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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박사 이태형의 별별 낭만기행

새 생명 잉태하는 밤하늘 봄비

일곱 별이 그린 ‘국자’ 북두칠성

  • 이태형 | 우주천문기획 대표 byeldul@nate.com

새 생명 잉태하는 밤하늘 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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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다시 하늘의 스타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밤하늘은 봄의 밤하늘인데, 북두칠성이 가장 높이 떠 있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북두칠성은 1년 내내 보인다지만 봄철에 가장 잘 보인다. 아직 북두칠성을 본 적 없다면 밤에 북동쪽 하늘에서 올라오는 국자 모양의 7개 별을 관찰해보기 바란다.

옛 조상들은 북두칠성을 ‘하늘의 샘물을 뜨는 국자’로 여겼다. 겨우내 지평선 근처에서 하늘 샘물을 퍼 담은 국자가 봄철이 되면 북동쪽 하늘로 올라온다. 이때 국자 손잡이가 땅을 향하면서 국자에 담긴 물이 손잡이를 따라 땅으로 흘러내리기 때문에 봄에 비가 많이 오는 것이다. 겨우내 가물었던 대지에 봄비가 내리면서 만물은 숨을 쉬고 새 생명을 잉태하게 된다. 따라서 북두칠성은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별로 여겨졌으며, 밭을 일구는 쟁기로도 불렸다.

목동과 처녀의 결혼

북두칠성의 손잡이를 따라 지평선 쪽으로 내려가면서 여러 별자리를 만나게 되는데, 이 별자리들은 옛사람들의 생활문화를 이해하게 해준다. 봄비가 내려 대지에 풀이 돋아나면 가장 즐거운 사람 중 하나는, 드디어 소떼와 양떼를 몰고 초원을 누빌 수 있게 된 목동일 것이다. 북두칠성 손잡이를 따라 내려오다 첫 번째 만나는 밝은 별이 바로 목동자리의 으뜸별인 아르크투루스(곰의 감시인)다.

봄비가 내려 그다음으로 즐거워할 사람은 누굴까. ‘봄처녀 제 오시네’ 하는 노랫말처럼 처녀들 아니었을까. 겨우내 집 안에 움츠리고 있던 처녀들이 산으로 들로 봄나물 캐러 가니 왠지 모를 설렘이 가슴속에 가득할 것이다. 두 번째 밝은 별이 바로 처녀자리의 으뜸별인 스피카(보리 이삭)다. 북두칠성의 휘어진 곡선을 따라 목동자리의 아르크투루스와 처녀자리의 스피카까지 연결된 커다란 곡선을 가리켜 ‘봄철의 대곡선’이라고 한다.



자, 그러면 목동과 처녀 말고도 봄비를 좋아할 이는? 계절을 가장 먼저 느끼는 건 사람보다 동물이다. 그중에서도 동물의 왕 사자에게 봄철만큼 즐거운 계절은 없다. 동굴 속으로 숨은 먹잇감들이 하나둘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나타나기 때문이다. 목동과 처녀의 으뜸별 앞쪽(서쪽)으로 제일 밝게 빛나는 별은 사자자리의 으뜸별이다. 봄비가 내릴 걸 알고 사자가 미리 뛰쳐나간 듯하다. 북두칠성의 남쪽으로 목동과 처녀자리의 으뜸별, 그리고 사자자리의 꼬리별(버금별)이 만드는 커다란 삼각형을 ‘봄철의 대삼각형’이라 한다. 이 별들은 봄철의 가장 중요한 길잡이 별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리고 봄철 지평선 위로는 유난히 긴 별자리가 보인다. 사자자리 아래로 길게 지평선 위에 놓인 별자리, 바로 겨울잠을 자고 나온, 땅을 기어 다니는 뱀이다. 밤하늘에는 여러 종류의 뱀이 있다. 그중 봄철에 보이는 뱀은 바다뱀자리다.

그리고 봄은 혼인의 계절이다. 목동과 처녀가 만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둘 사이에 사랑이 싹트고, 결혼에 이르게 된다. 목동은 처녀를 위해 결혼 선물을 준비한다. 옛날 신화에는 남편이 아내에게 화환을 결혼선물로 주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면 결혼 선물로 쓸 화환이 목동 옆에 있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목동자리의 바로 뒤(동쪽)에 반원형으로 보이는 왕관자리가 바로 화환의 형상을 하고 있다.

붉은 파군성에 피 토한 제갈공명

새 생명 잉태하는 밤하늘 봄비

큰곰자리. 지상의 곰보다 꼬리가 긴 모양새다.

서양에선 북두칠성을 ‘큰 국자(The Big Dipper)’라고 부른다. 하늘에는 모두 3개의 국자 별이 있는데, 작은곰자리에 해당하는 작은 국자(The Little Dipper)와 궁수자리에 있는 우유국자(The Milk Dipper·남두육성)가 나머지 2개의 국자별이다. 밤하늘의 별이 사람의 운명을 결정한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하늘을 경외하고 북두칠성을 두려워했다. 아이를 낳지 못하거나 병에 걸리면 사람들은 칠성당에 찾아가 북두칠성에 빌곤 했다. 또 사람이 죽으면 관 속에 북두칠성을 그려 다음 생의 복과 장수를 기원했다. 이렇게 북두칠성에 제(祭)를 올리며 두려워하는 것은 ‘칠성님’을 사람의 죽음을 관장하는 신선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칠성님의 반대되는 신선은 남두육성에 해당하는 육성님이다. 육성님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궁수자리 편에서 하겠다.

아라비아에서는 북두칠성을 ‘관을 메고 가는 낭자들’로 보았다. 알파(α)별에서 델타(δ)별까지의 부분을 관으로 보았고, 국자 손잡이를 사람으로 본 것이다. 특히 손잡이의 가장 끝에 있는 별인 에타(η)별을 관을 인도하는 사람으로 보아 불길한 별로 여겼다. 북두칠성을 관을 메고 가는 사람들로 보는 생각은 동양에도 있었다. 동양의 점성술은 북두칠성을 인간의 죽음을 결정하는 별로 여겼고, 에타별을 ‘파군성(破軍星)’이라는 불길한 이름으로 불렀다. 여기에 얽힌 이야기는 ‘삼국지’의 제갈공명 편에도 나온다.

제갈공명이 병들어 죽게 됐을 때 자신의 생사를 점치기 위해 7개의 양초를 켜고 주문을 외웠다. 이때 하늘을 보니 커다란 유성이 북두칠성으로 흘러 파군성이 붉게 타오르는 것이었다. 이를 본 제갈공명은 죽음이 눈앞에 온 것을 느꼈다. 그 순간 부하가 문을 열었고, 바람에 촛불이 모두 꺼지더니 제갈공명이 피를 토하며 죽었다고 한다.

과학적으로는 지평선 쪽에 엷은 먼지층이나 희미한 구름이 있을 경우 그 근처의 별빛은 대기의 영향으로 유난히 붉게 보인다. 또 대기가 불안정하고 바람이 많이 불 때는 지평선 쪽의 별들이 많이 반짝인다. 북두칠성의 7개 별 중 끝별인 에타별이 지평선에 가장 가깝게 내려간다는 사실이 이런 전설을 더욱 실감나게 만든 것 같다.

아무튼 북두칠성은 북극성을 축으로 하루에 한 번 그 주위를 회전하므로 밤에는 시계 노릇을 한다. 국자 모양의 손잡이 방향에 따라 계절과 시간을 알 수도 있다.

봄철 별자리 중 그 시작을 알리는 큰곰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들로 이뤄진 북두칠성은 우리나라 어디에서든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별 보는 사람들은 ‘누워서 떡 먹기’ 대신 ‘밤하늘에서 북두칠성 찾기’란 말을 쓴다. 그만큼 북두칠성 찾기가 쉽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 7개 별 중 유독 잘 보이지 않는 별이 하나 있다. 4번째 있는 별로, 다른 별들은 모두 2등성인데, 이 별만 3등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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