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호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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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의 두 번째 미소는 거짓이다.

그것은 마치

오래 신은 양말이 조금씩 흘러내리는 것처럼

불편하게 이루어진다.

나는 일부러 모른 체한다.



한밤중에 당도한 손님처럼

부끄럽게 얼어붙은 두 다리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염치없는 두 팔로 당신을 안아주기엔

오늘밤이 너무 짧고

사과는 언제나 느닷없다.

잘못 배달되어온 상자를 뜯어

다른 상자에 그대로 담아

돌려보낸다.

당신이 슬프면 나도

슬프니 이상하다.

변명

일러스트·박용인

여태천

● 1971년 경남 하동 출생
● 고려대 국문과 졸업, 동 대학원 석·박사
● 고려대 한국학연구소 연구교수, 현 동덕여대 국문과 교수

● 2000년 ‘문학사상’ 시부문 신인상으로 등단

● 2008년 김수영문학상 수상

● 시집 ‘스윙’ ‘국외자들’, 비평서 ‘김수영의 시와 언어’ ‘미적 근대와 언어의 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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