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호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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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근처에 작은 감리교회가 있다

담장도 없는 교회당 벽에는

자벌레만한 화단이 딸려 있다

그래도 거기에

무화과며 앵두 목련 꽃무릇 능소화 들이 살아서



내 발길이 자주 흘러가곤 한다

사나흘 전에

초면인 목사와 잠시 꽃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런데 오늘

무화과나무 앞에서 다시 만났다 헤어질 때

그가 나를 초대했다

저희 교회에서 일요일마다 1시에 무료 급식 하는데 꼭 오세요

초대

일러스트·박용인

무료 급식,

내 생애에 처음 대면한 듯

낯설고 무겁게 들리는 그 단어가

깡마른 등뼈에 철썩 들러붙었다

나는 그 말을 곱씹으며 돌아와

거울 앞에 섰다

문밖에서는

봄꽃들이 몸부림치고

앵두 오디들이 한 세계를 여느라 소란스러운데

겨울옷 걸치고 장갑을 끼고 늙은 개를 품에 안은

지푸라기 인간이

거울 속에 박혀 있는 것이었다

갑자기

빈 위장胃腸이 신음했다

김정희

● 1958년 인천 출생
● 2000년 으로 등단
● 빈터 동인

● 작품집: 시집 ‘산으로 간 물고기’, ‘벚꽃 핀 길을 너에게 주마’, 시화집 ‘환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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