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제로베이스 리더십
김병완 지음, 마디스북스, 320쪽, 1만4000원
모든 것은 변한다. 우리는 똑같은 강물에 두 번 이상 발을 담글 수 없다. 그만큼 어제와 오늘은 다르고, 어제와 오늘의 우리 자신도 다르다. 사람의 마음도, 패러다임도, 의식도, 생각도 어제와는 전혀 다르다. 그러한 변화를 제대로 깨닫지 못하는 사람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이것이 통찰력의 본질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리더십, 사고방식, 혁신의 방법과 본질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모든 것은 변한다. 리더십도, 우리의 사고방식도, 혁신의 방법과 본질도 변한다. 다만 우리가 둔해서 그것을 깨닫지 못할 뿐이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변화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변화 중에서도 리더십과 사고방식, 혁신 방법에 대한 이야기다.
이 책의 핵심 주제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리더십, 새로운 사고방식, 새로운 혁신 방법과 전략은 어떤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이고, 두 번째는 새로운 삼성의 리더로 전면에 등장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리더십 스타일에 대한 이야기다.
필자는 삼성에서 10여 년간 직장생활을 한 삼성맨이다. 신종균 사장을 직접 부서장으로 모시면서 직장생활을 시작해, 6시그마 전문가로 활약하기도 했다. 삼성 내부에서 삼성의 체질과 조직 문화를 그 누구보다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 후 도서관에 3년 동안 파묻혀 다양한 분야의 책을 섭렵했다. 3년 동안 1만여 권을 독파했다. 삼성에서의 경험과 책을 통해 얻은 지식, 통찰력을 바탕으로 2012년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리더십을 다룬 ‘이건희 27법칙’ 등을 출간한 바 있다.
‘이재용의 제로베이스 리더십’은 필자가 조직경영과 리더십 전문가로서 그동안 누적된 데이터를 종합하고 분석해 ‘제로베이스 리더십’ 실천가로서의 이재용을 설명했다. 그는 현재 모든 것을 원점에서 시작하고, 사고하고, 실행하는 제로베이스 경영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그의 새로운 리더십을 통해 삼성은 새로운 시대에도 지속 성장할 수 있는, 강력하면서도 모든 것이 새로운 삼성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재용은 2014년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구조조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삼성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제일모직은 삼성에버랜드의 건설 사업을 이어받았지만 주력 사업으로는 무리가 있다. 삼성물산을 흡수 합병함으로써 건설 사업 시너지 효과와 바이오 사업을 확대하려고 시도 중이다. 필자가 그를 ‘제로베이스 리더십’ 실천가로 규정하는 이유다.
이 책은 단순히 이재용 개인의 리더십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앞으로 변화할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한국 사회의 올바른 리더십에 대한 제안이 될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시대에 맞는 경영을 하고자 하는 경영자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자신을 혁신하고자 하는 조직과 개인 모두에게 꼭 필요한 제로베이스 혁신과 사고의 지침서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김병완 | (주)한국퀀텀리딩센터 대표 |
시끄러운 원숭이 잠재우기 _ 아잔 브라흐마 지음, 각산 옮김
영국의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나 케임브리지대 물리학과를 장학생으로 졸업한 엘리트에서 태국 고승 아잔 차의 수제자가 돼 호주 최초 사찰을 세운 특이한 이력을 지닌 저자의 명상 에세이. 2008년 베스트셀러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후속편이다. 여기서 ‘원숭이’는 이 나뭇가지에서 저 나뭇가지로 한시도 쉬지 않고 옮겨다니는 우리의 분주한 마음을 일컫는다. 사람의 마음은 고요하게 멈춰 있기 어렵고, 그 이유가 바로 우리 모두가 원숭이 마음을 갖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세상만사에 대한 어떤 욕망도 없이 우리의 마음을 조건 없는 사랑으로 열어놓은 채로 완벽하게 고요히 멈춰 있는 것을 터득하게 되면 깨달음의 망고가 우리의 손 안에 사뿐히 떨어질 것이라고 설명한다. 옮긴이는 저자의 제자 스님이다. 나무옆의자, 272쪽, 1만3000원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 _ 김새별 지음
저자는 20년째 ‘유품정리사’로 일하고 있다. 자녀의 마지막을 정리하는 부모, 마지막까지 자녀를 위하다 쓸쓸히 떠난 부모, 고된 삶을 견디지 못하고 안타깝게 떠난 젊은이 등 그가 만난 짠한 사연들을 담았다. 단순히 그런 죽음의 슬픔과 안타까움만을 전하는 것은 아니다. 죽음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하고, 더 나은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넌지시 조언한다. 그리 거창한 조언은 아니다. 그저 함께할 수 있을 때 더 아끼고 사랑하라는 것. 책 마무리에 실린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한 7계명’이 눈에 띈다. 정리를 습관화하라, 중요한 물건은 찾기 쉬운 곳에 보관하라는 등의 실용적 제안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계명은 이것이다. “정말로 남는 것은 우리가 서로 사랑했던 기억입니다. 그 기억은 오래도록 남아 세상 한구석을 따뜻하게 데워줍니다.” 청림출판, 240쪽, 1만3000원
리더의 나침반은 사람을 향한다 _ 공병호 지음
저성장, 고실업, 저출산, 고령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 가장 큰 원인은 리더십 부재다. 저자는 페르시아 제국 창건자이자 마키아벨리, 피터 드러커 등 수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 키루스 대왕의 삶에서 해답을 찾는다. 그는 끊임없는 자기 성찰과 냉철한 현실 인식, 유연한 상황 판단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이끈 탁월한 리더였다. 그의 일생을 따라가면서 함께하는 이들의 자발적 충성과 성장 욕구를 끌어올린 다양한 전략을 담고 있다. 그는 병사들을 헤아릴 때는 아버지 같았고, 위기 시에는 앞장서서 희생했다. 무엇보다 그는 자신이 이끄는 백성과 국가의 수호자였다. 2500년 전 키루스 대왕이 사람을 이끌던 지혜는 공감이 부족하고 불통인 오늘날의 리더십에 경종을 울린다. 해냄, 272쪽, 1만4500원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홀로 돌아온 캘리포니아
한노을 지음, 해드림출판사, 229쪽, 13000원
책 머리말에서 밝힌 바와 같이, 나의 역마살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1970년대 말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마치자마자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온 나는 틈틈이 시를 쓰며 대학을 다녔다. 하지만 가슴속에 품은 국문학의 뜻을 버리지 못해 역으로 한국 유학을 결심하고 연세대 국문학과 2학년생으로 편입한다. 꿈에도 그리던 국문학도가 된 나는 신명 나게 시를 쓰고 연애를 하고 대학을 마치고는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잠시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를 하다가 사표를 내고 또다시 한국으로 돌아간다.
한국에 돌아온 나는 한동안 은둔생활을 거쳐 은사인 마광수 교수가 ‘가자, 장미여관으로’라는 영화의 감독을 맡으면서 나를 시인 역의 주연 남자배우로 발탁해 영화를 찍게 된다. 그러나 영화는 이런저런 문제로 완성되지 못했고, 나는 영화를 찍을 때 분장을 맡은 여자와 결혼했다. 이번에 마 교수께서는 이 책의 발간에 부쳐 과분한 추천사를 써주셨다.
아내와 나는 중앙대가 있는 흑석동의 시장통 근처에서 1년여를 살다 미국으로 돌아왔다. 이후 나는 수년간 한국일보사가 운영하는 방송국에서 기자로 일하다 난생처음으로 비즈니스에 뛰어들어 세탁소를 운영하게 된다. 세탁소 일이 힘들고 아무런 비전이 없다고 느껴서일까, 어느 날 아내는 흐느끼며 “이렇게 미국에서 살 바에는 차라리 한국으로 다시 나가자”고 했다. 내가 누구인가. 역마살이 껴도 보통으로 끼지 않은 데다 가슴속에서 꿈틀거리는, 원 없이 글을 써보고 싶다는 욕망에 시달리는 몽상가 아닌가! 나는 미련 없이 또 미국 생활을 정리했다.
다시는 한국과 미국을 오가지 않고 진득하니 한국에 뿌리를 내리리라 결심하고 일가친척 하나 없는 강릉에 삶의 둥지를 틀었다. 호구지책으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쳤지만, 곧이어 불어닥친 외환위기로 생계를 위협받자 참담한 심정으로 사랑하는 두 딸과 아내를 남겨두고 홀로 미국행 비행기를 타고 캘리포니아로 돌아온다. 아내가 비자 문제로 발목이 잡혀 식구들과 재회하기까지 반년 넘게 걸렸는데 이만저만한 가슴앓이를 한 게 아니다.
해외여행 다니는 것도 아니고 삶터를 이렇듯 여러 차례 옮겨 다닌 다음, 지금까지는 미국에서 얌전히 살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또 달라서 미국 내에서도 캘리포니아와 콜로라도를 왔다갔다 했으니 나의 역마살이란 그 얼마나 지독한 것인지….
에세이 ‘홀로 돌아온 캘리포니아’에는 이런 지난한 삶의 여정에 배인 우리 가족의 눈물과 웃음, 고국에 대한 향수, 이민생활의 애환 등이 담겼다. 동시에 문학을 평생의 꿈으로 간직하며 일상생활에서는 끊임없이 실패를 거듭한 한 사내의 담백하고도 리얼한 인생 고백이기도 하다.
내 인생의 역마살은 아직도 끝이 안 났는지 요즘은 또 한국의 지리산 기슭이 늘 그립기만 하다..
한노을 | 시인 |
야망의 시대 _ 에번 오스노스 지음, 고기탁 옮김
8년간 중국 특파원으로 활동한 미국 ‘뉴요커’지 기자인 저자가 정치·#129;경제·#129;문화적 격변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 중국인의 복잡한 내면 풍경을 담았다. 타이완 군인에서 중국 최고 경제이론가로 거듭난 린이푸 전 세계은행 부총재, 젊은 민족주의자 탕제, 시골 출신으로 역경을 딛고 온라인 데이트 서비스 사업을 벌여 회사를 나스닥에 상장시킨 공하이난, 노벨평화상을 받았으나 여전히 감옥에 갇혀 있는 류사오보, 시 쓰는 청소부 치샹푸 등 다양한 사람의 일상을 전한다. 저자는 오늘의 중국을 ‘야망의 시대’로 규정한다.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순수한 가능성이 열병처럼 중국인들을 사로잡고 있다는 것. 저자는 야망이 뻗어나가는 길을 세 가지로 본다. 경제적 가치 ‘부’, 사회·정치적인 가치인 ‘진실’, 그리고 새로운 사상과 문화에 대한 ‘믿음’이다. 열린책들, 568쪽, 1만9800원
후쿠자와 유키치라는 신화 _ 야스카와 주노스케 지음, 이향철 옮김
‘일본 근대화의 스승’으로 불리는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는 일본 최고액권인 1만 엔권 지폐에 초상이 들어 있을 정도로 추앙받는 존재다. 저자는 그러나 일본인이 생각하는 후쿠자와는 가면에 가려진, 더 적나라하게 말하면 ‘가공의 인물‘이라고 말한다. 약육강식과 지배 권력에 대한 옹호를 통해 침략을 정당화하며 동아시아를 갈등과 전쟁 속으로 몰아넣은 주범이라는 것. 저자는 후쿠자와가 위인으로 추앙받게 된 데는 정치평론가이자 일본 학계의 거물인 마루야마 마사오(丸山眞男)가 지대한 공을 세웠다고 말한다. 후쿠자와의 저작 중 입맛에 맞는 문장을 짜깁기하고 문맥과 상관없이 해석해 사실상 새로운 인물을 창조해냈다는 것. 후쿠자와는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 인물인 만큼 우리에게도 많은 생각할 거리를 준다. 역사비평사, 564쪽, 3만 원
한글의 발명 _ 정광 지음
우리는 한글을 ‘세종대왕이 만든 사상 유례없는 독창적 글자’로 알고 있다. 이 책은 한글 제정의 동기와 목적, 발명에 참여한 인물과 제정 시기부터 한글이 과학적인 이유와 영향을 받은 문자까지 기존 정설을 뒤집는다. 저자에 따르면 한글 제정의 근본 동기는 원나라 건국에 따라 한자의 중국어 발음과 우리 발음이 크게 차이가 생겨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데 있다. ‘훈민정음’이란 이름처럼 올바른 한자음을 백성에게 가르치기 위한 ‘발음기호’로 만든 것이지 ‘새로운 문자’는 아니었다는 것. 또한 한글 창제에 가장 큰 도움을 준 것은 불가의 학승들이었다. 훈민정음 ‘언해본’이 불교서적인 ‘월인석보’에 부재(附載)된 것은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과학적인 바탕 위에서 한글의 역사적 의미와 언어학적 가치, 탁월함을 밝히고 있다. 김영사, 508쪽, 1만9800원
번역자가 말하는 “내 책은…”
나는 몸신이다
채널A ‘나는 몸신이다’ 제작팀 지음, 동아일보사, 256쪽, 1만4000원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는 각종 건강 정보. 하지만 지나치게 많은 비용이 드는 건강법도 있고, 직접 해보면 실천하기 어렵거나 큰 효과를 볼 수 없는 건강 정보도 많다. 이런 정보의 홍수 속에서 옥석을 가려 진짜 내 몸에 도움이 되는 건강 정보, 혼자서도 쉽게 해볼 수 있는 건강법은 없을까.
채널A의 ‘나는 몸신이다’는 바로 이런 고민에서 출발, 고수들의 알짜배기 건강법을 찾아내고 걸러내 시청자에게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여기서 ‘몸신’이란 자신이 직접 개발한 건강법이나 특급 비책으로 건강상의 큰 효과를 경험하거나 자기 몸을 관장하는 데 성공한 사람들을 일컫는 신조어.
최고시청률 6.5%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한 ‘나는 몸신이다’는 최근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건강 프로그램 1위’에 오르기도 했다(7월 22일 한국갤럽 조사 결과, 만 19세 이상 남녀 1003명 대상).
제작진이 수소문해 발굴한 몸신들은 철저한 검증을 거쳐 방송이 결정된다. 이렇게 선정된 몸신들은 스튜디오에 직접 나와 출연자와 방청객을 대상으로 자신의 비책을 시연해 시청자들이 그 효과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한다.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쉽고 간편한 건강법을 주로 소개하는 것이 인기몰이의 비결이다.
이 책은 방송에 출연해 시청자 사이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킨 몸신 7명의 비법을 담았다. 수건 하나로 5분 만에 개그맨 이용식의 허리둘레가 1.7cm 줄어들고, 함께 검증에 나선 몸신 작가의 허리둘레도 5.5cm나 줄어들게 한 성학수 씨, 앉았다 일어서기 100회만으로 주부 방청객의 O다리를 즉석에서 붙게 만든 박숙희 씨, 휠체어에 앉아 있던 심한 요통 환자를 팔다리 몇 번 톡톡 두드리는 것만으로 벌떡 일으켜 세우고 스튜디오를 뛰어다니게 해 방청객뿐 아니라 정은아 MC까지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한 임헌석 씨, 막대기 하나로 남성들의 정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는 김유재 씨까지 눈으로 보면서도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기적 같은 건강 비법들을 소개했다.
자칫 개인적인 경험담에 그칠 수 있다는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각각의 몸신 비법에 대해 오한진 가정의학박사, 한진우 한의사, 김소연 전 김일성 주치의, 이진한 동아일보 의학전문기자 등 전문가들이 날카로운 분석을 하고 의학적 근거를 밝힘으로써 건강법의 신뢰도를 높이려 했다.
또한 독자들이 책을 보면서 바로바로 따라 할 수 있도록 동작 하나하나를 사진으로 찍어 소개했으며 몸신 비법마다 QR 코드를 수록해 영상으로도 볼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100세 장수를 위해 꼭 필요한 음식과 피해야 할 음식을 임경숙 수원대 식품영양학과 교수가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박혜경 | 동아일보 출판팀 기자
한중일의 미의식 _ 지상현 지음
동북아에 자리한 한국과 중국, 일본은 닮은 듯하지만 서로 다르다. 한성대 미디어디자인컨텐츠학부 교수인 저자는 “모든 미술 양식은 그것을 만들고 즐긴 사람들의 심리적 특징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며 인접한 3국의 미의식을 다양한 각도에서 고찰한다. 그 차이의 하나로 ‘처마 선’을 꼽으며 중국 저장성 해녕해신묘전(海寧海神廟殿), 한국 경복궁 근정전, 일본 도다이지(東大寺) 금당을 예로 들었다. “이 세 건물의 처마 선을 보면 중국은 매우 곡선적이고 일본은 거의 직선이다. 한국은 그 중간쯤”이라며 “이런 차이는 한중일의 전반적 처마 선에서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흥미로운 부분은 한중일의 미술 양식을 강박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본 것. 중국 미술품에서 곡예적 강박을, 한국 미술품에서 이념적 강박을, 일본 미술품에서 탐미적 강박을 이야기한다. 아트북스, 368쪽, 2만 원
조선의 대외정벌 _ 임홍빈 유재성 서인환 지음
삼국시대 이래 한국사에서 등장하는 전쟁 횟수는 1000회에 육박한다. 하지만 삼국시대 이후 우리가 주도한 대외전쟁은 거의 없다. 특히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이란 수식어에 집착한 때문인지 우리가 주도한 대외공격이 역사적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조명되지 않았다. 임홍빈 전 국방군사연구소 선임연구원, 유재성 전 국방군사연구소 군사사 부장, 서인한 전 국방편찬연구소 군사사 부장이 공동 집필한 이 책은 ‘대마도정벌’ ‘보주강 야인토벌’ ‘나선정벌’ 등 3차례 조선 대외 정벌의 역사적 실체를 재구성하고, 재조명하고, 재평가했다. 이들이 소규모 작전이었지만 복잡한 국제적 역학관계 속에서 진행됐고 궁극적으로 국가의 성쇠에까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이를 통해 오늘의 냉엄한 국제정세 속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고자 한다. 알마, 462쪽, 1만9800원
나는 옛것이 좋아 때론 깨진 빗돌을 찾아다녔다 _ 박철상 지음
추사 김정희 금석학의 전모를 담았다. 책 제목은 김정희가 쓴 시 가운데 ‘옛것을 좋아해 때로는 깨진 빗돌을 찾아다녔고, 경전을 연구하느라 여러 날 시 읊기도 그만뒀다’는 구절에서 따왔다. 서법 수련의 본보기나 감상의 대상으로 여겨지던 금석학은 18세기 들어 북학파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학문으로 발전하게 된다. 김정희는 북한산 진흥왕순수비 글자를 판독해내며 조선 금석학을 탄생시켰다. 저자는 김정희 금석학의 위대함은 역사 고증뿐 아니라 서법 고증에도 있다고 설명한다. 서법 고증을 통해 ‘추사체’를 창조해낸 것. 금석학을 통해 신라와 고려시대 서법의 흐름을 익힐 수 있었고, 이는 새로운 서체를 만들어내는 바탕이 됐다. 김정희의 대표 저서로 알려진 ‘예당금석과안록(禮堂金石過眼錄)’이 실재하지 않는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도 담았다. 너머북스, 352쪽, 1만8000원
편집자가 말하는 “내 책은…”
사랑한다면 이탈리아
최미선 글, 신석교 사진, 북로그컴퍼니, 302쪽, 1만5000원
부부라면 1년에 한 번 결혼기념일을 맞는다. 갓 결혼한 이들에게는 여전히 로맨틱한 날이겠지만, 함께 산 지 10여 년이 지난 부부에게는 무덤덤한 하루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미선 작가가 말했듯 “달콤한 사랑을 꿈꾸는 데엔 나이가 따로 없다. 가끔은 세월에 주름 잡힌 심장이 쿵쾅댈 때”가 있는 것이다.
최미선·신석교 작가는 첫 미팅에서 로맨틱 여행을 주제로 이탈리아에 가겠다고 말했다. 그때 두 개의 질문이 떠올랐다. 중년 부부의 로맨틱한 여행은 어떤 느낌일까. 20, 30대가 주를 이루는 여행 에세이 독자에게 공감을 줄 수 있을까.
그들은 계획했던 여행을 정말로 떠났고, 예정보다 조금 늦게 돌아왔다. 그리고 3개월 만에 원고를 보내왔다. 나는 그 글을 앉은자리에서 모두 읽었다. 묘하게 가슴이 떨려왔다. 아름다운 연인들과 눈부신 풍광을 담아온 사진들도 마음을 빼앗았다. 당장 이탈리아로 떠나고 싶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탈리아 열병에 시달리는 건 나뿐만이 아니다. 이 책을 읽은 많은 지인도 입을 모아 하는 말이다.
이 책에는 이탈리아라는 낯선 환경이 주는 긴장과 흥분, 색다른 경치, 이국의 역사와 예술이 담긴 숱한 문화재, 그리고 달콤한 로맨스까지 담겨 있다. 소설가 앤서니 버니스의 말처럼 “너무 아름다워 정신을 잃게 하는 곳”이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온다.
이탈리아 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로마나 피렌체는 물론, 아름답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매력적인 소도시 베로나, 아레초, 포지타노와 아말피 해안 등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또 다른 매력이다. 여느 여행 에세이들이 개인적인 여행담이나 여행지 소개에 치중한 편이라면 이 책은 풍부한 인문학적 지식, 사랑에 대한 작가의 깊은 사유가 어우러져 재미와 감동과 지적 욕구까지 두루 만족시킨다.
사진과 글이 같이 들어간 책이라도 보통은 출판사 미팅에 글 작가만 오는 편인데 최미선·신석교 작가는 늘 함께 출판사를 찾았다. 어느 날 저녁식사 자리에서 슬쩍 물어보았다. “어떻게 그렇게 늘 함께 다니세요?” “낮 시간에는 각자 일을 하며 보내기 때문에 저녁에는 무조건 함께하는 편이에요. 저녁을 먹으며 그날 있었던 일도 이야기하고 동네를 한 바퀴 산책하는데 그 시간이 참 좋아요.” 기획 당시 ‘중년 부부의 로맨틱한 여행은 어떤 것일까’에 대해 편집자가 품은 가벼운 의문을 종식시키는 훌륭한 답이었다.
책 출간을 준비할 즈음 네팔에서 지진 소식이 들려왔다. 네팔 사랑이 각별한 작가가 먼저 인세 일부를 지진 피해 복구기금으로 기부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왔고, 출판사도 기꺼이 판매 수익을 기부하는 데 동참했다.
일 처리도, 성격도, 글도 참 쿨하지만 마음은 정말 뜨거운 두 사람은 곧 파리로 떠난다. 전 세계 연인들이 첫손에 꼽는 여행지 파리가 어떤 글과 사진에 담겨 ‘사랑한다면 파리’로 탄생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김옥자 | 북로그컴퍼니 편집장 |
욕망의 힘 _ 이명옥 지음
사비나미술관 관장인 저자가 명화 83점을 통해 인간 보편의 욕망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그림들을 보면서 슬럼프를 극복하고 선한 욕망을 되살렸다는 저자는 욕망의 두 가지 힘에 대해 짚어준다. 그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자신에게 필요한 욕망과 불필요한 욕망을 구분하는 훈련을 쌓으라고 충고했다. 나 역시 예술과 문학, 인문학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욕망을 볼 수 있게 됐고 욕망을 관리하는 방식을 익혔다. 이 책에 수록된 그림을 보면서 독자들이 과도한 욕망을 자제하고 선한 욕망을 일깨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피카소, 에곤 실레, 고흐, 오키프, 찰스 레이, 디에고 리베라, 데이비드 호크니 등 해외 화가는 물론 고상우, 이일호, 안창홍, 양대원, 한성필 등 한국 화가에 이르기까지 동서고금 명작들이 망라돼 있다. 다산책방, 332쪽, 1만6000원
지구상의 마지막 비무장지대를 걷다 _ 서재철 지음
한반도 허리를 관통하는 비무장지대는 세계가 주목하는 생태계의 보고다. 오랫동안 생태보전활동을 해온 저자는 2006년 국방부와 환경부가 주도해 비무장지대 일원의 생태계를 조사하는 프로젝트에 민간인 신분으로 참여했다. 이 책은 냉전의 현장이 그대로 멈춰 있는 비무장지대 248km의 60여 년 시간에 얽힌 이야기와 한반도 생태계의 횡축, 멸종 위기 동식물의 마지막 보금자리를 생생하게 전한다. 또 비무장지대를 종주하며 만난 군인들 이야기, 그들에게서 들은 북한군의 생활, 유일한 민간인 거주 지역인 대성동 이야기 등을 통해 전쟁 상흔이 여전한 한반도의 현실을 생생하게 느끼게 한다. 비무장지대 철책선은 세계 냉전의 현장이자, 동북아 생태계의 희귀보전지역으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휴머니스트, 344쪽, 1만8000원
유라시아 역사 기행 _ 강인욱 지음
젊은 고고학자가 발로 뛰며 쓴 유라시아 초원의 역사 기행이다. 러시아에서 북방 고고학을 전공한 저자는 수천 년간 인류 발전을 주도했던 스키타이, 흉노, 투르크 등 초원 민족들의 발자취를 추적하고 그들에게 ‘4대 문명’에 이어 ‘제5의 문명’이라는 새로운 지위를 부여한다. 말을 타고 유라시아 대륙 곳곳을 누비던 그들은 문명의 전달자이자 기술 발전의 촉매로 인류 문명사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정작 자신들은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며 세계사에서 잊힌 문명이 되었다. 저자는 지난 수천 년간 왜곡되고 천대받은 초원의 역사에 새로운 지위를 부여함으로써 지금껏 단편적으로만 제시된 초원과 한반도의 관계를 선명하게 그린다.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일본이 한반도에서 지워버린 초원의 흔적을 되살리는 흥미로운 연구다. 민음사, 330쪽, 1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