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세의 총리후보를 내세운 참신함으로 ‘마사지’했지만 8·8 개각은 참신하지 않다. ‘최악의 개각’이라고 주장하는 야당의 비판이야 늘 하는 소리라고 하더라도, 청와대가 얘기하는 ‘소통’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오히려 어느 평자(評者)의 신랄한 표현대로 ‘MB의, MB에 의한, MB를 위한 친위내각’의 성격이 짙다. 새로 내각 명단에 이름을 올린 면면을 보면 ‘친위내각’의 성격은 분명해진다. 이재오 특임장관 지명자를 필두로 박재완(고용노동부), 이주호(교육과학기술부), 신재민(문화체육관광부), 진수희(보건복지부) 등 장관 지명자들은 모두 이명박 대통령의 ‘친위부대’다.
대통령의 뜻을 읽기는 어렵지 않다. 집권 후반기를 내 사람들과 함께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변화와 소통보다는 내 갈 길을 가겠다는 것이다. 40대 총리의 역할은 내각이 젊어졌다는 이미지 외에는 크게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김태호씨의 개인 역량을 폄하해서가 아니라 대통령중심제인 대한민국에서 총리란 자리는 ‘가문(家門)의 영광(榮光)’일지언정 제 목소리를 내는 데는 원초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 총장을 지낸 정운찬 전 총리의 예를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하물며 ‘정권 2인자’로 불리는 이재오씨가 당-정-청을 아우르는 특임장관일진대 젊은 총리의 운신이 호락호락할 수 있겠는가.
물론 내각 구성은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 대통령이 자신의 국정철학에 맞는 인물들을 전면에 배치하겠다는 데에야 말릴 방법이 없다. 야당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청문회에서 지명된 인물들을 검증하는 정도인데, 이 정부 들어 웬만한 도덕성 문제에는 눈도 껌벅하지 않는 분위기이니 며칠 시끄럽다 말 것이다.
문제는 친위내각으로 소통과 통합이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올해 신년사에서 말한 것처럼 “서로 배려하고, 서로 나누고, 서로 베푸는,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느냐는 것이다. 우파 및 정권에 우호적인 세력은 포섭하고, 좌파 및 정권에 비판적인 세력은 배제하는 전형적인 ‘투 트랩(two trap) 전략’으로 국민통합을 이뤄낼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친위의 집단사고(思考)로는 비판과 반대의견을 포용하고 수렴하기 어렵다. 그럴 경우 현 정권의 최대 문제라는 국민과의 소통 부재(不在) 현상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은 이번 개각에서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과 이만의 환경부 장관을 유임시켰다. 내각 원년 멤버인 두 장관을 유임시킨 대통령의 뜻은 분명하다. 4대강 사업을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총리후보와 특임장관후보도 ‘4대강 사업 전도사’라고 하니 4대강 사업은 날개를 단 격이다. 그러나 종교계와 환경단체 및 여러 전문가, 다수 국민은 4대강 사업에 반대하거나 비판적이다. 너무 서두른다는 우려에는 여권 사람들도 동조한다. 충남과 경남 등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재검토 및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제1 야당인 민주당은 대안을 제시했다. “대규모 준설과 대형 보 건설을 벌이는 엠비(MB)식 4대강 사업에 대해선 전혀 동의할 수 없다. 강 살리기 사업 목적은 운하용 수량 확보가 아니라 수질개선 사업이 우선시돼야 하며, 4대강 본류가 아닌 재해에 취약하고 정비가 시급한 지천·소하천을 대상으로 강의 특성을 고려해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대안은 홍수 피해액 중 국가하천 비중이 3.6%, 지방하천 비중이 96.4%라는 점에서 일리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정부 입장은 한마디로 ‘수용 불가(不可)’이다. “전체 4대강 공정률은 23%이지만 보 공사의 공정률은 45%로 절반에 가깝다. 이런 상황에서 보 건설의 중단은 있을 수 없다 ”는 것이다(8월11일 현재).
결국 ‘이제 와서 어쩌란 말이냐’와 ‘이제라도 중단하거나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타협의 여지는 없어 보인다. 더구나 대통령의 강행의지는 두 관계 장관을 유임시킨 데서 보이듯 확고한 것 같다. 대통령으로서야 세종시 수정이 좌초한 데 이어 4대강 사업마저 후퇴한다면 곧바로 레임덕 정권이 될 것이라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4대강 사업은 이미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의 문제가 됐으니까. 그러나 중단이 아닌 재검토와 일부 수정안까지 일절 용납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정치가 아니다. 정치란 지도자 개인의 신념을 관철하는 의지의 구현이 아니라 차선의 조화를 찾는 타협의 기술이니까 말이다. 더구나 20조원이 넘는 4대강 예산을 줄여 서민을 위한 대책에 투입한다면 그야말로 대통령이 내세우는 ‘친(親)서민 실용정책’이 되지 않겠는가.
6·2 지방선거 참패 이후 여권의 분위기는 권력의 독선과 오만에 따른 소통의 부재를 자책하고 반성하는 것이었다. 그에 비추어본다면 이번의 친위내각은 엇박자가 난 느낌이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첫째는 대통령의 ‘마이 웨이(my way)’에 있다. 집권 후반기가 시작되는 만큼 좌고우면(左顧右眄)할 것 없이 나의 길을 가자. 세종시의 경우처럼 또 밀리다간 레임덕이 빠른 시일 내에 찾아올지도 모른다. 어차피 일할 수 있는 시간도 2년이 채 남지 않았다. 최선을 다해 일하면 그 결과는 국민과 역사가 평가할 것이다. 그러자면 친정(親政)체제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 나름의 진정성을 의심할 필요는 없을 터이다. 문제는 역대 정권에서도 그런 시도가 되풀이되었지만 그 결과는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민심과 멀어지면서 레임덕을 가속화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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