 펴던데 이것도 같은 이유에서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다.”

    - 하지만 코로나 발병 이전인 2020년 1월까지는 국내총생산(GDP)이 소폭이나마 성장했다.

    “빚을 내가며 재정을 투입했으니 GDP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경제성장이 지속 가능하려면 이 성장세에 민간 기여도가 높아야 한다. 하지만 2020년 1월 국내총생산 성장률을 보면 정부 기여도가 70% 이상이다. 빚을 더 내거나 세금을 더 걷어 재정을 투입하지 않으면 GDP가 감소할 위험도 있다.”

    한국은행 집계에 따르면 2020년 1월 기준 GDP 연간 성장률은 1.4%. 이 중 정부 기여도는 2.4%포인트인 반면 민간 기여도는 –1.0%포인트를 기록했다. 민간 기여도만 생각하면 사실상 경제가 역성장한 셈이다.

    윤 의원은 “이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덕을 본 정부다. 국가 경제의 기초체력인 민간 부분의 경제성장이 멈춘 상태에서 코로나19 유행을 맞았다. 상황을 핑계로 경제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피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년 연장 등 노동개악이 한국 경제 망친다

    - 경제성장을 위해 가장 먼저 고쳐야 할 부분은 어디라고 보나?

    “전방위적인 경제개혁이 필요하지만 그중 가장 빨리 고쳐야 할 곳은 노동시장이다. 한국의 노동시장은 과하게 경직돼 있다.”

    - 해고가 어렵다는 의미인가?

    “쉬운 해고보다는 쉬운 이직이 중요하다. 노동시장의 경직성은 그 자체가 악성 규제와 비슷하다.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자본과 인력이 자유롭게 움직여야 한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며 산업의 형태가 바뀌는 시점에는 그 자유도가 더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의 노동계에서는 점차 노동 관련 규제를 강화하려 들고 있다.”

    - 예를 들자면?

    “일부 대기업 노동조합에서 내세우는 정년 연장이 대표적이다. 정년 연장으로 해고가 어려워지니 기업은 신규 채용을 망설이게 된다.”

    - 중장년층은 정년 연장을 환영할 것 같다.

    “정년을 연장해도 이를 꽉 채워 일하는 사람은 드물다. 대부분의 중고령 노동자는 50대 초반에 회사를 떠난다. 2016년 정년을 60대로 연장한 이후 실측연구 결과 정년을 채워 일하는 근로자는 전체 근로자의 10% 남짓에 불과했다. 사실상 대기업의 생산직 근로자나 공기업 근로자들만 혜택을 보는 셈이다.”

    윤 의원의 주장대로 2016년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을 통해 정년이 60세 이후로 미뤄지자 오히려 정년퇴직자의 비율은 줄었다. 통계청의 집계에 따르면 2019년 기준 55~64세 퇴직자 중 정년퇴직자의 비율은 7.1%에 불과했다. 같은 통계에서 2016년 정년퇴직자의 비율은 8.2%. 3년 만에 정년퇴직자 비율이 1.1%포인트 감소했다.

    공정한 경쟁 부순 공교육 정상화

    - 출마 선언문에는 교육개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교육은 두 가지 의미에서 중요하다. 먼저 교육의 실용성을 확보해야 한다. 경제·산업의 시각에서 교육은 좋은 인력을 양성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현재의 교육과정으로는, 공교육만으로는 산업현장이 원하는 인력을 양성하지 못한다.”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의 대입 특혜 논란 등 교육제도에 대한 공정성 논란도 정권 내내 불거지고 있다.

    “학생들이 경쟁하는 과정이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 지금 교육제도의 두 번째 문제다. 그렇다고 공정한 경쟁의 회복에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 공정한 경쟁이 되려면 그 출발선이 동일해야 한다.”

    - 가정환경 등의 이유로 사교육을 받을 수 없다는 이유로 뒤처지는 학생을 도와야 한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공교육을 통해 배운 지식만으로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교육의 질이 사교육을 앞질러야 한다. 하지만 현 정부는 시험을 줄이고, 학생부 반영을 늘리는 등 학생 평가 기준을 바꿔가며 공교육의 지위를 높이는 일에 집중했다. 결국 공교육의 질은 떨어졌고, 사교육비는 증가하는 악순환을 낳았다.”

    교육부 집계에 따르면 2017년 18조7000억 원이던 사교육비는 2019년 21조 원까지 올랐다.

    - 교육 외에 개혁이 시급한 사회문제가 있다면?

    “시급하지 않은 부분이 없다. 부동산 문제, 복지정책 등 사회 전반에 문제가 산재한다. 현 정부가 이를 고쳐야 했지만 검찰개혁, 적폐청산에 몰두하느라 개혁에 소홀했다. 대표적인 것이 연금제도다. 2015년부터 계속 연금 고갈이 다가온다는 분석이 있었으나, 제도를 고치지 못했다. 다음 정권에서라도 고치지 않으면 청년세대는 추후 연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비판 대신 대안 내놓는 대권 후보 되겠다

    - 부동산 문제에는 정부가 손을 댔다.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손을 대 외려 역효과를 냈다. 집권 초기부터 투기 세력을 잡아야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할 수 있다며 부동산 수요 억제책만 내놓았다.”

    - 하지만 부동산 가격은 가파르게 올랐다.

    “실정을 보지 못하고 신념만 따라간 결과다. 계속되는 수요 억제책에도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면 공급을 늘려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정책 방향을 수정하지 않았다. 아직까지도 주택 가격이 떨어질 테니 집을 사지 말라는 이야기만 하고 있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7월 5일 국토부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가격의 버블(거품)이 꺼지는 시기가 빨리 올지, 2~3년 후에 올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주택을 매입하는 일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 지금까지 한국 사회 전반의 다양한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를 해결할 구체적 대안도 마련했나?

    “해결책도 중요하지만 일단 문제의 원인을 국민에게 알리는 일부터 해야 한다. 진단이 있어야 해법도 생긴다. 이후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논의를 거쳐 정책을 수립해 해결책으로 내놓을 생각이다. 현재 일부 대선 후보들은 상대 정당이나 다른 후보의 약점을 찾아 이를 비판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같은 기간 내가 사회문제의 원인을 찾고 해결책을 제시한다면 초선임에도 경쟁력 있는 대선 후보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윤희숙 #대통령선거 #신동아



    박세준 기자

    박세준 기자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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