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도 없는 교회당 벽에는
자벌레만한 화단이 딸려 있다
그래도 거기에
무화과며 앵두 목련 꽃무릇 능소화 들이 살아서
내 발길이 자주 흘러가곤 한다
사나흘 전에
초면인 목사와 잠시 꽃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런데 오늘
무화과나무 앞에서 다시 만났다 헤어질 때
그가 나를 초대했다
저희 교회에서 일요일마다 1시에 무료 급식 하는데 꼭 오세요
일러스트·박용인
내 생애에 처음 대면한 듯
낯설고 무겁게 들리는 그 단어가
깡마른 등뼈에 철썩 들러붙었다
나는 그 말을 곱씹으며 돌아와
거울 앞에 섰다
문밖에서는
봄꽃들이 몸부림치고
앵두 오디들이 한 세계를 여느라 소란스러운데
겨울옷 걸치고 장갑을 끼고 늙은 개를 품에 안은
지푸라기 인간이
거울 속에 박혀 있는 것이었다
갑자기
빈 위장胃腸이 신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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