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호

“임대차 3법 합헌 나오면 세계 헌법재판史 코미디”

‘헌법주의자’ 이석연 前 법제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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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입력2022-02-01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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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헌법상 행복추구권서 파생한 계약의 자유 침해

    • 헌법재판소, 대통령선거 후 위헌 여부 가릴 듯

    • 원수보다 재산상 손실 더 오래 기억하는 게 인간

    • 유신헌법·5共 때도 민생법안 군사작전 하듯 처리 안 해

    이석연 변호사는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여론 수렴 절차를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지호영 기자]

    이석연 변호사는 “현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여론 수렴 절차를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지호영 기자]

    “가진 자와 없는 자로 편을 가르고, 덜 가진 자의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함으로써 표를 얻고 지지율을 높이려고 한다. 아주 비열한 정책이다.”

    이석연(68) 법무법인 서울 대표변호사(전 법제처장)는 문재인 정부가 최근 4년여 동안 펼친 부동산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물음에 특유의 ‘쓴소리’를 서슴지 않았다. 그는 “지난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참패한 요인이 부동산정책에 있다”며 16세기 이탈리아의 역사학자이자 정치이론가로 이름을 떨친 니콜로 마키아벨리를 떠올렸다.

    “인간은 아버지의 원수보다 재산상의 손실을 더 오래 기억한다고 마이카벨리가 말했다. 사실 고발 사건 같은 건 금방 잊힌다. 재산권을 침해한 문제엔 국민의 심판이 뒤따른다. 국민에게 가혹한 세금을 부과한 정권이나 나라치고 망하지 않은 예가 없다. 정부가 부동산정책으로 거둬들이는 압살적 조세의 피해자는 재산을 수백억 원 가진 부자가 아니다. 진짜 피해자는 주택임대사업자등록제도나 임대차3법 같은 정부 정책에 순응하면서 잘살아 보고자 했던 보통 사람이다. 그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이 변호사가 부동산 세제 문제에 뛰어든 이유는 “정부가 헌법에 반하는 정책으로 민생을 힘들게 만들고 있기에 이를 바로잡아야만 한다”는 소신에서다. 그는 뼛속까지 헌법주의자인 헌법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다. 1979년 행정고시, 1985년 사법고시에 합격한 후 30년 넘게 헌법 연구와 헌법소송에 몰두했다. 1980년 법제처 사무관으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국내 1호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1989~1994), 법제처장(2008~2010) 등을 지냈다. 변호사로서도 공익소송을 주로 맡으며 130여 건의 헌법소원을 제기해 제대군인 공무원 채용시험 가산점 제도, 노무현 정부의 신행정수도 이전 특별법 등 30여 건의 위헌결정을 끌어낸 바 있다. 헌법소원은 헌법 정신에 위배된 법률에 의해 기본권의 침해를 받은 사람이 직접 헌법재판소에 구제를 청구하는 일을 말한다.

    이 변호사는 2020년 10월 19일, 7·10대책을 통해 시행한 이른바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제·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 주택임대사업자등록제도의 내용을 축소하거나 폐지한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이하 민특법)에 대해서도 “기본권 침해”를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1년 2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헌재는 법리적 판단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 변호사는 “헌재가 이렇게까지 시간을 끌 이유가 없다”며 헌재와 정치권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빼박 위헌”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에서 임대차 3법과 민특법에 대한 심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 언제쯤 헌법소원 심판이 끝날 것으로 보나.

    “사실관계를 확정하는 재판이 아니다. 법리 판단만 하면 된다. 필요한 모든 서류를 제출했다. 법리적으로 복잡한 문제가 아니어서 헌재가 맘만 먹으면 1년 안에 판단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시간을 끄는 걸 보면 정권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 헌재는 정치적 사법기관이다. 헌재는 국민이 고통받는 문제를 법리적으로 해결해 줄 책무가 있다. 뭣이 두려운 건가. 정권의 눈치를 보는 것인가. 지금 분위기로 봐선 대통령선거가 끝날 때까지 헌법소원을 처리하지 않을 것 같다.

    헌재에 진보 성향 재판관이 많아 위헌결정이 나기 힘들 거란 전망도 있다.

    “정치적으로 예민한 법이라면 그럴 수도 있지만, 임대차 관련법이나 민특법은 진보나 보수의 논리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 국민의 삶과 직결된 민생법안이다. 헌법재판관은 헌법적 양심을 가지고 법리적으로 판단하면 된다. 그러면 위헌결정이 날 수밖에 없다.”

    임대차 3법 위헌을 자신하는 근거는 뭔가.

    “사실 임대차 3법은 틀린 말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3개 조항이라고 하는 게 정확한 표현이다. 그중 문제가 심각한 건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 거주 기간을 2년 더 연장할 수 있게 한 계약갱신청구제와 임대료 증액을 5% 이내로 제한한 전월세상한제다. 집값이 5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오르면 세금도 엄청 오르는데 임대료는 최고 5%만 올릴 수 있도록 했다. 또 이런 법은 기존 임대차계약이 끝나고 나서 적용돼야 하는데 현재 존속 중인 임대차계약에도 적용하게 했다. 이것은 명백한 소급입법이다. 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 박탈을 금지하는 헌법 13조 제2항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재산권뿐만 아니라 계약의 자유, 거주 이전의 자유, 평등권도 침해했다. 이게 합헌이라는 판단이 나오면 세계 헌법재판사에 코미디로 기록될 거다. 헌법소원에 중요한 문제로 다루진 않았지만, 전월세를 신고하도록 한 전월세신고제도 계약자유의 원칙을 위반했다. 사적 계약을 신고하게끔 하고 신고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물리는 것은 헌법상 행복추구권에서 파생된 계약의 자유를 침해한다. 또 자유시장경제의 원리에도 어긋난다.”

    민특법은 어떤가.

    “현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을 적극적으로 권장했다. 다양한 세제 혜택을 준다는 명분을 앞세워 민특법을 개정했다. 정부 출범 3년이 되면서 부동산정책이 실패했다는 판단이 나오자 민특법을 다시 개정해 아파트와 4년 단기 임대에 대한 임대사업자등록제도를 폐지하고 기존 임대사업자에 주기로 약속했던 세제상 혜택도 축소하거나 폐지했다. 이 또한 소급입법이면서 신뢰 보호 원칙을 위배한 것이다. 공권력이 국민에게 부여됐고 그 공권력을 국민이 믿고 따랐으면 그에 따른 불이익을 국민에게 전가하면 안 된다는 것이 신뢰 보호의 원칙이다. 신뢰 보호의 원칙을 지키지 않아 재산권, 계약의 자유, 직업선택의 자유, 행복추구권이 다 침해됐다.”

    재산권 제약 과잉이 문제

    법원에서도 소급입법을 반영한 임대차보호법을 적용하면서 해석이 엇갈리는 판결이 나오고 있다. 일례로 집주인이 계약갱신거절권을 적용할 수 있는 시점을 계약한 날로 볼 것인지, 소유권이전등기를 한 날로 볼 것인지를 두고 다툰 재판에서 1심과 2심이 다른 판결을 내렸다. 이 변호사는 “법원이 엇갈린 판결을 내는 건 법 자체가 이미 소급입법에 의해 위헌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며 “헌재의 판단이 이른 시일에 나와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혹자는 대법원이 판례를 통일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위헌성이라는 근본 원인을 해소하지 않는 한 이런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헌재가 위헌적 법률에 대한 가부를 빨리 판단해 주는 것이야말로 궁극적 해결책이다.”

    민특법 개정으로 임대주택의 등록허가가 말소되면서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폭탄을 맞은 사람이 적지 않다. 종부세법도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나.

    “현행 종부세는 헌법의 조세법률주의, 조세평등주의, 과잉금지의 원칙 등을 위반하고 재산권 등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지만 이를 문제 삼아 당장 헌법소원을 제기할 순 없다. 종부세 부과처분이 있었기 때문에 먼저 처분을 상대로 취소 소송을 제기하고 나서 헌재에 위헌 심판을 청해야 한다. 헌재에 위헌 심판제청이 들어가면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데 1~2년이 소요된다. 그러고 나서 구제를 받으려면 빨라야 2년, 늦으면 3~4년이 걸린다. 그 과정을 거쳐야 한다.”

    헌법주의자

    부동산정책이 실패한 원인은 뭘까.

    “재산권 보장은 헌법이 수호하는 기본권 중 기본권이다. 재산권이 보장되기에 경제적 자유를 누릴 수 있다. 사회적 공공성을 위해 재산권을 제약하기도 하지만 그 범위가 과잉금지원칙을 벗어나선 안 된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분배의 정의라는 명목 아래 재산권을 지나치게 제약하는 정책을 쏟아냈다. 소급입법도 서슴지 않았다. 민생법안이니만큼 법 제정 과정에서도 충분한 토론과 여론 수렴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군사작전을 하듯 일사천리로 법을 통과시켰다. 적법절차의 실질적 원칙을 위배한 것이다. 대통령이 국회의원의 3분의 1을 추천한 것이 유신헌법이다. 유신헌법 때도, 5공 전두환 정권에서도 민생법안을 군사작전 하듯이 처리한 예는 없다. 180석을 갖고 있다고 해서 민생법안을 마구 찍어내는 모습은 침몰하는 타이태닉호 안에서 브리지 게임에 이겼다고 환호하는 사람들 같았다.”

    당시를 돌아보듯 잠시 숨을 고른 그는 다시 쓴소리를 이었다.

    “그러다 보니 정책적 혼란과 국민의 불만이 커졌다. 또 집값이 얼마이든 간에 주택을 2채 이상 보유한 사람이면 누구나 다주택자라는 틀에 가둬놓고 온갖 규제로 옥죄기도 했다. 많이 가진 것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게끔 하는 정책은 돈을 열심히 벌어 떳떳이 살고 싶은 젊은이들의 의욕을 꺾어버리는 것과 같다. 청년 세대의 도전 정신을 없애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국민을 편 가르려다가 실패한 것이 부동산정책이다. 2% 기득권층에 적대의식을 갖고 정치를 하면 그 나라는 희망이 없어진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논리로 편을 갈라 분열을 조장하고 그로써 지지층을 견고하게 하려 했다면 오산이다.”

    정치권에서 현행 임대차 3법이나 민특법에 대한 개정안을 낼 법도 한데.

    “정치인들은 반사이익만 얻으려고 한다. 여야가 똑같다. 대통령이 부동산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발언을 했는데도 개정안 내는 의원이 없다. 여당은 염치가 없다 치자. 야당에서 개정안을 내면 되는데 나서서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 여당보다 의석수가 적은 건 이유가 안 된다. 그런 논리라면 소수당은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하나. 야당에서 개정안 낸 걸 여당이 감히 반대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면 여론의 뭇매를 맞는다.”

    이 변호사는 ‘미스터 쓴소리’로 불린다. 여야를 막론하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아서다. 진면목을 마주하자 그의 정치 이념이 새삼 궁금해졌다. “스스로 판단하기에 보수주의자냐, 진보주의자냐”는 질문을 그에게 던지자 “헌법주의자”라는 답이 돌아왔다.

    “많은 공익소송을 진행하며 약자 편에 서기를 주지하지 않았다. 자유민주주의나 자유시장경제 체제에 대해서는 양보하지 못하지만 약자의 기본권은 누구보다 많이 챙기는 사람이라고 자부한다. 성장 과정이나 시민운동을 한 경험이 영향을 끼쳤다. 내가 수호하는 ‘뒷배’는 헌법적 가치, 하나다.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면 누구에게든 지적한다. 윤석열·이재명 후보도 예외가 아니다. 이런 나를 두고 진보좌파는 수구꼴통, 보수우파는 위장보수라고 한다.”

    차기 대통령에게 당부하고 싶은 ‘쓴소리’가 있나.

    “중국의 근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루쉰이 이런 말을 했다. ‘누더기를 걸친 자가 지나갈 때마다 발발이가 짖어대는 것은 개 주인의 사주나 의도에 의한 것이 아니다. 발발이는 종종 주인보다 사납고 더 지독하다.’ 대통령은 과잉 충성을 경계해야 한다. 옆에 붙어 있는 자들이 과잉 충성하면 지도자가 그걸 눈치채지 못하고 좋은 소리만 받아들이게 된다. 당연한 얘기를 해도 반기를 드는 것처럼 여긴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끝이 좋은 이가 없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내 얘기를 들었다면 지금처럼 비참한 처지가 되진 않았을 것이다. 사마천의 ‘사기’에는 ‘부지기군(不知其君) 시기소사(視其所使)’라는 말이 나온다. ‘그 군주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거든 그가 기용하는 사람을 보라’는 얘기다. 대통령은 사람을 잘 써야 한다. 쓴소리, 촌철살인을 하는 사람이 있어야 국가가 제대로 선다.”



    김지영 기자

    김지영 기자

    방송, 영화, 연극, 뮤지컬 등 대중문화를 좋아하며 인물 인터뷰(INTER+VIEW)를 즐깁니다. 요즘은 팬덤 문화와 부동산, 유통 분야에도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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