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6㎞ 걷기로 건강관리
‘내 일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경쟁력
비용 절감해 지역 돕고, 장학금 모금해 경찰 도와
수사·교통 민원상담관 일자리 창출
열심히 노력하는 리더의 솔선수범
김용인 경우회장은 “매일 아침 운동으로 다진 강철 체력 덕분에 전국 곳곳을 누비며 경우들을 격려하고 지역의 목소리를 경청한다”고 말했다. [조영철 기자]
그 중심에서 열정적으로 리더십을 발휘해 조직의 단합과 번영을 이끄는 이가 김용인 경우회 중앙회장이다. 경우회 창립 60주년을 기념하는 ‘경우의 날 한마음 대축제’가 끝난 지 보름 만에 서울 마포구 집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심신이 지쳐 있을 줄 알았는데 피곤한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건강 비결을 묻자 그가 허허 웃으며 말했다.
“내 건강 비결은 아침 운동에 있다. 우리 집이 관악구에 있는데 관악구와 동작구 사이에 능선에 있다, 거기를 타고 가면 국사봉에 이른다. 집에서 국사봉까지 3㎞ 거리다. 왕복 6㎞를 거의 매일 걷는다. 걷기만 하는 게 아니라 중간 중간에 놓인 운동기구로 몸을 푼다. 건강관리를 열심히 하는 건 경우회장으로서 내 소명을 다하기 위한 당연한 노력이다. 그런 마음으로 운동하고 일해서 아무리 힘든 일정을 소화하더라도 피곤하지 않다. 다만 나 때문에 새벽에 일어나는 운전기사, 함께 다니는 홍보국장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김용인 회장은 2021년 5월 대의원 투표로 당선된, 경우회 역사상 최초의 비(非)간부 경찰서장 출신 수장이다. 경찰 생활을 1972년 충남에서 순경으로 시작했고 전남 곡성경찰서장으로 마무리했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선후보·대통령당선인이던 시절 경호대장으로 활약했다.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 경우회 수석부회장, 기흥컨트리클럽 대표이사 등을 지냈다.
2023년 11월 21일 열린 ‘경우의 날 한마음 대축제’에서 김용인 경우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경우회]
섬김과 겸손의 미덕 발휘하는 리더
권위를 앞세우기보다 언제 어디서든 낮은 자세로 사람들을 대해 주위의 칭송이 자자하다. ‘섬김과 겸손의 미덕을 발휘하는 리더’는 그가 취임 당시 경우들에게 약속한, 스스로 지향하는 경우회장의 모습이다.“지금도 항상 낮은 자세로 경우들을 섬기며 봉사하는 마음으로 경우회를 이끈다. 내 강점은 부지런함과 내가 하는 일을 사랑하는 데 있다. 경찰로 재직할 때도 그랬다. ‘다른 걸로는 남을 앞설 수 없다. 경찰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되자. 경찰을 사랑하려면 부지런하고 성실하고 바르게 처신해야 한다.’ 그런 마음으로 살다 보니 이 자리까지 왔다.”
바쁜 일정 속에서 짬을 낸 김용인 회장은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신동아’와의 인연을 떠올렸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집안 사정으로 고등학교에 바로 진학하지 못했다. 그때 한학자인 아버지가 동아일보와 신동아를 구독하고 있었다. 기사를 보면서 어려운 한자가 나오면 사전을 찾아보고 한학자인 아버지에게 물어 반드시 알고 넘어갔다. 오늘날 내가 지식을 쌓고 책 읽기를 즐기게 된 근간이 동아일보와 신동아에 있었음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고교 진학이 늦어진 사정을 묻자 이 또한 망설임 없이 털어놨다.
“이승만 정권 당시 조봉암 농림부 장관이 농지개혁을 단행해 지주 집안이던 우리 집의 가세가 급작스럽게 기울었다. 수입이 확 줄었는데 지출을 줄이기는 쉽지 않았다. 그 바람에 집안 형편이 아주 어려워져 내가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하자 주변 사람들이 아버지를 설득했다. 결국 고향인 전남 벌교를 떠나 광주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다. 학구열이 높아 경찰이 된 후에도 방송통신대학을 다니며 지식을 쌓았다. 6개월 또는 1년 과정의 특수대학원도 지금까지 20개쯤 다녔다.” 김 회장은 강의를 들을 때마다 경청하면서 열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중요한 내용은 적어뒀다가 궁금증을 해소한다. 인터뷰를 할 때도, 경우회 수장으로서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눌 때도 마찬가지다.
경찰이라는 자부심과 긍지
대한민국재향경우회 사무실 입구에 걸어놓은 서산대사의 시. ‘내가 똑바로 걸어야 뒤따라오는 사람도 똑바로 걸을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경우회]
“(부담을) 많이 느낀다. 사무실 입구에 서산대사의 시가 담긴 액자가 걸려 있다. 박세진 안동경우회장이 보내준 것이다. ‘흰 눈 밟으며 들길 갈 때/ 함부로 걷지 마라/ 오늘 나의 발자취는/ 뒷사람의 이정표 되리니’라는 시다. 내용을 풀어보면 ‘눈 내린 길을 함부로 걷지 마라. 이 길은 나중에 걸어오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길이 될 것이니 내가 함부로 비틀비틀 걸어버리면 따라오는 사람도 비틀비틀 걸을 것이고 똑바로 걸어가면 따라오는 사람도 바로 걸을 것이다’라는 의미다. 큰 감동을 주는 말이라 오가며 늘 읽어본다. 그러면서 내가 가는 길이 바른 길인지를 생각하게 되고 바른 길로 잘 가야겠다고 마음먹는다. 경우회원 대다수가 그런 내 진정성을 알고 있는 것 같다. 그 점을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 경우회원들이 함께해 주고 있기에 오늘의 내가 있는 것이다. 내가 아무리 잘하려고 해도 전국 시도회, 지역회 회장과 임원들이 협조하지 않으면 혼자서는 잘해 낼 수 없다.”
경우회 60주년 기념 ‘경우의 날 한마음 대축제’가 대성황을 이뤘다. 기분이 어땠나.
“동양인에게 60년은 상당히 중요하고 특별한 의미가 있다. 우리 경우회가 역사상 유례없이 회갑을 맞은 것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주위의 도움으로 성대하게 치렀다. 중앙회와 275개 지역회, 19개 시·도회 임원 1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 속에서 경우의 날 기념식과 축하 공연에 3시간 동안 함께했다. 단순하게 행사만 한 게 아니라 경우회가 걸어온 길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사진전도 열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 김진표 국회의장,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메시지나 영상, 화환을 보내 축하의 마음을 전했다. 여러 국회의원과 각계 인사가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윤희근 경찰청장과 경찰 지휘부가 바쁜 와중에도 모두 참석해 선배들의 60주년을 축하해 줘 고마웠다. 경찰인이라는 긍지와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보람찬 행사였다.”
김용인 회장은 “특히 이 자리에서 고(故) 금암 최치환 전 경우회장을 영웅으로 치하하고 영웅패를 만들어 최 전 회장의 차남에게 전달한 일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2~5대 경우회장을 지낸 고인은 경우신문을 창간하고 경우장학회를 설립했으며 서울경찰국장 시절 112 신고 제도를 마련했다. 또 대한민국재향경우회법을 제정하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열정 리더십으로 더불어 발전
인사말에서 비용 절감 노력을 언급한 대목이 인상적이었다.“리더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조직의 지속적 발전이 가능하도록 운영하는 데 있다. 그런 면에서 비용의 효율적 운용이 절실하다. 그래서 회장으로 취임한 후 중앙회 인원이 많지 않음에도 약 30%를 감축했다. 대신 일을 아주 잘하는 사람들로 구성원을 정예화했다. 중앙회 인건비를 줄여 남은 예산을 지역회와 시도회에 내려보냈다. 종전에는 중앙회와 시도회 예산이 6대 4의 비율이었는데 현재는 4대 6이 됐다. 내년에는 지역회와 시도회 예산을 지금보다 5% 정도 늘릴 계획이다.”
경우회 역사상 처음으로 전국 순회 워크숍을 실시했다고 들었다. 워크숍을 통해 경우회가 통일되고 단합된 조직으로 거듭났다는 평을 듣고 있다. 비결이 뭔가.
“진심은 어디서나 통하는 법 아니겠는가. 그동안 코로나19 여파로 경제활동이 침체된 경향이 있었다. 경우회원들이 한마음으로 뭉치고 경제활동을 더욱 활발하게 하도록 돕기 위해 워크숍까지 실시했다. 2022년 5월 11일부터 13일까지 2박3일 동안 제주도에서 경우회 회장단 등을 대상으로 하는 임원 워크숍을 먼저 개최하고 같은 해 6월엔 강화도, 7월엔 천안시, 9월엔 거제도, 10월엔 목포시와 안동시에서 권역별 워크숍을 치렀다. 2022년 11월엔 필리핀 클락에서 4박 6일 일정으로 전국 임원진 해외 연수 워크숍을 개최했다. 2023년 2월엔 춘천에서 강원 지역 워크숍을 개최하며 전 지역 워크숍을 마무리했다. 리더인 우리가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솔선해서 보여줘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말 끝에 김 회장은 “후배들의 노고에 늘 감사하고 있으며 설령 내 밑에서 일하던 경찰관이라고 해도 만나면 깍듯하게 예우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존경과 존중을 받고자 한다면 자신이 먼저 상대를 존경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그 나름의 소신을 피력했다.
사심 없이 온몸으로 일하는 경우회장
김용인 경우회장은 “앞으로도 관계 당국과 긴밀히 협조해 예산 증액과 일자리 창출 활성화에 지속적으로 힘쓰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조영철 기자]
“취임 후 한 달 동안 업무 파악을 하고 그해 7월부터 시도회와 지역회 300여 개소 가운데 지금까지 208여 개소를 방문했다. 회원과 만남의 장을 만들어 격려하고 의견을 수렴해 경우회 운영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중앙회와 지역회가 한마음, 한뜻으로 활동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부산처럼 먼 곳도 당일치기 방문을 기본으로 한다고 들었다.
“시간은 한정돼 있고 다닐 곳이 많아 당일치기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부산도 예외일 수 없다. 부산에 내려가려면 새벽 4시에 일어나 준비를 마치고 새벽 5시에 출발한다. 지역에 가면 경찰서장부터 만난다. 만나서 경우회 활동에 대해 설명하고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면 대다수 서장이 노력하겠다며 경우회 칭찬을 많이 한다. 경우회가 예전보다 활발히 활동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말이다. 경우회장으로서 내 사명은 ‘국민으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고 후배 경찰관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는 경우회로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리더의 열정이다. 리더가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일해야 경우회가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다. 지역회와 시도회 회장을 만나면 항상 열정을 주문하고 함께해야 한다. 경찰은 현직에 있을 때나 퇴직해서나 치안 질서 확립을 위해 국가에 헌신하고 봉사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우회장이 되자마자 캐치프레이즈를 공모해 ‘영원한 경찰, 국민과 함께’를 경우회 구호로 삼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역대 어느 회장보다 경우회 위상을 높이는 데 공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결이 뭔가.
“좋게 봐주니 감사할 따름이다. 내게 특별한 능력이나 비결이 있진 않다.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이 이런 말을 하지 않았나. 국가가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해줄까를 바라지 말고 내가 국가를 위해서 무엇을 할까를 생각하라고 말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경우회가 내게 무엇을 베풀어줄지를 바라지 않고 내가 경우회를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늘 ‘경우회 발전을 위해 한 몸을 던지겠다’는 각오로 일한다.”
그가 회장에 취임한 후 이룬 성과로 경우장학회 활성화를 빼놓을 수 없다. 김 회장은 장학금 수혜 대상을 경우회원 가족에 국한하지 않고 형편이 어려운 현직 경찰 자녀로까지 확대했다. 여기엔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동안 경우장학회로부터 장학금을 받은 수혜자는 경우회원들의 손자, 손녀다. 경우회원들이 퇴직 경찰이다 보니 자녀는 이미 장성하고 그 자녀가 낳은 손자, 손녀가 장학금을 받은 것이다. 손자, 손녀의 교육은 엄밀히 말하면 경우회원들이 짊어질 책임이 아니라 경우회원 자녀가 감당할 몫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현직 경찰 자녀에게도 장학금을 지원하려고 한다.”
그는 경찰·경우 장학기금 모금을 위해 2023년 10월 21일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에서 ‘영일만 친구와 밥 사는 사람’이라는 음악회를 열었다. 음악회는 김 회장을 비롯해 중앙경우회 임직원, 경우장학회 임원, 전국 시도회와 지역회 회장, 전·현직 경우, 독지가, 일반 시민 등 1000여 명이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 배효갑 전 경찰서장이 1000만 원, 여경회가 1000만 원을 쾌척하는 등 참석자 대부분이 뜻깊은 행사 취지에 공감하며 자발적으로 모금에 동참했다. 경우회는 이날 음악회에서 남재희(92·전 경찰서장) 경우장학회 이사와 백용기 거봉그룹 회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남재희 이사는 평생 공직 생활을 통해 근검절약을 실천하며 모은 전 재산 8억 원을 경우장학회 장학기금으로 쾌척했고, 음악회 모금 현장에서 추가 2억 원 기증을 약정하는 등 경찰 사랑을 모범적으로 실천했다. 백용기 회장은 경우 가족으로 평소 경찰과 경우회 지원에 앞장서고 현장에서 경우장학기금 1억 원을 기탁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현장에서 모금한 장학기금과 장학회로 기부한 장학금 등을 합쳐 4억여 원을 모금했다. 액수를 떠나 경우들이 십시일반 정성을 모아 가슴 뭉클한 감동을 안겼다.”
경우회원들의 일자리도 창출했다고 들었다.
“2022년 정부 예산 10억 원을 참으로 어렵게 확보해 전국 경찰서에 수사·교통 민원상담관 243명을 배치하고 이들에게 월 54만여 원의 급여를 지급했다. 2023년에는 예산을 19억2000만 원으로 증액해 전국 경찰서에 배치 인력을 274명으로 늘려 월 56만여 원을 지급하고 있다. 수사·교통 민원상담관이라는 일자리를 만든 건 경우회 역사상 처음이다. 수사·교통 민원상담관은 현직 후배 경찰관들의 부족한 경력을 지원하는 동시에 지역회장 및 사무국장들의 활동비를 보완하고 경우들의 일자리를 늘리는 데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앞으로도 관계 당국과 긴밀히 협조해 예산 증액과 일자리 창출 활성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
2023년에 한 일 중 아쉬운 것은 뭔가.
“지역회를 한 군데도 빠짐없이 다녀오려 했는데 40~50군데는 2024년에 가게 됐다.”
임기 중 꼭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나.
“대한민국 150만 경우를 이끄는 수장 자리에 올랐다. 생각지도 않은 과분한 자리다. 내가 언제까지 재직할지는 오로지 회원들의 판단에 달려 있지만, 무엇보다 경우회를 발전시키고 사심 없이 온몸을 던져 일한 경우회장이라는 평가를 받게 되길 소망한다. 또 그러한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후배들에게는 존경받고, 국민에게는 사랑받는 경우회가 되도록 모든 열정을 쏟겠다는 각오와 결의를 밝힌다.”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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